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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소 기업공개는 금융시장 발전에 긍정적”
거래소 기업공개는 금융시장 발전에 긍정적”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6.01.2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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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에릭 OMX 부회장 유럽에서는 지난 2000년 이후 주요 거래소 간에 치열한 인수합병전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호주의 맥쿼리은행이 런던증권거래소(LSE)를 15억파운드(3조원)에 사겠다는 제안을 내놓아 또 한번 파란이 일었다.
독일거래소와 유로넥스트, 스웨덴의 OMX도 LSE의 인수를 강력하게 희망하고 있다.
지난 1월18일 연합인포맥스 주최로 열린 국제 심포지엄에 참석하게 위해 방한한 폴 에릭 OMX 부회장을 만나 유럽의 거래소 통합 움직임에 대해 들어봤다.
1984년에 설립된 OMX는 스톡홀름증권거래소(스웨덴)를 비롯해, 코펜하겐증권거래소(덴마크), 헬싱키증권거래소(핀란드), 탈린증권거래소(에스토니아), 리가증권거래소(라트비아), 빌니우스증권거래소(리투아니아) 등 무려 6개의 거래소를 소유, 경영하고 있는 매우 특이한 기업이다.
OMX는 거래소 운영 시스템분야에서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현재 세계 26개 거래소가 OMX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선물거래소도 그 가운데 하나이다.
스웨덴의 발렌베리 가문이 OMX의 대주주로 있다.
- 여러 개의 거래소를 소유하게 된 이유는? = 첫 단계는 거래소 간의 거래 시스템 공유에서 출발했다.
97년에 코펜하겐증권거래소는 낡은 전자거래 시스템의 교체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규모가 작은 거래소가 독자적으로 거래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은 아주 비용이 많이 드는 일이다.
그래서 파트너를 찾기 위해 북유럽의 다른 거래소들과 논의를 시작했고, 스톡홀름증권거래소와 코펜하겐증권거래소가 노렉스(NOREX)라는 제휴 체제를 만들기로 합의했다.
가장 큰 원칙은 거래 시스템을 공유하는 것이었다.
99년 스톡홀름증권거래소가 새로운 시스템 개발을 마쳤으며, 두 거래소가 이를 함께 쓰게 되었다.
서로 다른 나라의 거래소가 하나의 거래시스템을 함께 쓰게 된 최초의 사례였다.
코펜하겐증권거래소는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한 후 1년 만에 회원 수가 50%가량 증가했다.
새로운 외국 금융회사들이 회원으로 대거 가입한 것이다.
그만큼 덴마크 주식의 유동성이 커졌으며, 거래소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
이후 작은 거래소들이 점점 살아남기 어렵게 된다는 것은 분명해졌다.
스톡홀름증권거래소를 인수한 OMX가 여러 나라의 거래소들을 합병하기 시작했고, 지난해 코헨하겐증권거래소까지 합병했다.
- 지난 2000년 OMX가 LSE의 적대적 인수합병을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최근의 인수합병 움직임은 어떤가?
= 추가적인 인수합병에 대한 루머들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LSE를 누가 가져갈 것인가, 독일거래소와 유로넥스트의 합병이라는 충격적인 사건이 과연 현실화될 것인가가 최대 관심사다.
LSE 인수에 독일거래소와 유로넥스트 모두 관심을 갖고 있지만 아직 뚜렷한 움직임은 없다.
청산, 결제 관련 규정 문제가 걸려 있어서 합병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지난해 호주 맥쿼리은행이 LSE에 인수제안을 한 것도 큰 이슈다.
맥쿼리은행이 15억 파운드를 제시했고, 주주들의 반응을 기다리고 있는 단계다.
하지만 실제로 LSE가 맥쿼리로 넘어갈지는 의문이다.
격에 맞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 LSE가 인수합병의 중심이 된 이유는? = 런던은 유럽의 금융센터다.
LSE는 세계적으로 가장 큰 주식시장 중의 하나이며, 많은 금융회사들이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LSE를 합병하면 그것들을 모두 차지할 수 있다.
LSE가 운영하는 중소형기업을 위한 대체시장인 AIM도 러시아, 중국, 인도 등 많은 외국 기업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LSE는 주식현물에 비해 파생상품 쪽에 약점을 갖고 있다.
맥쿼리의 인수논리 가운데 하나도 바로 그것이다.
자신들이 파생상품 분야의 약점을 메워줄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거래소와 유로넥스트도 파생 쪽에 강점을 갖고 있다.
독일거래소는 세계 1위 파생상품거래소인 유렉스를 자회사로 갖고 있고, 유로넥스트도 상당히 크다.
이들에게 LSE 인수는 상당히 이상적인 모델이다.
- 거래소 간 인수합병이 이루어지는 원인은 뭔가? = 가장 큰 원인은 경쟁이다.
거래소들 간에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유럽연합의 기본적인 정책 방향도 경쟁을 촉진하는 데 맞추어져 있다.
다른 지역에서는 여전히 하나의 거래소에 독점권을 주고 외국과의 합병도 막고 있다.
하지만 변화는 불가피하다.
세계화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세계화는 독자성을 허용하지 않는다.
시스템과 규제의 틀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지 않는다면 외국 금융회사와 투자자들은 그 시장에 오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기업들은 더 비싼 자본을 쓰게 되고, 투자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상품도 줄어들 것이다.
- 거래소가 사적 기업이 되면 공공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나? = 많은 거래소가 주식회사로 전환하고 기업공개를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거래소의 상업적 결정이 시장감시나 규제 기능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따로 떼어내자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기업공개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걸 뜻하지는 않는다.
기업공개는 보다 효율성이 높아지고, 좀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에게 귀를 기울이게 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훨신 크다.
거래소의 이해관계자는 더 이상 과거처럼 회원들에 한정되지 않는다.
회원들뿐만 아니라 주주와 사회, 규제당국, 정부도 이해관계에 포함된다.
그만큼 책임성이 커지고 균형을 잡아 나갈 수 있다.
실증적인 자료를 갖고 있지는 않지만 기업공개가 금융 시장의 발전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온다고 생각한다.
- 거래소의 주주가 된 헤지펀드들의 압력 때문에 독일거래소의 경영진들이 사임했다고 들었는데. = 지난 2005년 봄, 헤지펀드들이 독일거래소의 CEO와 회장을 물러나게 한 건 사실이다.
일종의 주주 반란이라고 할 수 있다.
부정적이냐 긍정적이냐라는 평가를 떠나 이 사건이 보여준 것은 이제 주주들이 힘을 갖게 됐다는 것이다.
- 거래소 간 합병이 아시아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보나? = 아시아 지역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여러 가지 조건이 갖추어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유럽의 경우는 지역 통합의 과정에 있었기 때문에 합병에 훨씬 유리한 조건이었다.
유럽연합이라는 하나의 규제당국을 갖고 있기도 했다.
한국증권선물거래소를 비롯해 여러 곳이 기업공개를 추진하고 있는데, 이것이 합병으로까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여러 거래소가 같은 거래 시스템을 사용해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라면 합병만이 유일한 해법은 아니다.
노렉스 같은 형태의 제휴관계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똑같은 이득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합병보다는 협력이 주된 트렌드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 한국이 동북아 금융허브가 되려면 어떤 것이 필요한가? = 허브가 되려면 효율성을 갖춰야 하며, 규제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아야 한다.
이는 한국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효율적인 시스템과,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규제, 다양한 상품, 해외 금융회사와 투자자들의 참여는 어느 나라든 허브가 되련 반드시 갖춰야 할 전제조건이다.
장승규 기자 skjang@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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