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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삶]제2의 물결, 플랫폼 기업
[책과삶]제2의 물결, 플랫폼 기업
  • 조수영 기자
  • 승인 2006.05.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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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의 첨병 플랫폼 기업 찰스 게이브 외 지음 돈키호테 펴냄 1만3천원 농업혁명, 산업혁명이라는 두 물결을 거쳐, 세 번째 물결이 이르는 곳은 탈산업사회. 앨빈 토플러가 1980년에 제시한 <제3의 물결The Third Wave>의 핵심 내용이다.
산업사회에서 탈산업사회로 급격히 넘어가고 있는 지금, 앨빈 토플러의 주장은 모두가 너무도 당연하게 여기는 ‘상식’이 됐다.
하지만 여전히 산업사회에 머물러있는 분야가 있다.
경제학이 제3의 물결이 몰아치는 지금의 세상에 아직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이 책은 시작한다.
세상이 바뀌고 있지만, 여전히 산업시대의 잣대로 지금을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들의 지적이다.
산업사회에서는 경상수지, 경제성장률 등의 수치가 중요했고 이 수치는 경제력을 재는 척도였다.
하지만 지금의 경제시스템을 그 기준으로 평가하면 무리가 발생한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플랫폼 기업들이 중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미국으로 수입해서 팔면, 무역수지는 적자가 나지만 기업이익은 늘어난다.
따라서 무역적자가 늘어나도 미국 기업의 주가는 올라간다.
세상이 변했으니, 이제 그것을 분석하는 방법도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시대로 이행하고 있는 지금, 저자들은 “이번은 다르다(This time, it's different!)”고 자신하면서 자신들이 발견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제시한다.
‘플랫폼기업’이 바로 그것. 생산은 직접 하지 않지만 판매는 모든 곳에서 하는 모델이다.
플랫폼 기업은 고객이 어디에 있는지, 고객이 어떤 상품을 원하는지, 그리고 이 제품을 생산할 제조업체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다.
이 기업은 고객의 주문과 생산업체의 제품 공급을 조정할 뿐이고 제품을 출고하기 바로 직전 기업로고를 붙일 뿐이다.
델(Del), 월마트, 이케아(IKEA) 등이 대표적인 플랫폼 기업이다.
이 책은 아직은 낯선 개념인 플랫폼 기업이 가져오는 경제, 금융, 정치, 사회적 변화를 보여주는데 주력한다.
가령 이런 식이다.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하여 북미 지역 가구 판매가 이케아가 예상했던 것보다 저조하게 나타난다.
그래도 이케아에는 큰 타격이 없다.
이케아: 미안하게 됐습니다.
작년 이맘 때 우리 회사는 귀사에 5만 개의 찬장을 주문했었지요. 하지만 이번 달에는 5천 개만 주문하면 충분합니다.
공급업체: 하지만 저희는 5만 개 찬장분의 목재를 벌써 구입해두었습니다.
이케아: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좀 더 좋은 조건으로 우리 회사가 필요한 찬장 5천 개를 공급해 줄 수 있을 것 같군요. 어쨌든 귀사는 쌓여있는 목재 재고를 해소하고 싶을 것 아닙니까? 공급업체: 하지만 저희도 직원들 월급을 줘야하지 않습니까? 이케아: 미안합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 세계에는 두 가지 종류의 문제가 존재합니다.
하나는 나의 문제, 다른 하나는 그 외의 문제입니다.
귀사의 재고와 직원 월급 문제는 바로 후자의 문제이지요. 가구 수요가 감소하면 멕시코의 공급업체는 직원을 해고하지만 이케아의 가구 디자이너는 고객을 다시 유인할 수 있는 새로운 디자인을 고안하기 위해 열심히 일한다.
수요 변동으로 생긴 충격을 오롯이 받아내는 것은 제조업이 있는 멕시코 경제다.
플랫폼 기업의 핵심전략인 ‘생산의 아웃소싱’은 기업과 서구 경제권에 안정성을 가져온다.
디자인-생산-판매의 3단계 가운데 경기 변동에 가장 민감한 부분이 바로 제조업 부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생산’을 아웃소싱 하는 기업은 사실상 비즈니스에서 변동성이 매우 심한 부문을 아웃소싱 하는 셈”이라고 저자들은 설명한다.
이로 인해 좋은 일자리가 모두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지는 않을까.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문제 제기는 있었다.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해 제조업체들이 연이어 중국행을 선택하자 재계가 중심이 되어 “기업하기 힘든 나라”라며 정부와 국민들의 ‘반기업 정서’를 질타하던 때가 바로 엊그제다.
이런 물음에 대해 저자들은 블루칼라 노동자의 감소가 왜 우려스러운 현상이냐고 반문한다.
이것이야말로 제3의 물결 세계를 바라보는 제2의 물결의 사고방식이라는 것이다.
제3의 물결 경제에서 모든 부는 지식으로부터 창출된다.
따라서 부가가치를 창조하지 못하는 생산직 일자리를 잃었다고 개탄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그들의 주장을 따르면 선진국은 ‘창조적 파괴’, 즉 새로운 것을 발명하거나 창조해 경제 성장을 유발하는 슘페터주의적 발전을 한다.
이제 창조, 지식이 중요한 사회에서 경쟁우위법칙을 이용한 무역, 즉 리카도주의적 발전은 신흥경제국에 어울리는 방식이다.
이러다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선진국 경제의 인력 시장은 프리랜서로 일하는 매우 창조적인 소수, 그리고 개도국에서 찾아오는 관광객을 위해 일하는 다수의 서비스 산업 종사자로 구성될 것이라고 저자들은 전망한다.
이 책은 플랫폼 기업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거기에만 이야기를 국한시키지는 않는다.
제2의 물결의 시각에서 제기하는 의문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고, ‘이 멋진 신세계’에서 효율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방법을 제시하기까지 한다.
저자들이 제시하는 세계경제의 변화를 쫓아가다보면, ‘이 멋진 신세계’, 정말 멋지다.
하지만 세계의 또 다른 한켠에서 그들로부터 아웃소싱을 ‘받는’ 경제에 대한 분석은 ‘멋진 신세계’만큼 정교하지 못하다.
이 책에 따르면 한국은 아직 제조업 중심 국가다.
그들의 기준에 따라 제2의 물결 사회에 속해진 사람으로서, 그들의 ‘이 멋진 신세계’가 멀게, 그리고 조금은 살풍경하게 느껴진다.
조수영 기자 zsyoung@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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