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8 23:01 (목)
[푸뚜앙떼리요르]유치하고 한심한, 그래도 참신한 경제학?
[푸뚜앙떼리요르]유치하고 한심한, 그래도 참신한 경제학?
  • 임현우 경영컨설턴트
  • 승인 2006.02.1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누군가가 대화 중에 “20세기 미술가들 중에서는 피카소가 단연 최고라고 할 수 있지, 마티스와 뒤샹도 위대하기는 하지만, 피카소를 따라갈 수는 없어”라고 한다면, 현대미술에 대해 특별한 지식이 없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문가적 식견을 기대하고 그러한 판단의 근거를 경청하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이 평가는 시카고대학의 경제학자 데이빗 갤런슨(David Galenson)이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미술가들>이라는 전미경제연구국(National Bureau of Economic Research) 논문에서 주장한 것이다.
미술평론가도 아니고 미술사학자도 아닌 경제학자가 도대체 어떤 근거로 이런 주장을 했을까? 갤런슨은 저명한 미술 교과서 서른세 권을 넘기면서, 소개된 그림을 하나하나 세어보았다.
피카소의 그림이 395번 등장했는데, 이는 두 번째로 많이 등장한 마티스의 183번에 비해 두 배 이상이니, 피카소는 단연 위대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계속해서 뒤샹(122), 몬드리안(114)을 거쳐 로쓰코(52)까지 총 열다섯 명의 위대한 미술가들의 목록을 제시했다.
아마도 큰 기대를 하고 귀를 기울인 여러분들은 허탈하다는 느낌이 들 것이다.
“겨우 그거야? 그러니까 교과서를 막 넘기면서 세어봤다.
그래서 피카소가 마티스보다 더 위대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며칠 전 친구들과의 모임에서 이 논문의 내용을 소개하며 정말 흥미롭다는 얘기를 했을 때 주변에서 보인 반응이 그랬다.
경제학을 하는 인간들 참 유치하고 한심하다는 시선과 함께. 갤런슨이 이들 미술가들의 혁신적인 작품활동에 대한 미학적 분석을 통해 위대하다고 결론을 내린 것은 아니다.
갤런슨의 방법은 멋대가리 없어 보이지만 참신하다: “표준으로 자리 잡은 미술 교과서를 집필한 필자들은 미술전문가들이다.
이들은 위대한 작품을 교과서에서 소개할 것이다.
물론 필자마다 교과서마다 그 판단은 어느 정도 다를 것이다.
하지만 폭넓게 중요한 미술교과서를 망라하면, 각각의 전문가들의 특이한 판단이 아닌 미술전문가 집단의 컨센서스를 파악할 수 있다” 물론 경제학자의 이런 방법보다는 피카소나 마티스의 색과 조형미에 대한 시적인 묘사가, 파티장에서는 훨씬 더 주목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이 위대한 화가들에 대한 경제학자의 순위표는 다소 속물적인 인상을 줄지는 모르겠으나, 참으로 반박하기 어려운 무게를 갖고 있다.
미술교과서에 등장한 작품의 빈도를 통해 전문가들의 위대한 미술가들에 대한 평가를 읽을 수 있다면, 인터넷의 홈페이지에 등장한 미술품의 이미지 파일들을 통해, 미술가들의 인기도를 읽을 수도 있지 않을까? 탁월한 알고리듬으로 검색분야의 최고 사이트가 된 구글을 이용하면 근사값을 알 수 있다.
갤런슨의 리스트를 구글 이미지 검색에 입력해봤다.
그 결과는 전문가들의 판단과 아주 유사했다.
구글은 인터넷에서 13만8천건의 Pablo Picasso라는 파일명을 갖는 이미지를 찾아냈는데 이는 Andy Warhol(2위, 5만4200건), Henri Matisse(3위, 2만2800건)를 한참 앞서는 것이었다.
다른 열네 명의 미술가들의 작품 전체와 거의 맞먹는 숫자였다.
[전 세계적인 홈페이지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알파벳 문자를 입력하였고, Jaesper Johns 등과 같이 라스트 네임(last name)만으로 하면 지나친 왜곡이 발생하여 풀 네임(full name)으로 검색을 했다.
] 피카소야말로 전문가들의 판단으로도, 대중들의 인기로도 단연 20세기 최고라고 할 만하다.
지금 그 피카소를 접할 전시회가 분당의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다.
데이터에 대한 강박이 있는 독자여러분, 분당에서 만나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