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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원의 시장읽기]한국 경제의 재평가
[이영원의 시장읽기]한국 경제의 재평가
  • 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 승인 2006.01.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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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주식시장은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강세 속에 막을 내렸다.
폐장일 지수가 1379.37로 1400선을 바라보며 마감되었는데, 1989년 이후 16년간 1000선의 벽을 쉽게 돌파하지 못했던 사실을 생각해 보면 대단한 강세였음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가의 이 같은 강세를 뒷받침할 만큼 우리 경제나 기업이익이 양호했던 것 같지는 않다.
2005년은 하반기 들어 다소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는 있지만, 상반기의 침체에 이어 하반기 역시 주가 상승을 설명할 만큼 경기가 회복되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기업이익 역시 지난 2004년에 비해 10% 남짓 감소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어 역시 주가 상승을 설명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한 것에 대해 주식시장에서는 한국시장의 “가치 재평가”로 설명한다.
가치 재평가란 한국 주식시장이 펀더멘털에 비해 훨씬 저평가된 상태에 놓여 있다가 정당한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과정을 말하며, KOSPI지수 기준으로 1000선은 이미 오래전에 달성되어야 할 수준이었음에도 미뤄져 왔던 영역으로 간주되는 것이다.
이러한 재평가 논의는 한국 경제가 97년 외환위기와 이후 IT버블 등을 거치면서 안정적이고 항상적인 성장보다는 변동성이 크고 추세에 대한 신뢰가 어려운 경제구조를 가진 것으로 인식되었던 과거의 구조에서 벗어나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다.
채권시장의 경우에도 이미 외환위기 이전의 12%대 수준을 99년에 회복했고 이후 회사채 금리 기준으로 4%대까지 하락하며 건전해진 기업의 재무상황을 반영해 주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남아 있는 또 하나의 경제지표인 환율 동향에도 ‘가치 재평가’라는 기준이 적용되어야 할 것 같다.
현재 원/달러 환율은 1010원대 초반 수준을 유지한다.
외환위기 이전 환율 수준인 910원대 수준에 비해서는 여전히 10% 이상 높은 수준이다.
물론 환율은 외환위기 직후 1960원대까지 치솟기도 하는 등 한국 경제의 문제를 가장 민감하게 반영했던 지표이며, 그동안 꾸준한 원화가치의 회복과정을 거쳐 오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다른 대부분의 경제지표가 이미 외환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하고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가고 있는데 반해 환율은 아직 그 임계점에 도달하지 못한 것 같다.
또한 환율과 관련해서는 수출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통화당국을 포함한 대다수의 경제주체들이 급격한 절상을 원하지 않을 것이며, 1달러당 1000원 미만, 즉 세 자리수 환율에 대한 거부감이 대단히 크다는 것 역시 변화를 제한하는 요인일 것이다.
하지만 한국 경제가 장기적으로 견조한 회복세를 보인다면, 환율 역시 이를 반영하는 변화를 보일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1000원 아래 환율 수준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지만, 세자리수 환율의 회복이 한국 경제에 대한 또 다른 ‘가치 재평가’라면 결국 머지않은 시점에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원화의 절상은 가치 재평가라는 측면에서 자연스럽게 수용되어야 할 변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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