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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M&A 시장 러브콜 0순위 군인공제회와 교원공제회
[특집]M&A 시장 러브콜 0순위 군인공제회와 교원공제회
  • 이정환 기자
  • 승인 2006.03.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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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건설·LG카드 인수전 캐스팅보트 … 문어발식 사업확장 비난 목소리도 높아
△ⓒ이코노미21 박미향 기자
KT&G가 올해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호되게 ‘경영권 분쟁’을 겪으면서 POSCO에도 비상이 걸렸다.
POSCO 역시 KT&G처럼 외국인 지분 비율이 높으면서 민영화된 공기업이고 알짜배기 보유 자산도 많다.
문제는 지배주주가 없고 실적에 비해 주가도 낮다는 것이다.
증권가에서는 KT&G 다음 표적은 POSCO가 될 것이라는 소문이 공공연히 떠돌기도 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이구택 회장이 공개적으로 “군인공제회 등이 주식을 사줬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다닐 정도였다.
그러나 정작 군인공제회는 심드렁한 모습이다.
POSCO로부터 아무런 공식적인 요청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요청을 받더라도 확실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곳에 단순히 우호적인 차원에서 투자하기는 어렵다는 게 군인공제회의 입장이다.
외환은행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국민은행도 이들에게 손을 벌릴 가능성이 크다.
강정원 행장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발표 직후 자금 조달 출처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국내 재무적 투자 파트너들을 우선적으로 물색할 계획”이라고 밝혀 군인공제회 등과 연대할 것임을 시사했다.
강 행장이 “국민연금의 연대 제의가 있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밝힌 부분도 눈길을 끌었다.
군인공제회 관계자는 “공식 제안을 받은 건 아니지만 국민은행과 하나은행 양쪽에서 실무진 차원의 접촉이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한편 교원공제회도 하나은행의 외환은행 인수추진팀 관계자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하나은행 컨소시엄에 참여하기 위해 지방행정공제회와 손을 잡기도 했다.
최근 들어 군인공제회를 비롯해 각종 공제회의 영향력이 부쩍 커졌다.
외환은행도 관심이지만 특히 4월 초로 예정된 대우건설 인수전에서는 누가 이들 공제회들과 손을 잡느냐에 성패가 달렸다고 말할 정도다.
이들만큼 대규모 현금을 동원할 곳이 마땅치 않은 데다 경영권에 욕심이 없는 순수한 재무적 투자 파트너를 만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경영권 욕심 안 내는 재무적 투자 파트너 군인공제회는 지난해 무려 1334억원의 투자 수익을 올렸다.
2004년 480억원에서 3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영업이익은 금융 부문에서 2700억원, 부동산 부문에서 2200억원 등 무려 4900억원에 이른다.
군인공제회는 하사관 이상 군 출신 인사들과 군무원, 국방부 산하 공무원이 회원으로 있다.
전체 가입 대상 가운데 88.9%가 회원으로 가입돼 있고 회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16만명이다.
회원들의 목돈 저축만 2조7792억원, 운용자산은 5조4094억원에 이른다.
퇴직 군인들의 목돈을 모아 거대 자산을 형성하고 있는 것이다.
군인공제회는 비영리 법인으로 분류돼 있지만 사업 규모는 웬만한 대기업 못지않다.
제일식품사업소와 대양산업, 대신기업, 고려물류 등의 직영 사업체가 있고, 한국캐피탈 등 5개 산하 법인체와 태릉, 남성대, 남수원 등 3개 골프장을 사업체로 두고 있다.
이밖에도 진로와 해태제과, 두산인프라코어, STX조선 등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이밖에도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바로 옆에 자리한 군인공제회관의 시가는 무려 2500억원에 이른다.
IBM이 세들어 있어서 흔히 IBM 빌딩이라고 부르지만 진짜 주인은 3개 층만 쓰고 있는 군인공제회다.
군인공제회는 1994년 서울시로부터 이 땅을 사들여 1999년 10월에 건물을 완공했다.
투자비용은 1500억원. 시세차익만 1500억원에 이르는 셈이다.
군인공제회의 부동산 부문 수익률은 13~14% 수준이다.
IMF 무렵에는 20%를 웃돌기도 했다.
한때는 그야말로 손을 대는 곳마다 대박을 터뜨린다는 말이 돌기도 했을 정도이다.
서울 종로구의 주상복합 아파트 경희궁의 아침이나 마포구 마포역 인근 한화 오벨리스크 등에 투자해 큰 수익을 챙겼고, 30여 건 8천여 가구의 부동산 개발 사업을 진행중이다.
금융 부문의 실적도 놀랍다.
군인공제회는 IMF 직후 칼라일이나 뉴브리지, 론스타 등 외국계 사모펀드가 판치던 인수합병 시장에 과감히 뛰어들어 토종 자본의 대표 선수로 성장해왔다.
2001년에는 한국캐피털과 대한토지신탁을 단독으로 인수하기도 했고, 2003년에는 금호타이어 지분 25.0%를 2500억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금호타이어 지분은 2년 만인 지난해 9월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다시 매각해 1624억원을 벌어들였다.
투자수익률로 치면 64.9%다.
시세차익뿐만 아니라 그동안 벌어들인 배당 수익만 해도 385억원에 이른다.
한국캐피탈의 투자수익률은 더 놀랍다.
2001년 71.8%를 117억원에 사들여 100억원 이상의 배당을 받아갔고, 현재 시세차익은 1073억원에 이른다.
10배 이상의 수익이다.
하이트맥주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한 진로 지분 16.4%도 대박이 기대된다.
진로가 내년에 재상장될 경우 1500억원 이상의 수익을 벌어들일 전망이다.
이 정도면 웬만한 사모펀드가 무색할 수익률이다.
교원·군인 컨소시엄으로 대우건설 인수? 군인공제회는 최근 대우건설 지분 참여를 검토하고 있는 중이다.
2천억~3천억원 정도를 투자할 계획인데 두산과 금호아시아나, 유진그룹 컨소시엄에서 구애작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4월 초로 예정된 대우건설 입찰에는 군인공제회 말고도 교원공제회나 지방행정공제회 등도 투자제안을 받고 검토하고 있다.
투자 규모는 교원공제회가 2천억~5천억원, 지방행정공제회는 1천억원가량이 될 전망이다.
한때 군인공제회와 교원공제회가 컨소시엄을 구성해 대우건설 인수에 나설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두 공제회가 연합을 하면 당장이라도 조 단위의 자금을 끌어들일 수 있는 막강한 자금력을 확보하게 된다.
현재로서는 군인공제회와 가까운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이들의 연대 파트너로 거론되고 있다.
두 공제회가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한편 교원공제회도 군인공제회 못지않은 큰손이다.
자산규모가 무려 11조8천억원에 이른다.
그룹으로 치면 현대중공업그룹이나 금호아시아나 그룹에 맞먹을 정도다.
교원나라자동차보험을 비롯해 교원나라상호저축은행, 교원나라벤처투자, 라마다프라자 제주호텔 등의 자회사를 거느린 어엿한 그룹이다.
회원 수도 68만명으로 군인공제회보다 훨씬 많다.
교원공제회는 군인공제회보다 한발 늦게 인수합병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투자 의욕은 결코 뒤지지 않는다.
그동안 뉴코아와 동서산업, 진로의 인수 과정에 뛰어든 것을 비롯해 지난해에는 삼양식품 지분 입찰에 참여해 27.66%를 확보 최대주주로 올라서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6115억원 상당의 주식을 사들여 장부가 기준으로 83% 이상의 수익을 냈다.
문어발식 확장문제는 없나 상황이 이렇다 보니 너도 나도 이들 공제회들에 손을 내미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대우건설 이외에도 LG카드를 비롯해 현대건설과 하이닉스반도체 등 초대형 인수합병 매물이 마구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LG카드에 욕심을 내고 있는 신한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도 잇따라 공제회들을 순회하면서 구애작전에 나섰다.
군인공제회는 대우건설뿐만 아니라 대한통운에도 욕심을 내고 있다.
금호타이어나 진로 등의 인수 경험에서 볼 때 우량 기업의 인수합병 컨소시엄이 짭짤한 수익을 안겨준다는 걸 충분히 학습했기 때문이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을 비롯해 CJ와 STX그룹 등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가운데 역시 군인공제회가 칼자루를 쥐고 있는 양상이다.
문제는 군인공제회의 실탄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것이다.
전체 자산은 4조원을 넘어서지만 그 가운데 당장 현금화할 수 있는 것은 5천억원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업계에서는 군인공제회가 대우건설에 뛰어든다면 다른 곳에 투자할 여력은 많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 최대의 큰손이긴 하지만 쏟아지는 매물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군인공제회는 이밖에도 대한석탄공사 등과 컨소시엄을 맺고 중국 내몽고 자치구에서 탄광 개발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3월 말로 임기가 만료되는 김승광 이사장은 하이닉스반도체에 공개적인 관심을 표명하기도 했다.
지난해 말에는 중견 조선업체인 성동조선해양에 50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과거 재벌 그룹의 문어발식 사업 확장을 연상케 할 정도이다.
군인공제회의 문어발식 확장은 국정감사 때마다 문제로 지적돼왔다.
2004년에는 일본계 사채회사인 A&O인터내셔널에 300억원을 대출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당시 김승광 이사장은 “법적으로 문제는 없다”고 맞섰다.
공공택지를 싸게 분양받아 회원 아파트를 공급하면서 절반 이상을 일반 분양으로 돌려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한편 군인공제회의 수익 중심 투자에 대한 문제제기도 많다.
사회적 책임에 걸맞게 공공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게 비판적 목소리의 핵심이다.
이와 관련, 대우건설 노조가 군인공제회의 지분 참여를 반대하고 나선 것도 주목된다.
대우건설 노조는 “군인공제회가 연 10% 이상의 수익률을 요구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군인공제회를 “고리대금업자”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정환 기자 cool@economy21.co.kr
교원공제회의 ‘이상한’ 투자
교원공제회가 자칫 이해찬 전 국무총리와 함께 국정감사에 서게 될지도 모른다.
이 전 총리는 골프 파문으로 낙마했지만 의혹은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주가 조작 혐의가 드러날 경우 과거 화려했던 교원공제회의 투자실적도 빛이 바랠 우려가 있다.
의혹의 핵심은 교원공제회가 왜 영남제분의 주식을 사들였냐는 것이다.
교원공제회는 지난해 5월부터 10월까지 7차례에 걸쳐 영남제분의 지분 8.3%, 102억원 상당을 사들였다.
첫 번째 의혹은 영남제분이 과연 그만한 투자가치가 있는 회사였느냐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조사한 결과를 보면 내부에서 매수를 중단해야 한다는 보고서가 나오기도 했는데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두 번째 의혹은 왜 제때 그 주식을 팔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교원공제회는 지난해 10월17일과 11월15일 사이에 일부 주식을 매각했지만 나머지는 그대로 보유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영남지분은 10일 뒤인 11월25일 자사주 195만주를 장외매매를 통해 처분한다.
시세차익은 무려 68억원에 이르렀다.
교원공제회는 그 기회를 놓쳤고 지금은 엄청난 손실을 보고 있다.
세 번째 의혹은 삼양식품 주식을 사들인 것이 영남제분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는 것이다.
교원공제회는 지난해 11월 삼양식품 지분을 사들여 최대주주가 됐는데 공교롭게도 삼양식품이 영남제분의 최대 거래처였던 것이다.
이 모든 의혹을 연결하는 고리가 바로 이 전 총리의 골프 파문이다.
교원공제회가 한창 영남제분 주식을 매집하고 있던 지난해 10월, 국무총리 비서실장으로 재직 중이던 이기우 교육부 차관과 김평수 교원공제회 이사장, 류원기 영남제분 회장 등이 수차례 어울려 골프 회동을 가진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기우 차관이 교원공제회 이사장 출신이라는 사실 역시 심상치 않다.
국내 사모펀드 아직은 걸음마 단계
토종펀드를 자처하는 보고펀드의 움직임이 최근 눈길을 끈다.
보고펀드는 BC카드 인수를 공식화하고 우리금융지주와 조흥·하나은행 등과 양해각서를 체결한 바 있다.
전체 지분의 60% 이상, 1200억원 상당을 사들이겠다고 나선 것이다.
BC카드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자산규모가 3897억원, 영업이익은 3975억원으로 1800만명의 회원과 220만개의 가맹점을 보유한 국내 최대의 신용카드 회사다.
보고펀드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미국계 신용카드 회사인 퍼스트데이터가 BC카드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매출 규모가 12조원, 시가총액만 36조원에 이르는 이 회사는 지난해 말부터 롯데카드와 현대카드 등과 접촉하여 BC카드 인수에 주력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금융지주 등 BC카드의 대주주들이 일단 보고펀드에 마음이 기운 상태지만 퍼스트데이터가 물량 공세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BC카드의 자산은 장부가 기준으로 2천억원 수준, 지분 50%면 최소 1천억원,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그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고펀드의 약정금액은 5110억원이지만 실제 출자규모는 이에 훨씬 못 미친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으로 경영권 참여를 목적으로 운용 중인 국내 사모펀드는 모두 16개, 금감원에 신고한 약정금액은 3조1100억원이었지만 실제로 출자금액은 4600억원 수준인 것으로 집계했다.
16개 사모펀드를 모두 모아도 아직은 군인공제회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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