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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스아이칼럼]투자하면서 가끔씩 한눈을 팔자
[불스아이칼럼]투자하면서 가끔씩 한눈을 팔자
  • 불스아이
  • 승인 2006.02.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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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들이 주로 사용하는 용어 중에 ‘band wagon effect’(밴드왜건 효과)란 게 있다.
유행에 따라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현상을 뜻하는 경제용어로, 곡예나 퍼레이드의 맨앞에서 행렬을 선도하는 악대차(樂隊車)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효과를 내는 데에서 유래한다.
특정 상품에 대한 어떤 사람의 수요가 다른 사람들의 수요에 의해 영향을 받는 현상을 말하는데, 편승효과 또는 악대차효과로 옮겨진다.
이 말은 미국의 하비 라이벤스타인(Harvey Leibenstein)이 1950년에 발표한 네트워크 효과(network effect)의 일종으로, 서부개척시대의 역마차 밴드웨건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다.
밴드웨건은 악대를 선두에 세우고다니는 운송수단인데, 요란한 음악을 연주해 사람들을 모았으며, 금광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들으면 많은 사람들을 이끌고 몰려갔다.
이러한 현상을 기업에서는 충동구매를 유도하는 마케팅 활동으로 활용하고, 정치계에서는 특정 유력 후보를 위한 선전용으로 활용한다.
경제학에서 사용하는 이 용어가 요즘 새삼 자꾸 떠오르는 건 아마도 부동산과 주식 시장 투자자들의 성향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에선 이와 비슷한 표현으로 ‘친구 따라 강남 간다’ 또는 ‘남이 장에 가면 나도 장에 간다’라는 말이 있는데, 상황이나 흐름의 한쪽 면만 보고 남들과 함께 우루루 달려나가는 꼴이 요즘의 투자자들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오는 3월24일에는 그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판교 분양이 진행된다.
담당 공무원들조차도 그 내용을 다 알지 못한다고 할 정도로 청약조건이나 내용이 많이 바뀌었고 분양날짜도 몇 번씩 변경되는 우여곡절 끝에 분양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부동산의 로또라고 할 정도로 엄청난 수익을 기대하면서 오매불망 판교만을 바라보고 있는 듯싶다.
물론 판교의 경우, 청약 당첨만 되면 상당한 수익률을 올리리라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문제는 다른 지역의 유망한 청약기회를 포기하면서까지 그래도 판교에 승부를 거는 게 바람직한 투자인가라는 점이다.
때로는 남들과 같이 가는 게 좋을 때가 있고 남들과 반대로 가는 게 좋을 때가 있다.
하지만 적어도 최근의 부동산 시장이나 주식 시장의 흐름에서는 남들과 함께 가다 가는 부자가 되기는커녕 판단력이 흐려지면서 절제된 투자를 하지 못해 큰 낭패를 보는 경우가 종종 눈에 띈다.
특히 주식 시장에서는 이러한 경향이 팽배해져 지난해와 올해 들어 꽤 오랜 상승세에서도 개인 투자자들은 그다지 돈을 벌지 못했다고 한다.
역시 ‘band wagon effect’의 부정적인 영향이 아닐까 싶다.
많은 사람들이 금광이 있다고 달려가는 모습을 보면서 나홀로 새로운 금광을 찾기 위해서 홀로 길을 떠나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때로는 홀로 길을 떠나는 연습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06년도에 판교만 분양하는 건 아니다.
2006년도에도 주식 시장이 지난해처럼 계속 상승세를 보인다고 아무도 장담을 하지 못한다.
남들과 함께 갈 때 가더라도 적어도 이러한 양면성이나 다른 관점의 객관성을 한번쯤 생각하는 게 필요할 때이다.
연애를 할 때에는 한눈을 팔면 안 되겠지만, 투자에서는 적당히 한눈을 팔면서 주변도 살펴보는 습관을 가져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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