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결과 지난해(2005년 4월~2006년 3월) 삼성증권의 수익 가운데 위탁매매수수료 비중은 40%를 기록해 빅5 중 가장 낮았다.
현대증권과 대신증권이 60% 이상, 우리증권과 대우증권이 50% 이상인 점과 비교하면 매우 주목할 만한 변화다.
반면 IB 수수료와 자산관리 수수료 비중은 20%를 넘어 수익구조 다변화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빅5 평균이 10%를 약간 넘는 것을 감안하면 삼성증권의 변화는 눈부시다.
이에 따라 2005회계연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2천5백77억원과 2천2백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2백62%, 6백1% 증가하는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었다.
삼성증권은 여기에 멈추지 않고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에 대비해 은행이나 보험을 능가하는 확실한 투자은행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IB 부문에서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 등에 ‘선택과 집중’ 전략을 구사해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PB 인력에 대한 맞춤교육을 통해 투자은행으로의 전환에 필수요건인 우수인력 육성에 주력하고 상품에 있어서도 경쟁우위를 확보할 수 있도록 전략을 추진 중이다.
주목할 만한 삼성증권의 수익 다변화 삼성증권에 이어 대우증권과 현대증권 또한 투자은행 업무 강화를 외치기는 매 한가지다.
2005 국내 기업공개(IPO) 실적 1위를 자랑하는 대우증권은 기업금융 부문에서의 강점을 바탕으로 IPO 업무 및 선박펀드와 같은 실물 자산운용,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업무를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옛 대우 계열사들과 무관해 재벌계로 분류하기는 어렵지만 투자은행으로의 성장 욕심은 다른 기관 못지않다.
대주주가 산업은행인 만큼 퇴직연금과 신탁업에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특히 자본시장통합법 대비를 위해 태스크포스팀을 구성, IB본부 내 PI(자기자본투자) 팀을 신설해 장외파생상품 및 외환관련 업무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최초의 시도다.
현대증권 또한 기업금융팀을 중심으로 기업에는 장기 자금조달을 투자자들에게는 양질의 투자 대상을 제공한다는 전략을 짜 놓았고, 동양종금증권은 투자은행으로서의 전환을 위해 자기자본 확충과 신사업영역 개척, RM 영업 확대 등을 중점적으로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들 대기업 계열 증권사들의 장점으로는 연관 계열사를 통한 시너지 효과와 상품개발능력, 브랜드파워, 고객기반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계열사내 제조업체와 연계마케팅이 가능한 점은 큰 이점이다.
그러나 한계도 많다.
앞서 1~3단계 과정으로 봤을 때 지금으로서는 1단계에서부터 큰 산이 버티고 있다.
출자총액제한제도는 물론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덩치를 키우기가 쉽지 않다.
금융지주회사로 가는 것도 한 방안이지만 아직까지 이런 전략이 구체화된 증권사는 없다.
현재 여당에서 출총제나 금산법 완화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다.
이런 여러 가지 정황들을 고려했을 때 재벌계 증권사 가운데 투자은행으로의 전환은 삼성증권이 한 발 앞선 가운데 다른 증권사들의 추격전이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전략은 우리, 신한, 하나, 한국 등 금융지주회사 소속 증권사들의 선택이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은행 등 지주사 내 다양한 금융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동시에 미흡한 부문은 추가 인수합병 등을 통해 보강한다는 계획이다.
국내 증권사 가운데 고객 예탁 자산규모 2위인 우리투자증권은 우리은행, 우리자산운용과의 협력을 통해 투자은행 부문을 강화하고 있다.
고객 수수료에 기대지 않고 종합자산관리와 IB 업무를 두 축으로 메릴린치 같은 안정적 수익모델을 갖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채권과 파생상품 분야에서 부문별 제휴를 맺어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신한지주 내 굿모닝신한증권은 지주회사 체제의 시너지를 본격 활용해 고객 자산규모를 획기적으로 늘리고 고부가가치 종합자산관리 영업에 매진한다는 전략을 짰다.
지난 달 통합법 대응을 위해 TFT를 구성하고 구체적인 전략 마련에 들어갔다.
전체적으로는 혁신적인 IB 모델을 구축해 기업고객 네트워크를 확장하고 중국 등 해외시장 개척에도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선물 등 지주사 내 부족한 부문은 증권사 내 법인선물옵션 판매 네트워크 등을 통해 시장 선점에 나선다는 계획. 지주회사는 은행의 역할 정립이 관건 LG카드 인수에 나선 하나금융그룹의 경우 하나증권, 대투증권, 대한투신 등의 계열사들을 통해 투자은행 경쟁에 나선다.
은행과 증권의 통합점포를 올해 30개까지 늘려 개인고객 자산관리 영업을 강화하고 고수익 부동산 펀드 등 대안투자 상품을 적극적으로 개발한다는 계획도 세워놓았다.
동원증권과 한투증권이 합쳐 생긴 한국투자금융지주 또한 2020년까지 시가총액 20조를 달성하고 자기자본이익률 20%를 달성한다는 목표 아래 올 한 해 6천~7천억원의 자기자본을 해외시장에 투자해 IB 업무강화와 자산관리영업 강화에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이들 금융지주회사의 최대 장점은 은행 등 금융자회사간 고객 공유로 자산관리 업무에 강점을 지닌다는 것이다.
즉, 대기업 계열 증권사들이 골드만삭스처럼 기업고객들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IPO, M&A 등에서 강점을 지니는 반면 지주회사는 개인 고객들의 자산관리에 초점을 두는 메릴린치 형 투자은행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지주회사는 은행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투자은행 본연의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도 있다.
자본시장이 위험을 감수한 리더가 모든 것을 먹는 시스템인 반면 은행은 본질적으로 실패를 방지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지주회사의 투자은행 업무 성과는 은행과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와 증권 자회사의 비중 및 역할을 어떻게 규정하는지가 성패를 가늠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대신증권, 미래에셋증권 등 중대형 증권사들과 교보증권, 한화증권 등 보험사를 중심으로 한 증권사, 키움닷컴·SK·유화·신영증권 등 중소형 증권사들의 전략도 앞으로의 시장재편에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공격적으로 해외시장 구축에 나서고 있는 미래에셋증권의 움직임이 주목된다.
미래에셋은 아직 자기자본이 5천억원에 불과하지만 올 초 IB 분야를 3개로 세분화하고 M&A, 유가증권 투자, 지분출자 등 자기자본을 활용한 IB 사업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홍콩, 싱가포르에 자산운용사를 설립한 데 이어 중국, 인도, 베트남 등 아시아 시장 개척도 구체화하고 있다.
박현주 회장은 2년내 자산운용사 등 10여개사를 인수해 아시아 외에도 유럽,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북미시장도 공략한다는 야심찬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이 과정에서 IPO, PEF, PF 등을 국제시장서 직접 펼쳐 투자은행 업무 노하우를 쌓는다는 복안이다.
이와는 별도로 산업은행의 거취도 주요 관심사다.
그 동안 산업은행은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위험 완충역할을 위해 시장논리와 어긋나는 행동까지도 서슴지 않았지만 통합법 시행 이후에는 이러한 역할이 자연스레 축소될 전망이다.
더 이상 국책은행이 아니라 민영화돼야 한다는 논의도 이러한 맥락과 닿아 있다.
실제 산업은행은 2003년 1월 ‘선 투자은행 후 민영화’를 선언해 2011년까지 자기자본 15조원, ROE 18%을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우선 기업금융 전문은행으로 입지를 굳히고 동북아시아를 거점으로 하는 선도은행으로 탈바꿈한 뒤 장기적으로는 세계적 투자은행으로 도약하겠다는 것. 이를 위해 산업은행은 브라질, 우즈베키스탄 등 해외 금융자회사만 34개를 두고 국내 최대 투자은행으로의 변모를 꾀하고 있다.
△우니라나 금융시장의 완충 역할을 위해 시장논리와 어긋나는 행동도 서슴지 않았던 산업은행은 통합법 시행 이후 이런 역할이 자연스럽게 축소될 전망이다. ⓒeconomy21 사진 |
올 2월 발표된 자본시장통합법은 현재 업계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 있고 본격적인 시행은 2008년 말 혹은 그 이후에나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올 한 해는 증권사별로 자체 수립한 전략을 차근차근 추진하면서 조용히 시장변화 상황을 지켜볼 것으로 보인다.
통합법의 입법 과정에서 시행령이 어떻게 규정되고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어떻게 설정되는지에 따라 각 증권사들의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다.
이러한 과정이 어느 정도 일단락되고 나면 그 때부터는 사활을 건 적대적 인수합병이 활발히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어떤 증권사가 됐든 모두 40여개에 달하는 자산운용사와 투신사, 선물회사 등을 인수해 ‘덩치키우기’에 나서지 않으면 생존이 위협받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결국 2~3개의 대형 투자은행과 특화된 중소형 증권사들이 시장을 형성하는 방향으로 재편될 것으로 보고 있다.
최중혁 기자(tjp2010@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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