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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뚜앙떼리요르]위험한 아이디어란?
[푸뚜앙떼리요르]위험한 아이디어란?
  • 임현우/ 경영컨설턴트
  • 승인 2006.01.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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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사상의 역사에서 몇몇 아이디어들은 동시대인들에게 매우 위험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16세기 코페르니쿠스가 주창한 지동설은 극렬한 반대를 불러일으켰다.
이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고, 천상은 신의 영역이라는 당시의 우주관을 근본부터 흔든 사건이었다.
이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대중들의 극심한 공포가 집약되어, 지동설을 옹호한 갈릴레오를 종교재판에 회부하기까지 했다.
이 위험한 아이디어는 그 후 많은 과학자들의 발견에 힘입어 분명한 사실로 받아들여졌고, 교황청은 1992년에서야 갈릴레오에 대한 종교재판의 과오를 인정하고 그를 복권시켰다.
종교재판 이후 350여년이 흐른 후였다.
이에 버금가는, 아니 그 이상으로 위험하게 받아들여진 아이디어가 19세기 중엽 다윈의 진화론이었다.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이 공통의 조상에서 갈라져 나왔다는 것에 대한 대중들의 저항은 대단했다.
“다윈, 넌 원숭이의 후손이란 말이냐?”라는 식의 조롱은, 모든 생물은 신의 뜻에 따라 고유한 모습으로 창조되었다는 믿음을 위태롭게 만든 다윈에 대한 절규였다.
또 어떤 위험한 아이디어가 있을까? 당대 최고의 과학자들과 철학자들의 온라인 살롱인 엣지(www.edge.org)의 편집자인 존 보르크만은 98년부터 해마다 흥미로운 질문을 제기하고 이에 대한 엣지 기고가들의 답변을 모아서 발표해 왔는데, ‘당신이 생각하기에 위험한 아이디어는 무엇인가?’가 바로 2006년 올해의 질문이었다.
이 질문에 대한 119명의 지식인들의 답변이 1월1일에 온라인으로 발표됐다.
노벨상을 수상한 물리학자, 퓰리처상을 수상한 저술가들, 당대의 논쟁 한복판에 있는 사상가들, 이들의 답변은 저마다 독창적이고 흥미롭다.
그 중에서 몇몇을 독자 여러분께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많은 기고가들이 위험한 아이디어로 생각한 것이 전통적 의미의 인간의 정신적 본성, 영혼은 없다는 아이디어였다.
신경과학자 V. S. 라마찬드란에 의하면, 인간의 의식적인 활동, 자의식과 같은 것들이 모두 뇌를 구성하는 화학물질 뉴런의 산물일 뿐이라면, 결국 “인간은 뉴런의 묶음 외에 아무 것도 아니다.
” 그는 이러한 과학적 발견이 제기하는 철학적·윤리적 딜레마는 아직 제대로 파악조차 되고 있지 않으며, 따라서 궁극의 위험한 아이디어라고 생각한다.
유사하게 심리학자 폴 블룸이나 과학저술가 존 호건은 ‘물질적이지 않으며, 불멸하고, 인간의 뇌로부터 독립된 어떤 것’이라는 의미의 영혼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아이디어가 야기할 위험은 매우 크다고 생각한다.
한편 진화생물학자 리차드 도킨스와 제리 코인은 우리의 심리·정신적 판단이 진화과정에 의해, 유전자에 의해 지배된다는 아이디어가 야기할 위험을 심각하게 느낀다.
인지학자 스태니슬러스 드히언은 인간 두뇌의 능력을 확장시키는 기술의 존재와 그 기술의 파급력을, 인류학자 헬렌 피셔는 사랑의 감정을 지배하는 약물의 개발을, 신경생물학자 새뮤얼 바론즈는 각 개인의 생각, 느낌, 행동양식이라는 의미를 갖는 인성을 바꾸는 약물의 존재에 대해 위험함을 느낀다.
또 다른 진화심리학자 스티븐 핀커는 인간의 지적 능력이 집단(남성과 여성, 그리고 인종)에 따라 다르게 분포한다는 것이 밝혀지면 - 핀커는 그러리라 예상하는데 - 그것이 사회에 미치는 심대한 영향에 대해 학계는 아무런 준비도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걱정한다.
이러한 인간 본성에 대한 위험한 아이디어 외에도 수많은 아이디어가 위험하다고 제시되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중에서 “아이디어가 위험하다는 그 아이디어 외에는 위험한 아이디어란 없다”라는 심리학지 대니얼 길버트의 낙관에 기대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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