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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칼럼]누구를 채용하고 승진시킬 것인가
[커리어칼럼]누구를 채용하고 승진시킬 것인가
  • 신현만/ 커리어케어 대표
  • 승인 2006.03.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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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채용하고 어떤 사람을 승진시킬 것인가’는 경영자나 조직관리자의 최대 고민 중 하나다.
조직 구성원들은 채용과 승진기준에 맞게 조금씩 자신의 행동양식을 바꿔가기 때문이다.
월마트의 전 CEO였던 데이비드 글래스(David Glass)는 ‘유통의 경영귀재’라는 얘기를 듣고 있다.
그는 1988년 창업자인 샘 월튼에 의해 월마트의 최고경영자로 지명된 뒤 은퇴할 때까지 10년간 회사의 연간 매출을 10배나 키워놓았다.
그는 동네 잡화점 수준에 불과했던 점포를 식품에서 가전제품에 이르기까지 수천 가지의 유명제품이 전시돼 있는 전국적 체인으로 바꿔놓았다.
또 유럽과 중남미, 아시아 등 세계 곳곳에 점포를 설치해 유통 분야의 세계적인 기업으로 우뚝 서게 했다.
더구나 그는 ‘아름다운 퇴장’을 기록해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아 있다.
55살에 CEO로 발탁된 그는 64살이 되어 ‘회사가 순탄할 때 후배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전격 은퇴했다.
월마트는 데이비드에 의해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했고, 데이비드는 월마트를 통해 세계적 경영자로 우뚝 섰지만, 이면에는 샘 월튼의 가치관과 판단이 자리잡고 있다.
샘 월튼은 1976년 후계자와 관련해 파격적 뉴스를 내놓았다.
당시 후계자로 가장 유력했던 인물은 론 마이어였다.
회사 안팎에서는 그가 월튼의 후계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셈 월튼의 발표는 이런 예상을 완전히 벗어났다.
월튼의 자서전에 따르면 마이어는 40대 초반의 젊고 야심찬 인재였다.
경영에 천재적인 소질을 보였지만 그는 월마트의 기업문화를 무시했다.
이에 반해 데이비드는 마이어에 비교하면 평범하기 그지없었지만 월마트가 지향하는 가치를 잘 알고 있었다.
샘 월튼이 은퇴할 무렵인 1984년 데이비드는 월마트를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지에 대해 질문을 받았는데, 그의 대답은 명쾌했다.
“변하는 것은 없습니다.
월튼이 이 회사를 만들 때 적용했던 원칙과 기본가치가 조직 깊숙이 퍼져 있기 때문입니다.
” 샘 월튼은 뛰어난 경영자적 자질을 갖춘 젊은 야심가가 아니라 조직 가치를 존중하고 그 가치 위에 비즈니스를 설계하는 평범한 후계자를 선택했다.
그 결과 그가 창업한 월마트는 <포춘>이 선정하는 500대 기업 가운데 최상위에 올라 있다.
많은 기업들이 능력 있고 뛰어난 성과를 보이는 임직원을 채용하고 승진시키려고 애를 쓴다.
모두 다 능력과 실적을 따지고, 이를 기준으로 임직원을 채용하고 발탁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천재’에 목말라 하고, 엄청난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슈퍼 영업자’를 찾기에 바쁘다.
그러나 이런 과정에서 빚어지는 채용과 승진의 실패가 얼마나 많은지, 그리고 이에 따른 조직의 후유증과 손실이 얼마나 큰지에 대해 관심을 갖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들어온 지 얼마 안돼 조직을 떠나는 직원들이 즐비하고, 발탁하여 승진시켰더니 조직 가치와 어긋나는 비즈니스를 전개하다 결국 조직을 황폐하게 만든 임원들이 부지기수라는 사실을 외면하려 한다.
조직의 가치를 이해하고 동의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당장 실적을 보여주지는 못해도, 또 눈에 번쩍 뜨일 만큼의 능력을 갖고 있지는 못해도 조직을 위해 묵묵히 일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런 사람들은 쉽게 조직을 떠나지 않고, 위기가 닥쳐오면 조직을 위해 망설임 없이 자신을 거름으로 만들기도 한다.
P&G나 FeDex, 사우스웨스트항공 등은 월마트만큼이나 안정적 성장을 하고 있는 세계적 기업들이다.
임직원의 만족도나 효율성에서 여느 기업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 회사에서 다른 기업들처럼 도드라진 경영자나 임직원들을 찾는 것은 쉽지 않다.
세계 유수의 MBA 출신자들도 많지 않다.
이들은 능력과 실적이 뛰어나다는 이유로 인재를 영입하고 승진시키지 않는다.
물론 이들 기업이라고 해서 영입과 발탁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영입과 발탁에 가장 중요한 기준은 ‘기업가치’다.
조직의 가치를 지키고 발전시킬 수 있는 사람, 그래서 장기 근속하는 인재를 채용과 승진에서 최우선 순위에 놓는다.
신현만/ 커리어케어 대표 mannn@careerca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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