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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빛나는 인도' 분배에 성패 달렸다
[글로벌]'빛나는 인도' 분배에 성패 달렸다
  • 박번순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
  • 승인 2006.05.2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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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10% 이상 폭락 '흔들' ... 투자 위축 우려, 저소득층 불만도 변수 아직 공식 통계가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지난 3월 말로 끝나는 2005 회계연도 인도의 성장률은 8.1%에 이른 것으로 추정돼 2003년부터 시작된 고도성장세가 지속된 듯하다.
지난 수 년 간 인도의 성장을 이끈 민간소비의 원천은 외국인 증권투자 자금 유입으로 인한 증시 활황, 저금리로 인한 부동산 호황이었다.
여기에 소프트웨어 수출도 도시부문의 화이트 칼라 노동력의 소득을 증대시켰다.
따라서 이제 인도는 중산층의 소비를 저소득층의 소비로 어떻게 확산시킬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로 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전개되는 일련의 상황 변화는 중산층의 소비조차 영향을 받지 않을까 우려를 낳고 있다.
먼저 증시에서 불확실성이 증가한다.
붐베이 센서티브지수는 2002년 말 3377에서 2006년 봄 1만선을 돌파하면서 경제성장의 근거지 역할을 했다.
그러나 미국에서 금리 인상이 지속되고 국제 유동성 핍박이 우려로 등장하면서 5월 17일 1만2천선을 상회하던 주가는 18일과 19일 연속 하락했고 22일 월요일에는 장중 한 때 10% 이상 폭락해 한 시간 동안이나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다.
장 막판 정부가 운영하는 뮤추얼 펀드와 금융기관의 매수에 힘입어 지수는 10만536.79 포인트로 3.67% 하락에 멈추었고 23일에도 상승세를 보였지만 과거와 같은 지속적인 상승세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운 것 같다.
증시가 흔들리면 인도가 계획하는 투자율 제고가 어렵다.
인도의 투자율은 지난 수년 약 24%에 머물러 있었는데 8% 이상의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투자율이 30% 가까이 상승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야만 고용이 창출되고 소비가 지속적으로 확산 될 것이다.
그러나 인도의 기업들은 증시 호조에도 불구하고 생산설비를 적극적으로 확대하지 않았다.
당장 투자가 뒤따르지 않는 소비 주도의 성장은 수입의 증가를 초래한다.
2005 회계연도에는 4월에서 12월까지 8개월간의 적자가 321억 달러에 이르렀는데 이는 총수출의 45% 정도에 이르는 것이다.
증시가 꺼진다면 기업의 투자율을 제고하겠다는 희망을 접어야 한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저소득층이 일부계층만의 잔치를 두고 보지 않겠다는 것이다.
2004년 봄 당시 경기 호황을 이끈 BJP 당은 집권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빛나는 인도'라는 구호를 내걸고 조기 총선을 실시했지만, 국민회의 주도의 연합진보동맹(UPA)에 패배하고 말았다.
성장에서 소외된 농민 층, 저소득층이 표를 주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난 5월 11일, 4개의 주에서 열린 선거에서도 공산당이 최대의 승리자가 되었다.
웨스트뱅갈 주는 공산당이 계속 집권하게 되었고 남부의 케랄라 주에서는 국민회의 주도의 연립정권이 공산당 주도의 연합에 패배했다.
타밀 나두 주에서는 UPA에 속한 정당이 승리를 했지만 컬러TV를 무상으로 공급하겠다는 공약이 주민들의 시선을 잡아끌었을 것이다.
이러한 선거 결과는 인도가 저소득층의 의사에 반해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분배정책의 강화를 위해 인도는 지금 하위 카스트에 대한 유보정책을 확대하려 한다.
낮은 카스트 계층을 위해 실시하는 정부 공무원, 대학 등의 쿼터제를 대폭 증대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피해를 본다고 생각하는 대학생들이 길거리로 나오고 있다.
또한 정부는 할당제를 민간부문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민간 기업들은 이를 적극 반대하고 있으며 외국인 투자기업도 마찬가지이다.
카스트 제도의 유명무실화, 고른 분배정책이 장기적으로 인도 경제에 이익이 되겠지만, 이러한 불확실성은 인도바람에 편승하여 인도에 진출하려는 다국적기업들은 고개를 다시 한 번 갸웃거리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박번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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