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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산 일본차의 대공습?
미국산 일본차의 대공습?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6.02.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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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판매되는 소나타 자동차를 수입해 한국에 들여오면 어떻게 될까. 미국 현지 판매가격이 국내보다 싸기 때문에 괜찮은 장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미국에서 자동차를 실어오는 데 드는 운송료가 만만치 않다는 것이 문제다.
하지만 여기에도 방법은 있다.
그런 수요를 모아 여러 대를 한꺼번에 실어오면 비용부담은 크게 낮아질 것이다.
’ 이런 상상 속의 상황이 실제로 벌어질지도 모른다는 보고서가 나와 눈길을 끌고있다.
미국산 소나타 역수입하면 이득 지난 2월3일, 김학주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소나타 미국생산 모델 역수입 사업의 타당성을 세밀하게 계산해냈다.
김 애널리스트의 결론은 그렇게 할 경우 현재보다 7.8% 싼 가격에 소나타 승용차를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국내에서 팔리는 소나타(2.4리터) 가격은 2만5420달러(2465만7400원)이다.
반면 미국에서는 차를 살 때 깎아주는 인센티브를 빼면 1만9995달러(1842만5150원)면 살 수 있다.
국내 가격이 미국에 비해 133.8% 비싼 셈이다.
미국에서 구입한 소나타를 배에 실어 국내로 가져오면, 운송료와 보험료, 거기다 특소세와 부가세까지 고려해도 차값은 여전히 2만3586달러(2287만8420원)밖에 안된다.
대당 177만8980원을 남길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시나리오는 현대차가 국내에서 미국보다 비싼 값에 차를 팔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당연히 국내 소비자가 봉이냐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김 애널리스트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미국 시장은 굉장히 경쟁이 심한 곳”이라며 “시장지배력을 갖고 있는 곳에서 가격을 더 올리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한 그의 시나리오에는 한 가지 전제가 있다.
바로 한미FTA가 체계돼 국내 수입관세(8%)가 철폐된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그는 “성급하게 추진된 한미FTA가 여러 가지 문제를 낳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했다.
물론 실제로 이런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주장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에 문제는 간단하다.
현대차에서 미국산 자동차의 국내 반입을 금지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미국산 일본차의 경우 문제가 좀더 복잡해진다.
도요타 등 일본차는 국내에서도 인기가 높다.
만약 역수입을 통해 가격이 더 낮아진 일본차가 들어온다면 그 파장은 오히려 더 클 수 있다.
최은희 무역협회 무역연구소 수석연구원은 “그런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고 단언한다.
바로 원산지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설령 미국에서 생산된 도요타 자동차라도 그 부품의 상당부분이 일본에서 제작된 것이라면 일본산으로 분류해 얼마든지 관세를 매길 수 있다는 것이다.
다행히 한일FTA는 2004년 이후 논의가 중단되었다.
최 연구원은 “어떤 FTA든 우회 수출의 가능성을 고려해 이를 막는 장치를 최대한 마련해놓는다”고 했다.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서도 원산지 규정이 엄격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원산지를 정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다.
부가가치를 기준으로 할 수도 있고, 핵심 부품을 기준으로 할 수도 있다.
이를테면 일본에서 차의 90%가 생산되고, 미국에서는 겨우 10%만 생산된다면 부가가치를 기준으로 일본산으로 규정할 수 있다.
반면 핵심 부품을 기준으로 하는 방법도 있다.
이를테면 자동차에서 빠져서는 안 되는 엔진이 어느 곳에서 생산되었느냐에 따라 원산지를 규정하는 것이다.
최 연구원은 “대부분 여러 가지 방법을 복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학주 애널리스트는 이런 주장에 대해 강력한 반론을 내놓았다.
지나치게 ‘나이브한’ 분석이라는 것이다.
그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일본차의 경우 현지 조달 비율이 엄청나게 높다”고 했다.
미국 혼다의 경우 90% 정도를 현지에서 생산한다.
미국 내에 엔진 공장을 갖고 있고, 핵심 부품인 트랜스미션도 생산하기 때문에 원산지를 따져봐야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그는 “80~90년대 미국 상황을 몰라서 그런 주장을 한다”며 “당시 일본업체들이 부품을 자꾸 일본에서 들어오니까 미국에서 엄청난 무역 압력을 가했고, 그때부터 모두 현지화에 주력하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미국산 일본 자동차의 대공세가 현실화될지는 현재로서는 판단하기 어렵다.
우선 한미FTA에서 원산지 규정이 어떻게 짜여질지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산 일본 자동차들의 현지 조달비율이 어느 정도인지도 세밀하게 따져봐야 한다.
물론 이런 자동차 역수입, 또는 우회 수입 시나리오가 흥미롭기는 하지만, 이것만이 한미FTA가 국내자동차 산업에 미칠 영향의 전부는 아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는 한미FTA의 최대 수혜업종으로 꼽힌다.
그러나 국내 자동차 업계의 표정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업계는 미국의 자동차 관세가 2.5%에 불과해 한미FTA로 관세가 철폐돼도 가격 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국내 미국산 수입자동차는 관세철폐로 인한 세금인하 요인까지 고려하면 10%가량 가격이 내려간다.
때문에 한미FTA가 체결돼도 생각처럼 그렇게 큰 수혜를 보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이런 자동차 업계의 반응에 대해서는 지나친 엄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자동차뿐만 아니라 다른 품목도 사정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미국의 관세는 평균 2~3%인 반면, 우리나라 관세는 공산품의 경우 대부분 8% 수준이다.
가격기준 세금부과 요구해 한미FTA 협상에서 자동차 분야와 관련해 미국 측에서 강하게 요구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은 세금 기준의 변경이다.
현행 배기량 기준으로 부과되는 세금의 가격 기준을 바꿔달라는 것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김태년 통상협력팀장은 “과거에는 배기량이 크면 그만큼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할 뿐만 아니라 도로도 파괴하고 주차장 공간도 많이 차지하기 때문에 이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것이 맞았지만, 이제는 배기량이 크다고 반드시 그런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격 기준으로 바꾸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주장을 미국 측에서 해오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가격 기준으로 변경하면 상대적으로 고가인 수입차의 세 부담이 더 올라갈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미국 자동차에 더 불리해질 수도 있는 것이다.
김 팀장은 “미국이 왜 그런 주장을 하는지 우리도 의문”이라고 했다.
최은희 연구원은 유럽차나 일본차와의 상대적 경쟁력에서 해답을 찾는다.
가격으로 보면 유럽차가 미국차보다 훨씬 고가라는 것이다.
반면 미국차는 대부분 배기량이 훨씬 크다.
때문에 세금 기준을 배기량 기준에서 가격 기준으로 바꾸면 미국차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더 올라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최 연구원은 “세금 기준이 바뀐다고 해도 국내 시장에서 미국 차가 얼마나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했다.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미국차가 유럽이나 일본차에 비해 밀리는 것은 가격이 아니라 경쟁력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처럼 석유를 수입해 쓰고, 도로도 좁은 유럽 국가의 자동차가 국내 환경에 더 적합한 부분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대표적인 사례로 유럽에서 차세대차로 밀고 있는 디젤차를 들었다.
그는 “유럽은 완전무공해 차인 하이브리드의 전 단계로 디젤차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며 “이미 과거의 디젤차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의 수준에 올라선 곳도 있다”고 했다.
반면, 미국 자동차 업체들은 디젤에는 관심이 없다.
장승규 기자 skjang@economy21.co.kr 표/ 소나타(2.4리터) 미국 생산 모델 역수입 시 가격 추정 (자료: 삼성증권, 1달러=970원 가정) 구분/한국 내 가격/미국 내 가격/미국시장 대비 한국시장의 가격 수입 이전 판매가격(A)/2만5420달러/1만9995달러/127.1% 인센티브(B)/-/1천달러/. 실제구입가(C=A-B)/2만5420달러/1만8995달러/133.8% 운임, 보험료(D)/-/660달러/. 특소세, 부가세(E)/-/3931달러/. 수입 이후 한국 내 판매가격(C+D+E)/2만5420달러/2만3586달러/10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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