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13:45 (토)
[기획연재/투자은행 시대가 열린다4]통합법에 어울리는 옷 찾기가 핵심이다
[기획연재/투자은행 시대가 열린다4]통합법에 어울리는 옷 찾기가 핵심이다
  • 최중혁 기자
  • 승인 2006.04.2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투자자 보호 위한 이해상충 방지체계 필요 재경부-금감원-한은의 협력-견제-조정이 관건
ⓒ박미향 기자 외환위기를 겪으며 한국에서 ‘관치금융’이라는 말은 금기단어가 됐다. 경제시스템이 정부가 아닌 시장에 의해 작동되고 있음을 IMF에 보여줘야 했던 한국 정부로서는 관치란 말이 그리 달가울 리 없었다. 게다가 관치금융은 곧잘 관료망국론으로 연결돼 시대에 뒤떨어지는 것으로 치부됐다. 그러나 금융은 기본적으로 규제에 의해 작동되는 산업이다. 다른 산업도 마찬가지지만 금융의 규제 의존도는 더 심하다. 규제에 의해 시장참가자들의 진입과 퇴출이 결정되고 규제에 의해 영업의 합법성이 확보된다. 금융기관들의 수익 또한 규제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그런데 규제라는 것은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의 공조시스템 하에 생성, 집행, 소멸되는 것이므로 ‘관치’라는 말은 엄밀히 말하면 정부가 존재하는 한 지속될 수밖에 없는 단어다. 다만 시대에 따라 정도와 용어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투자은행에 어울리는 관치는? 그런 의미에서 참여정부가 빠른 시일 내에 출현되길 바라는 투자은행 또한 시장의 감독틀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수 있다. 일단 자본시장통합법에서는 기존의 틀을 모두 허물고 새로운 개념, 새로운 방식으로 규제를 설계하고 있다. 은행, 증권, 보험이라는 칸막이식 금융법을 바꿔 모든 금융투자업 상호간 겸영은 물론 부수업무의 영위도 폭넓게 허용한다. 판매권유자 제도를 신설하고 금융투자업 관련 외국환업무도 전격 허용한다. 정부는 기능별, 포괄주의 규율로 대표되는 규제개혁으로 인해 자본시장에서 영국보다 10배나 큰 금융 빅뱅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변화의 폭과 깊이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감독틀에 대한 손질 또한 전면적일 수밖에 없다. 감독에 있어서도 통합적 노하우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이다. 우선 겸업의 확대, 즉 업무영역이 다변화될수록 각 영역 간 이해충돌 가능성이 커진다. 한국증권연구원 신보성 연구위원은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면 투자자보호 등에서 놓칠 수 있는 문제가 있다”며 “예를 들어 자산운용을 겸영하는 증권사가 브로커리지 수입을 늘리기 위해 고객자금의 회전율을 높일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자산운용자가 투자자들 몰래 사고팔고를 반복하며 회사 수익을 올리는 전형적인 이해상충 문제다. 물론 이 같은 문제는 자본시장이 통합하기 전인 지금도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발생 확률면에서 통합이 되면 겸영에 따라 더 많은 기회가 생긴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이어서 이에 대한 대비책은 반드시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해상충 문제의 해법찾기 한편 이해상충 문제는 투자은행의 조사분석 업무에서도 발생할 수 있다. 한 애널리스트가 자신의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정보 우위를 이용해 조사분석 보고서를 왜곡, 불공정한 사적 이익을 추구할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 2002년 미국에서는 뉴욕 주 검찰에 의해 애널리스트가 조사분석보고서를 왜곡하는 실태가 드러나 투자자들의 신뢰가 추락했고, 이에 따라 애널리스트의 독립성 문제가 논쟁의 초점이 됐다. 메릴린치의 스타급 애널리스트였던 헨리 블로젯은 인터넷 부문 조사분석 책임자로 자신의 보고서에서 지정하는 투자등급을 통해 해당 기업의 주가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이른바 메릴린치 사건은 블로젯을 중심으로 한 인터넷 부문의 조사분석보고서가 지속적으로 왜곡돼온 사건을 일컫는다. 기업의 투자등급 및 목표주가가 애널리스트의 견해와 달리 과대평가됐음이 이메일 조사를 통해 드러났던 것이다. 씨티그룹의 잭 그루브먼 또한 정보통신 부문에서 자신의 높은 영향력을 통해 해당 기업의 투자등급을 왜곡한 것으로 유명하다. 씨티그룹은 미국의 대형 통신회사인 월드콤 사의 기업공개(IPO)를 맡았고, 그루브먼은 IPO 기간 동안 공모주식 가격을 높게 유지하기 위해 이 회사의 투자등급을 지속적으로 높게 유지했다. 결국 월드콤 사는 버블붕괴 및 회계부정 적발로 엔론사에 이어 2002년 상반기에 파산하면서, 투자자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혔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비슷한 사례가 있다. UBS 워버그증권 서울지점은 2002년 1월부터 5월에 걸쳐 삼성전자, 하이닉스반도체, 국민은행 등 총 11건의 조사분석자료의 주요 내용을 회사의 공식 승인 전에 지점 및 계열사의 영업직원, 특정고객에게 제공했다. 이에 따라 금융감독원은 이 지점과 메릴린치증권 서울지점에 대해 기관 및 임직원 제재조치를 내렸다. 반면 국내 증권사들은 미국의 경우와 달리 투자은행 업무에 따른 이해상충 사례는 표면적으로 나타나고 있지 않다. 그러나 금융감독원이 증권사의 조사분석 업무에 대해 기획검사를 실시할 때면 자기매매업무 규정을 위반하는 등 다수의 위법, 부당행위가 적발되곤 했다. 주식발행 업무와 관련해 공모가격 결정, 물량배정 등에서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했던 것이다. 신정제지 사건, 신동방사건 등은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자본시장통합법이 발효되면 규제완화에 따른 경쟁이 촉진되는 반면 또 한편으로는 이해상충 문제 등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새로운 규제들도 생겨날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들에 대해 고려대 박경서 교수 등은 △ 시세조종 행위의 적발 확률 증대 △ 내부자거래 행위의 적발 확률 증대 △ 감독자책임제도 도입 △ 불공정거래 행위의 제재수준 강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증권거래법에 시세조종 행위 금지 조항을 포함시키고 내부자거래의 규제대상 범위를 확대시켜야 한다는 것 등이다. 또한 직원의 불법행위에 대해 감독자에게도 책임을 물을 것과 처벌 수준을 다양화시킬 것도 요청하고 있다. 정부는 이러한 지적을 감안해 감독의 궁극적인 목표로 ‘투자자 보호제도의 선진화’를 자본시장통합법에 상정하고 있다. 투자자 보호가 미흡한 영역을 없애나가고 투자권유·투자광고에 관한 규제를 도입하며, 이해상충 방지체제를 도입하는 것이 법의 기본 골격이다. 감독의 핵심은 ‘투자자 보호’ ⓒ이코노미21 사진
정부는 장외파생상품 시장, 비정형간접투자 등 금융투자업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규율이 마련돼 있지 않은 영역이 다수 존재한다고 보고 이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회사가 투자자에게 금융상품을 권유할 때 상품 내용과 위험 등을 투자자가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도록 설명 의무를 도입하고 투자자가 요청하지 않은 투자권유를 금지하는 규제도 도입키로 했다.
금융투자회사의 광고가 무분별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투자광고 규제 또한 도입할 예정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단일 금융투자업보다 복수의 금융투자업을 겸영하는 경우 이해상충 문제의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고 보고 방지체제를 마련키로 한 점이 눈에 띈다.
단일 투자업의 경우 투자자의 이익을 희생해 고유계정이나 제3의 투자자 이익을 추구하는 반면, 겸영이 허용된 투자은행의 경우 타 금융투자업과 연관시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이에 영국과 호주, 싱가포르, 홍콩 등의 입법 사례를 감안해 △ 이해상충 행위의 금지 △ 이해상충 관리시스템의 구축 의무 △ 겸영 정도에 따른 규제 수준 차등화 등의 대책을 마련했다.
내부 관리시스템을 마련토록 의무화하고 이를 통해 이해상충 사례가 파악된 경우 그 내용을 해당 투자자에게 공시토록 했다.
또한 조직 분리, 임직원 겸직 제한 등을 의무화하고 겸영하는 금융투자업간의 이해상충 정도를 감안해 규제 수준을 차등화하기로 했다.
이 밖에 투자자 보호가 필요한 증권의 발행임에도 발행 공시 규제가 적용되지 않았던 간접투자증권, 수익증권 등에도 규제를 확대할 예정이다.
한편 금융감독에 있어 소프트웨어 부문의 변화 외에 감독기구와 체계 등 하드웨어의 변화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를 계기로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의 권한을 일부 이양해 금융감독위원회(정부기구)와 금융감독원(민간기구)을 신설했다.
모델은 영국의 금융감독청(FSA). 그러나 이를 두고 신설 이래 잡음이 끊임없이 일었고 2006년 현재도 이는 진행형이다.
전윤철 감사원장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외환은행 헐값매각 논란에 대해 “금융감독시스템이 잘못돼 이런 일이 일어났으며 감독조직의 일원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앞으로도 재발할 수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금융감독 체계의 허점이 외환은행 헐값매각의 한 원인이라는 판단 아래 재경부-금감위-금감원 체제의 타당성에 대한 감사도 진행한다고 밝혔다.
전 원장은 지난 2004년 카드 위기에 대한 정책감사 당시에도 이 같은 주장을 펼쳐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감독체계에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박미향 기자
감독기구 개편안, 다시 도마 위에 금감위와 금감원이라는 이질적인 기관이 한솥밥을 먹게 된 배경을 살펴보려면 외환위기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94년 12월 김영삼 정부는 ‘작고 강한 정부’를 명분으로 경제기획원과 재무부를 통합, ‘재정경제원’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기대했던 효율성의 극대화 대신 재정, 금융, 예산, 외환, 세제, 국고가 뒤죽박죽이 되는 혼선이 나타났다.
그런 와중에 1997년 1월 한보철강 부도사태가 일어났고, 약 6조원의 거액이 어떻게 일개 회사에 공급됐는지를 밝혀내는 과정에서 감독체계 문제가 불거졌다.
청문회에서 재경원 관료들은 금융감독체계가 재경원,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등으로 분산돼 있어 한보 대출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고 답변했다.
이로 인해 감독기구 개편안이 도마 위에 올랐고, 당시 강경식 부총리는 재경원과 한국은행으로부터 금융감독기능을 분리시켜 통합금융감독원을 신설하고 한국은행은 통화운영의 실질적인 권한을 갖도록 하는 안을 내놓았다.
‘재경원-금감원-한국은행’의 삼권분립 시스템에 대해 ‘원 톱’(one top)을 고수하던 재경원은 반발했고, 이에 금감원을 통제할 수 있는 금감위라는 옥상옥 조직을 끼워넣기에 이른다.
정부기구와 민간기구가 혼합된 기형 조직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후 카드대란 등을 거치며 금감위를 민간기구로 흡수할 것이냐 금감원을 정부기구화시킬 것이냐를 두고 많은 논란과 대립이 있어왔음은 익히 아는 사실이다.
재경부장관 등 정부 요직을 두루 소화한 전윤철 감사원장은 감독기구 개편 방향에 대해 금융감독원의 정부기구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
금감원이 무책임한 민간기구이기 때문에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언론, 금감원, 학계의 반발에 부딪혀 2004년 당시에는 실행에 옮길 수 없었다.
결국 ‘현행 체제 유지’로 결론이 난 것이다.
그리고 론스타 문제가 발생하자 다시 금융감독기구의 개편안이 거론되고 있다.
론스타 문제는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도드라졌지만 실제 문제의 핵심은 자본시장의 개방화에 따라 금융감독 체계를 어떻게 구성할 것이냐에 있을 것이다.
금융감독기구의 개편 논쟁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럼 자본시장통합법의 시대, 투자은행의 시대에는 금융감독기구가 어떻게 구성되는 것이 바람직할까. 전 원장의 말대로 금감원 직원들을 공무원으로 바꾸면 문제가 해결되는 걸까. 원칙은 3주체의 ‘협력, 견제, 조정’이다 전문가들은 자본시장의 핵심적인 특징으로 다양성과 역동성을 들고 있다.
자본시장은 창의력을 통해 상황에 따라 현금흐름이 달라지는 상품들을 사실상 무한대로 만들어내는 시장이다.
따라서 자본시장 규제의 큰 원칙도 시장의 창의력과 역동성을 고려한 것이어야 한다.
정부가 칸막이법으로 하향 평준화된 증권사들을 자본시장통합법을 통해 혁신과 경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겠다는 것도 모두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진행된 것이었다.
때문에 자본시장통합법에 걸맞은 감독은 금융기관의 창의력을 최대한 존중하는 자율성과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공정행위에 대한 차단시스템 구축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금감원의 정부기구화는 사실상 재경부의 ‘원톱 시스템’을 강화하는 방향이어서 통합법의 취지와 배치되는 감이 없지 않다.
경상대 김홍범 교수, 연세대 함준호 교수 등 관련 전문가들이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이 재경부 우산에서 나와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거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함 교수는 재경부와 금감위의 확실한 역할 분담의 필요성은 물론 정보의 투명성 문제도 해결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결국 자본시장통합법의 울타리를 제대로 칠 수 있느냐의 여부는 ‘재경부-금감위(원)-한은’ 3주체 간 협력과 견제, 조정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할 수 있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현행 협회 중심의 자율규제 체제도 대폭 수술이 불가피해보인다.
정부는 통합법 제정으로 기능별 규율체제가 도입되고 금융투자업 상호간 겸영이 허용됨에 따라 현행 금융기관별 자율규제 체제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전업주의를 전제로 하던 복수 자율규제기관(증권업협회, 선물협회, 자산운용협회) 체제의 필요성이 감소했다는 것. 이에 따라 회원사들의 의견을 수렴, 세 기관을 아우르는 자율규제 기관의 설립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굿모닝신한증권 윤영환 연구위원은 “기존 감독기구 시스템이 화재경보(fire alarm)시스템이었다면 투자은행 시대에는 순찰시스템(patrol system)이 적합하다”며 “협회의 자율감독 권한과 질, 수준이 높아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경부 기구의 변화는 아직 미지수다.
재경부 최상목 증권제도 과장은 “통합법 마련에 따라 감독도 기관별에서 기능별로 바뀌겠지만 조직까지 그렇게 변화시킬지는 검토사안”이라고 밝혔다.
최중혁 기자(tjp2010@economy21.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