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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년 내 매출 1천억원대 출판사 탄생할 것”
“3~7년 내 매출 1천억원대 출판사 탄생할 것”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6.01.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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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봉수 웅진씽크빅 출판부문 사장 최근 웅진씽크빅(옛 웅진출판)의 공격적인 행보가 출판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해 10월 잡지부문을 디자인하우스에 일괄 매각한데 이어, 임프린트(Imprint)사를 4개에서 8개로 대폭 늘리면서 출판계의 유능한 인재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지난해 150억원 수준이던 출판부문의 매출 목표도 3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올려잡았다.
최봉수 출판부문 사장은 “업계 1위를 차지하기 위해 어떤 투자든 하겠다는 게 경영진의 확고한 의지”라고 전했다.
그는 “향후 3~7년 이내에 출판계에 완전히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질 것”이라며 “그 신호탄은 매출 1천억원대 출판사의 탄생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한 그는 “유능한 인재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출판사만이 이러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웅진의 ‘1천억 전략’을 가다듬고 있는 최봉수 사장을 지난 1월11일 만났다.
- 출판계의 흐름을 어떻게 전망하나. = 앞으로 짧으면 3년, 길어도 7년 이내에 출판계에 완전히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질 걸로 예상한다.
매출 1천억원을 돌파하는 출판사가 2~3개 등장하고 이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판이 만들어질 것이다.
92년 업계 1~2위를 다투던 김영사의 매출규모가 40억원이었다.
그러다 99년 출판사들이 처음으로 100억원대에 진입했고, 드디어 지난해 400억원을 넘긴 곳이 나왔다.
규모가 커지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는 것이다.
대형 메이저 출판사의 등장은 다른 나라에서도 나타난 현상이다.
미국은 2004년을 기준으로 랜덤하우스가 17%, 펭귄이 15%를 차지하는 등 상위 5개 출판사가 전체 시장의 80%를 장악하고 있다.
일본도 고단샤, 소학관 등 상위 5개 업체가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를 영미권에만 해당하는 현상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프랑스는 2개 출판사가 전체 시장의 80%를 갖고 있다.
- 집중화가 이루어지는 이유는 뭔가. = 우리나라는 현재 상위 5개 출판사의 시장 점유율이 4%대에 불과하다.
전세계적으로 보면 상당히 예외적인 경우에 해당한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상위 5개 출판사가 아닌 곳에서 베스트셀러를 내는 경우는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기획과 유통에서 경쟁이 안 되기 때문이다.
저자나 유통회사들이 메이저 출판사를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문제는 모든 출판사들이 다같이, 똑같이 성장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 매출 300억원 규모의 출판사가 4개, 200억원대가 10개 정도다.
이들 가운데 2~3개는 계속 성장하지만 나머지는 정체하거나 떨어질 수밖에 없다.
탈락하는 출판사들은 빨리 전문화로 방향을 바꿔 새로운 비전을 찾아야만 한다.
- 그렇게 되면 출판의 다양성이 사라지는 것 아닌가. = 해외의 메이저 출판사들은 하나의 출판정책, 하나의 출판철학에 의해 움직이는 단일 조직체가 아니다.
그 안에는 다양한 색깔을 가진 수많은 임프린트사들이 들어가 있다.
그들은 각자 나름대로의 출판을 한다.
오히려 새로운 변화를 통해 우리 출판문화가 훨씬 다양해지고 더 안정감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 영미식 출판 모델이 우리 현실에는 맞지 않는 것 아닌가. = 출판이 무엇인가, 출판의 산업화가 무얼 의미하는가를 생각해 봐야 한다.
랜덤하우스중앙에 있으면서 느낀 것은 영미권의 출판사들이 한국보다도 오히려 더 편집자 중심, 사람 중심이라는 것이다.
그런 점은 연봉이나 보상 등 모든 시스템에 반영돼 있다.
우리도 이제는 평생 편집자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해외 도서전에 가면 10년, 20년 동안 빼놓지 않고 오는 사람들이 많다.
이미 할아버지, 할머니 나이이지만 수십년 동안의 출판 리스트를 다 꿰고 있는 전문 편집자들인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40세가 넘으면 은퇴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웅진에서 그런 시스템을 만들어보고 싶다.
-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방안이 있나. = 웅진으로 옮기면서 두 가지를 약속 받았다.
먼저 웅진씽크빅 안에 있지만 출판 부문의 자율경영을 보장해달라는 것이었다.
두 번째는 독자적인 인센티브 체계였다.
사업이익의 30%를 인센티브로 달라고 했다.
출판사는 공장이나 기계가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좋은 인력을 끌어들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곳만이 성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사업이익의 30%라는 건 굉장히 파격적인 것이다.
영미권에서도 목표수익의 17~18%를 주는 곳은 최고다.
다소 무리한 요구일 수도 있었는데 윤석금 회장은 흔쾌히 수용했다.
단, 나눠먹기는 안 된다는 조건을 걸었다.
전체 인력의 30%에게만 주라는 것이었다.
현재 우리 전체 인력이 100명쯤 되고, 매출목표는 300억원이다.
그대로 시행된다면 연말에 30명에게 1인당 평균 3천만원의 인센티브가 지급된다.
출판계가 또 한번 들썩일 것이다.
- 출판계의 미래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않은데. = 386세대 이후로 출판계에 유능한 인재들이 들어 오지 않고 있다.
이런 상태로는 출판의 미래가 없다.
미국의 경우, 랜덤하우스 신입사원의 70~80%가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출신이다.
초기 연봉은 월스트리트의 80%에 불과하지만 15년쯤 지나면 사회적·경제적 지위가 똑같은 수준이 된다고 한다.
그러니 주저하지 않고 출판사를 선택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도 80%까지는 아니라도 70%, 60%는 보장해 줘야 한다.
출판의 미래는 그렇게 해서 새로운 세대의 새로운 인재들이 들어와 개척해 나갈 수있게 해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도 출판의 산업화, 기업화가 필요하다.
1천억원대 정도의 규모가 되야 미래에 대한 투자도 하고 다양한 시도들을 해볼 수 있다.
- 단행본만으로 과연 1천억원대 매출이 가능한가. = 순수 단행본 시장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출판의 개념이 상당히 협소하다.
학습지와 참고서, 단행본이 서로 따로 움직이고 있다.
대부분은 학습지와 참고서는 출판으로 치지도 않는다.
지난해 단행본 출판사로서는 처음으로 민음사가 400억원을 넘었다고 하지만 학습지와 참고서 쪽에서는 이미 그 정도 매출액을 넘은 곳이 상당수다.
규모를 키우기 위해서는 단행본이라는 좁은 영역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
최근에는 단행본 출판사들이 교과서를 더 잘 만드는 현상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런 것들이 맞물리면 충분히 1천억원대 출판사가 나올 수 있다.
웅진씽크빅은 학습지, 전집, 단행본 그리고 방과후 수업 등 4개 본부가 있다.
이들을 엮어내 콘텐츠를 교환하고 공유할 수 있는 영역들이 적지않다고 생각한다.
- 출판 유통체제의 변화는 어떻게 예상하나. = 유통 쪽에서는 교보문고의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화사업이 아니라 비즈니스로 서점업을 한다면 당연히 프랜차이즈를 확대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
서울지역은 10개까지 가능하고 전국적으로 70개 정도까지도 가능하다고 본다.
교보문고도 최근 그런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앞으로 30개까지 서점을 늘릴 계획인 걸로 알고 있다.
장승규 기자 skjang@eoc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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