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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총선 압승 싱가포르 여당 '야당은 필요 없어'
[글로벌]총선 압승 싱가포르 여당 '야당은 필요 없어'
  • 박번순 삼성경제연구소
  • 승인 2006.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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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 신임 등에 업고 당근 정책 ... 야당 저변 확대에 긴장 싱가포르 총선이 여당 인민행동당(PAP)의 압승으로 끝났다.
싱가포르는 지난 5월6일 84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총선을 치렀다.
예상은 빗나가지 않아 84석 중 82석을 집권당 인민행동당(PAP)이 가져갔다.
득표율이 지난 2001년의 75.3%보다 낮은 66.6%에 그쳤지만 지난 선거가 9.11 테러 이후에 실시되어 국민들이 PAP에 몰표를 주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나쁜 것이 아니었다.
이센룽 수상이 선거 다음 날 ‘이제 앙금을 털고 같이 나가자’하고 외칠 만 했다.
PAP는 지난 50년 이상 싱가포르를 이끌고, 천연자원 하나 없는 작은 섬을 세계 최고 수준의 고소득 국가로 만들었다.
국민들은 PAP를 아직도 신임하고 물질적인 풍요를 더 가져다 주기를 바라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국민들의 변화 욕구가 드러나고 있다.
먼저 야당 후보가 지난 선거의 29명에 비해 대폭 늘어난 47명이나 출마해, 모두 당선된다면 정권 교체도 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싱가포르 선거구는 1인 선거구와 5~6인 선거구로 나뉘어진다.
야당은 팀으로 출마해야 하는 다인 선거구에 내보낼 후보진을 구성하기 어려웠고 결국 PAP당은 대부분의 다인 선거구제에서 무투표 당선이 된다.
이콴유 전 수상과 고촉동 전 수상은 각각 6인 선거구에서 무투표로 당선했다.
이런 상황에서 야당은 다수의 다인 선거구에 후보를 내보냈는데 야당의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
둘째, 젊은 층과 블루칼라 노동자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도 눈에 보인다.
이센룽 수상이 출마한 6인 선거구 앙모끼오에서는 주로 20대로 구성된 노동자당이 33.4%를 얻었다.
수상 팀의 득표율은 전체 PAP의 득표율에 미치지 못했다.
또한 블루칼라 노동자들이 많은 알주니드 5인 지역구에 출마한 노동자당(WP)의 팀은 43.9%를 얻어 현직 외무장관이 이끄는 PAP당을 바짝 추격했다.
선거 직후 야당 고메즈 후보 체포 경제적인 측면에서 선거는 PAP에게는 유리한 환경 속에서 진행되었다.
2005년 경제성장률은 6.4%에 이르렀고 실업률은 2.5%로 낮다.
4월에는 1/4분기 추정성장률이 9.1%라고 발표했으나 선거 전날 밤 이센룽 수상은 10% 이상이 될 것이라고 수정해 발표했다.
더욱이 정부는 선거전에 싱가포르 모든 성인에게 소득수준에 따라서 200싱 달러에서 800싱 달러까지 소위 “성장 배당금”을 나눠주기로 했고, 저소득 근로자에게 정부가 보너스를 주겠다고 발표했다.
선거 직후 정부는 고메즈 후보를 체포했다.
몇 시간의 조사 후에 일단 석방했지만 다시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다.
이제 그는 전통적인 야당 탄압 수단이었던 명예훼손 혐의로 제소될 것이고 막대한 배상금을 지불하지 못하면 파산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다시 출마를 할 수 없게 된다.
선거 결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채워주기 위해서는 야당이 존재해서는 안 된다는 기존의 사고를 바꾼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국민들의 경제적 수준을 제고하는 것이 줄어드는 인기를 만회하는 수단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이번의 선거에서 보인 분배에 대한 고려를 더 하게 될 것 같지는 않다.
능력주의는 현재의 싱가포르를 만든 가장 중요한 자산이라고 믿는 엘리트들이 그대로 자리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싱가포르의 경제정책은 더욱 더 성장 일변도로 나갈 것이다.
FTA를 추진하고 기업 환경을 개선하고 외국인 투자를 더 유치할 가능성이 있다.
정책적 아이디어의 샘이 마르지 않는 싱가포르 정부의 엘리트 관료들은 또 다시 머리를 싸매고 있을 것이다.
박번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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