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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거래소 시장에 뛰어들다
[특집]거래소 시장에 뛰어들다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6.01.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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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롯데쇼핑 상장 소식에 들떠있는 곳이 적지 않다.
런던증권거래소(LSE)도 그 가운데 하나다.
롯데쇼핑이 전제 물량의 80%를 LSE에 상장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아시아 우량기업을 끌어들이기 위해 홍콩지점까지 냈지만 그동안 뚜렷한 실적을 올리지 못했던 LSE로서는 ‘대어’를 낚은 셈이다.
LSE는 아시아 시장을 놓고 뉴욕증권거래소와 경쟁관계를 형성해 왔다.
중국 국영기업들을 거의 독식하고 있는 홍콩증권거래소도 이들의 만만치 않은 경쟁자다.
우량기업 유치를 위한 거래소들 간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정은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지난 1월 초 중국이 상하이에 새로운 금융파생상품 거래소를 설립하기로 결정해 한국증권선물거래소(KRX) 관계자들을 긴장시키기도 했다.
국내 선물거래소의 외국인 투자가들이 중국으로 대거 빠져나가는 사태를 떠올렸기 때문이다.
중국이 당장 외국인의 참여를 전면 허용할 가능성은 낮았지만, 규제 장벽이 단계적으로 낮아질 경우 한국 파생상품 시장의 위축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거래소 전면 경쟁 시대 진입 이제 기업들은 더 이상 자국 거래소에 얽매이지 않는다.
가장 유리한 거래소를 골라 주식을 상장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투자가들 역시 우량주식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갈 준비가 돼 있다.
금융시장은 ‘유동성이 유동성을 부르는’ 속성을 갖고 있다.
더 많은 상품이 있고, 더 많은 투자자들이 모이는 곳으로 돈과 사람들은 몰리기 마련인 셈이다.
이정태 OMX 한국대표는 “거래소 간 경쟁은 결국 누가 유동성 풀을 많이 갖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그동안 자국 내에서 누리던 거래소들의 독점적 지위는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렵다.
유럽에서는 이런 변화들이 좀더 극적으로 표출되고 있다.
2000년 독일거래소와 LSE의 합병 선언으로 촉발된 인수합병 물결이 유럽을 휩쓸고 있는 것이다.
독일거래소와 LSE의 합병 협상은 결국 무산됐지만, 파리증권거래소와 암스테르담증권거래소, 브뤼셀증권거래소는 발빠른 합병을 통해 유로넥스트(Euronext)라는 국경을 넘어선 거대 증권거래소를 탄생시켰다.
유로넥스트는 계속해서 리스본증권거래소를 끌어들여 세력을 확장해 나갔으며, 2001년에는 런던국제금융선물거래소(LIFFE)마저 인수했다.
당시 LSE도 LIFFE 입찰에 참여하고 있었기 때문에 유로넥스트의 인수는 엄청난 충격으로 받아들여졌다.
거래소 간 인수합병은 북유럽에서도 빠르게 확산됐다.
스톡홀름증권거래소를 소유하고 있는 OMX는 헬싱키증권거래와 코펜하겐증권거래소를 포함해 5개 거래소를 잇따라 인수했다.
그러나 인수합병의 불씨는 여전히 꺼지지 않고 있다.
독일거래소와 유로넥스트, OMX가 LSE의 인수 후보로 끊임없이 거론되고 있으며, 독일거래소와 유로넥스트의 합병 시나리오까지 나오고 있다.
유럽에 비해서는 아직은 조용한 편이지만 아시아 지역에서도 거래소 간 경쟁이 서서히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에서 시스템과 효율성 측면에서 가장 앞서 있는 거래소로는 홍콩증권거래소와 싱가포르증권거래소가 꼽힌다.
세계 2위와 5위의 규모를 자랑하는 도쿄증권거래소와 오사카증권거래소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중국 경제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상하이증권거래소 역시 세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KRX는 이제 이들과 경쟁에 나서야 한다.
임승태 재경부 금융정책심의관은 “증권거래소의 국제화와 선진화는 정부의 금융허브 전략에서 핵심적인 정책틀”이라고 했다.
우선 KRX는 올해 안에 중국기업 1~2개의 국내 상장을 시범적으로 추진한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일부에서는 외국기업이 국내상장을 실현할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나타내기도 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터’를 감수하고 굳이 한국 시장에 상장할 기업이 있겠느냐는 것이다.
하지만 임승태 심의관은 “IT 분야처럼 한국시장 상장이 자부심을 줄 수 있는 업종에서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증권거래소의 선진화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것은 바로 KRX의 상장 문제다.
KRX는 최근 올해 안에 증시 상장을 완료한다는 계획을 분명히 하고 있다.
해외 거래소들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경쟁력과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주식시장 상장이 필수적이라는 것이 KRX의 입장이다.
조은성 KRX 본부장보는 “이미 세계 상위 15개 거래소 가운데 9곳은 상장을 했으며, 4곳이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며 “거래소의 기업공개는 세계적인 추세로 자리를 잡았다”고 했다.
대부분의 거래소는 회원제 조직으로 출발했다.
주식 중계인들이 회비를 모아 만들고 거래소를 만들고, 자신들만 그 안에서 주식 거래를 할 수있도록 한 것이다.
일반 투자자들은 거래소의 회원인 주식 중계인들을 통해서만 주식을 사고팔 수 있었다.
주식 중계인들은 거래소의 소유주이자 회원인 셈이었다.
요즘으로 치면 증권사와 선물회사들이 이들에 해당한다.
이런 전통은 KRX의 지분 구조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현재 KRX의 주식은 국내 증권사와 선물회사들이 소유하고 있다.
지난해 증권거래소와 코스닥, 선물거래소를 통합해 KRX를 만들면서 법적 지위는 주식회사로 전환했지만, 회원들만 소유권을 독점하는 상태는 그대로 유지된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 공개는 자연스럽게 제기되는 다음 단계의 과제라고 할 수 있다.
상장 차익 사회환원 논란 많은 거래소들이 주식회사 전환과 기업공개를 선택한 것은 기존의 회원제 조직형태가 거래소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 참여하는 것은 기존 회원들뿐만이 아니다.
투자자들과 시장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기업들도 거래소의 중요한 이해관계자들이다.
더 이상 거래소가 회원들의 이해관계에 따라서만 운영되어서는 다양한 시장참여자들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KRX의 기업공개와 관련해 가장 큰 장애요인은 상장 차익금의 처리 문제다.
KRX는 현재 자본금의 13배에 해당하는 1조3천억원의 막대한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은 거래소가 독점적 지위를 누린 데서 얻은 이득으로 만들어졌다는 데 있다.
KRX 측도 이런 비판을 의식해 1200~1800억원 규모의 공익재단을 설립하는 방식으로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계획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기존 주주들의 반발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KRX 상장에 대한 재경부의 미묘한 시각차도 나타나고 있다.
임승태 심의관은 “KRX에서 IPO(기업공개)를 열심히 추진하고 있지만 IPO를 위한 IPO가 되어서는 곤란하다”며 “통합 시너지가 먼저 분명하게 확인되어야 한다”고 했다.
거래소 통합 이후 1년밖에 안 됐는데 무리하게 서둘러 상장을 추진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다.
기업공개 이후 다양한 수익창출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과제다.
영리기업으로 완전히 변신하는 만큼 그에 걸맞은 수익원을 개발해 내야 한다.
정보 판매사업, IT 시스템 수출 등이 유력한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장승규 기자 skjang@econ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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