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야 간단하지만 결국 누가 목숨 걸고 나서느냐의 문제다.
도대체 누가 감히 1천만 주식 투자자들 또는 유권자들의 심기를 거스를 수 있단 말인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다들 눈치만 살피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는 과세의 기본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이건 조세 형평성과 공평 과세의 문제이고 결국 정부의 원칙과 소신의 문제다.
그런데 정부는 눈치를 살피는 것을 넘어 거의 알레르기 수준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올해 1월, 노무현 대통령의 신년 연설을 앞둔 무렵이다.
정부가 주식 양도차익 과세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재정경제부는 그날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주식 양도차익 과세를 도입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시민단체들이 주식 양도차익에 전면적으로 세금을 물려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 벌써 10년도 더 됐다.
그때마다 정부는 늘 이런 반응이었다.
물론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전혀 받지 않고 있는 것은 아니다.
상장 주식과 비상장 주식이 조금 다른데 상장 주식의 경우는 3% 이상의 대주주에게 보유기간에 따라 양도차익의 20~30%까지 세금이 부과된다.
대주주가 아닌 나머지 소액주주들은 세금을 전혀 내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비상장 주식의 경우는 소액주주들도 10~20%까지 세금을 낸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상장 주식의 경우 소액주주들에게 세금을 받느냐 마느냐에 있다.
증권시장은 늘 정부의 편에 섰다.
당장 주식투자가 위축되면 거래 수수료가 줄어들고 수익 감소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증권회사들 입장에서는 당연한 반응인 셈인데 이들이 내세우는 가장 흔한 반박 논리는 투자자들이 대거 빠져나가 주가가 폭락하고 주식시장에 큰 혼란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1989년 대만의 사례가 이를 증명한다.
그리고 지금 받고 있는 증권거래세와 이중과세가 될 수 있다.
만약 증권거래세를 폐지할 경우 정부의 세수가 오히려 축소될 수도 있다.
물론 투자자들의 저항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이익이 날 때는 세금을 받아가지만 정작 손실이 날 때 정부가 보상해주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등등이다.
하나하나 반박해보기로 하자. “주식투자자들이 대거 빠져나간다?”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윤종훈 회계사는 이런 주장을 “업계의 과도한 엄살”이라고 잘라 말한다.
단기적으로 시장이 위축될 수도 있겠지만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윤 회계사는 “주가가 떨어지는 것이 두려워서 세금을 못 걷는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서울시립대 경영학과 윤창현 교수는 “유권자들을 의식해 몸을 사리는 정치권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정치적으로 민감하지 않은 시점을 활용하는 기술적 접근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사실 주식시장은 우리 사회에 마지막 남은 비과세 영역이다.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간 돈이 은행예금이나 부동산, 펀드 등 다른 재테크 수단으로 옮겨가더라도 세금의 울타리를 피해갈 수는 없다.
세금 때문에 주식시장을 떠나봐야 다른 갈 데가 없을 거고 결국 주식시장에 남게 될 거라는 이야기다.
“증권거래세와 이중과세가 된다?” 이 주장은 한화증권 서보익 연구원 등이 내놓았다.
현행 증권거래세는 주식 매도금액의 0.3%다.
100만원어치의 주식을 팔 경우 3천원의 세금을 내게 된다는 이야긴데 서 연구원 등은 이렇게 증권거래세를 많이 내면서 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세금을 또 내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답도 너무나도 간단하다.
주식양도차익에 세금을 받게 되면 증권거래세는 폐지하거나 축소하는 게 맞다.
“증권거래세를 폐지하면 오히려 세수가 줄어들 텐데?” 역시 서 연구원의 주장인데 꽤나 흥미로는 논리다.
우리 주식시장은 개인 투자자들이 많은데 이들의 투자 실적이 좋지 않기 때문에 주식 양도차익이 많지 않을 거라는 이야기다.
그만큼 세수가 오히려 줄어들 거고 그러니까 차라리 지금처럼 증권거래세를 받는 게 낫지 않느냐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거야말로 정말 괜한 걱정이다.
윤종훈 회계사는 “세수가 감소한다는 건 투자자들에게 그만큼 더 많은 이익이 돌아간다는 것 아니냐”고 반문한다.
주식 양도차익 과세를 주장하는 쪽에서는 단순히 세수 확보차원에서 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세수도 세수지만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도입하자는 것이다.
윤 회계사는 “손해가 났을 때도 내야 하는 증권거래세보다는 이익이 났을 때만 내는 주식 양도차익 과세가 투자자들에게도 더 좋은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조세 형평성과 투자자들의 이익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손해 날 때 정부가 보상해주나?” 이것은 가장 흔하면서도 나름대로 설득력 있는 반박 논리다.
최도성 한국증권연구원장은 “손실이 날 때는 나 몰라라 하면서 이익이 나면 세금을 걷겠다는 발상은 무리가 있다”는 논리를 편다.
이득이 났을 때 세금을 걷으려면 손실이 났을 때도 소득공제 등의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최 원장의 논리는 대부분의 주식 투자자들이 주식 양도차익 과세에 대해 갖는 거부감과 정확히 같은 맥락이다.
물론 투자 손실을 정부가 보상해주지 않고 사실 보상해줄 방법도 그럴 이유도 없다.
손실이 아니라 소득에 과세하는 것, 그건 주식 양도차익뿐만 아니라 모든 과세가 마찬가지다.
투자의 손실은 결국 투자자의 몫이다.
강남대 최명근 명예교수는 현실적 한계도 지적했다.
이익과 손실을 합쳐 실질적인 주식양도차익을 계산할 행정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증권거래세를 양도차익세 포착의 예비 단계로 활용하자는 제안도 있다.
역시 최 교수의 아이디어다.
이를 테면 매도 대금뿐만 아니라 매입 단가까지 자료로 수집해 분석하면 실질적인 양도차익을 계산할 수도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 김인실 실장은 “장기적으로는 주식 양도차익뿐만 아니라 자본이득 과세에 포괄적으로 접근하고 대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장기적 개혁과제로 보고 지금의 미흡한 시스템을 개선해가며 세율을 조정해가자는 것이다.
이밖에도 여러 다양한 논의들이 오가고 있지만 큰 줄기는 비슷하다.
도입 초기에는 제도의 연착륙을 돕고 과세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종합과세보다는 분리과세 방식을 적용한다는 것, 또한 투자자들의 반발과 주식시장의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입 초기에는 세율을 최대한 낮추고 단계적으로 높여간다는 것, 그리고 단일 매매에 대해서가 아니라 일정 기간을 두고 전체 차익에 대해서만 과세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모든 소득을 합산해 세금을 부과하는 종합과세 방식으로 가야한다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모두가 당위성을 인정하지만 누구 하나 나서서 추진하지 못하는 법안이 있는 사회는 분명 정상적인 곳은 아니다.
불행하게도, 주식 차익과세를 다루는 우리 사회가 그런 꼴이다.
지금이 바로 소액주주라는 불특정 다수 유권자들의 목에 차익과세 방울을 달기 위한 정부의 결단과 의지를 보여야 할 때다.
이정환 기자 cool@economy21.co.kr 조수영 기자 zsyoung@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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