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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윤종훈 시민경제사회연구소 기획위원
[이슈인터뷰]윤종훈 시민경제사회연구소 기획위원
  • 이코노미21
  • 승인 2006.02.13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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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아마추어적 접근이 반발 부른 것 “세금 논쟁에서 오히려 희망을 본다” - 최근의 세금 논란에 대해 어떻게 보나. = 세금은 상당히 민감한 부분이다.
교통신호를 2명이 위반했는데, 1명만 잡으면 잘못했다는 반성보다 억울하다는 생각이 먼저든다.
세금문제도 마찬가지다.
기본적으로 ‘왜 나만 갖고 그러냐’는 심리가 작용하게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세금을 올린다면, 순서와 방향이 아주 중요하다.
전체적인 큰 그림을 먼저 제시해주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는 방식이 되어야 한다.
다른 사람이 억울하지 않을 정도로 자영업자 탈루문제도 다잡는 방안을 내놓아야 했다.
그런데 정부가 하는 걸 보면 완전히 거꾸로다.
소수자 추가공제 같은, 어떻게 보면 가장 주변부에 있는 문제를 하나씩 던져 여론을 자극하며 세금논쟁을 이상한 쪽으로 끌고갔다.
정말 조세개혁을 하자는 건지 의문이 들 정도다.
노 대통령은 분명히 큰 패러다임을 이야기했다고 본다.
그런데 재경부에서 이걸 제대로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아마추어적인 접근으로 본질적인 문제들은 사장되고, 소수자공제자 추가공제 등이 핵심적인 문제처럼 돼버렸다.
이게 가장 큰 문제다.
정부가 개별적인 접근은 하지만, 총체적인 비전을 제시할 능력은 없는 것 같다.
- 현재 상황에서 세금 논쟁이 갖는 의미는 뭔가. = 세금 논쟁은 단지 세금을 더 낼 것이냐 말 것이냐의 싸움이 아니다.
세금은 어디까지나 수단에 불과하다.
세금은 그저 걷기 위해서 걷는 것이 아니라, 쓰기 위해 걷는 것이다.
세금을 어떻게 걷어, 어디에 얼마나 쓸 것이냐는 결국 국가의 정체성에 관련된 문제다.
세금논쟁이 본격화되면 기존의 정치구도, 세력구도는 완전히 재편될 것이다.
이를테면 국가보안법을 폐지하자는 구호 아래 모였던 사람들이 세금논쟁에서 입장이 갈라질 것이다.
진정한 의미에서 국가의 미래를 둔 싸움이 이제 시작된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열린우리당의 세력분화도 불가피하다.
열린우리당 내 상당수는 지금 추진되는 조세개혁안을 받아들일 수 없는 사람들이다.
- 소득수준을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의 조세부담율도 결코 낮은 게 아니라는 하는데. = 미국이나 일본은 국민소득 1만달러일 때나, 지금이나 조세부담율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또 유럽에서는 1만달러일 때도 지금처럼 40%, 50% 세금을 거둔 곳도 있다.
단순하게 소득수준으로 비교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중요한 건 그 나라가 지향하는 바가 무었이냐에 있다.
양극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고, 복지는 당장 죽기 직적인 극소수에게 제한적으로만 해주면 된다는 영미식 자본주의 모델을 받아들이고, 그런 사회를 지향한다면 그렇게 가야 한다.
이제는 우리사회의 지향점을 놓고 솔직하게 논쟁을 시작할 때가 됐다.
-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오히려 세금을 더 내려야 하지 않나. = 감세를 주장하는 쪽에서 80년대 미국의 사례를 많이 드는데, 거기에는 심각한 왜곡이있다.
레이건의 감세를 통한 경제 살리기는 미국 경제를 완전히 코너로 몰아넣는 결과를 가져왔을뿐이다.
레이건정권 자신은 감세 구호로 엄청난 정치적 호황을 누렸지만, 미국 경제는 80년대 10년 동안 경제 암흑기를 맞았다.
감세로 세금을 깎아주면 그만큼 재정지출도 줄여야 한다.
하지만 재정지출 삭감은 세금을 올리는 것만큼 저항이 심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했다.
게다가 레이건정권 때 국방비를 엄청나게 지출했다.
세금은 줄고 재정지출은 늘어나니까 당연히 재정적자가 쌓일 수밖에 없다.
국채를 발행해 그걸 메꾸다보면, 돈이 귀해져 민간 투자는 안 되고 이자만 올라간다.
그러니 경제가 어려워진다.
이건 전문가들은 다 아는 사실이다.
이런 악영향들은 살짝 빼놓고 감세 부분만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감세를 하면 가처분 소득이 늘고, 그만큼 투자가 늘어날 거라고 하는데, 가상적인 소설일 뿐이다.
- ‘국가재정개혁 프로젝트’를 추진하게 된 배경은? = 소위 진보를 자체하는 분들이 각각의 분야에서 자기 주장은 잘하지만, 스웨덴의 ‘랜-마이드너 모델’처럼 총체적인 차원의 대안을 내놓지는 못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주장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도 나온다.
노동운동 진영의 경우, 노동자를 위한 실업급여, 실업부조를 이야기하면서도 자기 산업 분야에 대해서는 세금을 깎아달라고 한다.
남한테 세금을 걷는 것은 좋지만, 자기 분야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건 자기한테 손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진보를 받아들이겠다는 또 다른 이기주의지 진보는 아니다.
총체적인 비전에 대한 인식 기반이 없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진다.
각자 자기 분야에서 자기가 유리한 주장만 하고 있다.
또 하나는 복지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다.
어려운 사람 도와주자는 감정적인 차원의 복지는, 착하게 살자는 것만큼 너무 당연한 이야기다.
거기에 반대할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걸 위해 지갑을 열어 돈을 내겠느냐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복지가 단순히 돈을 써서 버리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성장동력으로 연결된다는 걸 분명하게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세계에서 세금이 가장 높은 스웨덴과 핀란드가 국가경쟁력 조사에서 항상 1위와 3위를 차지하곤 한다.
어떻게 이게 가능한가. 감세론자들 주장대로라면 스웨덴이나 핀란드는 진작 망했어야 한다.
이들이 못보는 부분이 있는 것이다.
바로 사람에 대한 투자다.
세금논쟁의 초점은 ‘증세냐, 감세냐’가 아니라 ‘사람이냐, 자본이냐’로 바뀌어야 한다.
산업과 건설투자 위주인 정부예산 구조도 사람 중심의 재정 지출로 가야 한다.
- 세금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하지 않나. = 지난해에 스웨덴을 방문했는데 세금에 대한 인식이 확실히 다르더라. 스웨덴은 평균적으로 소득의 51%를 세금으로 낸다.
평균이 그 정도지 많이 버는 사람들은 그보다 훨씬 더 낸다.
세금 많이 내는 게 억울하지 않냐고 물었더니, 어깨가 넒은 사람이 짐을 더 많이 지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고 하더라.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세금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그건 역사적 경험의 산물이다.
세금은 조선시대에는 탐관오리의 배를 채우는 수단이었고, 일제시대 때는 식민지 제국주의자들의 수탈의 도구였다.
해방 이후에는 또 어떤가. 독재정권들은 서민들에게 세금을 거둬 대기업 키우는 데 썼다.
저리로 융자해주고, 공짜로 길을 닦어줬다.
그러다 망하면 세금으로 또 메워줬다.
세금을 내서 나한테 혜택으로 돌아온다고 느껴본 적이 없는 것이다.
10년 전 상속세 공청회를 개최했는데, 해방 후 첫 번째 민간주도 공청회라고 하더라. 그만큼 국민들이 세금에 대해 관심이 없다.
하지만 불과 10년 만에 엄청난 변화가 있었다.
처음에는 재벌들의 변칙 증여에 대한 분노, 탈세에 대한 증오감이라는 형태로 표현됐고, 최근에는 세금이 가장 큰 화두가 되고 있지 않나. 이런 엄청난 변화들에서 희망을 본다.
세금을 깎아준다고 하면 부조건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맥만 제대로 짚어주면 국민들도 이제는 현명한 판단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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