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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스메모]글로벌 유동성에 주목해야
[에디터스메모]글로벌 유동성에 주목해야
  • 편집장 최우성
  • 승인 2006.01.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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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초부터 한국 경제엔 단연 ‘환율’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원/달러 환율의 급락은 새해 벽두부터 많은 기업들의 움직임을 분주하게 만들고 있다.
당초 예상치를 훨씬 벗어난 듯한 원화 강세 추세가 올 한 해 한국 경제에 어떤 파장을 미칠지를 두고서도 논란이 분분하다.
한편에서는 나름의 환 헤지 전략을 취해온 대기업에 견주어 중소기업들이 입을 피해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오는 반면, 다른 한편에선 내수 중소기업들에게 오히려 유리한 상황이 전개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그간 환율 덕에 실제 경쟁력 이상의 대접을 받았던 국내기업들이 이번 기회에 몸집을 가다듬어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도 따른다.
어쨌든 원화 강세가 기본적 흐름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데 대해서는 상당수의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최근의 시장 상황은 달러화의 전반적 약세라는 전 세계적 차원의 금융 환경과 한데 맞물려 있는 탓이다.
미국의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감안할 때 달러 약세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금융이라는 단일한 신경망으로 엮인 세계 경제의 최신 버전이다.
시야를 조금 넓혔을 때, 특정 시기 세계 경제의 모습은 언제나 일정한 ‘외환체제’에 의해 규정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외환체제란 으레 세계적 차원에서의 계량단위라는 보편적 필요성과 수많은‘국민통화’들의 특수성 사이에서 ‘위계적 타협’을 이루어 왔다.
문제는 비로 이 위계적 타협이 갖는 ‘이중성’에 달려 있다.
국제거래에서 기축통화의 역할을 하는 극소수 통화가 피라미드의 최정점에 있지만, 동시에 그 기축통화 역시 다른 ‘국민통화’들과 경쟁관계에 놓여 있는 하나의 금융자산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오늘날 달러화의 운명은 이런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 점에서 (지난주 특집기사에 대한 간략한 설명에서 언급했듯) 고유가 행진이 이어지는 속에서도 이른바 ‘오일달러’가 증발해 버린 현 세계 경제의 흐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재 중동 산유국들이 벌어들인 막대한 양의 석유 수출대금 수입 가운데 상당부분이 주가가 급등하는 각국 국내 주식시장과 각종 산업기반시설 건설에 투자되고 있다.
70년대 오일쇼크 당시처럼 산유국들의 석유 수출대금 수입이 달러화 표시 자산 구입으로 고스란히 환류되는 일이 재연되지 않는 것이다.
과거와는 달리, 오늘날의 오일달러는 (무엇보다도 미국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출구를 발견한 셈이다.
미국의 자본유출입 통계에서도 확연히 드러나는 이런 추세는 세계 경제에 좀더 근본적인 의미를 던져주는 게 분명해 보인다.
비달러 자산에 대한 선호가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있음을 짐작케 해준다.
이제 남은 문제는 글로벌 유동성의 둔화가 미칠 영향에 눈매를 치켜뜨는 일이다.
글로벌 유동성이 둔화된다는 말은 곧 세계 경제를 활기차게 움직여가는 윤활유가 줄어든다는 뜻일 수도 있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글로벌 유동성이 경색되었을 경우 세계의 어느 곳에선가 파국적 위기가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기축통화 역할을 담당해온 달러화가 (자신의 지출 능력 이상으로) 전 세계 유동성을 일방적으로 ‘빨아들이는’것도 문제지만, 동시에 글로벌 유동성의 심각한 경색은 어느 곳에선가 깊은 상처를 남긴 채 ‘폭발’할 개연성을 높여주는 탓이다.
‘모순 덩어리’인 세계 경제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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