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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은 왜 사악해졌을까?
구글은 왜 사악해졌을까?
  • 이정환 기자
  • 승인 2006.02.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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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의 슬로건은 “사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다.
이 슬로건이 정해진 건 2003년이지만 창업 직후부터 최근까지 구글은 이 슬로건에 비교적 부합해왔다.
착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사악해지지는 말자는 의미다.
뚜렷한 수익모델을 만들기 전 당장 돈이 될 수 있는 배너광고를 거부했던 것도 이런 슬로건 때문이었다.
구글의 경영진은 사용자보다 광고주를 우대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다른 검색 사이트에서 ‘핸드폰’을 검색하면 핸드폰 광고가 가득 떴지만 구글에서는 ‘핸드폰 통화가 운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논문이 가장 먼저 떴다.
창업 이래 지금까지 구글은 한번도 첫 페이지에 광고를 내보내지 않았다.
그런 원칙이 끊임없이 새로운 수익모델을 고민하도록 만들었고 결국 애드워즈와 애드센스라는 차별화된 광고를 만들어냈다.
구글 사용자들의 충성도는 최근까지 매우 높았다.
중국 정부 검열에 굴복하다 그런데 그 콧대 높던 구글이 입장을 바꾼 것일까. 사악해지지 않겠다던 구글이 최근에는 영혼을 팔아먹었다는 비난까지 받고 있다.
사건의 발단은 구글이 최근 중국에 진출하면서 중국 정부의 압력에 굴복해 ‘천안문 사태’나 ‘파룬궁’, ‘대만 독립’과 같은 단어의 검색을 차단한 데서 비롯했다.
중국 바깥에서는 ‘천안문’(tiananmen)이라고 집어넣으면 군대가 탱크를 몰고 시위를 진압하는 사진이 뜨는데 중국에서는 천안문에 놀러온 관광객들 사진이 뜬다.
이밖에도 구글은 ‘섹스’나 ‘맥주’ 등 중국 정부가 제한하는 관련 사이트의 연결도 차단했다.
심지어 전자우편과 블로그까지 검열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글의 엘리엇 슈라지 부사장은 15일 미국 하원에 출석해 “궁극적으로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들에게 혜택을 줄 것이라는 믿음으로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중국에서 사업을 하기 위한 조건은 회사의 기본이 되는 가치관에 반하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보기술 전문 사이트 CNET에 따르면 구글 중국 사이트에서 삭제된 페이지는 전체 페이지의 13%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크리스 스미스 미국 하원의원은 “구글이 민주주의를 박해하는 세력에게 협력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사생활 보호를 명분으로 미국 정부에는 자료 제출도 거부했던 구글이 왜 이렇게 비굴해진 것일까. 인터넷 사용자가 1억명이나 된다는 중국 시장이 욕심났던 것일까. 구글의 도덕성을 의심할 만한 사례는 과거에도 많았다.
먼저 상표권 침해 문제. 2003년 초 아메리칸 블라인즈라는 회사와 구글 사이에 있었던 일이다.
어느 날 구글에서 ‘아메리칸 블라인즈’라는 단어로 검색했더니 그 페이지에 경쟁 회사의 광고가 들어가 있었던 것이다.
이 회사는 자신들이 그 이름으로 상표 등록이 돼 있으니 그 검색어에 광고를 내주지 말도록 요청했고 광고는 일단 중단됐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광고가 나가기 시작했다.
일반적인 단어에 대해서는 광고를 거부하지 않겠다는 게 구글의 새로운 입장이었다.
이 회사는 결국 그 이듬해 초 소송을 냈다.
구글은 이에 맞서 상표 등록에 관계 없이 모든 검색어에 대해 광고를 판매하겠다고 발표했다.
구글의 변호사는 법원에서 “우리는 중개자일 뿐 검색이나 광고에 아무런 제한도 둘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 재판은 아직까지 진행 중이고 비슷한 재판이 여러 건 더 있다.
최근 번역 출간된 <구글 스토리>에는 이 재판과 관련된 재미 있는 일화가 나와 있다.
재판이 있던 날 아침, 원고 측 변호사가 구글에 시험삼아 이 회사 이름, ‘아메리칸 블라인즈’를 입력했더니 문제의 광고가 사라진 것이다.
그런데 다른 지역에 있는 동료 변호사에 전화를 걸어 물어봤더니 그쪽에서는 문제의 광고가 그대로 떠 있는 것이다.
그는 양쪽의 모니터 화면을 사진으로 찍어뒀고 그날 재판에서 이를 증거로 제시했다.
구글 측 변호사는 입이 떡 벌어질 만큼 놀랐지만 정작 답변은 “구글은 절대 그런 짓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는 “전혀 모르는 일이며 아마도 기술적인 이상 아니겠느냐”고만 덧붙였다.
그러나 최근 구글 중국 사이트의 검열 사례는 이날 아침의 검색 결과가 단순한 기술적인 이상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의심을 사게 만든다.
확인할 방법은 없지만 설마 자신들에게 유리한 판결을 받기 위해서 특정 지역의 검색 결과를 조작했을까. ‘웃긴대학’의 웃기지 않는 사연 억울한 사연이 우리나라에도 있다.
‘웃긴대학’이라는 사이트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구글 약관의 불공정성을 심사해달라고 요청했다.
꽤나 유명한 사건이지만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웃긴대학은 수익모델의 하나로 구글 애드센스를 신청해서 사이트에 설치했다.
애드센스는 페이지 내용을 검색해 관련 있는 내용의 광고를 집어넣는 방식이다.
클릭할 때마다 광고료를 받을 수 있고 100달러 단위로 정산된다.
웃긴대학은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 동안 애드센스를 게재, 2천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렸는데 정작 정산을 요구했더니 구글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해버린 것이다.
부정 클릭이 발견됐다는 게 이유였다.
구글은 관리자가 광고를 클릭하거나 일부러 방문자들에게 클릭을 유도했을 경우 부정 클릭으로 간주한다.
웃긴대학이 문제 삼는 건 왜 3개월 동안 광고를 방치하다가 정작 결제 시점에 계약을 해지하느냐는 것이었다.
2천만원 가운데 부정 클릭의 비중이 어느 정도 되는 것일까. 만약 계약이 해지되면 그 동안 쌓인 광고비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웃긴대학은 구글 한국 사무소에 여러 차례 해명을 요구했지만 아무런 답변도 듣지 못했다고 했다.
부정 클릭을 둘러싼 논란은 미국에서도 많다.
구글은 부정 클릭을 신뢰의 문제로 보고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구글 역시 딱히 믿을 만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개인 정보 믿고 맡길 수 있을까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개인정보의 유출 가능성이다.
구글은 이미 구글 데스크톱이나 지메일 등을 통해 컴퓨터에 저장된 파일은 물론이고 전자우편 내용까지 데이터베이스로 관리하고 있다.
특히 지메일의 경우 전자우편 내용까지 검색해 관련 내용의 광고를 띄워주기도 한다.
문제는 우리가 구글을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게 됐을 때도 이런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냐다.
구글이 이 개인정보를 악용할 가능성은 없을까. 일단은 미국의 경우겠지만 9·11 테러 이후 발효된 애국법안에 따르면 정부가 요구할 경우 구글은 영장이 없어도 개인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제공사실을 당사자에게 알릴 수도 없다.
굳이 애국법안이 아니라도 구글의 ‘개인정보 보호정책’에는 “필요하다는 선의의 확신이 있을 경우 개인정보를 공개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결국 구글을 얼마나 믿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참고로 한글 페이지에는 “개인적인 정보는 수색영장, 소환장, 법규, 법원명령과 같은 법적인 절차에 의하지 않는다면 절대로 유출되지 않을 것”이라고 나와 있다.
이정환 기자 cool@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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