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16:44 (수)
[커리어칼럼]한국 기업에도 CRO 시대 열린다
[커리어칼럼]한국 기업에도 CRO 시대 열린다
  • 신현만/ 커리어케어 대표이사
  • 승인 2006.04.0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얼마 전 국내 한 대형 제조업체에서 대외협력담당 간부를 찾아달라는 요청이 들어왔다.
정부와 언론, 시민단체 등 기업경영에 영향이 큰 조직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이들의 관심사나 정책 추진 동향을 파악해 대비하도록 하는 업무의 책임자였다.
이 간부는 재경부 금감위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노동부, 환경부 등 규제관련 정부부처와 검찰 경찰 청와대 등 주요 권력기관, 그리고 언론과 시민단체 고위 인사들과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어야 했다.
이런 인재를 찾아달라는 요청은 비단 이 기업만의 일은 아니다.
최근 들어 대기업을 중심으로 대외 업무를 담당할 수 있는 인재를 영입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런 직무는 과거에도 있었다.
주요 기업들은 오래 전부터 이른바 ‘대외협력부’나 ‘대외업무부’라는 이름의 조직을 운영해왔는데, 이들의 주요 업무가 바로 정치권과 정부부처, 검찰과 경찰 등의 동향을 파악하는 것이었다.
기업에 이런 조직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는 매우 크다.
한때 건설회사들이 총경급 경찰 간부를 영입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이런 움직임은 어떤 사건과 관련해 주요 건설회사들이 경찰의 조사에 시달린 적이 있는데 한 기업만 조사를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난 뒤 시작됐다.
그 기업은 경찰간부 출신의 임원이 경찰의 움직임을 파악해 사전에 대책을 세우는 바람에 압수수색을 받지 않았다.
삼성을 비롯한 주요 기업들이 법무팀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이런 현상과 궤를 같이 한다.
법무팀 강화는 기본적으로 법무 리스크(legal risk)를 줄이기 위한 것이지만, 이것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즉 검찰이나 법원의 핵심간부 출신을 대거 충원하는 것은 단순히 법무 리스크에 대비한다기보다는 기업환경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기관의 동향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행정부의 고위 공직자나 언론계의 고위 인사들을 영입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
기업들이 입법부나 행정부, 사법부는 물론 언론과 시민단체 등 주요 집단의 동향에 민감한 것은 이들이 기업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최근 현대자동차에 대한 검찰의 수사나 삼성의 경영권 이양과정에서 불거지고 있는 사회적 압력은 자칫 그룹 해체를 야기할 수도 있을 만큼 강력하다.
기업들은 규모가 작을 때는 이런 압력을 전혀 느끼지 못하다가 조직규모가 일정한 수준까지 커지면 갑자기 사회적 관심 대상으로 떠오르면서 압력을 느끼게 되는데, 이 압력은 점차 경영의 주요 변수로 자리잡는다.
이 같은 사회적 압력은 기업들에게는 일종의 보이지 않는 천장, 유리천장이다.
최근 기업들이 대외협력이나 대외업무 부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은 유리천장이 얼마나 크고 강력한지를 체험했기 때문이다.
기업 중에는 이 천장을 통과하지 못해 난장이처럼 작은 기업으로 머물러 있거나 통과과정에서 엄청난 상처를 입어 경영권이 바뀌기도 한다.
따라서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하려는 기업들은 사회적 감시와 압력이라는 천장을 통과해야 하고, 이를 위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선발 기업들은 이같은 업무의 중요성을 일찍부터 깨닫고 전담 임원을 배치해왔다.
이른바 ‘CRO’(Chief Risk Officer. Chief Resource Officer가 아니다.
정보와 관련된 업무를 담당한다는 뜻에서 Chief Research Officer라고 불리기도 한다)라고 불리는데, 이들은 기업이 직면하거나 직면할 가능성이 있는 위험들을 파악해서 대처방안을 수립한다.
이들은 기업 안팎의 변화에 주목하면서 어떤 변화나 결정이 미치는 영향을 파악해 위험 가능성을 경고하고 위험 회피방안을 제시한다.
한국의 대기업에서 일고 있는 위험 관련 조직의 강화 움직임은 위험예방이나 위기관리 전문가들의 수요를 키우고 있다.
그동안 기업에서 네트워크는 임직원들에게 보조적 자질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제는 네트워크 자체만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인정받는 직무가 생겨나고 있다.
규제를 담당하는 정부 부처나 언론사, 시민단체 출신의 고위간부들이 기업으로 영입되는 사례, 또 헤드헌팅 회사에 이들을 찾아달라는 기업들의 요청은 앞으로 계속 증가할 것이 분명하다.
신현만/ 커리어케어 대표이사 mannn@careercare.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