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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동남아 환율하락 “아직 여유 있다”
[글로벌]동남아 환율하락 “아직 여유 있다”
  • 박번순 / 삼성경제연구소
  • 승인 2006.05.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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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 자체흡수 메커니즘…인플레이션 완화 압력도 동남아 국가들의 환율이 하락하고 있다.
4월 26일 현재 인도네시아의 루피아화 가치는 연초 대비 11% 이상, 태국의 바트화도 9% 정도 상승했다.
이들보다는 낮지만 싱가포르 달러나 말레이시아의 링깃화 가치도 일본 엔화나 중국 위안화에 비해 더 크게 올랐다.
동남아 경제가 통화절상 압력에 직면하고 있는 것은 이상한 일은 아니다.
지난해 미국은 중국에 2천억 달러, 일본에 8백27억 달러 이상의 무역적자를 기록했지만 동남아시아 국가들도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에 일조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2백33억 달러, 태국은 1백27억 달러의 대미무역 흑자를 기록했고 인도네시아도 90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한국의 1백61억 달러의 적자에 비해서도 더 많은 것이었다.
동남아가 수출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현재 진행되는 통화가치 상승은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2004년 말레이시아의 수출의존도는 107%였으며 이보다는 낮지만 태국과 필리핀도 한국의 37%에 비해서는 훨씬 높은 60% 및 46%였다.
지난해 이어 경기 감속 추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환율 하락은 수출경쟁력을 저하시켜 경기하락을 가중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환율 하락이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지는 않다.
통화절상이 가장 큰 인도네시아의 경우 1/4분기 수출증가율은 12%로서 지난해의 19% 증가에 비해 하락했으나 여전히 두 자리 수 증가를 기록하고 있다.
태국의 수출은 17.3% 증가했는데 이는 지난해 전체의 15%보다 다소 높아진 것이다.
말레이시아의 경우도 2월까지 수출이 12.8% 증가했는데 이는 지난해 전기간 증가율 11% 보다 더 높은 것이다.
이 때문에 정책 당국자들도 환율하락을 크게 걱정하지 않는 것 같다.
인도네시아 통상장관인 마리 팡에스트박사는 4월 20일 “수출증가율이 둔화되었지만 과거 수년 동안 10%에도 못 미친 적이 많았다”고 했고, 태국의 통상 관계자도 환율이 하락해도 올해 수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오히려 통화가치 상승은 경제가 건강한 징표이며 통화 강세가 말레이시아 경제의 생산성과 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물론 산업계에서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태국산업연합회는 4월 22일 현재의 37바트 수준에서 39-40바트 수준이 되어야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수출의존도가 더 높은 동남아가 한국과 달리 환율 하락에 대해 유연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는 동남아의 수출에서 1차 상품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태국의 농업,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1차 상품의 경우 환율 하락을 어느 정도 가격에 전가시킬 가능성이 있다.
태국은 최근 농산물 수출이 호조를 보이고 있다.
둘째, 동남아의 수출기업은 환율 하락을 어느 정도는 자체적으로 흡수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갖고 있다.
동남아는 외국인 직접투자로 성장했으며 주요 수출산업을 지배하고 있는 다국적기업들은 부품 및 중간재를 모기업에서 수입하는 성향이 높다.
이들에게 환율 하락은 생산비용 절감의 계기가 될 것이고 또 본국의 모기업이나 제 3국의 관계회사들과 내부거래가 가능해서 환율 하락으로 인한 수출경쟁력 하락의 충격이 그리 크지 않다.
셋째는 환율 하락으로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난 인플레이션 압력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외환위기 이후 양극화가 사회경제적 문제로 등장한 인도네시아와 태국의 3월 인플레이션은 15.7% 및 5.7%에 이르렀고 말레이시아도 4.8%에 이르렀다.
이들에게 환율하락으로 인한 수입물가 하향안정세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다.
박번순 /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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