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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의류 시장의 ‘국민 브랜드’는 내 차지!”
[비즈니스]“의류 시장의 ‘국민 브랜드’는 내 차지!”
  • 조수영 기자
  • 승인 2006.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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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다노·베이직하우스 중심 치열한 경쟁 구도 …한류 열풍 속 아시아 대표브랜드 성장 디딤돌 노려 ‘한국의 갭(GAP)’, ‘한국의 자라(ZARA)’가 탄생할까? 그 주인공은 누가 될까? 미국의 갭(GAP), 일본의 유니클로(UNIQLO), 스페인의 자라(ZARA), 영국의 H&M. 각 나라를 대표하는 ‘국민브랜드’라 할 만한 의류업체들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곧바로 떠오르는 답이 없는 지금, 볼륨캐주얼 시장은 ‘국민브랜드’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업계들의 움직임으로 숨가쁘다.
볼륨캐주얼은 편안한 기본 스타일의 ‘이지캐주얼’에 트렌드를 반영하는 ‘감성캐주얼’이 더해진 개념의 캐주얼 의류 분야로, 현재 의류시장의 3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 시장이야말로‘국민의류 브랜드’, 즉 다양한 세대와 계층이 입을 수 있는 옷이 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조건을 가진 분야이기에 국민브랜드 자리를 둘러싼 업계간의 경쟁도 그만큼 치열한 편이다.
경쟁 치열해져 독보적 지위 유지 힘들어 현재 국내 볼륨캐주얼 시장은 수많은 브랜드가 부침을 거듭하면서 지오다노, 베이직하우스가 선두를 다투고 있는 양상이다.
90년대의 국민브랜드라 불릴 만했던 지오다노가 베이직하우스, 뱅뱅 등 후발주자들의 추격에 예전만큼의 위력을 발휘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의류업계의 공통된 시선이다.
브랜드 인지도와 이미지에서는 아직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2005년 총 매출액에서는 베이직하우스에 다소 밀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지오다노의 한준석 대표는 “80년대에는 당시 재래시장 중심이었던 의류소매시장을 지상경제로 끌어올린 이랜드가 있고, 90년대에는 ‘저가는 질이 떨어진다’는 통념을 깨며 합리적인 가치를 가진 옷을 소개한 지오다노가 있었지만 2000년대 들어서는 시장의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이렇다 할 브랜드가 없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90년대 지오다노의 성공 이후, 캐주얼 시장에 진출하는 업체가 급증하면서 경쟁이 치열해진데다가, IMF를 겪으며 시장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파이를 나누다 보니 독보적인 브랜드의 등장이 어려워졌다는 얘기다.
일부에서는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가 없는 상황을 시장의 특수성에서 찾기도 한다.
(주)더 베이직하우스의 최순일 이사는 “한국 소비자들은 세계 어느 곳보다 트렌드 수용도가 빠르다”면서 “한국 시장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코어상품을 관리하면서 장기간 메가트렌드를 움직일 수 있는 브랜드가 운영되기 어려운 마켓구조”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한국 시장에서의 대표 브랜드 자리는 업계들로서는 매력적인 자리임이 분명하다.
수익도 수익이지만 지금의 한류 붐을 타고 아시아 대표 브랜드가 될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메가트렌드를 반영하는 감각과 질 좋은 옷을 만드는 기술력은 한국을 따라올 아시아 국가가 없다”고 강조하는 최 이사는 한국 시장을 장악하면 아시아 시장을 대표하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자신했다.
문화상품인 패션의 특성상 일본이 아무리 기술력을 갖추고 있다 하더라도 아시아 전체가 공유하는 역사적인 기억으로 인해 대표 브랜드가 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국민브랜드가 되기 위한 조건으로 머천다이징과 브랜드이미지를 꼽는다.
다양한 세대와 계층이 원하는 상품을 제공하면서 동시에 소비자가 좋아하는 이미지를 가져야 한다는 얘기다.
따라서 기본적인 상품에 시의성 갖춘 트렌드를 제시하는 것이 볼륨캐주얼 업체의 과제다.
베이직하우스의 최 이사는 “연령이 아닌 취향에 의한 타게팅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베이직하우스는 남성, 여성, 유니섹스, 데님, 스포츠, 젊은층을 겨냥한 각각의 서브라인을 갖고 H&M, 자라, 망고, 톱숍(TOP SHOP) 등의 장점을 재해석해 적용하는 전략을 사용하고 있다.
또 가수 인순이를 모델로 기용해 ‘세대공감’의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웠다.
여러 세대를 아우르는 국민가수 인순이의 이미지를 통해 국민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이다.
여기에는 편견이 심한 한국사회에서 혼혈이라는 단점을 딛고 왕성하게 활동하는 인순이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이용하겠다는 의도도 담겨 있다.
이에 반해 지오다노는 빅스타 전략을 고수하며 전통적으로 강세를 유지해 온 유니섹스 라인의 인기를 재점화할 계획이다.
<왕의 남자> 신드롬의 주인공 이준기와 이효리, 장동건을 내세워 고급스럽고 트렌디한 이미지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8월에는 여성전용라인을 런칭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일부 대기업, 갭·자라 정식 수입 추진도 변수 하지만 시장에 대한 충분한 고려가 없는 사업 확장은 금물이다.
‘마루’의 경우 2004년 말 브랜드숍 열풍에 편승해 의욕적으로 마루코스메틱을 런칭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말 국내 시장에서 소리소문 없이 코스메틱 사업을 철수하고, 지금은 대만, 러시아 등의 해외에서만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지오다노의 한준석 대표는 중년층을 위한 상품개발과 관련해 지오다노 브랜드로는 한계가 있다며 선을 그었다.
(주)더 베이직하우스의 최순일 이사는 소품류 도입에 대해 “영국의 대표 브랜드 H&M, 톱숍의 소품류는 굉장히 훌륭하지만 한국 실정에는 맞지 않다고 본다”며 계획이 없음을 시사했다.
한편, 대기업을 중심으로 갭, 자라의 정식 수입을 위한 움직임이 분주해져 시장 판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두 브랜드의 한국 시장 진입을 기정사실로 보고 있다.
따라서 지금 확고하게 자리매김을 하지 않으면 글로벌 브랜드의 진입 이후 생존을 위협받을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도 최근 부쩍 분주해진 움직임의 밑바탕에 깔려 있다.
‘변덕이 심한’데다 가격에 품질까지 요구하는 까다로운 한국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출 수 있는 국민브랜드의 탄생이 과연 가능할까? 올해 상반기는 그 성패를 가늠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조수영 기자 zsyoung@economy21.co.kr
한준석 지오다노 대표

▲ 조수영 기자

- 지오다노의 위세가 예전 같지 않다는 목소리가 많다.
95년 한국 시장에 등장하면서 제시한 ‘합리적인 가격에 괜찮은 품질을 가진 옷’이라는 패션 패러다임이 IMF 이후 큰 반향을 얻으며 90년대 국민브랜드가 됐다.
이후 많은 브랜드가 지오다노를 벤치마킹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
2000년 들어 지오다노의 영향력이 예전보다 약해진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에겐 고객들이 좋아하는 상품을 기획하는 능력, 긍정적인 브랜드 이미지, 장기적 전망이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업계의 리더임이 분명하다.
다만 과거의 우세를 지키지 못하면서 후발업체와의 격차가 줄어들었다.
우위 회복을 위해 내부의 오류를 수정하고 있는 중이다.
- 지오다노만의 색깔이 없다는 것도 문제 아닌가. 90년대엔 폴로, 2000년대에 들어서는 갭과 비슷하다는 비판이 많은데. 의류 디자인은 특허권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쉽게 비슷해질 수밖에 없는 분야다.
동대문에도 이틀 만에 다 깔리지 않나. 지오다노의 디자인은 유명 브랜드의 좋은 디자인을 국내 소비자에게 맞게 수정하고 재창조하는 작업의 결과다.
유명 브랜드와 ‘비슷하다’는 것은 문제되지 않으며 부끄러운 게 아니다.
폴로, 갭과 비슷하다고 해서 그들과 똑같지는 않다.
갭도 톱 디자이너의 디자인을 변형해 자기 고객들에 맞게 바꾸는 것이다.
이런 것이 디자인이 아니라면 의류의 99%는 디자인이라고 볼 수 없다.
- 몇 년째 빅스타 모델 전략을 사용하는데, 광고에만 투자한다는 비판도 있다.
빅스타를 기용하는 것은 고객들이 원하기 때문이다.
고객들이 상품을 구매하는 것은 제품 자체만 보는 것이 아니라 환경과 이미지에도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도 브랜드 이미지에 신경 쓰지 말고 상품에만 신경 쓰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또 매출 대비 광고비의 비율이 절대 크지 않다.
그런 비판은 광고를 효과적으로 집행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한다.
- 지오다노가 생각하는 국민브랜드의 조건은 무엇인가. 그리고 어떤 점에서 지오다노가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나. ‘패션 산업을 혁신할 수 있는 리더십’과 ‘장기간 생존을 위한 능력’(long-term survival ability)이다.
누군가를 따라해서는 안 된다.
지오다노는 90년대 패션 패러다임을 이끈 전력이 있고 앞으로 패션계를 이끌어갈 전망도 있다.
지오다노는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성공한 것이 아니다.
하지만 잘 훈련된 머천다이징과 효율적인 재고관리 시스템이 있다.
재고를 지배하는 자가 국민브랜드가 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캐주얼 분야에만 적용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또다른 패션 카테고리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8월에 여성 라인을 런칭하고 남성, 초저가 캐주얼라인도 계획 중이다.
- 갭의 정식 수입설이 끊임없이 나온다.
갭의 한국 진출은 위협이 되지 않을까. 피팅룸을 늘리고 자유롭게 입어볼 수 있는 분위기 등을 보면 갭을 모델로 한다는 느낌인데.
갭은 절대 우리의 모델이 아니다.
달라진 매장 분위기는 최근의 소매업계 경향을 반영한 것일 뿐이다.
최근 소매업계에서는 매장에서의 ‘경험’을 중요하게 관리한다.
매장의 음악, 냄새, 피팅룸에서의 화려한 느낌, 모델 사진, 사원들의 태도까지도 고객에게는 ‘경험’이 되므로 관리하는 것이다.
매장 리뉴얼은 세계의 선진 트렌드를 도입해 한국 패션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이다.
갭의 진출을 큰 위협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글로벌 브랜드의 경우 자유로운 상품개발에 한계가 있어서 국내 시장에서는 현지화에 어려움이 있다.
또 유통방식도 갭은 메가스토어 개념이라 우리와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재고관리, 머천다이징 시스템이 없는 대다수의 브랜드들에는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본다.
안성수 유니클로 대표

▲ 박미향 기자

- 한국 시장에 진출한 지 이제 반 년 인데, 그간의 성과를 평가한다면. 성공적이라고 본다.
매출과 고객신뢰도에서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다.
진출 초기에는 기본 디자인 중심인 유니클로의 특성상, 트렌드를 잡기 어렵지 않을까 우려한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지금 내부적으로는 지난 반 년 동안 고객의 인지도와 신뢰도가 상당히 올라갔다고 평가하고 있다.
- 일본의 국민브랜드인데, 한국 시장에서의 파괴력은 기대 이하라는 평가도 많다.
보기에 따라 다르다고 본다.
일본 시장이 워낙 크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기대가 큰 것으로 보는데, 사실 한국 매장의 매출이 일본 내에서도 상위에 랭크될 정도였다.
고객의 반응이나 상품 호응도는 성공적이라고 본다.
매출 면에서 더 크게 올리지 못한 것은 한국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 상품 수급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의 매출은 일본에서도 놀라는 수준이다.
- 한국 시장에서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한국 시장에 맞게 현지화한 부분이 있나. 한국 고객의 니즈(needs)를 맞추기가 힘들었다.
오픈하면서 베이직 디자인이라도 적정가격과 품질이면 받아들여질 것으로 보았는데 트렌드에 대한 요구도 상당하다.
지금은 전 품목이 일본 본사의 주력상품 중심이다.
하지만 앞으로 키즈, 이너웨어 등 신상품을 추가할 계획이다.
그리고 한국에서 시장이 일정수준 확보되면 자체 디자이너를 두고 한국만을 위한 상품을 개발할 것이다.
- 갭이나 자라가 진출한다면 큰 위협이 되지 않을까. 대형 브랜드가 들어오면 오히려 플러스 요인이 더 많을 것으로 본다.
관심도가 경쟁브랜드로 확장되면서 가격과 상품 경쟁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유사한 브랜드들이 하나의 상품군을 형성해 브랜드 문화가 생기면 고객의 즐거움도 커지지 않겠나. 일본의 경우 갭이 큰 파괴력을 갖지 못했다.
10대에서 30대로 타깃이 집약화된 갭에 비해 유니클로는 50대까지 구매고객 범위가 넓기 때문에 경쟁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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