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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삶]세계일주, 바꿔 탄 오토바이 11대
[책과 삶]세계일주, 바꿔 탄 오토바이 11대
  • 이코노미21
  • 승인 2006.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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샐러리맨 R씨, 세계일주 떠나다 리프 하파르 지음, 이마고 펴냄, 1만4천800원 부사장으로 일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잘린 지은이가 세계여행을 하며 일기식으로 쓴 책이다.
우리나라에서도 직장을 버리고 가족과 함께 세계여행을 떠났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무엇보다 부러운 건 그들의 용기다.
우리는 보통 직장에서 해고를 당하면 다른 직장을 알아보는데 열중한다.
당장 먹고 살 궁리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리프 하파르는 자그마치 1년 동안 세계를 쑤시고 돌아다녔다.
숫자로 정리해본 그의 여행 기록도 우습다.
바꿔 탄 오토바이 11대, 잃어버린 오토바이 1대, 뇌물 바친 공무원이 1만2천590명 … . 6대륙 45개국을 다니면서 지은이는 팩트와 경험담을 본 대로 느낀 대로 쓰고 있다.
특이한 점이라면 사진을 찍는 여자 친구를 데리고 다녔다는 것이다.
이런 여행은 보통 혼자 다닐 것이라고 그게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허를 찌른 것이다.
사진을 찍는 여자 친구와 함께 여행을 갔다는 것은 지은이가 의도가 드러난다.
여행을 단순히 쉬기 위한 것으로 소비하지 않고 생산적(책)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시스티나 예배당에 관한 새로운 발견(유럽), 라마단(이슬람의 금식 기간) 중의 바비큐 파티와 느닷없이 여자 속옷을 들이대는 신종 수법의 소매치기(중동), 때론 지옥 같고 때론 천국 같은 동남아시아, 저자의 오토바이는 아직도 뭄바이의 공무원들 손에 있고(아시아), 번지점프 시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는 진짜 유의 사항(오세아니아), 우루과이의 국보급 샌드위치 치비토와 칠레의 ‘파블로 네루다 요리법’으로 만든 붕장어 스튜(남아메리카), 범죄와 시위, 설교와 찬양으로 거리는 잠시도 조용할 새가 없고 독감까지 앓고(중앙아메리카) 돌아온 지은이는 “돌아오니까 참 좋다”고 말하고 있다.
같이 여행을 간 사진가 트레이시의 언니 집 로스앤젤레스로 돌아온 지은이는 갑자기 미국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는다.
“벌레도 없다.
모기도 없다.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어느 식당에 가든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다.
뱀도 없고 뱀 부리는 사람도 없고 이란 출신 밀수업자도 없다.
” 그럼 왜 여행을 갔을까. 알 수 없는 노릇이다.
500페이지가 넘는 사전만한 볼륨이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여행을 앞둔 사람이라면 읽어볼만 하다.
간간이 사진이 보이는데 거기에 지은이도 트레이시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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