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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획]지상논쟁 -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視線)
[테마기획]지상논쟁 - 한국 경제를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視線)
  • 이원재/ 삼성경제연구소
  • 승인 2006.02.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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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를 분석한 두 권의 책 저자들이 말하는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 “탄탄한 산업구조, 한국 경제엔 분명 희망이 있다” ‘아시아의 네 마리 호랑이(또는 용)’라는 표현을 기억하는가? 1980년대 중반 서구 언론이 당시 빠른 공업화를 통해 세계 경제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던 한국, 대만, 싱가포르, 홍콩 네 나라에게 붙여준 별명이다.
고속 성장세를 이어가던 네 개의 경제가 아시아라는 한 배에서 나온 형제처럼 거론되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요즘 <블룸버그>, <로이터> 등 한국 경제 뉴스를 세계에 전하는 매체 기사를 보면, 한국에는 더 이상 ‘아시아의 호랑이’라는 수식어가 붙지 않는다.
이제 ‘아시아에서 네 번째로 큰’이라는 수식어가 따라온다.
한국 경제는 더 이상 싱가포르, 홍콩 같은 소국 경제나, 대만 같이 세계적 브랜드를 갖지 못한 경제와 같은 줄에 서 있지 않다.
G7국가인 일본, 인구 13억의 중국, 인구 11억의 인도에 이어 네 번째 규모의 경제로 훌쩍 커버렸기 때문이다.
세계에서도 열한 번째 크기 경제다.
그런데 한국 언론은 아직도 한국이 다른 아시아 소국들과 비교되던 시절이 그리운 모양이다.
‘아시아의 호랑이’라는 표현을 아직도 즐겨 쓰고 있으니 말이다.
심지어 “아시아의 네 마리 호랑이 가운데 한국만 뒤쳐져버렸다”는 자학적 표현까지 나온다.
국민총생산과 인구가 한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작은 싱가포르나 홍콩을 닮으라고 윽박지르기도 한다.
숫자 몇 개만 들여다보더라도 꺼낼 수 없는 이야기들이다.
이제 한국경제에는 ‘강소국’이라는 말조차 어울리지 않는다.
대국을 향해 달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경제의 산업 구조는 웬만한 선진국보다도 더 탄탄하게 갖춰져 있다.
한국 경제가 희망이 없다면 전 세계 경제가 희망이 없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우선 제조업이 강하다.
반도체, LCD, 휴대전화 같은 첨단 IT제조업은 누가 뭐라고 해도 한국 경제를 이끌어 나가는 주요산업이다.
삼성전자, LG전자, LG필립스LCD 같은 기업들은 이들 분야에서 세계 정상의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다.
여기에다 자동차, 조선 같은 전통적 제조업을 든든한 배경으로 갖추고 있다.
첨단 IT분야처럼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는 아니지만, 다양한 원자재와 부품하청 등을 통해 큰 후방효과를 창출하는 산업들이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등이 이끄는 조선업은 이미 세계 1위 자리에 올라 있고, 현대자동차는 이미 일본 자동차기업들이 성장을 시작할 때를 보는 듯하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해외시장에서 무서운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유통업에서도 한국 기업들은 ‘한국적 섬세함’을 무기로 선전하고 있다.
월마트와 까르푸가 막대한 자본과 브랜드를 앞세우고도 장악하지 못하는 시장이 한국 유통시장이다.
한국 백화점들의 서비스정신은 수출할 수만 있다면 해외에서도 엄청난 성공을 거둘 것이다.
‘소프트’산업 쪽에서는 영화, 드라마, 게임 같은 신세대 문화산업이 치고 나간다.
축구로 따지면 공격진, 미드필더, 수비진이 골고루 튼튼하게 갖춰진 셈이다.
산업이 이 정도로 다양하고 경쟁력 있게 갖춰진 나라는 세계 전체를 봐도 미국, 일본, 독일 등 몇 개 나라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해 말 골드만삭스는 2025년에 한국 1인당 국민소득이 5만달러를 돌파하면서 미국, 일본에 이어 3위로, 2050년에는 8만달러를 넘어서 미국에 이어 2위로 올라설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한국은행 등 각종 경제연구소의 추정으로도, 앞으로 1~2년 뒤면 국민소득 2만불에 도달할 전망이다.
구매력 기준(ppp) 1인당 GDP는 올해 이미 2만달러를 넘겼다.
한국이 국민소득 ‘1만달러의 늪’에 빠졌다던 한국 언론의 탄식이 낯부끄럽다.
외환위기로 1만달러 아래로 떨어졌다가 2000년 다시 돌아온 뒤 겨우 6~8년 만이다.
1만 달러를 돌파한 뒤 미국은 10년, 독일은 11년, 일본은 6년 만에 2만 달러에 도달했다.
그것도 경제가 한참 성장가도를 달리던 시기였다.
외환위기에 빠진 나라가 곧바로 이런 성적을 거두는 것은 한국 산업의 저력이 얼마나 강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탄탄한 산업구조를 갖춘 상황에서,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고통스러운 개방과 개혁을 이어온 것이 지금까지 고성장의 이유이고, 앞으로도 한국 경제의 전망이 밝은 이유다.
그러나 개방과 개혁에는 고통이 따른다.
빠르게 성장하면 뒤처지는 계층이 생긴다.
그래서 양극화 문제가 불거진다.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중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같은 일을 하면서도 정규직보다 훨씬 낮은 임금을 받으면서도, 숙련기술을 익힐 만하면 회사를 떠나야 하는 처지의 노동자들이 점점 늘어난다.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르면서 사람들이 지갑을 닫게 만든다.
치솟는 사교육비도 마찬가지로 소비를 제약한다.
양극화와 빈곤은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미래가 불안하면 사람은 위험회피적이 된다.
소비자는 지갑을 닫아 내수불황이 찾아온다.
기업은 웬만하면 신사업을 벌이지 않으려 하니 현금보유만 많아지고 투자가 줄어 일자리가 생기지 않는다.
젊은 인재들은 위험을 피해 공기업이나 고시촌으로 몰려가게 되고, 산업현장에는 인재가 부족하게 된다.
한국 경제는 희망적이다.
그러나 그 희망의 전제는 따뜻함이다.
패자를 감싸 안아주는 사회안전망이 확충돼야 한다.
비정규직과 양극화문제를 어떤 방법으로든 해결해야 한다.
이런 것들이 한국인들의 불안을 씻어주는 손길이 될 수 있다.
사회 정의를 위해서가 아니다.
경제 성장을 위해서다.
이원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timelast@seri.org 이원재는 <한겨레>, 을 거쳐 미국 MIT 슬론스쿨 MBA 과정을 마친 후 귀국해 현재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2004년에는 미국 뉴욕의 거시경제 컨설팅 회사인 메들리 글로벌 어드바이저즈(Medley Global Advisors)에서 신흥시장팀의 동북아시아 담당 애널리스트로 일하기도 했다.
*** 주식회사 대한민국 희망보고서 이원재 지음, 원앤원묵스 펴냄, 1만1천원 ““한강의 기적 연연하지 않고 변화와 개혁 이끌어야” 좀 색다른 제목이긴 하지만, 나는 책을 쓰기 전에 이미 제목을 정했었다.
‘다이아몬드 딜레마’는 현재 한국이 처한 상황을 가장 잘 말해주는 비유라고 생각한다.
딜레마에 처한 다이아몬드 한국을 이야기하자면 이렇다.
첫째, 다이아몬드는 크지 않다.
한국도 여러 강대국 사이에 낀 작은 나라이다.
둘째, 다이아몬드는 단단하다.
한국도 역사적으로 여러 고난과 역경 속에서도 매섭게 단련된 강소국이다.
셋째, 한국도 다이아몬드처럼 고유의 광채를 가지고 있다.
동아시아권에서도 매우 독창적인 언어와 문화, 사회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국은 분명히 잠재력이 있으나, 이를 끌어내고 펼치기 위해서는 세심한 세공작업을 거쳐야만 한다.
그것이 바로 한국의 딜레마라 할 수 있다.
지금 어려운 선택(변화, 개혁)을 해야만 마지막 세공을 거친 새로운 다이아몬드로 거듭날 수 있다.
그럼 왜 변화가 필수적인가? 무엇보다 중국의 도전을 꼽을 수 있다.
중국의 고성장은 한국에 기회도 되겠지만, 이와 동시에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심각한 도전이 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 중국기업들은 한국기업의 무서운 경쟁자로 맞서게 될 것이다.
이런 현실 속에서 한국기업들이 나아갈 길은 세 가지밖에 없다.
첫 번째, 진정한 글로벌 리더가 되거나, 두 번째는 다른 글로벌 리더와 합병해 살아남는 것, 그리고 세 번째, 중국업체에게 인수되는 것. 세 번째 시나리오는 이미 현실로 다가왔다(쌍용자동차를 인수한 상하이자동차(SAIC)). 이제 한국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중국기업들과 차별화해야 한다.
한국은 충분히, 그리고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가?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외환위기 이후에 한국이 충분한 개혁을 이루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외국 경제전문가들도 대체로 동의하며, 나 역시도 외환위기 당시 한국에서 하숙생활을 하면서 실제로 한국 사람들이 그 위기를 어떻게 감내하고 헤쳐나갔는가를 감동적으로 지켜보았다.
하지만 최근 한국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시금 조금씩 외환위기 이전의 사고방식과 관행으로 되돌아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정부는 외자를 유치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데 반해 여전히 불필요한 규제는 쌓여 있고, 여러 대기업의 지배구조는 여전히 투명성이 낮으며 노조는 아직도 비현실적인 요구를 계속하고 있다.
즉 서로 다른 이익집단들이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교육 시스템 또한 좋은 예이다.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한국 교육시스템은 획일적이고 입시 위주인 탓에 진정한 교육과는 거리가 멀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경쟁력이 형편없이 떨어진다.
흔히들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를 일컬어 ‘SKY’라 하며 마치 여기에만 들어가면 그동안의 모든 수고가 다 보상된다고 여긴다.
그러나 학부모들 가운데 ‘SKY’가 국제랭킹에서는 결코 SKY가 아님을 아는 분은 얼마나 될까. 경제적인 측면을 살펴봐도, 개인적 혹은 사회적으로 그 동안 쏟아부은 비용과 노력, 즉 투입(INPUT)한 것에 비해 그 산출물은 여전히 초라하다.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엄청난 낭비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짧은 기간 내에 급격한 개혁이 있었음에도, 한국에선 다시 과거로 퇴행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평가는 2005년 10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발간한 ‘한국의 경제전망’에도 잘 나타난다.
그렇다면 한국경제의 미래모델은 무엇일까? 한국은 지난 40년 동안 급속히 발전을 거듭해 이미 어느 정도 궤도에 이른 나라이기 때문에 단순히 ‘이 나라, 저 나라’를 모델로 삼아서 따라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이젠 별 의미가 없다.
오히려 오늘날 앞서나가는 여러 나라들의 사례와 장점을 현재 한국이 처한 상황에서 받아들여 새롭게 해석하고 발전해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
한 가지 눈여겨볼 좋은 사례는 네덜란드, 영국과 더불어 유럽에서 가장 개방적인 경제체제를 가진 나라 중 하나인 아일랜드이다.
‘켈트의 호랑이’ 아일랜드는 1990년부터 2003년까지 ‘유럽의 허브’로 자리잡으면서 외국인 직접투자를 10배로 유치하며 1인당 GDP를 3배로 증가시키는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었다.
한국은 동북아의 허브로 성장할 수 있는 여러 여건과 이점을 많이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 진정으로 세계화되지 않고 열린 사회가 되지 못한 채 제자리에 머문다면 이는 그저 꿈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현재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 가장 낮은 GDP 대비 외국인 직접투자율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중국보다 낮고 심지어 북한보다도 낮은 수치이다!) 또 한 가지 좋은 사례는 스칸디나비아 모델일 것이다.
이들 나라들은 높은 사회적 투명성과, 기업, 노조, 정부의 상호 건설적인 협력을 통해 사회갈등을 최소화시키면서 상대적으로 높은 경제성장률을 유지할 수 있었다.
스웨덴 기업의 한 중역은 이렇게 말한다.
“본인이 노조원이라는 사실이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
노조는 경영진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항상 장기적인 관점에서 현안을 바라본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노조는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됐고 노사관계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었다.
”노조 가입률이 80%가 넘는 나라이지만 상생과 협력의 경제를 이끌어가는 스웨덴의 힘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제 한국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얘기해보자. 한국이 가진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8가지 의제는 다음과 같다.
1. 최소한의 개입과 최대한의 성과(장부개혁), 2. 세계 일류기업 양성(기업개혁), 3. 닫혀 있는 노동시장을 해방시켜라!(노동개혁), 4. ‘수출코리아’에서 ‘인베스트코리아’로(열린 경제), 5. 한국의 ‘훔볼트’와 ‘하버드’(대학개혁), 6. 잠자는 여인을 깨워라(여성개혁), 7. 신뢰구축(선진사회), 8. ‘코리안드림’은 유효하다(기회의 땅) 지금 한국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한국 사회를 이끌어나가는 리더뿐 아니라 모든 한국인에게 필요한 메시지는 “과거 한강의 기적에 만족하고 연연하지 않고 지금, 그리고 미래 한국을 위해 꼭 필요한 끊임없는 변화와 개혁을 이끌어나가야 한다”라는 것이다.
눈앞의 자신만의 이익에 급급하지 않고,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국가적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지도자의 등장도 필요한 시점이다.
그래서 당장은 인기가 없을지 몰라도 미래의 발전을 위해 국민들을 설득하고 호소할 수 있는 자세가 있어야 한다.
사회 각 구성원들의 의식 변화에 따라 변화의 물꼬가 터지기를 바란다.
그래서 한국이 진정으로 빛나는 다이아몬드로 거듭나 그 광채를 세계로 발할 그날을 기대해본다.
타릭 후세인/전 부즈앨런해밀턴 코리아 이사 tarig@diamond-dilemma.com 타릭 후세인은 독일 태생으로 영국 런던정경대(LSE)를 거쳐 케임브리지대학에서 경제학을 수학했다.
세계적인 컨설팅사 부즈앨런해밀턴 한국 사무소에 주니어 컨설턴트로 입사, 이사를 역임했다.
한국의 대기업을 비롯해 세계적인 기업을 포함한 수많은 회사와 정부기관을 컨설팅한 바 있다.
*** 다이아몬드 딜레마 타릭 후세인 지음, 이세민 옮김, 랜덤하우스중앙 펴냄,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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