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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석유전쟁 '이미 총성 울렸다'
세계 석유전쟁 '이미 총성 울렸다'
  • 이정환 기자
  • 승인 2006.05.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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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국 등 기름확보 비상...OPEC.중남미.러시아 주도권 각축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석유 확보는 이제 단순히 에너지 확보 차원을 넘어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문제가 됐다.
세계 최대의 소비 시장인 미국과 중국, 그리고 공급 시장인 석유개발국기구(OPEC)와 석유메이저들, 그리고 중남미와 러시아 등 비OPEC 나라들이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먼저 미국은 전략적 비축 물량을 7억 배럴 이상으로 늘려왔다.
전략적 비축이란 전쟁 등 비상상황에 쓸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석유를 비축하는 것을 말한다.
미국이 하루 소비하는 석유가 2천100만 배럴 정도니까 7억 배럴이면 33일 정도 쓸 수 있는 분량이다.
그동안 전략적 비축이 유가 상승을 부추긴다는 비난도 있었지만 이 정도도 크게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다.
미국의 최대 관심은 어떻게 하면 석유를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느냐 하는 것. 이를 위해 이라크에 민주정부 수립을 적극 지원하기도 했고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지역에 미국 석유회사들이 진출할 수 있도록 온갖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중동 지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카스피해 인근 지역과도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2025년까지 중동 지역에서 수입하는 석유의 75%를 줄이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중국의 고민도 비슷하다.
소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생산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2003년부터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석유 소비국으로 자리 잡았다.
중국의 자동차 보유 대수는 2020년이면 1억4천만 대까지 늘어날 전망이다.
자급률은 한때 100%가 넘기도 했지만 50% 미만으로 떨어졌다.
중국 원유 생산량의 30%를 맡고 있는 따칭 유전의 경우 생산량이 계속 줄어드는 추세다.
중국은 지난해 8월 카자흐스탄의 유전 개발회사 페트로카자흐스탄을 42억 달러에 인수하는 등 석유 확보에 모든 전력을 집중하고 있다.
미국 9위의 석유개발회사 유노칼을 인수하려다 미국 정부의 반발로 실패하기도 했다.
중국은 미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석유 수입선을 중앙아시아와 아프리카, 남미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장쩌민 전 주석과 후진타오 주석 등도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분위기다.
한편 OPEC 역시 고민이 많다.
가장 큰 고민은 생산 여력이 계속 줄어들고 있다는 것. 2002년까지만 해도 잉여생산 능력이 하루 700만 배럴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200만 배럴로 줄어들었다.
2004년에는 한때 62만 배럴까지 줄어들기도 했다.
만약 잉여생산 능력이 0이 되면 그때부터는 세계적으로 수요가 공급을 앞질러 석유가 부족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사상 최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데도 조심스러운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OPEC의 관심은 어떻게 하면 안정적으로 계속 비싸게 원유를 팔 수 있느냐는 것이다.
OPEC 입장에서는 유가가 떨어지면 적당히 공급량을 줄여 유가를 떠받치는 전략으로 나갈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만약 유가가 너무 치솟으면 대체 에너지 개발이 늘어나고 석유 수요가 줄어들어 재정이 흔들릴 수도 있다.
적당한 수준에 마지노선을 정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이야기다.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석유메이저들도 마냥 행복하지만은 않다.
국제 유가가 급등하고 정제마진이 크게 늘어나면서 실적이 눈에 띄게 개선된 건 분명하지만 문제는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이냐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신규 유전 개발이 크게 줄어들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국영 석유회사가 독점하고 있고 이란이나 이라크도 미국 회사들의 접근이 쉽지 않다.
러시아도 까다로운 출자조건을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최근 중남미를 휩쓸고 있는 자원 민족주의도 석유메이저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이미 베네수엘라나 볼리비아 등이 잇따라 자원 국유화를 선언하고 외국 석유회사들에 터무니없이 높은 세금을 물리기 시작했다.
결국 미국 석유메이저들은 멕시코나 아프리카 지역의 심해 유전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데 그만큼 수익성이 떨어지게 된다.
처절한 주도권 다툼이 이미 시작됐다는 이야기다.
삼성경제연구소 김형진 연구원은 최근 국제 석유 시장을 죄수의 딜레마에 비교했다.
죄수의 딜레마란 게임이론에 나오는 용어인데, 두 명의 죄수가 서로 형량을 가볍게 받으려고 범죄사실을 자백해서 결국 더 무거운 형벌을 받게 된다는 의미다.
석유 시장의 경우는 미국과 중국이 주도권 경쟁을 하면서 유가를 끌어올리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OPEC와 석유메이저들도 서로 이해가 엇갈리는 가운데 생산의 한계와 수익성 악화라는 함정에 빠져있다.
석유 소비국들의 발빠른 움직임도 눈에 띈다.
스웨덴은 최근 탈 석유화를 선언했다.
15년 안에 석유 의존도를 0%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2003년 기준 스웨덴의 석유 의존도는 32% 수준 밖에 안 된다.
이밖에 원자력이 33%, 재생 에너지가 26% 정도다.
사브나 볼보 등 자동차 회사들은 에탄올이나 바이오 연료로 움직이는 자동차를 개발하고 있다.
브라질도 5년 안에 사탕수수로 만든 에탄올의 비중을 8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인도네시아는 휘발유 가격을 115% 인상하고 석유 보조금을 크게 줄였다.
수요를 차단해 석유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발상에서다.
이밖에도 인도네시아는 석탄이나 가스로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소를 건립하고 있다.
천하태평인 우리나라 정부의 태도와 달리 우리는 이미 석유 전쟁의 한복판에 있다.
이정환 기자 cool@economy21.co.kr
유가 상승 유류세에 미치는 영향
휘발유값 10% 오르면 세금 3500억원 더 걷혀 우리나라 자동차 운전자들은 세계를 통틀어 가장 비싼 세금을 낸다.
휘발유에 붙는 세금은 교통세와 부가가치세, 주행세, 교육세 등 4가지인데, 휘발유 공장도가격이 1리터에 572원이라면 교통세가 535원에 교육세가 80원, 지방교육세 128원, 부가세 137원 등이 붙는다.
최종 소비자 가격은 1천508원에 세금이 936원. 소비자 가격의 60% 가량이 세금으로 채워져 있는 셈이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유류세는 세금 23조1천40억 원과 부과금 1조1천960억 원을 더해 24조3천억 원으로 집계됐다.
국민 1인당 50만4천 원 꼴이다.
2004년과 비교하면 8.1% 늘어났고 전체 내국세 수입 127조4천억 원의 19.1%에 해당하는 규모다.
내국세의 5분의 1이 유류세에서 나온다는 이야기다.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유류세 인하 논쟁이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 교통세나 교육세 등은 종량제로 책정돼 있어 휘발유값이 올라도 변동이 없다.
이게 바로 정부가 유류세 인하에 반대하는 논리 가운데 하나다.
휘발유값이 오르면 오히려 실효세율이 낮아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실효세율은 최근 60% 밑으로 떨어졌다.
그러나 이런 주장은 부가가치세가 휘발유값이 오르면 따라 오른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만약 휘발유 값이 10% 오른다면 정부는 부가가치세를 얼추 3천500억원 가까이 더 받을 수 있다.
권혁세 재정경제부 재산소비세 국장은 우리나라의 유류세율이 결코 높은 편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권 국장은 “최근 선진국들도 세금을 인하하기보다는 국제유가 상승분을 국내 소비자 가격에 반영하고 있는 추세”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유류세율을 인하하지 않고 에너지 절약을 유도할 경우 에너지 절약분 만큼 민간의 소비여력 증대가 가능하고 유류세 수입을 정부 재정지출에 활용할 수 있어 경제 전반에 긍정적인 효과가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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