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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폭락할까봐 세금 못 거둔다?
주가 폭락할까봐 세금 못 거둔다?
  • 조수영 기자
  • 승인 2006.04.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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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의 주가폭락 사태, 과세 반대 논거로 이용돼… 부분 과세·충분한 준비기간 등 대안 고민해볼 수도 주식 양도차익 과세를 반대할 때 드는 가장 흔한 사례가 1988년 대만의 주가 폭락 사태다.
대만은 1989년 1월1일부터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받기로 하고 그 방침을 3개월 전인 9월24일에 기습적으로 발표했다.
발표가 나자마자 대만 가권지수는 8789.89포인트에서 한 달 뒤인 10월21일 5615.33포인트까지 36% 이상 빠졌다.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받게 되면 주식시장이 망가진다는 믿음은 여기에서 비롯한 것이다.
물론 그 무렵 주가 폭락은 상당 부분 기습적인 과세조치 때문이었다고 보는 게 맞다.
그러나 그런 이유로 세금을 거두면 안 된다는 건 다분히 억지 논리다.
나라마다 조금씩 상황이 다르겠지만 미국과 일본,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은 대부분 주식 양도차익에 세금을 받는다.
그 나라들 주식시장은 왜 망가지지 않았던 것일까. 주식시장을 망가뜨리지 않고 세금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사진설명 ⓒ박미향 기자
대만, 한 달 만에 주가 36% 폭락 그 무렵의 대만과 달리 우리나라는 이미 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세금을 일부 받고 있다.
상장 주식의 대주주들은 지금도 보유기간에 따라 10~30%까지 세금을 낸다.
비상장 주식의 경우는 대주주가 아니라도 양도차익의 10% 이상을 세금으로 낸다.
전혀 받지 않다가 석 달의 여유를 두고 기습적으로 발표한 대만의 경우와 다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대만의 사례를 교훈 삼아 충분히 여유를 두고 준비하면 충격을 줄일 수도 있다.
“대만은 좀 문제가 많았습니다.
우리나라는 지금 시행하면 13% 정도가 추가로 과세대상이 되는 셈이지만 대만은 모든 시장 참가자들에게 갑자기 세금을 받겠다고 나선 거죠. 충격의 정도가 달랐던 겁니다.
게다가 처음부터 주식 양도차익을 소득세에 합산해 종합과세하는 방식으로 갔기 때문에 혼란이 더 컸습니다.
” 시민경제사회연구소 윤종훈 회계사의 말이다.
윤 회계사는 몇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우선 종합과세가 아니라 부분과세로 가자는 것. 그리고 3개월이 아니라 1년 이상 충분히 시간을 두고 도입하자는 것이다.
일단 법은 통과시키되 시행시기를 늦추고 충분히 홍보를 하면 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주식 양도차익에 과세를 하게 되면 대만이나 홍콩, 싱가포르 같은 아시아의 다른 나라들과 경쟁에서 뒤질 수 있다는 반박도 있다.
홍콩과 싱가포르는 각각 0.1%와 0.05%의 증권거래세만 내면 된다.
한화증권 서보익 연구원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데 그는 “섣불리 세금을 받겠다고 나섰다가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다른 나라로 빠져나갈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삼성증권 홍기석 연구원도 비슷한 주장을 편다.
“자본이득세를 도입하고 있는 미국이나 프랑스, 영국, 일본 등은 국내자본의 규모가 크고 자본시장의 역사만큼 투자자들이 과세에 익숙해져 있다.
상장기업 지분의 40%를 외국 투자 자본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국제 투자자금의 흐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홍콩이나 싱가포르 등과 비교할 때 투자 매력이 떨어지게 된다는 것이 가장 큰 걱정이다.
현재로서는 이르다고 판단된다.
” 윤 회계사는 이 역시 터무니없는 걱정이라고 반박한다.
애초에 비교 대상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 나라들은 제조업이 아니라 무역 중개업이 기반이다.
세금을 많이 받을 수 없는 경제구조다.
그런 도시국가 수준의 나라들과 우리나라를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 게다가 우리나라는 대부분 OECD 나라들과 이중과세 방지협약을 맺고 있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주식 양도차익 과세가 도입되더라도 어차피 우리나라에 세금을 내지 않는다.
주식 양도차익 과세는 국내 투자자들이 대상이다.
외국인이 빠져나갈까봐 세금을 물릴 수 없다는 논리 역시 터무니없는 억지다.
독일은 최대 53%까지 종합과세 미국은 개인 투자자의 경우 1년 미만 보유한 주식의 양도차익에 대해 종합과세 때 합산해서 세금을 물린다.
보유기간이 1년이 넘을 경우는 2008년까지는 5~15%, 그 이후에는 10~20%를 물리도록 돼 있다.
대신 주식을 사고팔 때 증권거래세는 없다.
연방 증권거래세는 1965년에, 주별 증권거래세는 1981년에 각각 폐지됐다.
최도성 한국증권연구원장은 “미국은 자본손실에 대해서도 세제혜택이 주어진다는 점에서 주식 양도차익 과세 논의에서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다.
일본의 경우엔 세율이 더 높다.
매각 대금의 1.05%를 내거나 양도차익의 26%를 내는 것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종합과세가 아니라 별도로 세목을 정하고 있고 역시 증권거래세는 없다.
독일은 보유기간이 1년 미만이고 양도차익이 1천마르크 이상인 경우에만 소득세와 합산해서 과세한다.
세율로 따지면 25~53% 정도로 높은 편이다.
영국은 원칙적으로 합산과세를 하되, 보유기간에 따라 과세 표준에 포함되는 양도차익이 줄어든다.
세율은 20~43% 정도인데 별도로 0.5%의 증권거래세를 내야 한다.
10년이 지나면 차익의 60%에 대해서만 세금을 물리는 것도 특징이다.
보유기간이 길수록 세금이 줄어든다는 이야기다.
또한 연간 주식 양도차익이 7900파운드(약 1380만 원) 이하일 경우에는 세금을 받지 않는다.
프랑스는 양도차익이 5만프랑 이상인 경우에만 세금을 받는데 세율은 16%로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이탈리아는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경우는 27%, 그 외에는 12.5%을 물린다.
△EPA 제공
종합과세와 분리과세의 차이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미국과 영국, 독일 등은 종합과세, 일본과 프랑스, 브라질 등은 분리과세를 한다.
서울시립대 윤창현 교수 같은 경우는 장기적으로 종합과세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처음부터 종합과세로 가고 소득세와 합산 과세하게 되면 투자자들의 부담과 저항이 클 수 있다는 데 동의한다.
윤종훈 회계사는 제도도입 초기에는 분리과세로 가고 제도가 정착된 뒤에 종합과세를 도입하자는 입장이다.
조수영 기자 zsyoung@economy21.co.kr / 이정환 기자 cool@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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