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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인터뷰]이경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이슈인터뷰]이경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 장승규 기자
  • 승인 2006.04.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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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제외하면 47억달러 흑자 감소 "청와대 축소 압력 없었다" 3월3일 자료에서 왜 대미무역수지 예측치를 누락했나. 3월23일 뒤늦게 대미무역수지 흑자가 47억달러 감소한다고 발표했는데, 어떻게 나온 수치인가? 지난 3월3일 무역협회 무역연구소, 한국농촌경제연구원과 합동세미나를 했다.
사전 준비자료에는 대미무역 흑자가 73억달러 감소하는 걸로 되있는데 막상 세미나 자료에는 그 숫자가 빠졌다.
그런데 3월23일 낸 한미FTA의 경제효과에 대한 종합해설자료에는 대미무역 흑자가 47억달러 주는 걸로 되어 있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수치를 은폐하고 축소한 것 아니냐고 하는데, 그건 아니다.
애초 73억달러 감소는 쌀 개방을 가정해 나온 것이다.
쌀을 빼면 47억달러 감소가 맞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쌀 개방을 안하는 것을 전제로 자료를 만들어 통일성을 유지하기 위해 일단 그날 세미나 자료에서는 뺀 것이다.
다시 모형을 돌려 작업을 다시 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이번 논란으로 많은 사람들이 CGE(연산가능일반균형) 모형을 잘 알게 된 것 같다.
3월23일 자료가 일부 오해의 소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일부의 지적처럼 CGE 모형은 가정이 변하면 무역수지뿐 아니라, 국내총생산(GDP) 등 다른 것도 다 바뀐다.
그런데 무역수지를 빼고는 이전 수치를 그대로 썼다.
그건 변동폭이 미미해 바꿀 경우 오히려 혼란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해 그대로 둔 것이다.
GDP의 경우 7.75%에서 7.21%로 감소하는데 연간으로 환산하며 0.05~0.08% 정도에 불과하다.
연구소는 결과가 나오면 아무리 미미한 차이라도 그대로 발표해야지 그런 판단을 개입시켜면 안 된다고 하는데, 맞는 지적이다.
이 부분은 우리도 반성하고 있다.
정태인 전 청와대 비서관은 김병준 청와대 정책실장의 압력 때문에 수치가 바뀐 것이라고 하는데, 전혀 사실이 아니다.
정태인 전 비서관에게 전화로 직접 확인을 했다.
자기가 다른 데서 들은 이야기라고 기자에게 이야기를 했는데, 마치 자기가 한 말처럼 신문에 실려 정정요구를 했다고 하더라. 이렇게 중대한 문제인데, 다른 데서 들은 이야기를 확인도 안하고 옮길 수 있느냐고 항의했다.
다시 말하지만 외부의 압력 같은 건 없었다.
하지만 73억달러와 47억달러는 차이가 너무 큰 것 아닌가? CGE 모형에서 나오는 수치는 장기간의 누적 효과를 의미한다.
연간 수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FTA가 체결되면 관세가 낮아지고, 그러면 수출이 증가한다.
또 생산에도 변화가 생기고, 소득, 저축, 투자, 생산성이 다 달라진다.
경제는 그런 변화, 적응기간을 거치면서 새로운 균형상태로 가게 된다.
이때까지의 누적치가 바로 CEG 모형에서 나오는 수치다.
일반적으로 그런 적응기간을 7~10년 정도로 보고 있다.
두 수치가 26억달러 차이가 나는데, 7~10년 동안 그 정도 차이가 나는 셈이다.
3월3일 자료는 한미FTA로 생산성이 1% 증가한다는 가정을 추가해 훨씬 낙관적인 수치들이 나왔다.
과연 설득력이 있는 가정인가?
개방을 하면 관세가 낮아져 그만큼 수출과 수입이 증가하는 단기적인 효과가 있다.
하지만 그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경쟁을 통해 우리 기업들의 생산성이 증대된다는 측면이다.
CEG 모형에는 원래 이런 부분은 반영이 안 되어 있다.
그래서 ‘생산성 1% 증대’를 가정한 것이다.
한국은행, 산업연구원 등 많은 곳에서 개방을 통한 생산성 증대 효과를 연구한 것들이 많다.
1%는 상당히 보수적으로 본 것이다.
사실 시장개방의 효과를 예측하는 데 쓸 수 있는 것은 CGE 모형밖에 없다.
그래서 많은 한계를 안고 있지만 모든 나라가 CGE 모형을 쓴다.
CGE 모형 안에는 수많은 품목의 수요탄력성이 들어가 있다.
우선 이 수요탄력성이 현실과 얼마나 맞느냐가 문제다.
게다가 7~10년에 걸쳐 온갖 변화가 다 일어나서 새로운 균형상태로 갔을 때를 전제한 것이다.
구체적인 숫자의 절대적인 크기에 너무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무역수지 흑자가 준다는데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그럴 이유가 없다.
대미무역 수지는 줄지만, 우리나라의 전체 무역수지는 소폭이지만 늘어난다.
2001년 미국제무역위원회(USITC)의 한미FTA 효과 분석을 보면 기본적인 CGE 모형만 돌렸다.
‘생산성 1%’ 가정 같은 것은 없다.
그게 더 객관적이지 않나?
지금 생각하면 차라리 그렇게 하는 게 낫았을 것 같다.
앞으로 다른 나라와 FTA를 추진할 때는 숫자를 하나만 내놓으려고 한다.
이번 일을 통해 좋은 걸 배웠다.
한미FTA 협상을 준비할 전문인력이 부족한 것 아닌가? 인력은 있다.
그걸 어떻게 최대한 활용하느냐가 문제다.
정부 출연연구소만 해도 경제사회 분야만 13개나 된다.
물론 한미통상 문제 전문은 아니지만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
우리처럼 정부출연연구소가 많은 나라는 없다.
미국에도 없다.
올해 중점과제를 한미FTA로 정하고 모든 인력을 전부 투입해야 한다.
한미FTA를 불과 10개월 만에 끝낸다는 건 불가능한 것 아닌가? 한칠레FTA 협상에 3년이 걸렸지만, 상당기간을 교착상태로 보냈다.
기간보다는 협상의 밀도가 중요하다.
6월 열리는 첫 협상 전에 서로 협상 초안을 교환하게 된다.
그러면 양국간 입장이 어떻게 차이가 나는지 대략 나온다.
이 차이를 어떻게 좁혀가느냐, 또 각 이익집단과 국민들을 설득하는 국내적 협상이 얼마나 잘 되느냐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있지만, 내년 3월까지 타결이 절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그렇다고 그때까지 무슨 일이 있어도 끝내야 한다는 말하는 것도 맞지 않다.
미국의 신속협상권(TPA) 법안이 내년 6월 만료돼 3월까지 협상을 끝내는 게 유리하지만, TPA가 없다고 협상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좀 어려워질 뿐이다.
미국이 TPA 법안을 재입법화할 수도 있다.
다만, 그러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최대한 협상을 해보고 내년 3월까지 되면 좋지만, 안되면 연기할 수도 있다.
협상은 원래 그런 것이다.
한일FTA 협상도 하다가 지금은 중단하지 않았나. 많은 피해가 예상되는데 굳이 미국과 FTA를 추진하는 이유는 뭔가? 미국을 세계 최고의 경제대국이라고 하지만 제조업에서는 우리가 질 이유가 없다.
자동차나 IT 모두 미국과 경쟁하면서 흑자를 내고 있지 않나. 오히려 우리 제조업이 미국으로 더 진출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법률이나 의료, 교육 등 서비스 시장은 FTA가 타결된다고 즉시 개방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도 서비스업은 20% 개방을 가정해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국내 서비스업이 가야 할 방향은 이미 정해져 있다.
어차피 가야 하는 방향인데, 이를 가속화할 계기로 만들자는 것이다.
한국 경제는 세계 11위의 경제규모를 갖고 있다.
우리도 작은 경제가 아니다.
칠레나 멕시코 등 작은 나라들이 이미 미국과 FTA를 맺었지만 그 나라들이 다 미국 경제에 압도당한 것은 아니다.
경제는 그렇게 일방적으로 압도당하거나 하는 것이 아니다.
한국은 이미 세계 11위에 올라 있고, 좀더 많은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다.
글 = 장승규 기자 skjang@economy21.co.kr 사진 = 박미향 기자 blue@economy21.co.kr 약력/ 이경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1947년 경남 양산 출생 1970년 서울대 경제학과 졸업 1973년 행정고시 합격(14회) 1974년 재무부 근무 1983년 미 조지워싱턴대 경제학 박사 1983년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원 1993년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경제분과위원장 1995년 산업연구원 부원장 1998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2001년 주OECD대표부 대사 2006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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