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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슈퍼 CFO 시대’에서 어떻게 살아남을까
[비즈니스]‘슈퍼 CFO 시대’에서 어떻게 살아남을까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6.02.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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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M, ‘글로벌 CFO 서베이’공개…새로운 CFO 역할 모델 따라잡아야
▲ 자료 IBM 글로벌 CFO 스터디 응답률,총 응답수=870
국내에서도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 CEO가 늘어나고 있다.
특히 삼성그룹 등 대기업에서 이런 현상은 더욱 뚜렷하다.
이제 CFO는 결산과 거래처리 업무를 전담하던 전통적인 ‘경리팀장’, ‘재무팀장’의 역할에서 벗어나 기업 성장전략, 인수합병(M&A) 전략을 주도하는 ‘준(準) CEO’로 대접받고 있다.
이처럼 CFO의 역할이 확대되면서 미국에서는 ‘슈퍼 CFO’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지난 2월14일 공개된 IBM의 ‘글로벌 CFO 서베이’는 이러한 변화의 방향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IBM이 지난해 말 세계 889명의 CFO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재무 조직의 최우선 분야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69%가 경영성과 측정·모니터링, 즉 성과 관리를 꼽았다.
그러나 성장관리(타부서와의 협력을 통한 성장전략 수립·수행 61%, 지속적인 프로세스 개선·비즈니스 개선 61%)와 리스크 관리(내부 통제의 강화 59%, 법·규제 요건 준수 57%)의 응답 비율도 절반을 넘어섰다.
이는 대부분의 CFO들이 전통적인 재무영역으로 분류되는 성과 관리뿐만 아니라 성장 관리와 리스크 관리의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는 데 높은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김영호 한국IBM 부사장은 “미국의 엔론사태와 우리나라의 대우그룹 사태 이후 회계 관련 규제가 대폭 강화되면서 한때 성과 관리에 더해 리스크 관리 업무의 중요성이 강조됐다”며 “하지만 이제는 CFO가 기업성장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강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성장 관리·리스크 관리 비중 높아져 또 다른 설문 항목은 전표처리 같은 회계 관련 단순업무의 비중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재무조직의 전체 업무량 가운데 거래처리 활동의 비율은 1999년 60%를 차지했으나, 2003년에는 50%로 줄었으며, 이번 조사에서는 47%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더 주목을 끄는 것은 앞으로의 전망이다.
설문에 응한 CFO들은 향후 3년 후 거래처리 활동의 비중은 34%로 더욱 낮아질 것으로 예측했다.
이는 단순히 회계처리를 총괄한다는 의미의 CFO는 사실상 사라질 것임을 말해준다.
▲ 자료 IBM 글로벌 CFO 스터디 응답률,총 응답수=248
이러한 변화를 가져온 가장 큰 요인은 정보기술(IT)의 발전이다.
효율적인 재무관리 시스템이 ‘잡무’의 부담을 대폭 덜어준 것이다.
심규태 CFO스쿨 대표는 “과거에는 며칠밤을 꼬박 월말 결산을 해내는 일을 무용담처럼 이야기했지만, 이제는 넌센스”라며 “통합된 재무정보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훨씬 중요해졌다”고 말한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전사 프로세스혁신(PI)·전사적자원관리(ERP) 시스템 구축이 경영혁신의 핵심으로 자리잡으면서 빠른 속도로 추진돼왔다.
김 부사장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PI·ERP시대가 우리나라에서는 사실상 막을 내렸다”며 “세계적으로도 가장 빠른 흐름”이라고 말한다.
김 부사장은 ‘포스트 PI·ERP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바로 나무를 보는 데서 벗어나 이제는 숲을 봐야 한다는 의미다.
CFO 역할의 변화는 금융시장의 발달과도 관련돼 있다.
심규태 대표는 “단순한 신규사업 진출뿐 아니라, 이제는 CFO가 적시적기에 M&A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며 “투자와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는 기업 성장의 필수조건”이라고 말한다.
또한 이제 기업은 주가로 대표되는 기업가치로 금융시장에서 평가받는다.
심 대표는 “똑같은 매출 1천억원 기업이라도 시가총액에서는 엄청난 차이가 날 수 있다”며 “이에 맞춰 기업재무의 틀도 바뀌고 있다”고 말한다.
이런 인식에서는 김 부사장도 마찬가지다.
그는 “고객 중심의 다품종 소량생산 시대가 되면서 기존의 재무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며 “인위적으로 설정된 회계기간에 어느 정도의 이익을 남겼느냐보다 고객들에게 얼마나 가치를 주었으냐가 중요하며, 그건 결국 주가로 나타나게 된다”고 말한다.
그러한 포괄적인 의미의 기업가치를 제대로 측정하고 관리하지 못하면 더 이상 성장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는 중견·중소기업에 비해 자본시장에서의 기업가치가 중요한 대기업군에서 CFO 출신들이 중용되는 데서도 확인된다.
경영자적 마인드 갖는 일 시급해 하지만 이러한 CFO의 역할 강화는 기업의 재무 담당자들에게는 적지 않은 고민을 던져주기도 한다.
수십 년 동안 쌓아온 실무경험이 더 이상 쓸모없어졌으며, 보다 높아진 CFO의 역할모델을 따라잡기 위해서는 완전히 새로운 지식을 습득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또한 숫자를 중시하는 보수적인 마인드를 경영자적 마인드로 바꾸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CFO대상 전문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심 대표는 “40대 초반의 국내파 재무담당자들의 경우 특히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한다.
심 대표는 ‘슈퍼 CFO’가 되기 위해서는 국제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국내기업 CFO는 정통 재무회계 출신과 외부에서 영입된 전문가 등 두 부류로 나누어진다.
일반적으로 전자의 경우 탄탄한 실무 경험이 강점인 반면, 후자는 전략과 협상,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한다.
심 대표는 “미래의 CFO는 이 둘의 강점을 모두 갖춘 형태가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장승규 기자 skjang@economy21.co.kr
“미래의 CFO는 Chief Focus Officer”

▲ 김영호 한국IBM 부사장

IBM이 ‘글로벌 CFO 서베이’를 실시한 것은 지난 2003년 말에 이어 두 번째이다.
지난해 말에 실시된 설문조사에는 20명의 국내기업 CFO도 참여했다.
김영호(55) 한국IBM BCS 부사장은 “이번 조사에서 ‘성장을 주도하는 CFO’라는 새로운 트렌드가 분명하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IBM BCS(비즈니스 컨설팅 서비스)는 지난 2002년 IBM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컨설팅(PwCC)을 인수해 만든 조직이다.
삼일회계법인, KPMG를 거쳐 PWCC에서 근무하던 김 부사장도 이때 IBM에 합류했다.
- ‘성장을 주도하는 CFO’란 어떤 개념인가? = 예를 들어 100억원의 매출을 올리던 기업이 50% 성장한 150억원 매출목표를 세운다면, 이를 실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신제품을 개발하는 방법도 있고, 기존 제품의 마케팅을 강화해 목표를 달성할 수도 있다.
이런 경영전략을 판단하는 데 재무부문이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CFO의 역할은 전략 수립뿐만 아니라, 실제 실행 점검과 성과 측정까지를 포함한다.
- CFO의 역할이 변화하는 이유는? = CFO의 역할이 바뀐다고 해서 기존의 역할이 아주 없어지는 건 아니다.
기존 역할에 더해 성장관리라는 새로운 역할이 추가되는 것이다.
여기에는 2가지 요인이있다.
첫째는 정보기술의 발전으로 재무정보를 누구나 쉽게 접근하고 쓸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는 제품의 수명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다.
옛날처럼 1~2개월 동안 시장조사를 하고 제품 전략을 짜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
수요가 있다면 재빨리 포착해 시장에 내놓아야 한다.
업무 처리과정을 기능 위주로 미리 짜놓고 이를 적용하는 방식으로는 이런 변화에 대응할 수 없다.
모든 자원의 구성요소(컴포넌트)들을 만들어놓고 상황이 발생하면 이를 모아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전략을 짤 수 있어야 한다.
간단하게 말해 다품종생산 시대가 된 것이다.
- 국내 CFO와 글로벌 CFO의 차이는? = 국내 CFO는 단순한 결산이나 거래처리 위주로 출발했고, 글로벌 CFO는 처음부터 전략적 시각을 중시했다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변화해 가는 방향에는 큰 차이가 없다.
결국 한 방향이다.
- CFO에 요구되는 새로운 자질은? = 전통적으로 CFO의 핵심업무는 결산이었다.
IMF 사태 이후에는 위기관리 의식(리스크 마인드)을 갖는 게 중요했다.
하지만 이제는 성장을 주도하는 CFO가 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을 쌓아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관점의 변화다.
관점이 바뀌면 스스로의 단점도 극복할 수있다.
- 변화의 걸림돌은? = 이건 분명한 미래 트렌드다.
한국의 기업이 선진기업으로 성장하려면 병목현상을 풀어줘야 한다.
질적으로 선진기업의 수준을 유지하면서 양적으로도 덩치를 더 키워야 한다.
CFO 역할의 성공적인 변화가 이를 가능하게 해주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CFO는 이제 전략적으로 이슈를 발견해 초점을 맞추는 ‘Chief Focus Officer’(치프 포커스 오피서)가 되어야 한다.
매출을 늘여야 하는데, 제품의 품질이 떨어지는지, 고객의 불만이 많은건 아닌지, 마케팅이 보족한건 아닌지와 같은 문제점을 발견하고 해법을 찾아야 한다.
보수적인 CFO로서는 생각도 못할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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