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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리어칼럼]나르키소스와 평판
[커리어칼럼]나르키소스와 평판
  • 신현만 / 커리어케어대표이사
  • 승인 2006.04.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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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미소년 나르키소스(Narcissus)는 자기 자신을 모를 때까지만 해도 행복했다.
오비디우스의 <메타모르포세이스>에 따르면 나르키소스의 어머니는 아들을 낳자 예언자에게 아들의 장수 여부를 물었는데, 그는 “자기 자신을 모르면 오래 살 것”이라고 대답했다.
나르키소스는 자기의 실상을 몰랐기 때문에 아무런 행동의 제약을 받지 않고 즐거운 젊은 시절을 보냈다.
그러나 복수의 여신에 의해 자기 모습을 알게 되면서 그의 행복은 순식간에 연기처럼 사라져버렸다.
그의 미모에 반한 숱한 처녀들이 구애를 했지만 그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이 때문에 나르키소스가 준 칼로 자살한 아메이니아스처럼 사랑을 거절당한 뒤 자살하거나 병에 걸려 죽은 처녀들이 속출했다.
이 가운에 특히 에코의 사랑 얘기는 애절하다.
숲과 샘의 님프인 에코는 나르키소스를 사랑했지만 말을 못해 마음을 전할 수 없었다.
헤라로부터 귀로 들은 마지막 음절만 되풀이하고 말은 할 수 없는 형벌을 받았기 때문이다.
나르키소스의 외면에 마음이 상한 에코는 시름 끝에 형체는 사라지고 메아리만 남게 됐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애간장을 녹인 나르키소스지만 자신의 실제 모습이 어떻고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비쳐지고 있는지를 크게 괘념하지 않았다.
그러나 예언자의 말대로 그는 결국 자기를 알고 나서 불행하게 생을 마감했다.
나르키소스의 사랑을 거절당한 어떤 처녀가 “나르키소스도 사랑의 고통을 겪게 해달라”고 요청하자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는 그 청을 들어줬다.
사냥 중 갈증을 느낀 나르키소스는 샘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자마자 넋을 잃고 말았다.
그는 그 자리에서 한 발짝도 떠나지 못하고 샘만 들여다보다가 생을 마감했다.
기업에 인재를 추천하기 위해 후보자들을 인터뷰하다 보면 나르키소스처럼 자신의 실제 모습에 대해 무관심한 채로 직장 생활을 해 온 사람들을 많이 보게 된다.
“과거 직장 동료들이 당신을 어떻게 평가했겠느냐”거나 “당신의 이미지가 어떻게 형성돼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어보면 즉각 답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질문을 받고서야 자신의 이미지를 연상하려고 애를 쓰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다.
그만큼 자기 모습에 대해 관심이 없었던 것이다.
하기야 정치인이나 연예인이 아닌 이상 자기 이미지에 신경 쓸 이유는 별로 없다.
그렇게 관심을 갖다 보면 행동이 부자유스럽게 되고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물론 선천적으로 주위의 시선을 즐기는 사람도 있겠지만, 유명 연예인이나 정치인들마저도 시선을 피해 다닐 때가 많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직장을 옮길 때, 승진이나 부서를 옮길 때 평판은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평상시에 아무런 관심을 두지 않다가 어느 순간 자신의 평판이 엉망이고 그 때문에 자기진로가 막혔다는 사실을 확인하면 낙담하게 된다.
나르키소스가 자기 모습을 발견한 뒤 넋을 잃은 것처럼, 분위기는 다르지만 자신에 대한 부정적 시각, 동료들의 호의적이지 않은 평가를 확인하고 나면 앞길이 막막해진다.
정치인이나 연예인처럼 이미지 관리에 너무 신경을 곤두세울 필요는 없지만, 가끔씩은 자신의 모습을 확인해볼 필요가 있다.
조직에서 나는 어떤 존재이고, 어떤 이미지를 전달하고 있는지, 조직 구성원들은 나를 어떻게 보고 있고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그래서 나의 평판은 어떤 것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나의 이미지가 나의 실제 모습이나 내가 만들려고 하는 것과 전혀 다르다면 빨리 수정보완해야 한다.
그래야 나르키소스처럼 자신의 모습에 놀라서 넋을 잃지 않게 된다.
현실에서는 왕왕 자신의 이미지가 자기가 만들고 싶은 이미지와 다르게 나타난다.
자신은 적극적이고 강한 추진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지만, 동료들의 눈에는 독선적이고 무모한 사람으로 비쳐질 수 있다.
‘온화하고 합리적인 품성의 소유자’라는 이미지를 기대하고 있지만, ‘우유부단하고 무능한’ 인상을 주고 있을지도 모른다.
평판관리는 그래서 어렵다.
그러나 어쩌랴. 평판이 나쁘면 모든 것이 나쁜 게 현실인 것을. 그래서 하는 얘긴데, 유능한 인재들이여 평판관리에 신경 좀 쓰시라. 야심을 갖고 있다면 더욱더 그래야 한다.
신현만 / 커리어케어 대표이사 mannn@careerca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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