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설문에 응답한 과학기술인들의 직업은 교수 164명(22.71%), 대학원생 및 기타 165명(22.85%), 연구직 341명(47.23%), 정책/기획/조사 52명(7.20%)이었다.
연령별로는 20대 69명(9.56%), 30대 218명(30.19%), 40대 251명(34.76%), 50대 이상 184명(25.48%)이었다.
응답층을 굳이 해석하자면 교수직과 연구직엔 40대 이상이 주로 있고, 20~30대 응답자들은 대부분 대학원생 및 연구원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연구직이라 하더라도 20~30대 연구직은 비정규직 연구원들이 대다수인 반면, 40대 이상 연구직은 연구원 안에서도 어느 정도 지위가 있는 고참 연구원들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탓에 설문 응답도 응답자의 연령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나타났다.
20~30대 응답자들이 40대 이상 응답자들보다 높은 응답을 보인 부분은 처우 개선에 대한 항목들이었다.
‘과학기술인 처우개선 및 비정규직 해소’가 대표적인데, 20~30대에선 34.95%가 이 부분을 지적한 반면 40대 이상에선 29.10%가 지적해 시각차를 보였다.
우선순위 점수에서도 20~30대는 이 부분에 평균 3.7점을 준 반면, 40대 이상은 평균 3.3점을 줘 경중에 차이가 있음을 보였다.
주로 고참 연구원이거나 교수직에 있는 40대 이상의 응답자들이 더 절실히 느끼는 부분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결과였다.
이런 현상은 어느 정도 유추가 가능한 부분이다.
현재 처지가 불안정한 대학원생, 비정규직 연구원들일 경우 처우에 대한 불만이 클 수밖에 없다.
또래의 다른 졸업생들이 직장에서 높은 연봉에 기본적인 4대 보험까지 모두 적용받는 현실을 보면 암울하기만 한 자신들의 처지가 더욱 비교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비슷한 예로 ‘이공계 교수 부패 근절’ 항목에 대해 20~30대는 5.54%가 지적했지만, 40대 이상에서는 1.85%밖에 지적하지 않았다.
연구비나 대학원생 인건비를 횡령하는 교수들의 부패 실태에 대해 직접 피해자인 20~30대들만이 이를 강하게 비판한 셈이다.
특히 지위가 높아질수록 성과 평가에 대한 압력이 높아지고, 이에 따라 연구 예산을 확보하는 능력도 함께 뒤따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더 심각성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수들, “학생들이 못 알아듣는다” 푸념 특히 대학교수들의 경우 기초과학교육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많이 제기했다.
한 설문 응답자는 “중고교에서 수학, 과학교육이 너무 부실해 대학에서 기본적인 이론 교육이 불가능할 정도”라면서 기초과학교육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학생들이 너무 못 알아들어 못 가르치겠다”는 이야기다.
이것은 최근 경제학과에 진학한 대학생들이 고등학교에서 미분을 배우지 않아 난감해 한다는 경제학과 교수들의 푸념과도 일맥상통한다.
시대에 따라 중고교 학습 과정은 변화하는데, 대학의 교과과정은 고정돼 있어 나타나는 현상인 것이다.
한편 젊은 연구자들의 눈에서만 발견될 수 있는 반짝반짝하는 아이디어들도 눈에 띄었다.
20~30대 응답자들에서 높은 응답률을 보인 ‘연구 경쟁력 제고 방안’이 그 가운데 하나이다.
이 항목은 20~30대는 13.49%가 답한 반면, 40대 이상은 8.78%가 답해 역시 시각차를 보였다.
연구 경쟁력 제고 방안이란, 연구가 좀더 효율적으로 진행되기 위해 필요한 제도들에 대한 제안이 주를 이룬다.
예를 들어 국가인재 데이터베이스, 정부 발주 연구과제 관리 시스템 등 과학기술 관련 국가통합 정보시스템을 마련하면 훨씬 효과적으로 연구를 진행할 뿐더러, 부처별로 진행되는 중복 연구도 관리할 수 있을 것이란 주장이다.
또 연구원들의 능력 배양을 위해 연수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세미나, 국제회의 등에 자주 보내야 한다는 의견도 이 항목에서 지적됐다.
컴퓨터와 정보화에 앞선 젊은 과학도들의 눈에는 우리의 과학기술계가 한발짝 더 나아갈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이 더 많이 보인 것이다.
김윤지 객원기자 yzkim@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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