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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지니스]향수시장, ‘메이드 인 코리아’ 활짝 꽃 피울까
[비지니스]향수시장, ‘메이드 인 코리아’ 활짝 꽃 피울까
  • 조수영 기자
  • 승인 2006.02.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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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LG생활건강, 브랜드 다양화·전문화 채비…인프라 보산 등 국산 이미지 제고가 과제 휴대전화, PDP, 디지털 가전 분야에서 들려오는 ‘메이드 인 코리아’(made in Korea)의 낭보를 향수시장에서도 이어갈 수 있을까. 유명수입 브랜드가 주도하고 있는 향수시장에 국내 기업들이 야심찬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국내 화장품 시장 1, 2위인 태평양과 LG생활건강이 그 주인공이다.
이제 7살을 맞은 태평양의 에스쁘아가 그간 다진 대중적 토대 위에 새로운 시도를 더하며 업그레이드를 꾀하고 있고, LG생활건강은 향(香) 전문연구소 ‘센베리 퍼퓸하우스’를 오픈하며 본격적인 향 시장 진입을 선언했다.
국내 향수시장은 연간 약 2억2천만달러 규모로, 세계 시장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그나마도 수입 향수가 약 80%를 점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러한 수치는 그만큼 성장 잠재성이 크다는 사실을 반증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LG생활건강의 김병현 센베리퍼퓸하우스부문장은 “신기술 등장으로 생존기간이 짧은 첨단 기술 분야와 달리, 향수는 급격한 기술의 진보가 없어 생존기간이 길다”며 대기업들이 향수에 주목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에스쁘아의 송명철 팀장은 “향수는 기업의 얼굴이자 꽃”이라고 규정한다.
대기업들이 글로벌기업을 지향하면서 상징적인 의미에서도 향수라인을 보강하게 된다는 것이다.
대기업 관심 커져, “향수는 기업의 얼굴이자 꽃” 지금까지 국산 향수는 대부분이 화장품 브랜드의 보조제품으로 출시되었고, 그나마도 오 드 트왈렛이나 오 드 퍼퓸이 아닌 샤워코롱이 대다수여서 ‘향수’라 부르기엔 다소 어색하다.
특히 라네즈, 마몽드 등 매스마켓 브랜드의 경우, 향수 자체의 고급스러운 이미지와 기존 브랜드의 이미지가 충돌해 시장에서 크게 각광받지 못했다.
따라서 이제 국내 업체들은 독자적인 향수라인과, ‘헤라’, ‘오휘’ 등의 방문판매용 프리스티지브랜드를 중심으로 한 제품을 출시하는 등의 전략을 택하고 있다.
국산 향수의 가장 대표적인 제품은 태평양의 ‘에스쁘아’. 올해로 출시 7년째를 맞는 에스쁘아는 현재 향수 시장에서도 꾸준히 상위 10안에 들 정도로 탄탄한 인기를 얻고 있다.
“브랜드에서 시작해 브랜드로 끝난다.
” 런칭 당시부터 지금까지 에스쁘아가 지키는 전략을 가리키는 말이다.
에스쁘아 상품 어디에도 ‘태평양’, ‘아모레’등의 문구는 등장하지 않는다.
국산임을 숨기지도 않지만 드러내지도 않는다는 전략이다.
같은 태평양 계열사 제품이지만 세계 시장을 겨냥해 프랑스 현지 법인을 통해 생산하는 롤리타렘피카와 달리, 에스쁘아는 한국과 아시아 시장을 노리는 브랜드다.
에스쁘아의 송명철 팀장은 “한국인, 아시안의 감성을 대표하는 향수를 만들기 위해 소비자의 기호를 파악하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중저가의 가격대와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통해 대중적인 향수 브랜드로 시장에 안착했다는 것이 내부의 평가다.
LG생활건강은 지난 1월 향 전문 연구소인 ‘센베리 퍼퓸하우스’를 열고 ‘향’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내걸었다.
품질에 의한 차별화가 거의 줄어든 상황에서 최근 중요성이 높아진 ‘감성 마케팅’을 제품 전반에 본격적으로 도입하겠다는 의도다.
지난해 12월에는 ‘오휘 프레스땅스’를 출시하면서 본격적인 향수 시장 진입을 선언했다.
‘오휘 프레스땅스’의 경우, 오휘 브랜드는 그대로 사용하지만 ‘PARIS’라는 꼬리가 붙어 있다.
국내 브랜드인 오휘와 브랜드 콘셉트를 공유하지만 조향, 용기 디자인 등 제작 일체가 프랑스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LG생활건강 측의 설명이다.
국내 향수시장 선진구조로 변모 중 ‘오휘 프레스땅스’뿐 아니라 지금 출시되고 있는 ‘국산 향수’의 대부분은 조향, 용기 디자인 등 핵심적인 부분이 해외로 아웃소싱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완전한 ‘메이드 인 코리아’라고 보기는 어렵다.
에스쁘아의 송명철 팀장은 “여전히 국산이면 질이 떨어진다는 맹목적인 선입견이 있고, 아직 국내에서 조향사 인력, 용기 디자인 등 인프라가 부족한 상태”라고 어려움을 밝혔다.
이제 화장품이 감성, 가치지향적 상품으로 이동하면서 인프라가 확충되고 국내 디자인 수준도 높아지고 있지만 아직은 불충분하다는 것이 공통된 목소리다.
올해 LG생활건강은 메이크업 브랜드 캐시캣에서 향수를 출시하면서 각 브랜드별 향수 라인을 구비할 방침이다.
에스쁘아는 지금의 대중적 이미지에 새로운 변화를 더하기 위해 지난해 출시한 ‘FUN’라인에 이어 오는 3월에는 신상품 ‘걸즈나잇’을 출시할 예정이다.
상반기엔 일본에 진출할 계획도 세워두고 있다.
송명철 팀장은 “향수는 보이지 않는 예술”이라며 “감성을 반영하는 패키지, 디자인 등으로 고객에게 ‘또 다른 기쁨’을 제공하며 에스쁘아의 지향점을 소통해가겠다”고 밝혔다.
한국 향수시장은 샤워코롱이 주류를 차지하던 초기 형태에서 오 드 코롱, 오 드 트왈렛이 주 소비상품이 되는 선진구조로 변모 중이다.
향수를 사용하는 인구도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시장의 성장과 함께 유명 수입브랜드의 벽을 넘어 자신만의 고유한 브랜드 스토리를 가진 국산 향수들의 시대가 올까. 그에 대한 답은 기업의 지속적인 투자와 소비자와의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이 쥐고 있다.
조수영 기자 zsyoung@economy21.co.kr
인터뷰/김병현 센베리 퍼퓸하우스 부문장
“국내 향수시장은 무한한 가능성 지녀”

▲ 김병현 센베리 퍼퓸하우스 부문장

- 향 전문 연구소가 출범하게 된 배경을 소개해달라. 전에는 대전 연구단지에 있는 LG생활건강 기술원 안에 향료연구팀으로 운영됐다.
LG생활건강 제품의 해외 진출이 늘어나면서 세계 시장을 겨냥한 독자적인 향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소를 개장하게 된 것이다.
기존의 향료연구팀은 R&D와 순수학문 연구에 치중된 면이 있었는데, 퍼퓸하우스는 거기에 향 관련 비즈니스 개념이 더해진 곳이다.
앞으로 향 상품을 개발해 향 패션의 트렌드를 이끌어가기 위한 연구를 진행할 것이다.
- 사실 국산 화장품의 경우, 외국 제품에 비해 제품력은 크게 뒤지지 않지만 향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이 많았다.
향은 ‘적용’의 문제다.
세계 시장을 겨냥한 제품의 경우 세계 전역에서 적용될 수 있는 향을 적용한다.
하지만 국내 제품의 경우 그간 국내 시장만 노렸기 때문에 국내에만 적용될 수 있는 향을 이용했다.
한국시장에만 맞는 향인 것이지, 국산 제품의 향 자체가 떨어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 특히 LG의 경우, 향에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있었는데. LG생활건강은 고급스러운 화장품에서 세제, 비누 등의 생활제품까지 생산, 판매하는 제품의 범위가 넓다.
생활제품의 경우 매스마켓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의 대중에게 맞는 향을 적용할 수밖에 없다.
생활제품이 있다 보니 화장품에서도 향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있었던 것인데, 향 전반에 대한 기술은 원래 강했다.
이번 퍼퓸하우스 오픈으로 고급 이미지를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 지금 한국의 향 산업은 어느 정도의 단계인가.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인데… 우선 우리나라는 천연향료 원료의 불모지라는 약점이 있다.
향료의 소재가 국내에서 거의 생산되지 않는다.
천연향의 소재가 되는 식물은 기후조건이 온난한 인도네시아, 중국, 남부 프랑스 지중해 연안, 북아프리카 등에서 자생한다.
합성향료의 경우 정밀화학의 한 분야로 봐야 하는데, 우리나라 시장만 겨냥해서 화학적 합성을 통해 향료를 만드는 것은 시장성이 없다.
합성향료는 적게는 수십에서 많게는 수백 가지 원료를 조합해서 만들어내기 때문에 고도의 합성기술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도 지금 합성 자체는 가능하다.
하지만 넓은 세계 시장을 확보하고 있어야 합성 과정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세계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선진국일수록 발달해 있다.
지금 세계적으로 합성향료는 공급과잉 상태다.
따라서 대량으로 저가향료를 만들지 않으면 이윤창출이 어렵다.
따라서 향료생산 기업들은 거대기업이거나 아니면 구멍가게 수준으로 나뉘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중기업들이 쓰러지거나 인수합병으로 덩치불리기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에도 향료회사들이 꽤 있지만 국내 시장만을 겨냥해 소액의 매출을 거두고 있는 실정이다.
- 아직까지 국내 기업들이 출시하는 향수는 해외 인력을 이용한 제품이 대부분이다.
향의 국내 개발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 프랑스의 경우 화장품 시장에서 향수가 차지하는 비율이 30~35%인데 반해 국내는 2% 미만이다.
약하지만, 그만큼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라고 봐야 한다.
하지만 역시 가장 어려운 점은 ‘made in Korea’에 대한 인식이다.
향수가 서양에서 온 제품이기 때문에, 국산에 대해서는 ‘질이 떨어진다, 후지다’는 인식이 여전히 강하다.
하지만 가전제품의 경우를 보라. 예전엔 소니, GE를 더 고급으로 여겼지만, 이제는 LG, 삼성이 세계 시장을 이끌고 있지 않나. 이제 국산 향수시장은 초기단계라고 본다.
향 산업도 기업들의 지속적인 연구, 개발이 있다면 ‘made in Korea’가 향 패션을 이끌어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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