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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삶]21세기 중국은 어디로 갈 것인가?
[책과삶]21세기 중국은 어디로 갈 것인가?
  • 노승현/중국학자·
  • 승인 2006.04.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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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뇌하는 중국 욍후이 외 지음 장영석 외 옮김 도서출판 길 펴냄, 2만8천원 전쟁과 혁명으로 점철된 20세기를 마감하고 새롭게 전개되고 있는 21세기의 전 지구화 과정에서 중국은 과연 어디로 갈 것인가? 과연 중국은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초강대국이자 세계의 치안유지를 맡고 있다고 자임하는 유일한 국제 경찰국가인 미국에 그 행위의 정당성과 공정성을 따져 물을 수 있는 강력한 대항마가 될 수 있는가? 이렇게 동서양의 양대 축이 서로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단 하나로 남아 있는 20세기 냉전의 산물인 이 땅의 미래와는 어떤 관련성을 맺게 될까? 지난 수십 년 동안 가까이 할 수 없었던 죽의 장막을 걷어내고 다시 이 땅의 현실과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문화적으로 밀접한 관련을 맺기 시작한 13억 중국의 현실을 이해할 수 있는 길은 바로 그들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특히 중국이라는 한 국가의 정치·경제·문화적 상황을 전체적으로 조감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는 서양의 ‘중개자’들의 손을 거쳐 나온 목소리가 아니라 그들의 직접적인 육성을 듣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점에서 당대 중국의 정치, 경제, 사상, 학술, 교육, 여성, 문화 등과 관련된 그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은 과거에 매몰된 책이나 뿌리를 보지 못하고 단순히 열매만을 취하려고 하는 수많은 책들에 비해 당대 중국의 현실적 고민을 진지하게 성찰한 산물이라 할 수 있다.
중국 현실 이해하는 유일한 통로 당대 중국에서 드러난 문제가 많기 때문에 고민의 흔적 또한 다양할 수밖에 없지만, 이러한 문제의 담론들을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이 책을 주편한 왕차오화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이 책이(……) 1990년대 중국 사상계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될 것임을 믿는다.
” 우리가 지금 여기에서 중국의 현실을 이해할 수 있는 길은 어디에 있는가? 지난 수천 년 동안 우리는 일방적으로 중국의 모든 것을 수입해왔고 그 수입품을 통해 중국이라는 타자를 이해하려고 했으며, 소중화(小中華) 의식을 넘어 모화(慕華)주의로까지 기울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지난 세월과 달리 세계 자본주의의 한 축이 되어 거대 시장을 개척하는 주도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 같다.
일례로 반도체와 같은 최첨단 상품으로 중국의 시장을 공략하거나 <대장금>으로 대표되는 ‘한류(韓流)’문화로 중국 인민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고 여겨 이제는 옛날과 달리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쌍방향의 주체적인 국가가 되었다고 자찬하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에서 문제를 가만히 짚어보자. 과연 우리는 정말로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동반자적인 관계인가? 정말로 그들을 동반자로 여길 수 있을 만큼 그들의 속살을 이해하고 있는가? ‘중심도 없고’ ‘외부도 존재하지 않는’ 권력의 네트워크화로 구축된 ‘제국’의 시대에서 중국의 ‘삼농’(三農: 농민, 농촌, 농업)에 대해서 우리는 과연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가? 과연 관심이나 있는가? ‘삼농’문제는 중국만의 문제로 치지도외할 수도 있겠지만, 이 문제는 중국이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한 후 벌어지는 심각한 도시와 농촌의 문제이자 사회 양극화의 핵심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문제는 바로 이 땅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매우 심각한 문제일 뿐만 아니라 전 지구적으로 해결해야만 하는 핵심과제라고 할 수 있다.
WTO 가입과 세계 자본화의 논리에 따른 문제는 단순히 도시와 농촌, 자본가와 노동자 사이의 양극화뿐만 아니라 교육시장에서도 심각한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리창핑의 ‘농촌의 위기’나 샤오쉐후이의 ‘교육은 산업화의 대상인가 또는 필요한 유토피아인가’라는 글은 단순히 농촌과 교육만의 문제가 아니라 ‘제국’의 논리가 고도로 스며든 결과임을 낱낱이 드러내었다.
동반자 관계 위해 그들의 문제의식 공유해야 상대적으로 이 땅의 교육 현실보다 한층 더 낙후되었다고 하는 중국 농촌의 교육 현실은 매우 심각하며, 이것은 결국 교육의 불평등으로 말미암은 사회적 불평등을 초래하게 되고 불평등은 비효율을 낳아 끝내는 혁명의 기운으로 승화될 가능성이 있다.
농촌과 교육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논쟁은 이 책의 곳곳에서 전개되고 있다.
특히 ‘총리에게 사실을 말한다’는 글에 근거하여 편집 정리했다는 리칭핑의 ‘농촌의 위기’는 그 심각성을 던져주고 있다.
“오늘날 농민은 병이 들어도 병원에 갈 돈이 없을 뿐만 아니라 종자나 비료를 살 돈도 없을 만큼 빈곤하다.
(……) 병원에 갈 돈이 없는 농민이 70퍼센트에 이르며, 경작에 필요한 돈이 없는 농민도 25퍼센트에 이른다.
”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다양한 주제에 대한 견해를 단지 타산지석의 경험으로만 삼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아시아의 진정한 동반자적 관계로 승화시키기 위해서도 우리는 그들의 문제의식을 함께 공유하여 깊이 사유해야만 할 것이다.
“고대로 돌아가고자 앙모하는 자는 고대로 돌아가게 하라! 탈속하려고 하는 자들은 속히 세상을 떠나게 하라! 하늘로 오르려고 하는 자들은 속히 승천하게 하라! 육체를 떠나려고 하는 영혼은 속히 떠나도록 하라! 현재의 지상은 현재를 부여잡고 지상을 부여잡고 있는 인간의 거소다.
” 이제 우리도 ‘현재를 부여잡고 지상을 부여잡고’서 철저하게 이 땅의 현실에 기초하여 우리의 생존과 발전을 도모할 때다.
이제는 순종의 길에서 벗어나 당당하게 외칠 때가 왔다.
노승현/ 중국학자·성균관대 박사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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