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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한국 경제 제2의 구조조정 2008년 이후까지 더 지속될 수도
[커버]한국 경제 제2의 구조조정 2008년 이후까지 더 지속될 수도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6.03.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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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증시 최후의 비관론자' 스티브 마빈이 들려주는 긴 이야기 정남구 언론에서 스티브 마빈 전무님의 발언이나 보고서를 인용할 때 ‘한국 증시최후의 비관론자’라는 표현을 많이 씁니다.
이런 표현에 동의하십니까? 스티브 마빈 지난번(90년대 말) 한국에 있을 때부터 언론은 항상 저를 한국 경제에 대한 가장 큰 비관론자로 표현합니다.
어떻든 상관없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아요. 2003년 4월 한국에 다시 돌아온 이후 6월부터 이듬해 10월까지 4~5개의 보고서를 냈는데 모두 낙관적인 내용이었어요. 그때 한국 주식을 사라고 말한 것은 제가 유일했지요. 경기가 좋아지고, 주식시장이 상승할 것이라고 봤어요. 하지만 언론에선 이를 보도하지 않았지요. 그러다 2005년 1월 주식시장에 대한 시각을 한 단계 낮췄는데, 결과적으로 큰 실수였어요. 유동성 랠리(유동성에 의한 반등)가 일어나고 있다는 걸 뒤늦게 깨닫게 됐고, 그래서 6월경에 다시 낙관론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러나 경기의 순환적 측면은 여전히 비관적으로 봅니다.
현재 주가수준은 펀더멘털(기초경제여건)이 뒷받침해줄 수 없어요. 물론 한국 경제의 구조적인 측면을 말한다면 이야기가 좀 다릅니다.
구조적인 면은 한번도 긍정적인 시각을 바꾼 적이 없고, 그건 앞으로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만약 비관적이라면 한국에 다시 오지도 않았겠죠. 정남구 그동안 주식시장에 대한 독특한 전망을 많이 내셨는데, 적정 주가 수준을 판단하는데 주로 어떤 분석기법을 활용하시는지요. 스티브 마빈 올해 1월까지는 경기와 수익성의 방향에 초점을 두고 분석했습니다.
역사적으로 한국 주식시장은 펀더멘털과 아주 밀접하게 연동돼 움직이기 때문이죠. 한국 주식시장이 펀더멘털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요. KOSPI(종합주가지수)와 실질 GDP(국내총생산)는 매우 높은 상관관계를 보여줍니다.
KOSPI와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대기업 수익성 지수(기업경영분석 자료)도 마찬가지죠. 2005년 1월에 비관론으로 방향을 바꿔 경고음을 낸 것도 거기에 근거했어요. 당시 정책가들과 경제분석가들은 2005년 한국 경제가 5% 성장을 한다는 낙관적인 견해를 내놓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제조업 수익성이 급락하고 성장률도 5%에 못 미칠 거라고 봤어요. 결국 제 예상대로 됐지만, 주가와 펀더멘털의 상관관계는 깨졌지요. 펀더멘털은 악화됐는데 주가는 계속 상승했기 때문입니다.
2005년 6월부터 주식시장에 대한 저의 분석이 틀렸다는 게 분명해졌어요. 왜 그럴까, 뭘 놓친 걸까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흥미로운 걸 발견했어요. 외국 투자자를 미국, 유럽과 아시아, 헤지펀드 등 세 그룹으로 나누면 2004년까지는 모두가 한국 주식을 샀어요. 그런데 2004년 말부터 유럽 투자자들은 순매도로 돌아섭니다.
헤지펀드는 모멘텀에 따라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고요. 물론 한국 국내 뮤추얼펀드가 순매수로 돌아섰지만 금액이 크지 않았지요. 반면 미국 투자자들은 계속 강한 매수세를 이어가면서 한국 주식시장의 최대 매수자가 됩니다.
2005년에 제조업의 수익성이 나빠지고 경제가 기대만큼 성장하지 않을 거라고 보고 유럽 투자자들은 주식을 팔았는데, 미국 투자자들은 끊임없이 산거죠. 왜일까요? 미국의 유동성을 빼고는 다른 이유가 없습니다.
KOSPI와 미국 홈빌더 인덱스(주택건설사 지수)의 강한 상관관계가 이를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어요. 유동성은 주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주식시장에 상장된 미국 주택건설사들의 주가 움직임이 유동성을 재는 유용한 지표가 되지요. 최근 한국 주식시장을 보면, 조정이나 상승 모두 미국 홈빌더 인덱스를 뒤따라가고 있어요. 이 때문에 펀더멘털에서 유동성으로 분석기법을 바꾸었지요. 제조업 수익성 나빠졌는데 주가는 올라 정남구 매우 흥미로운 분석이군요. 저도 주가와 경기, 상장사 순이익의 상관관계를 2000년까지의 과거자료로 분석한 적이 있는데,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2002년 이후 경기와 주가의 상관관계가 깨졌어요. 경기와 상장사 순이익도 어긋나는 방향으로 움직였지요. 2002~2004년에 상장사 순이익은 거의 두배나 증가했는데, 주가는 2003년 중반 530까지 떨어졌다가 2004년 말에야 800대 후반까지 회복했어요. 2005년에는 주가가 급등했고요. 그래서 상장사 순이익 증가가 주가에 조금 늦게 반영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당신의 견해는 주가 상승이 기업 순이익 증가를 반영하는 단계를 넘어 언제부터인가 유동성에 의해 올라갔다는 것인데, 그 분기점을 어디라고 보십니까? 스티브 마빈

▲ 박미향 기자
그건 이야기하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한국 주식이 다른 지역에 비해 디스카운트(할인)돼 거래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지요. 그걸 측정해내기 쉽지 않습니다.
디스카운트의 원인은 복잡하지만, 크게 보면 기업 지배구조, 재벌의 불투명성, 비효율적인 자본구조, 환율 조작, 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이해부족 등을 꼽을 수 있어요. 물론 디스카운트 요인은 분명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기업 지배구조는 개선됐고, 환율 조작은 끝났으며, 외국인들의 한국에 대한 이해도 나아지고 있지요. 그러나 디스카운트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다는 게 문제죠. 그렇기 때문에 KOSPI의 적정 수준을 말하기가 어려운 겁니다.
환율 조작을 예를 들어 한번 설명해보죠. 1997년 이후 한국 기업들은 강력한 구조조정을 추진했어요. 결과는 대단히 성공적이고, 아주 인상적이었죠. 하지만 그 과정에서 실업과 파산이라는 엄청난 고통을 감당해야 했어요. 그래서 정부는 이런 고통을 덜기 위해 인위적으로 원화를 싸게 유지했지요. 그건 올바른 정책이에요. 이를 통해 수출기업의 순이익은 급증했고, 그것이 구조조정을 도왔습니다.
그동안 기업 부채가 크게 줄고, 정부 정책이 개선되고, 금리도 떨어지는 등 구조적인 면에서 많은 발전을 이루었지요. 반면 같은 기간에 미국은 경제구조가 계속 악화됐어요. 그런데도 원화를 계속 싸게 유지한 겁니다.
그러자 시장은 한국 수출기업의 막대한 순이익이 앞으로 지속되기 어렵다는 걸 깨닫게 됐어요. 한국 경제가 미국에 비해 나아지고 구조적으로도 강해졌다면, 조만간 원화 절상이 일어날 거라고 본 거죠. 그래서 한국 수출기업의 주식을 디스카운트하기 시작했어요. 2005년에 예상대로 그 순이익이 사라져버린 거죠. 과연 이걸 계량화할 수 있을까요? 사실 저는 KOSPI의 적정 수준을 전망하지 않습니다.
방향의 변화를 예측하려고 노력할 뿐이죠. 정확한 답변이 어려운 이유를 장황하게 늘어놓은 셈이 됐군요.(웃음) 정남구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주식시장의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를 예로 든다면 어느 정도는 분석해볼 수 있지 않을까요? 지난해 삼성전자의 순이익은 7조6천억원으로 전년도 10조원에 견줘 크게 줄었습니다.
말씀하신 환율변동 등의 영향을 실제로 받았다고 봐야죠. 최근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94조원, PER(주가수익비율)는 12.3 정도인데, 이걸 지나치게 높은 수준이라고 보십니까? 스티브 마빈 삼성전자 주가를 평가하는 데는 두 가지 큰 어려움이 따릅니다.
첫째는 시장 규모에 비해 삼성전자가 너무 크다는 거죠. 시장 전체 시가총액의 17%나 차지합니다.
이렇게 덩치가 크면 시장 자체에 의한 제약을 받게 되죠. 외국인들은 두 가지 이유로 삼성전자의 주식을 사고 팔아요. 첫째는 삼성전자의 이익 전망입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자산배분 측면에서 한국에 대한 투자를 위해 삼성전자 주식을 사기도 하지요. 물론 이 경우는 삼성전자의 이익 전망은 전혀 상관이 없는 거죠. 쉽게 말해 해외 뮤추얼펀드나 연금펀드가 한국 투자를 늘리기로 결정하면, 삼성전자의 이익이 어떻든 주식을 사고, 반대로 줄이기로 하면 이익에 관계없이 파는 겁니다.
정도가 약하기는 하지만 POSCO, 한국전력, 현대차, 은행주도 비슷한 경우라고 할 수 있어요. 회사 자체로 보면 삼성전자는 매우 뛰어난 기업입니다.
비록 정보공개의 부족, 재벌 위험, 비효율적인 자본구조를 갖고 있다고 해도 훨씬 높은 PER에 거래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시장 자체를 벗어날 수는 없죠. 삼성전자 PER가 시장의 PER에 비해 지나치게 높게되면 외국인들은 팔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주식펀드 40%, 1300대 이후 유입돼 정남구 2005년에 연초 900선이던 주가가 연말에는 1379포인트까지 올랐습니다.
그런데 해외투자자 전체로 보면 지난해 한 해 동안 2조원 이상의 순매도를 기록했어요. 아무리 미국 투자자들이 주식을 순매수했다고 해도, 주가를 끌어올린 유동성은 결국 주로 국내에서 공급된 것 아닌가요? 스티브 마빈 많은 투자자들이 똑같은 질문을 제게 던집니다.
사실 2005년은 굉장히 흥미로운 한 해였지요. 먼저 투자 주체별 누적 매수량을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저는 투자자들을 다른 분석가들과는 약간 다르게 분류하죠. 미국 투자자, 국내 기업의 자사주 매입, 가계 그리고 미국을 뺀 나머지 해외투자자, 이렇게 네 그룹으로 나눠요. 가계는 뮤추얼 펀드와 개인 투자자의 매수를 합해서 보지요. 2005년 3분기까지 최대 매수자는 미국 투자자와 국내 기업의 자사주 매입입니다.
나머지 그룹은 모두 순매도를 했어요. 그런데 4분기부터 가계가 대규모 순매도에서 대규모 순매수로 전환합니다.
뮤추얼 펀드가 대량으로 주식을 샀고, 개인 투자자는 매도를 줄였기 때문이죠. 전체적으로 보면 국내 주식펀드 순유입액이 2005년 10월부터 급증했어요. 왜 일까요? 제 해석은 이렇습니다.
앞서 말한 대로 미국 투자자들은 계속 주식을 사들였어요. 원화 강세에다, 해외시장의 할인판매, 1차상품 가격상승 등으로 제조업의 수익성은 붕괴했는데도, 미국인들은 공격적으로 주식을 샀어요. 전자, 자동차, 화학, 기계 모두 수익성이 급락했지요. 그러나 주가는 계속 올랐어요. 거기다 삼성전자, 현대차는 자사주 매입까지 해서 더 강세를 보였지요. 바로 ‘리레이팅’(상향조정)이에요.(웃음) 펀더멘털과 상관없이 시장이 오르면 사람들은 리레이팅이라고 말합니다.
이런 것들이 펀더멘털의 악화 속에서도 개인투자자들이 매수 확신을 갖게 했어요. 실제로 4분기부터 매수에 나섰고요. 결국 미국 투자자의 매수와 자사주 매입, 이 두 가지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겁니다.
우선 유럽 투자자들의 순매도를 메웠고, 국내 투자자들을 주식시장으로 끌어들이는 모멘텀을 제공한 거죠. 그런데 굉장히 놀라운 게 또 있어요. 전에는 KOSPI가 정점에 올랐을 때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 강세가 3~5개월은 유지됐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유입 강도가 기대만큼 강하지 못해요. 흐름의 방향까지 바뀌지는 않았지만, 순식간에 강도가 약해졌죠. 주식펀드 순유입액을 KOSPI를 기준으로 보면, 40%가 1300대 이후에 들어왔습니다.
이들이 지금 다 돈을 잃고 있어요. 모두 잔뜩 긴장해 있고, 깨지기 쉬운 심리 상태인거죠. 그래서 미국 투자자들의 매수가 중요한 겁니다.
정남구 미국은 금리를 계속 올리고 있습니다.
미국 투자자들도 적잖은 부담을 느낄텐데, 그럼에도 한국 주식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스티브 마빈 도이치뱅크는 FED(연방준비제도이사회, FRB)가 5% 혹은 5.2%에서 금리인상을 멈출 거라고 보고 있어요. 절정기에 가까이 온 셈이죠. FED가 금리인상을 빨리 끝낸다면, 미국 경기의 급락 가능성이 줄고, 주식에 대한 전망도 좋아질 겁니다.
헤지펀드도 레버리지를 높이겠죠. 그렇게 되면 또 한번의 거대한 매수 물결이 미국으로부터 1차상품이나 정크본드를 포함한 해외의 하이 베터 자산(가격변동성이 매우 큰 자산)으로 밀려들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두 개의 시나리오가 가능해요. 첫째는 한국으로 자금이 들어와 한국 주식시장이 이득을 보는 거죠. 주식시장의 모멘텀이 강해지고, 동시에 국내 주식펀드 유입액도 증가하면서, 랠리가 다시 시작되는 겁니다.
하지만 우려되는 시나리오도 있어요. FED가 금리인상을 멈춰 새로운 유동성 물결이 미국 밖으로 나오지만, 이번에는 한국에 오지 않는 겁니다.
미국 투자자들이 한국이나 대만의 경기가 지나치게 미국 수요에 의존한다는 보고 투자를 회피할 경우 그렇게 될 수 있어요. 자금이 ‘에셋마켓’(자산시장)으로 불리는 싱가포르와 홍콩, 아니면 국내 경기가 좋은 태국이나 인도로 가게 되는 거죠. 벌써 그런 초기 신호가 나타나고 있어 걱정이 됩니다.
인도 시장은 아주 강세이고, 싱가포르와 중국도 강세를 보이고 있어요. 일본은 이미 조정을 받았고요. 지난달 런던과 암스테르담, 프랑크푸르트에 다녀왔는데, 유럽 투자자들은 미국 투자자들처럼 한국에 대해 낙관적이지 않아요. 아주 비관적인 투자자도 있죠. 미국 경기가 둔화되면 한국도 영향을 받을 거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물론 유럽 투자자들은 어차피 순매도였기 때문에 매도한다고 해서 걱정할 필요는 없어요. 시장에 큰 부담이 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사지도 않겠죠. 미국 유동성 증가해도 한국 비껴갈 수 있다 정남구 올해 한국 경제의 상황에 대해서는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스티브 마빈 저는 기업의 수익성과 경기에 대해 훨씬 비관적인 입장입니다.
기업의 수익성을 어둡게 보는 것은 지난해 수출기업의 수익성을 허물었던 요인들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죠. 첫째는 수출 증가세의 둔화입니다.
이건 비교적 작은 문제라고 할 수 있어요. 한국의 수출 증가율과 미국의 ISM(공급관리자협회) 지수는 높은 상관관계를 보입니다.
올해 ISM 지수가 더 하락할 걸로 예상하기 때문에 한국의 수출 증가세도 따라서 떨어질 가능성이 높아요. 물론 중국 수출도 있어요. 하지만 중국이 미국의 둔화를 메우지는 못하죠. 전에는 한국이 중국에 수출하면, 중국은 그걸 조립해 해외로 수출하는 구조였어요. 그러다 2003년부터는 중국의 고정자본 형성이 가속화되면서 한국의 자본재에 대한 수요가 훨씬 강해졌지요. 그렇게 해서 한국의 중국 수출증가율이 중국의 해외 수출증가율을 앞지르게 된 겁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중국 정부가 국내 투자를 늦추기 시작했는데, 한국의 수출에는 좋지 않은 일이에요. 다시 수익성을 생각해보죠. 수입가격 지수와 수출가격 지수를 보면, 수입 원자재 가격이 폭등했어요. 반면 원화강세와 해외시장의 할인판매로 수출가격은 계속 떨어졌습니다.
해외시장에서의 할인판매는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에요. 중국이나 일본도 마찬가지죠. 국제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에 어쩔 수 없어요. 요점은 높아진 비용을 판매가격에 전가하기 어렵게 된다는 겁니다.
당연히 수출마진이 떨어지는 거죠. 올해 이런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요. 1차상품 가격이 하락하고 원화가 평가절하되지 않는 한 불가능합니다.
많은 사람이 올해 경기를 너무 낙관적으로만 본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 때문이죠. 정남구 올해 내수 소비도 현재 지표로 나타나는 움직임과 달리 지속적으로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계신데,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스티브 마빈 한국 소비자들은 올해 상당한 어려움에 직면할 거라고 봅니다.
고용시장이 좋지 않고, 임금인상은 줄고, 부채 상환비용도 늘어나는 반면 세금은 올라가기 때문이죠. 2005년 1월부터 누적 고용증가 추이를 보면 가장 많은 고용을 한 건 바로 정부였어요. 금융기관과 부동산중계업의 고용도 증가했는데, 자산시장이 강세를 보인 영향이죠. 하지만 그런 강세가 얼마나 더 오래갈지 의문입니다.
전체적으로 그렇게 나쁜 고용시장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건강한 고용시장도 아니에요. 특히 제조업 고용이 약한 것이 문제죠. 또 세금은 계속 늘고 있어요. 지난해 4분기 세금부담이 줄긴 했지만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합니다.
정부의 재정 계획을 보면 세금이 올라가게 돼있어요. 가계 근로소득 증가율은 하락 추세입니다.
서비스 부문의 구조조정과 제조업의 수익성 급락의 영향이죠. 한국은행의 금리인상으로 부채 상환비용은 계속 증가해요. 한국인은 절약적인 성향이 아주 강합니다.
미국 소비자들처럼 저축을 줄이거나, 부채를 늘리면서까지 소비할 가능성이 적다는 걸 말하죠. 뭘 보고 소비가 회복될 거라고 하는 걸까요? 물론 소비심리는 개선되고 있어요. 지난해 주가상승이 한 요인이라고 보지만, 솔직히 이해가 안 가는 부분입니다.
정남구 미국의 유동성이 한국 증시의 방향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앞으로 어느 쪽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더 높다고 보시는지요? 스티브 마빈 가능성은 50대 50입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전망이 가장 중요한 변수지요. 가동률 상승과 실업률 하락이 멈춰 인플레이션 압력이 완화되면 FED는 더 빨리 금리인상을 멈출 수 있죠. 점진적인 하락이든 급락이든 미국 경기는 둔화되는 방향으로 갑니다.
이때 미국 투자자들의 해석이 중요합니다.
미국의 경기 둔화가 한국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걸로 보느냐죠. 미국 투자자들은 한국의 수출 악화를 우려해 투자를 꺼리든지, 아니면 그것과 상관없이 한국 주식을 살 겁니다.
낙관론이 더 많을지, 비관론이 더 많을지가 문제에요. 만약 미국 경기가 점진적으로 둔화된다면 한국에는 긍정적일 수도 있어요. 1차상품의 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그렇지만 미국 투자자들이 어떻게 해석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지난 12월 미국에 갔을 때는 미국 투자자들은 아직 한국 주식시장에 대해 낙관하고 있었어요. 진짜 문제는 한국이 아니라 미국

▲ 박미향 기자
정남구 미국 경제는 어떻게 전망하고 계십니까? 스티브 마빈 사실 정말 걱정스러운 곳은 한국이 아니라 미국입니다.
매우 건강하지 못한 상태이지요. 구조적으로 취약하고, 재정정책이나 통화정책도 좋지 않아요. 솔직히 두렵기까지 해요. 달러가 아닌 원화로 월급을 받고 있어 정말 행운이지요.(웃음) 제가 가진 원화를 환전할 마음은 없어요. 정남구 한국 주식시장이 강한 유동성 랠리로 다시 돌아갈 가능성을 50대 50으로 보셨습니다.
하지만 역시 현재의 주가 수준이 펀더멘털에 비해 너무 높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는 겁니까? 스티브 마빈 그렇습니다.
가장 낙관적인 경우는 이런 거죠. IMF 위기 이후 한국 기업은 대차대조표 상의 구조조정을 했습니다.
그래서 강한 현금흐름과 수익성을 회복했죠. 하지만 기업들은 거기서 멈추고 말았습니다.
영업 구조조정을 하지 않은 거죠. 원화 강세가 되자 수익성이 급락한 원인이 거기에 있어요. 지난해의 수익성 붕괴로 2단계 구조조정의 방아쇠가 당겨졌어요. 말하자면 IMF 이후 시작된 제조업 구조조정의 과정을 마저 끝내야 하는 겁니다.
바로 영업 구조조정이에요. 우리는 이미 그걸 보고 있습니다.
제조업 고용이 축소되고 있고, 현대차는 과장급 이상의 임금을 동결했어요. 2단계 구조조정의 시작이지요. 앞으로 2년 동안은 국내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어요. 하지만 구조조정이 끝나면 제조업 수익성은 새로운 단계로 올라서게 됩니다.
펀더멘털에 기반한 진짜 ‘리레이팅’이 이루어지는 거죠. 결국 그렇게 될 거라는 건 의문의 여지가 없지만, 그게 언제냐에는 의문이 남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상황은 유동성이 시장을 끌어올리고, 한편으로는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면서, 구조조정이 끝나면서 펀더멘털이 시장을 따라잡는 것입니다.
정남구 말씀하신 대로 2단계 구조조정의 방향은 기업의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 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첫 번째 구조조정과 비교해 이번에는 구체적으로 어디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시는지요? 스티브 마빈 문제의 핵심은 ROE(자기자본이익률)와 세전이익률, 영업이익률 추이를 비교해 보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IMF 이후 2년 동안의 구조조정을 거쳐 ROE와 세전이익률은 다시 증가했어요. 하지만 영업이익률에는 아무런 개선도 일어나지 않았죠. 바꿔 말하면 대차대조표 구조조정은 했지만, 영업상의 구조조정은 하지 않은 겁니다.
더구나 지난해 원화 강세, 1차상품 가격 상승으로 영업이익률은 더 떨어졌지요. 첫 번째 구조조정이후 ROE와 세전이익률이 높아졌던 것처럼, 두 번째 구조조정이 끝나며 영업이익률도 높은 수준으로 올라서야 해요. 말씀드린 대로 시기가 문제인데, 미국이 소프트 랜딩(순화할 수 있는 대체표현요망??) 을 한다면 2008년쯤 끝날 겁니다.
하지만 하드 랜딩(동일 질문!!!)을 한다면 더 오래 걸릴 수 있죠. 제2 구조조정 시간 걸리지만 해낼 것 정남구 현재 한국 가계의 소득증가율이 낮아지고 있고, 또 한국의 대기업에는 비교적 강력한 노동조합도 존재합니다.
기업 순이익을 높이고, 기업을 안정화시키기 위해 고용을 줄이고 임금을 낮추는 것은 정치적으로 매우 위험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지요. 이런 점에서도 보면 제2의 구조조정이 순탄하게 진행되기는 어렵다고 봐요.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보시는지요? 스티브 마빈 옳은 지적입니다.
하지만 일본을 보십시요. 같은 일이 일본에서도 일어났습니다.
물론 지적하신 그런 이유들 때문에 구조조정이 그렇게 빨리 일어날 걸로 보지는 않아요. 한국 기업은 사람을 자유롭게 해고할 수 없어요. 하지만 기업들은 신규 고용도 하지 않을 겁니다.
또 해마다 일정한 사람들이 퇴직을 하게 되죠. 임금은 보너스를 활용해 줄일 수 있다고 봐요. 미국 같은 나라에서보다는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게 분명합니다.
하지만 그런 과정이 끝나면 한국은 한 단계 높은 국제경쟁력을 가진 나라가 될 것입니다.
정남구 한국 기업들에서 제2의 구조조정이 일어날 상황이라는 걸 한국 정부가 제대로 인식하고 있다고 보십니까? 스티브 마빈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산업적 문제보다는 사회적 문제들에 더 많은 관심을 쏟고 있지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더 분명해집니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고 봐요. 노 대통령은 선거 공약으로 자신이 하겠다고 약속한 걸 하고 있는 겁니다.
사실 김대중 전 대통령처럼 산업적 쟁점사항들에 초점을 맞출 필요도 없어요. 기업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죠. 노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 실업지원, 사회복지 등에 대한 지출을 늘려 왔어요. 그것에 대한 찬반을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구조조정의 고통을 덜어주는 데는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정남구 기업들의 소극적인 투자를 비판하는 의견이 많이 있습니다.
IMF 구조조정이후 기업들이 현금을 쌓아두고도 투자를 하지 않아 문제라는 것이죠. 이런 의견에 동의하십니까? 스티브 마빈 IMF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한국 재벌의 비합리적인 투자였다고 생각합니다.
비합리적인 투자를 위해 엄청난 돈을 빌려쓴 거죠. 하지만 그 이후 설비 투자는 상당히 합리적인 방향으로 바뀐 측면이 있습니다.
저는 말씀하신 그런 비판에 동의하지 않아요. 차라리 조금 투자하는 게 너무 많이 하는 것보다 기업에는 나아요. 투자는 나중에 언제든지 늘릴 수있지 않나요? 수익을 낼 기회를 발견하면 기업들은 그렇게 할 겁니다.
오히려 공장을 너무 많이 지으면 아주 심각한 문제가 생기죠. 대차대조표상의 많은 현금에도 불구하고 투자를 안하는 현상은 미국도 마찬가지에요. 독일도 그렇고요. 일본에서만 증가하고 있지요. 한국만의 독특한 현상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경영진들이 유동성 붐에 대해 잘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봐요. 펀더멘털한 수요가 아니라 유동성에 의한 수요라는 걸 알고 있는 거죠. 진행·정리 = 장승규 skjang@economy21.co.kr 사진 = 박미향 기자 blue@economy21.co.kr 약력/ 스티브 마빈 도이치증권 조사부 전무 1955년 미국 텍사스 출생 1977년 스탠포드대학 졸업 1978년 하와이 뉴욕뮤추얼보험 보험 중개인 1982년 도쿄 국제경영정보 IR팀 1986년 도쿄 자딘플레밍증권 애널리스트 1992년 자딘플레밍증권 서울지점 리서치 헤드 1995년 쌍용증권(현 굿모닝신한증권) 조사부 이사 1998년 자딘플레밍증권 서울지점 리서치 헤드 1999년 도쿄 펜타 이베스트먼트 매니저스 펀드 매니저 2003년 도이치증권 조사부 전무
스티브 마빈은 누구?
스티브 마빈 도이치증권 전무는 미국 텍사스에서 출생해 하와이에서 성장기를 보냈다.
스탠포드대학에서 아시아학을 전공했으며, 1992년 자딘플레밍증권 서울지점 리서치 헤드로 한국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직장 동료였던 이성은 씨와 결혼해 현재 성북동에 살고 있다.
아직도 그의 이름을 IMF 사태와 연관짓는 사람이 적지 않다.
당시 쌍용증권 조사부 이사로 근무하던 그는 IMF 사태와 금융시장 붕괴를 정확하게 예측한 보고서를 내면서 스타 분석가로 떠올랐다.
당시에 낸 보고서들은 ‘만병통치약을 파는 약장수의 싸구려 곡예’(96년 8월), ‘여전히 뛰지 않는 맥박’(96년 12월), ‘위험한 도박’(97년 2월), ‘이제 더이상 기회는 없다’(97년 10월), ‘죽음의 고통’(98년 5월) 등 제목만 들어도 섬뜩하다.
98년 마빈 전무는 자신의 보고서들을 묶어 책(<한국에 제2의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으로 내기도 했다.
99년 펀드 매니저로 변신해 일본으로 갔던 마빈 전무는 2003년 도이치증권 리서치 헤드로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의 보고서는 여전히 나올 때마다 언론의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에만 해도 ‘2+2+5?’, ‘유동성에 살고 유동성에 죽는다’, ‘부의 결점’ 등을 내놓았다.
특히 그는 지난해 후반부터 ‘제2의 구조조정이 시작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제조업 수익성의 파열이 구조조정의 방아쇠를 당겼다.
첫 번째 희생자는 노동자들이다.
2005년 5만개의 공장 일자리가 사라졌다.
” 지난해 주식시장의 기록적인 상승 이후 증시의 비관론자들이 입장을 바뀌거나 일자리를 잃은 요즘 그는 한국 증시의 마지막 남은 비관론자로 불린다.
인터뷰 후기를 빌어
“뭘 사야 돼? 종목만 얘기해.” 주식투자를 하거나 관심을 가진 지인들에게 자주 듣는 얘기다.
경제 기자라면 남모르는 기업 정보를 많이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대박을 터트릴 그런 정보를 내가 갖고 있을 리 없다.
그래서 나는 그들에게 정보 대신 경기나 주식시장의 흐름을 나름대로 설명해주곤 한다.
하지만 그걸 알아들으려면 상당한 집중력이 필요하기에 대개는 내 설명을 지루하게 느끼고 간단히 결론만 말하라고 요구한다.
놀랄 일도 아니지만, 그런 식으로 주식투자를 하는 사람치고 성공한 이를 나는 거의 보지 못했다.
경기나 주가 흐름을 전망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리는 기껏해야 현재 시장의 추세를 읽어내고, 추세를 좌우하는 가장 큰 변수를 포착할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그런 분석은 어디까지나 과거의 자료를 활용한 것일 뿐이어서 한계가 있다.
우리는 모든 변수를 다 분석하지는 못한다.
또 예상치 못한 어떤 새로운 변수가 나타나 주가를 움직일 수도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항상 열린 자세를 갖는 것이다.
나는 지난 2002년 <한국 증시의 흐름 읽는 법>이란 책에서 한국의 경기와 주가 사이의 상관관계, 경기 국면에 따라 증시에 나타나는 업종별 주가 유형에 대한 분석결과를 제시한 적이 있다.
“한국 증시도 역시 주가가 경기 흐름을 앞서 반영해 매우 합리적으로 움직인다”는 것이다.
경기가 좋아지면 기업 수익도 늘고, 경기가 나빠지면 기업 수익도 줄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2003년 하반기 이후 경기지표는 그다지 호전되지 않았음에도 주가는 큰 폭으로 상승했다.
왜 경기와 주가의 흐름이 이번에는 정반대였을까? 답은 간단하다.
경기가 나빠져도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한 상장사들의 수익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2004년 상장사 실적은 2002년에 비해 거의 2배 가까이로 늘었다.
그것이 2003년 하반기 이후 주가폭등을 설명한다.
그러나 2005년부터 기업의 수익성은 다시 나빠지고 있다.
이제 주가는 어디로 흘러갈까? 스티브 마빈과의 대담은 만족스러웠다.
마빈은 자신이 한국 증시의 흐름을 읽는데 한때 오류를 범했음을 인정했다.
그리고 오류의 원인을 찾는 과정에서, 자신만의 독특한 분석결과를 제시했다.
주가를 끌어올리는 필요조건은 기업의 ‘실적’ 향상이지만, 유동성이란 충분조건이 갖춰져야 현실화된다.
마빈의 분석은 이 ‘유동성’에 맞춰져 있다.
마빈은 비록 한국 기업들의 수익이 2004년까지 좋아졌다고는 해도, 이후에는 조금씩 나빠지고 있으며 올해도 나빠질 것이라고 본다.
그런데도 지난해 주가가 크게 오른 것은 미국의 풍부한 유동성에 의해 미국 투자가들이 한국 주식을 사들였고, 그것이 한국의 개인투자가들에게 주식을 살 수 있는 용기를 불러일으켰다고 말한다.
그는 미국의 유동성 공급이 지속된다면 앞으로 주가가 한 단계 더 오를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러나 현재의 주가수준은 이미 펀더멘털을 이탈한 수준이므로 길게 보면 지금보다 낮은 수준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훨씬 크다고 그는 말한다.
예외적인 상황은 미국에서 풍부한 유동성이 계속 공급되는 가운데, 한국 기업들이 2차 구조조정을 성공시켜 수익성을 높이는 경우다.
그의 분석은 매우 치밀해서 내가 반론을 제기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현재의 주가수준이 펀더멘털을 크게 이탈했다는 그의 주장에 대해 내 의견은 다르다.
개인적인 견해로는 지난 2004년 상장사 순이익 수준에서 종합주가지수 적정수준은 1400~1500 포인트 정도다.
나는 마빈과 달리 미국에서 한국으로 공급된 풍부한 유동성은 오히려 한국 상장사의 실적향상을 뒤늦게 반영한 것이라고 본다.
2005년 상장사의 수익은 2004년보다는 조금 나쁘고, 올해도 좋아질 것 같지는 않다.
그런 점에서 랠리를 기대하긴 어렵지만, 현재의 주가수준이 그렇게 불합리한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한국 증시의 앞날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아니라,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상장사들의 순이익 규모에 달려 있지 않느냐는 것이 내 생각이다.
정남구/ <한겨레> 기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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