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한 회사가 투자자에게 금융상품을 권유할 때 상품 내용과 위험 등을 투자자가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하도록 설명 의무를 도입하고 투자자가 요청하지 않은 투자권유를 금지하는 규제도 도입키로 했다.
금융투자회사의 광고가 무분별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투자광고 규제 또한 도입할 예정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단일 금융투자업보다 복수의 금융투자업을 겸영하는 경우 이해상충 문제의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고 보고 방지체제를 마련키로 한 점이 눈에 띈다.
단일 투자업의 경우 투자자의 이익을 희생해 고유계정이나 제3의 투자자 이익을 추구하는 반면, 겸영이 허용된 투자은행의 경우 타 금융투자업과 연관시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 이에 영국과 호주, 싱가포르, 홍콩 등의 입법 사례를 감안해 △ 이해상충 행위의 금지 △ 이해상충 관리시스템의 구축 의무 △ 겸영 정도에 따른 규제 수준 차등화 등의 대책을 마련했다.
내부 관리시스템을 마련토록 의무화하고 이를 통해 이해상충 사례가 파악된 경우 그 내용을 해당 투자자에게 공시토록 했다.
또한 조직 분리, 임직원 겸직 제한 등을 의무화하고 겸영하는 금융투자업간의 이해상충 정도를 감안해 규제 수준을 차등화하기로 했다.
이 밖에 투자자 보호가 필요한 증권의 발행임에도 발행 공시 규제가 적용되지 않았던 간접투자증권, 수익증권 등에도 규제를 확대할 예정이다.
한편 금융감독에 있어 소프트웨어 부문의 변화 외에 감독기구와 체계 등 하드웨어의 변화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우리나라는 외환위기를 계기로 재정경제부와 한국은행의 권한을 일부 이양해 금융감독위원회(정부기구)와 금융감독원(민간기구)을 신설했다.
모델은 영국의 금융감독청(FSA). 그러나 이를 두고 신설 이래 잡음이 끊임없이 일었고 2006년 현재도 이는 진행형이다.
전윤철 감사원장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외환은행 헐값매각 논란에 대해 “금융감독시스템이 잘못돼 이런 일이 일어났으며 감독조직의 일원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앞으로도 재발할 수 있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금융감독 체계의 허점이 외환은행 헐값매각의 한 원인이라는 판단 아래 재경부-금감위-금감원 체제의 타당성에 대한 감사도 진행한다고 밝혔다.
전 원장은 지난 2004년 카드 위기에 대한 정책감사 당시에도 이 같은 주장을 펼쳐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감독체계에 도대체 무슨 문제가 있는 걸까.
ⓒ박미향 기자 |
1994년 12월 김영삼 정부는 ‘작고 강한 정부’를 명분으로 경제기획원과 재무부를 통합, ‘재정경제원’을 출범시켰다.
그러나 기대했던 효율성의 극대화 대신 재정, 금융, 예산, 외환, 세제, 국고가 뒤죽박죽이 되는 혼선이 나타났다.
그런 와중에 1997년 1월 한보철강 부도사태가 일어났고, 약 6조원의 거액이 어떻게 일개 회사에 공급됐는지를 밝혀내는 과정에서 감독체계 문제가 불거졌다.
청문회에서 재경원 관료들은 금융감독체계가 재경원, 은행감독원, 증권감독원, 보험감독원 등으로 분산돼 있어 한보 대출을 제대로 파악할 수 없었다고 답변했다.
이로 인해 감독기구 개편안이 도마 위에 올랐고, 당시 강경식 부총리는 재경원과 한국은행으로부터 금융감독기능을 분리시켜 통합금융감독원을 신설하고 한국은행은 통화운영의 실질적인 권한을 갖도록 하는 안을 내놓았다.
‘재경원-금감원-한국은행’의 삼권분립 시스템에 대해 ‘원 톱’(one top)을 고수하던 재경원은 반발했고, 이에 금감원을 통제할 수 있는 금감위라는 옥상옥 조직을 끼워넣기에 이른다.
정부기구와 민간기구가 혼합된 기형 조직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이후 카드대란 등을 거치며 금감위를 민간기구로 흡수할 것이냐 금감원을 정부기구화시킬 것이냐를 두고 많은 논란과 대립이 있어왔음은 익히 아는 사실이다.
재경부장관 등 정부 요직을 두루 소화한 전윤철 감사원장은 감독기구 개편 방향에 대해 금융감독원의 정부기구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
금감원이 무책임한 민간기구이기 때문에 문제가 끊임없이 발생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민단체와 언론, 금감원, 학계의 반발에 부딪혀 2004년 당시에는 실행에 옮길 수 없었다.
결국 ‘현행 체제 유지’로 결론이 난 것이다.
그리고 론스타 문제가 발생하자 다시 금융감독기구의 개편안이 거론되고 있다.
론스타 문제는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도드라졌지만 실제 문제의 핵심은 자본시장의 개방화에 따라 금융감독 체계를 어떻게 구성할 것이냐에 있을 것이다.
금융감독기구의 개편 논쟁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럼 자본시장통합법의 시대, 투자은행의 시대에는 금융감독기구가 어떻게 구성되는 것이 바람직할까. 전 원장의 말대로 금감원 직원들을 공무원으로 바꾸면 문제가 해결되는 걸까. 원칙은 3주체의 ‘협력, 견제, 조정’이다 전문가들은 자본시장의 핵심적인 특징으로 다양성과 역동성을 들고 있다.
자본시장은 창의력을 통해 상황에 따라 현금흐름이 달라지는 상품들을 사실상 무한대로 만들어내는 시장이다.
따라서 자본시장 규제의 큰 원칙도 시장의 창의력과 역동성을 고려한 것이어야 한다.
정부가 칸막이법으로 하향 평준화된 증권사들을 자본시장통합법을 통해 혁신과 경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겠다는 것도 모두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진행된 것이었다.
때문에 자본시장통합법에 걸맞은 감독은 금융기관의 창의력을 최대한 존중하는 자율성과 이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공정행위에 대한 차단시스템 구축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금감원의 정부기구화는 사실상 재경부의 ‘원톱 시스템’을 강화하는 방향이어서 통합법의 취지와 배치되는 감이 없지 않다.
경상대 김홍범 교수, 연세대 함준호 교수 등 관련 전문가들이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이 재경부 우산에서 나와 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거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함 교수는 재경부와 금감위의 확실한 역할 분담의 필요성은 물론 정보의 투명성 문제도 해결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결국 자본시장통합법의 울타리를 제대로 칠 수 있느냐의 여부는 ‘재경부-금감위(원)-한은’ 3주체 간 협력과 견제, 조정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할 수 있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현행 협회 중심의 자율규제 체제도 대폭 수술이 불가피해보인다.
정부는 통합법 제정으로 기능별 규율체제가 도입되고 금융투자업 상호간 겸영이 허용됨에 따라 현행 금융기관별 자율규제 체제를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전업주의를 전제로 하던 복수 자율규제기관(증권업협회, 선물협회, 자산운용협회) 체제의 필요성이 감소했다는 것. 이에 따라 회원사들의 의견을 수렴, 세 기관을 아우르는 자율규제 기관의 설립이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굿모닝신한증권 윤영환 연구위원은 “기존 감독기구 시스템이 화재경보(fire alarm)시스템이었다면 투자은행 시대에는 순찰시스템(patrol system)이 적합하다”며 “협회의 자율감독 권한과 질, 수준이 높아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재경부 기구의 변화는 아직 미지수다.
재경부 최상목 증권제도 과장은 “통합법 마련에 따라 감독도 기관별에서 기능별로 바뀌겠지만 조직까지 그렇게 변화시킬지는 검토사안”이라고 밝혔다.
최중혁 기자(tjp2010@economy21.co.kr)
저작권자 © 이코노미21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