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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정부 돈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하나
[진단]정부 돈 어디에 어떻게 써야 하나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6.03.2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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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20일부터 28일까지 기획예산처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공동주최로 열리는 ‘2006~2010년 국가재정운용계획 대국민 공개토론회’는 향후 한국 사회의 비전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자리다.
변양균 기획예산처 장관은 첫날 인사말에서 “정부의 재정운용은 양극화, 저출산, 통일 등 1세대 앞으로 내다보고 이루어져야 한다”며 “이는 국가의 장기비전과도 연결되는 문제”라고 밝혔다.
이는 정부의 재정운영의 결과가 단기보다는 10년, 20년의 장기에 걸쳐 나타나게 된다는 측면을 지적한 것이다.
지난해에 이어 열린 이번 공개토론회는 각 분야별로 세부적인 주제를 선정해 진행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원론적인 토론에서 벗어나 실제 정책을 추진하는 데서 제기되는 구체적인 문제들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첫날 열린 교육분야에 관한 토론도 ‘우리대학 경쟁력, 이대로 좋은가?’라는 주제를 내걸고 진행됐다.
△기획예산처 MBP홀에서 열린 국제재정운용계획 대국민토론회 ⓒ이코노미21 박미향 기자
대학교육 '양적 풍요 속에 질적 빈곤' 교육분야 주제발표자로 나선 우천식 KDI 산업·기업경제 연구부장은 현행 대학교육의 문제점을 ‘양적 풍요 속의 질적 빈곤’으로 정리해 제시했다.
전국의 대학 수가 385개에 이르고, 고등학생의 대학진학률이 세계최고 수준인 82%에 달하는 등 외형적으로는 많은 성장을 했지만, 질적 수준이 여전히 취약하다는 분석이다.
우 부장은 “국내 최고 수준이라는 서울대도 중국의 청와대와 비교하면 한참 뒤떨어져 있다”며 “고급 브레인 인력의 경우 가르칠 사람도 없고 학과도 없는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그 결과는 해외 유학생의 급증으로 나타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인구당 유학생 수가 이미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 부장은 “최근 미국 유학생 가운데 잔류 희망자가 34%에서 64%로 크게 증가해 걱정스럽다”고 했다.
우 부장은 대학교육에 대한 저투자와 저효율이 이러한 현상을 가져왔다고 진단했다.
우리나라의 GDP 대비 대학교육에 대한 투자금액은 2.2%로 비교적 높은 수준이지만, 이 가운데 정부가 차지하는 비중은 0.1%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대학교육이 사적 부담에 의존해 팽창해왔다는 것을 뜻한다.
우 부장은 “정부의 대학교육 투자는 대부분 국립대에 집중돼 있다”며 “사립대의 경우는 등록금 의존도가 70%에 이를만큼 취약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우 부장은 그나마 있는 정부의 대학지원도 대부분 대학 단위로 이루어지는데다, 성과평가가 미흡해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혁신선도 대학의 등장, 노동시장의 탈학벌주의 확산, 고급인력에 대한 수요기반 팽창 등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고, 대학교육의 혁신 청사진과 정책적 리더십 부재를 가장 큰 문제점으로 들었다.
토론에 나선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대졸 신입사원에 대한 기업들의 만족도가 매우 낮다는 점을 지적했다.
유 본부장은 “2004년 조사를 보면 조직역량, 전문기술 지식, 인성과 태도, 가치관 등 모든 분야에서 기업의 만족도가 100점 만점에 50점을 밑돌고 있다”며 “이는 기업의 과도한 재교육 부담과 이로 인한 경력사원 선호현상을 가져오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김송희 강원대 평의회 의장은 그동안 대학이 해온 역할을 비교적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의장은 “한국이 세계 10위의 경제강국으로 성장하는 동안 필요한 인력을 공급한 곳은 바로 대학이었다”며 “오히려 문제는 정부의 과도한 대학 규제에 있다”고 말했다.
정부에서 대학들에게 재정적 지원을 담보로 정책 참여를 사실상 강요하고 있다는 것이다.
박원주 사립대학 교수협의회 연합회장의 의견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박 회장은 “교육부가 평가결과를 재정지원과 연계하다 보니 대학들은 학부제를 어쩔 수 없이 도입할 수밖에 없었다”며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의 대학이 학과제로 다시 복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박 회장은 “지난 10년 동안의 손실을 누가 책임져야 하는냐”고 되물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최근 대학들이 느끼는 위기감의 진원지가 신입생 수의 급격한 감소에 있다는 점도 분명하게 드러났다.
이현청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사무총장은 “선진국의 1.5~3배에 이르는 대학들의 과도한 등록금 의존도와 인구감소로 인한 신입생의 감소가 큰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사립대 재정의 가장 큰 부분을 등록금이 차지하고 있는데, 등록금을 낼 신입생 수는 오히려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이는 사립대 재정의 붕괴를 의미한다.
2015년 이후 2차 인구감소 '태풍'온다 김규태 교육부 대학구조개혁팀장은 “2000~2005년의 1차 인구감소로 인해 이미 대학 신입생이 정원을 밑돌고 있다”며 “앞으로 2015년까지는 일시적인 반등이 있지만, 그 이후에는 더 큰 규모의 2차 인구감소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팀장은 “이렇게 되면 전국 대학의 3분의 1이 문을 닫고, 교직원들은 해고되거나 전공을 전환해야 하는 사태에 직명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팀장의 결론은 명확하다.
지금처럼 350개 대학이 계속 백화점식 종합대학으로 가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바로 대학별 특성화, 브랜드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팀장은 “앞으로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며 “정부는 대학들이 적응력을 키울 수 있도록 2009년까지는 대학통합, 정원감축 등 구조개혁을 강하게 추진하겠지만, 그 이후에는 각 대학들이 스스로 생존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서병훈 기획예산처 사회재정기획단장은 재원 배분상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서 단장은 “정부의 대학교육 지출이 OECD 평균보다 낮다고 하지만, 이는 나라마다 사회·문화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유럽은 전통적으로 정부에서 부담을 많이 해온 반면, 일본의 경우는 우리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서 단장은 “현재 우리나라의 재정규모로 봐서 대학교육 지출이 낮다고만 볼 수는 없다”고 했다.
교육부의 한해 예산이 29조원으로 정부 부처 중 가장 클 뿐만 아니라 중기 재경계획에 따른 예산 증가율도 평균을 웃돌고 있다는 것이다.
서 단장은 “문제는 지나치게 많은 예산이 초등교육에 들어가고 있다는 데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를 어떻게 대학교육 분야로 전환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 단장의 계산으로 전국 소규모 초등학교의 4분의 1을 통합하면 교원인건비를 절반으로 줄있 수 있다.
이날 토론자들은 앞으로 대학교육에 대한 정부의 투자가 크게 증가해야 한다는 데는 한목소리를 냈다.
일부에서는 초등교육의 경우 지자체에 더 많은 역할을 맡기고, 정부는 대학교육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제안을 내놓기도 있다.
또한 현행 재정지원 방식의 개선과 대학의 자구노력이 전제되지 않으면 정부의 지워이 밑빠진 독에 물붙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대체로 공감했다.
장승규 기자 skjang@economy21.co.kr =====================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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