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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물고 물리는 M&A 전장(戰場) 너와 나는 과연 한편일까?
[특집]물고 물리는 M&A 전장(戰場) 너와 나는 과연 한편일까?
  • 이정환 기자
  • 승인 2006.03.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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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 외환은행 매각과정 쌍방대리 나서 논란 법률 대리인의 이익충돌 어떻게 규정할지 고민해야 올해 한국 경제의 최대 이슈로 다가온 외환은행 매각 문제. 바로 여기서도 쌍방대리 행위를 둘러싼 논란의 불씨는 점차 커지고 있다.
국내 최대 로펌인 김&장법률사무소(이하 김&장)가 외환은행 매각 협상에서 론스타와 국민은행의 법률대리 업무를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김&장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하던 무렵부터 론스타의 법률대리인으로 활동해왔다.
론스타는 현재 외환은행의 지분 50.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그런데 김&장이 최근 외환은행 인수전에 뛰어든 국민은행의 법률대리인도 동시에 맡고 있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 사는 쪽과 파는 쪽을 동시에 대리하고 나섰다는 이야기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끝까지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지만, 김&장 쪽에서는 자신들이 국민은행을 대리하고 있다는 사실을 굳이 숨기지는 않았다.
이미 세간에 알려질 만큼 알려진데다 숨길 수 있는 사안도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김&장 관계자는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서로의 이해가 충돌하는 문제 같으면 론스타나 국민은행이나 우리에게 법률대리를 맡기겠습니까?” 아울러 이 관계자는 김&장의 법률대리 업무는 극히 제한된 분야에 한정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매수자와 매도자를 동시에 대리한다? 이밖에도 김&장은 하나은행의 최대주주인 테마섹홀딩스의 법률대리인을 맡고 있기도 하다.
하나은행 역시 국민은행과 함께 유력한 외환은행 인수 후보로 꼽힌다.
테마섹과 엎치락뒤치락 최대주주 자리를 노리고 있는 골드만삭스 역시 김&장의 오래된 고객이다.
골드만삭스는 또 외환은행의 2대주주인 코메르쯔방크의 주간사이기도 하다.
이렇게 보면, 형식상 김&장은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한 여러 행위주체들과 연결되어 있는 셈이다.
김&장 관계자에 따르면, 론스타는 미국의 스카덴앱스를 비롯해 해외 유수의 로펌에 법률대리를 맡기고 있고, 국내에서도 김&장뿐만 아니라 여러 로펌과 동시에 계약을 맺고 있다.
때문에 김&장은 재무적 거래에 전혀 개입하지 못할 뿐 아니라, 핵심적인 정보에 접근할 수도 없다는 이야기다.
이 관계자는 “국제적 업무를 포괄할 수 있는 국내 로펌이 많지 않기 탓에 김&장에 의뢰가 몰리는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 한겨레 류우종 기자
그러나 그간 국내 주요 M&A 사례를 통해 김&장은 쌍방대리 문제와 관련된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2003년 불거진 SK와 소버린자산운용 간의 경영권 분쟁 역시 그 중에 하나다.
당시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 수감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변호를 맡았던 김&장이 소버린의 주식취득 신고를 대행해준 사실이 드러난 게 계기였다.
문제는 분식회계 혐의와 관련해 김&장이 SK그룹의 전반적인 재무현황을 속속들이 파악할 위치에 있었다는 데 있다.
이 과정에서 얻은 핵심 정보가 결과적으로 소버린에게 흘러들어가지 않았느냐는 게 일부에서 제기한 의혹의 내용이다.
물론 이와 관련해 김&장 관계자는 한차례 소버린의 주식취득 신고를 대행해 준 것일 뿐, 소버린과는 정식으로 법률자문이나 법률대리 계약을 맺지 않았다며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하지만 다른 목소리도 있다.
당시 김&장과 함께 최 회장의 변호를 맡았던 이대순 법무법인 정민 변호사는 다른 견해를 나타냈다.
“생각해보세요. 소버린은 갑자기 나타나서 지분을 정확히 14.99%만큼 사들였습니다.
15%가 되면 SK가 외국인 투자기업으로 분류되고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SK의 SK텔레콤에 대한 의결권이 축소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기발한 전략을 누가 세운 것일까요.” 당시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소버린을 공식적으로 대리한 로펌은 법무법인 명인이었다.
그러나 명인은 그 정도 대형사건을 혼자서 맡을 만한 여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게 법조계 관련 당사자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실무를 담당한 로펌이 따로 존재할 수도 있었다는 뜻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김&장과 관련된 쌍방대리 논란이 처음 불거진 건 국내 최대 소주 회사인 진로의 파산과 매각과정에서였다.
2003년 4월 진로의 최대 채권자였던 골드만삭스는 법원에 진로의 파산 신청을 낸다.
문제는 골드만삭스가 한때 진로의 재정자문을 맡고 있었으면서도 뒤로는 진로의 채권을 매입해 경영권을 확보했다는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김&장 역시 한때 진로를 대리했다가 나중에는 골드만삭스와 행보를 같이하는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진로는 1997년부터 김&장에게 구조조정 계획 전반에 걸쳐 법률자문을 받았다.
1997년 진로의 화의 신청을 끌어낸 것도 김&장이었고, 2002년 외자 유치와 생수사업 부문 매각 등을 위해 자산 실사를 담당한 장본인도 김&장이었다.
누구보다도 진로의 재무현황과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었던 셈이다.
한편, 골드만삭스가 진로에 처음 접근한 것은 1997년의 일이었다.
골드만삭스는 헐값에 쏟아져나온 진로의 채권을 무더기로 매입하고 진로를 법정관리로 몰아붙인다.
액면가 1조4600억원의 채권이 2742억원에 넘어갔고 연 10%가 넘는 이자가 골드만삭스에게 빠져나갔다.
원금을 충분히 회수한 것은 물론이고, 훗날 2005년 4월에 이르러 진로가 하이트맥주에 팔리면서 골드만삭스는 1조원이 넘는 시세차익을 올렸다.

▲ 박미향기자
진로 매각 과정은 숱한 의혹을 남긴 바 있다.
왜 진로는 화의 상태에서 법정관리와 파산으로 치달았느냐 하는 게 핵심 쟁점이다.
2003년에는 두 가지 재판이 동시에 진행 중이었다.
하나는 진로 장진호 전 회장의 횡령과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재판이었고, 다른 하나는 진로의 파산 신청에 대한 재판이었다.
화의와 법정관리의 차이는 경영진에게 경영을 맡겨두느냐 박탈하느냐의 차이다.
그런데 그해 9월 장 회장이 재판 도중 구속되면서 진로는 자연스럽게 법정관리와 파산으로 가게 된다.
진로의 법률자문 역할을 해오던 김&장이 본격적으로 골드만삭스와 같은 행보를 보이기 시작한 건 이 무렵의 일이다.
당시 골드만삭스는 처음에 부장판사 출신의 개인 변호사인 김 모 변호사를 내세웠지만, 재판 과정에서는 김 변호사의 역할을 둘러싸고 논란이 일기도 했다.
당시 진로측 변로인단으로 활동했던 한 변호사는 지난해 초 에 “국제 M&A 경험이 없는 형사부장 출신 변호사가 골드만삭스 측 소송 대리인으로 나선 경위를 의아해하던 차에 법원이 요구한 특정 서류의 팩스 발신처가 김&장 사무실있던 것을 알게 돼 재판부에 증거자료로 제출했다”면서 “나중에는 재판부도 재판과정에서 그 변호사에게 ‘당신은 그거 모를테니 김&장에게 내라고 하라’고 할 정도였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당시 진로 측 변호를 맡았던 법무법인 리인터내셔날의 고형식 변호사는 “50% 이상의 채권자들이 파산 신청을 반대했는데도 재판부가 굳이 파산을 결정한 이유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채권자들이 동의서까지 제출하면서 채무구조 개선을 위한 시간을 주자고 요청했는데도 재판부는 당시 경영진에게 경영능력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때가 2004년 4월이다.
1년 뒤에 3조4천억원에 팔린 진로의 자산가치를 당시 법원은 1조2천억원으로 평가했다.
진로의 운명은 여기에서 완전히 갈렸다.

▲ 박미향 기자
진로의 법정 관리 개시 직후부터 진로 측 변호를 맡았던 이대순 변호사에 따르면, 1997년 화의 개시 이래 진로는 해마다 10%에서 많게는 20%까지 높은 연체이자를 꼬박꼬박 물어왔다.
화의조건이 가혹했을 뿐 자력갱생이 충분히 가능한 구조였다는 이야기다.
이 변호사는 “장 전 회장의 갑작스러운 구속이 결국 진로의 파산을 불러왔다”며 “당시 법원의 결정은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았다”고 말했다.
법원 결정 과정에 다른 변수가 개입했을 가능성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골드만삭스는 진로의 정보를 어떻게? 결국 논란은 자연스레 김&장이 갖고 있던 진로 내부 정보가 골드만삭스에게 유출됐을 가능성으로 모아졌다.
골드만삭스는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진로홍콩이 발행하고, 진로가 보증한 2800만달러 규모의 금리연동부채권(FRN)을 비밀리에 사들였다.
진로홍콩은 진로의 100% 자회사이면서 진로재팬의 100% 주주이기도 하다.
진로는 진로의 일본 내 소주 판매법인인 진로저팬을 직접 소유하지 않고 진로홍콩을 만들어 진로저팬 지분 전량을 소유하게 만들어뒀다.
그런데 골드만삭스는 채권자의 자격으로 진로홍콩에 대해 파산신청을 낸 뒤 진로재팬의 소유권을 주장하고 진로재팬의 상표권을 압류하기도 했다.
만일 진로가 진로재팬을 제때 매각할 수만 있었으면 파산까지 가지 않았을 수도 있다.
골드만삭스는 절묘하게 진로의 약점을 잡아낸 것이다.
이대순 변호사는 “당시 이런 소유구조의 내막을 알 수 있는 루트는 김&장밖에 없었다”며 김&장의 역할에 무게를 뒀다.
김&장은 이와 관련된 의혹을 적극적으로 부인했다.
한때 진로의 법률자문을 맡았던 전 모 변호사는 “장 전 회장이 이미 물러난 상황에서 김&장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고 말했다.
전 변호사는 “당시 재판부는 경영진을 물러나게 하고 회사라도 살려보자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전 변호사는 진로와 골드만삭스의 쌍방대리 의혹은 “명백한 사실무근”이라면서 더 이상의 즉답은 피했다.
2003년 당시 외환은행이 론스타의 손에 넘어가는 과정에서 김&장의 역할을 두고서도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김&장 관계자는 “론스타를 대리한 것은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한 직후”부터라고 밝혔다.
김&장의 이름이 처음 드러난 것은 그해 9월 론스타가 주식초과보유승인신청서를 금융감독위원회에 제출하면서부터다.
그 이전에 론스타를 대리한 로펌이 어디였는지는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확인된 바 없다.
재경부나 금감위도 이에 대해선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한편, 최근 들어 당시의 외환은행 매각 과정이 불법이었다는 논란이 점차 확산되고 있는 사실은 눈여겨볼 만하다.
최근 쟁점은 당시 금감원이 외환은행 매각의 근거로 내놓은 비관적 시나리오를 뒷받침하는 문제의 팩스 5장의 출처가 어디냐의 문제로 좁혀지고 있다.
금감위는 이 정체불명의 팩스 자료를 근거로 외환은행을 부실금융기관으로 판단했고 예외기준을 적용해 매각을 승인한 바 있다.
2003년 7월25일, 금감원으로 전송된 이 문제의 팩스에는 표지도 없고 송수신인 이름도 없다.
뒷자리가 지워진 ‘729’라는 전화번호로 추정되는 숫자가 찍혀 있을 뿐이다.
최근 외환은행 불법 매각과 관련해 광범위한 문서검증을 마친 한나라당 최경환 의원은 “이 팩스는 론스타를 대리하고 있는 삼정회계법인이나 김&장에서 왔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박미향기자
그로부터 3년이 지나 외환은행의 최대 주주 론스타는 이제 다시 외환은행 지분을 매각하기 위한 움직임에 분주하다.
국내외 업체들이 뛰어든 외환은행 인수전은 올해 국내 M&A 시장의 최대 테마로 자리 잡을 공산이 크다.
하지만 하나의 동일한 로펌이 인수전의 쌍방을 동시에 법률적으로 대리하는 현상은 논란의 불씨를 더욱 지피고 있다.
이와 함께, 당사자인 김&장에게는 국내를 대표하는 최대 로펌에 걸맞은 더욱 높은 도덕성을, 동시에 이익 충돌의 가능성을 보다 엄격히 차단하는 제도를 서둘러 마련하자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정환 기자 cool@economy21.co.kr
"이익충돌 문제 포괄적으로 규정해야"
현행 변호사법 31조에는 수임제한 규정이 명시돼 있다.
이에 따라 수임한 사건의 상대방이 위임하는 사건을 맡는 일이 제한된다.
동일 사건의 경우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제한되고, 다른 사건의 경우 동의를 얻으면 가능하다.
또한 공무원이나 조정위원 또는 중재인으로서 직무상 취급한 사건도 맡을 수 없다.
이밖에도 변호사 윤리장전 17조 1항은 현재 수임한 사건과 이해가 저촉되는 사건의 수임을 포괄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또 17조 3항에서는 의뢰인의 양해 없이는 대립되는 사건의 당사자로부터 수임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18조에서는 과거 수임한 사건과 관련해서도 포괄적으로 수임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이 규정들은 모두 소송사건의 경우에만 한정된다.
단순한 법률자문이나 기업의 매각 또는 인수합병 등의 법률대리만 맡는 경우엔 아무런 수임제한 규정이 없다.
외환은행 매각의 경우처럼 매수주체와 매도주체를 동시에 대리하더라도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이야기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리인터내셔널의 고형식 변호사는 “미국의 경우 소송 사건뿐만 아니라 이익충돌(conflict of interests)의 문제를 포괄적으로 규정하고 제한하고 있다”며 하나의 해법을 제시한다.
미국변호사협회(ABA)의 모범규칙(Model Rules of Professional Conduct)에 따르면 미국 변호사들은 의뢰인의 이익과 반대되는 이익을 갖는 사람을 위해 활동할 수 없도록 돼 있다.
이익충돌이 발생하는 경우는 즉시 사임해야 한다.
쌍방대리의 범위를 훨씬 넓게 규정하는 셈이다.
반면,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로 있는 하창우 변호사는 “소송사건이 아니라면 외환은행 매각의 경우 론스타와 국민은행의 이해관계가 대립하지 않을 경우 쌍방대리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이를테면 부동산 매매에서 매도인과 매수인을 동시에 중개하는 경우를 생각하면 된다.
그는 다만 “쌍방의 이해와 동의가 전제돼야 하고, 변호사는 쌍방에게 적절한 정보를 제공하면서도 비밀을 지켜야 할 의무를 갖는다”고 분명히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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