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6:34 (금)
기획부동산 대부 김현재 ‘비화(秘話)’
기획부동산 대부 김현재 ‘비화(秘話)’
  • 이윤찬 기자
  • 승인 2006.05.2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현재는 뇌관, 터지면 ‘끝장’ 검찰 수사망 교묘히 피해 … 탄탄한 인맥이 배후
△삼흥그룹 김현재 회장은 비밀사무실에서 근무했다.
삼흥그룹 본사가 서초동에 있었던 반면 김 회장의 사무실은 역삼동 '큰길타워'에 있다.
ⓒ박미향 기자
삼흥그룹 김현재 회장은 기획부동산 업계 1세대다.
기획부동산의 전형으로 자리 잡은 TM(TeleMeketing·텔레마케팅) 기법을 최초로 도입한 주인공도 그다.
이는 자타가 공인하는 대목이다.
김 회장이 기획부동산업을 본격 시작한 것은 90년대 말. 그는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실패는 단 한번도 없었다.
김 회장이 기획부동산업계의 ‘미다스 손’으로 불린 이유다.
삼흥그룹도 고속성장을 멈추지 않았다.
DJ정부 시절 삼흥그룹 계열사는 무려 10여 개에 달했다.
매출실적은 두 눈을 의심케 할 정도로 급증했다.
2001년 250억원을 올린 삼흥그룹의 매출은 불과 3년 만인 2004년 1천667억원으로 급상승했다.
창업 10년 만에 중견그룹으로 우뚝 선 셈이다.
검찰“김현재 비호세력 있다” 김 회장에겐 이른바 ‘제자’가 있다.
삼흥그룹 계열사 사장들이 그들이다.
이들은 김 회장에게 전수받은 비법으로 지역을 활개치고 다녔다.
기획부동산 업계를 쥐락펴락했다는 이야기다.
삼흥그룹을 ‘기획부동산 사관학교’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김 회장과 삼흥그룹 계열사 사장들은 각각 다른 처우(?)를 받았다.
계열사 사장들은 사기혐의를 받고 대부분 쇠고랑을 찼다.
중형을 선고받은 사장도 여럿이다.
반면 김 회장의 상황은 달랐다.
수 차례 피소됐음에도 무혐의 처리되기 일쑤였다.
혹여 기소되더라도 벌금 몇 푼만 내면 그만이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일까.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김 회장은 철저하게 몸을 숨겼다.
기획부동산 관련 마케팅을 할 때 그는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사무실도 별도로 사용했다.
삼흥그룹 계열사가 모여 있던 곳은 강남구 서초동. 하지만 김 회장은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큰길타워에 사무실을 마련한 채 ‘나 홀로’ 근무했다.
검찰수사에서 그의 흔적이 쉽게 포착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만큼 김 회장은 치밀했다.
하지만 ‘김 회장이 검찰수사망을 피할 수 있었던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는 김 회장을 비호하는 세력이 존재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시각이다.
김 회장은 거미줄처럼 탄탄하고 꽉 짜여진 인맥을 가지고 있다.
무엇보다 구(舊) 민주당 인사들과 친분이 두텁다.
현 집권여당 일부 고위관계자들과도 상당한 교감을 나눴던 것으로 전해진다.
호남 출신 기업과 지방자치단체 고위관계자들과도 두터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검경 등 수사기관에도 그의 인맥이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다는 후문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전방위적으로 실시된 기획부동산 수사에서도 김 회장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정관계와의 끈끈한 연(緣)을 이용해 비호를 받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 회장의 이 같은 탄탄한 인맥은 결과적으로 ‘역효과’를 냈다.
김 회장에게 부메랑으로 작용했다는 얘기다.
검찰 수사팀은 김 회장이 수 차례 피소됐음에도 번번이 무사귀환에 성공한 사실에 주목했다.
특히 김 회장을 비난하는 애꿎은 피해자들의 볼멘소리가 끊이지 않는 점에도 의문을 가졌다.
검찰 수사팀은 극비리에 내사에 착수했다.
우선 구속돼 있는 삼흥그룹 계열사 사장들을 일일이 소환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 수사팀은 의미 있는 정보를 입수했다.
‘김 회장이 기획부동산 업계 1세대’라는 계열사 사장들의 증언을 확보했던 것. 이제 남은 것은 물증확보. 검찰 수사팀은 발빠르게 물증수집에 나섰다.
검찰은 삼흥그룹이 기획부동산으로 사기를 쳤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당진 ▲제천 ▲ 무주 ▲여주의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협조공문을 보내, 한 지번(地番)이 5필지 이상 분리된 부동산 등기부등본을 입수했다.
대규모 땅을 헐값에 매입, 100평~1천 평 단위로 쪼갠 후 소액투자자들에게 비싼 값에 되파는 기획부동산의 허점을 파고들 계산이었다.
이를 통해 검찰이 확보한 자료는 어른 키 보다 훨씬 높았다는 후문이다.
검찰 수사팀은 입수한 자료를 쉼 없이 분석했다.
지주(地主)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면서 땅 매입경위, 땅을 판 사람 등을 철저하게 탐문 수사했다.
분할되기 직전의 땅을 매입한 사람만 찾으면 기획부동산 업자가 누구인지 찾아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 과정에서 검찰 수사팀은 김 회장이 수표를 사용, 대규모의 땅을 매입한 후 분할 매수한 정황을 포착했다.
결정적 단서를 틀어쥔 셈이다.
하지만 검찰 수사팀은 망설였다.
김 회장이 검찰에까지 손을 뻗쳤을 가능성을 우려했고 때문에 장고를 거듭했다는 후문이다.
결국 검찰 수사팀은 정상명 검찰총장에게 보고서를 올렸다.
요지는 대략 이렇다.
“… 김 회장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한나라당이 알고 있다.
곧 있으면 먼저 터질 수 있다.
지금 꼬리를 자르지 않으면 검찰이 김 회장을 비호했다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 정 총장은 OK 사인을 보냈다.
그리고 곧 김 회장을 구속 수감했다.
김 회장 관련 내사가 성공하는 순간이었다.
검찰은 김 회장이 2003~2005년 충북 제천, 전북 무주, 경기 이천 등의 토지를 싼 값에 매입한 후 ‘개인용으로 펜션을 지으면 고소득을 올릴 수 있다’‘개발 가능성이 엄청난 땅이다’라고 속여 110여명으로부터 2백12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적용했다.
계열 공금 245억원을 빼돌려 개인적으로 쓰고, 세금 89억원을 포탈한 혐의도 추가했다.
수사가 계속될수록 김 회장의 횡령 및 탈세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게 검찰 한 관계자의 귀띔이다.
한발 더 나아가 검찰은 김 회장이 차명계좌를 이용, 자금을 세탁한 뒤 불법적인 용도로 사용했을 가능성에 주목,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김 회장이 빼돌린 공금 245억원 중 용처가 규명되지 않은 양도성 예금증서(CD) 30억원의 행방도 추적하고 있다.
여기엔 대검중수부의 계좌추적팀까지 가세한 상태다.
검찰이 김 회장의 계좌추적에 ‘올인’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수사가 이처럼 속도를 내자, 정관계 주변엔 뒤숭숭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벌써부터 호남출신 정치인 중 김 회장과 친분이 깊은 전현직 의원, 집권여당 고위관계자, 검경 관계자들의 이름이 거론되는 실정이다.
실제 검찰은 김 회장 등에 대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정치인 10여명의 명단이 적힌 달력 등 정관계 로비를 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진다.
‘윤상림 게이트’ 보다 파장 클까 현재로선 김 회장에 대한 수사가 어디까지 진행될지 예측하기 어렵다.
일각에선 김 회장이 대량으로 매입한 CD 대부분이 무기명인 탓에 수사기관의 추적 작업이 공염불에 그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예상한다.
김 회장 수사가 서울지검 특수부가 아닌 형사부에 배당된 것을 두고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수사할 의지가 약해진 것 아니냐’는 판단에서다.
통상 대형사건은 서울지검 특수부에서 전담해 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검찰의 시각은 다르다.
정관계를 혼돈 속으로 몰아넣었던 ‘윤상림 게이트’ 보다 ‘김현재 후폭풍’의 파괴력이 더욱 클 것으로 내다본다.
‘정관계를 막론하고 크게 다칠 사람은 여럿’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하고 있다.
그렇다면 김 회장과 얽혀 있는 일부 정관계 관계자들은 한동안 ‘잠 못 이루는 밤’을 보내야 할지 모른다.
‘김현재 후폭풍’의 파장이 어느 정도일지 주목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윤찬 기자 chan4877@economy21.co.kr
기획부동산 사기 유형
○ 사업용지를 개인용으로 속여 팔기 기획부동산의 대표적인 수법은 개발지역 내 사업용지를 개인에게 쪼개 파는 것이다.
반드시 사업용으로 건축할 수밖에 없는 땅을 개인용으로 개별 건축이 가능하다고 속이는 것이다.
주로 개발 호재 지역 인근 맹지를 구입한 뒤 개발 청사진을 제시하면서 이를 투자자에게 되파는 방식이다.
심지어 개발사업을 제시하면서 실제 관련 건물까지 지어놓는 치밀함을 보이며 투자자들을 유혹한 사례도 있다.
○ ‘특별분양’ 광고지 이용 속여 팔기 서울 시내 곳곳에 ‘강남아파트 특별분양’이라는 문구가 적인 광고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런 수법도 기획부동산의 사기 수법이다.
이것은 택지개발예정지구의 철거 예정 가옥을 사면 강남 아파트 특별분양권을 받을 수 있다고 유혹하는 방식이다.
이들은 국민임대 단지가 들어설 서초구 우면지구나 강남구 세곡지구 등에 특별분양권을 배정받을 수 있는 철거가옥을 평당 800만 원 안팎에 사면 수억 원에 달하는 차익을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 성남 판교신도시나 도촌지구에서는 아예 특별분양권을 받을 수 없는 ‘물딱지’ 불법 판매도 성행하고 있다.
일단 이들 주장대로 도로나 공원 등 공공시설이 들어서 철거가 될 노후주택을 사면 입주권이 나오는 사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설사 입주권을 받아도 어떤 지역 아파트에 청약할지 선택권은 없다는 점이다.
특별분양권을 받은 사람은 SH공사에서 먼저 분양되는 아파트에 청약해야 한다는 의무규정을 적용받아 어느 단지로 갈지 모른다.
SH공사 관계자는 “입주권을 받은 후 먼저 나오는 지역에서 특별분양이 있다면 의무적으로 청약해야 한다”며 “강일ㆍ우면ㆍ세곡지구는 구체적인 일정이 유동적이어서 예측이 힘들다”고 설명했다.
○ 인허가·용도변경 사기 개발 계약을 체결한 적도 없고 개발 관련 인ㆍ허가 신청을 한 적도 없는 땅을 개발계획 인ㆍ허가 신청을 했다고 속이고 투자자를 끌어들이기도 한다.
기획부동산의 가장 고전적인 수법이다.
주거ㆍ상업지역으로 용도변경이 불가능한 임야를 용도변경이 가능해 전원주택을 지을 수 있다고 속이거나, 보전산지로 건물을 지을 수 없는 임야를 전원주택단지로 개발 가능하다고 거짓말하기도 한다.
해당 지자체 관련 공무원 명단까지 입수해 자신들의 광고자료에 등장시켜 투자자에게 신뢰감을 주기도 한다.
심지어 관련 공무원을 매수해 인ㆍ허가가 난 것처럼 서류를 꾸며 투자자들을 감쪽같이 속이기도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