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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그다음]‘끈적끈적한’ 네이버와 그 한계
[보도그다음]‘끈적끈적한’ 네이버와 그 한계
  • 이정환 기자
  • 승인 2006.03.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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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블루문이라는 아이디를 쓰는 블로거가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을 인터뷰했다.
블루문은 네이버에서 ‘가장 거대한 아스피린’이라는 이름의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블루문은 지난 1년 동안 이 블로그에 무려 2천여 개의 글을 올렸는데 여기에 1만366개의 댓글이 달렸다.
하루 평균 방문자가 3천여 명, 누적 게시물은 1월말 기준으로 4100여 개, 누적 방문자 수는 323만명에 이른다.
국내 최고의 인기 블로그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블루문의 원희룡 의원 인터뷰는 네이버 뉴스와 미디어 다음 등에도 올라갔고 대략 10만명 이상이 읽은 것으로 집계됐다.
대단한 내용은 아니었지만 중요한 것은 이제 기자가 아닌 일반인이 국회의원을 직접 인터뷰하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블루문이 한번 글을 쓰면 무려 3천명이 읽는다.
블루문은 이제 웬만한 언론사 기자 못지않은 영향력을 행사한다.
원 의원이 블루문의 인터뷰를 선뜻 수락한 것도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블루문의 인터뷰가 주목받는 것은 일반인인 그가 국회의원을 인터뷰해서가 아니다.
핵심은 이제 블루문 같은 평범한 일반인도 누구든지 여론에 개입하고 또는 여론을 주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블루문의 블로그가 인기를 끄는 것은 그가 그런 여론의 욕망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1인 미디어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그동안 말로만 떠들던 것이 실제로 구현되고 있는 것이다.
네이버는 앞으로도 한동안 1위 자리를 지킬지도 모른다.
그러나 네이버의 플랫폼은 몇 가지 치명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네이버의 경쟁력은 풍부한 콘텐츠이지만 문제는 그 콘텐츠가 쌓이면 쌓일수록 변별력이 없어진다는 데 있다.
지식인의 경우가 특히 그렇다.
지식인에는 4천만개에 이르는 질문과 답이 올라와 있는데 사용자들은 갈수록 유용한 정보와 그렇지 못한 정보를 구별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
다른 언론사나 다른 웹 사이트에서 무단 전재한 글로 뒤덮이는 것도 큰 문제다.
네이버의 한계는 정보의 양이 아니라 질에서 비롯한다.
네이버 블로그가 자꾸 싸이월드 커뮤니티를 닮아가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네이버 블로그는 네이버의 것일까, 블로거들의 것일까. 네이버의 지식인에 쌓인 데이터베이스는 네이버의 것일까, 그 사용자들의 것일까. 네이버는 그 콘텐츠들을 네이버의 것으로 남겨두려고 한다.
그리고 그 점이 네이버의 한계를 만든다.
네이버는 네이버의 것이 아닌 것, 소유할 수 없는 것을 독점하려고 한다.
웹 1.0 시대에는 ‘끈적끈적함’(stickiness)이 화두였다.
얼마나 사용자들을 친밀하게 엮고 사이트에 애착을 느끼게 만드느냐, 그래서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게 만드느냐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그러나 웹 2.0 시대에는 콘텐츠가 굳이 사이트에 구속되지 않는다.
이제는 플랫폼이 화두다.
플랫폼은 담을 높이 쌓고 가둬두는 공간이 아니라 모였다가 스쳐 지나가는 공간이다.
구글을 생각하면 쉽다.
네이버는 일찌감치 웹 2.0의 개념을 도입했지만 그 운용방식은 여전히 웹 1.0 방식이다.
네이버는 높은 담을 쌓으면서 경쟁력을 지켜왔지만 그 담은 이미 무너지고 있다.
언젠가 사용자들이 우루루 빠져나갈 가능성도 있다.
사용자들은 이미 플랫폼의 매력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이정환 기자 cool@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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