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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보통 사람들의 위대한 파워 ‘웹2.0’
[기획취재] 보통 사람들의 위대한 파워 ‘웹2.0’
  • 김은지 기자
  • 승인 2007.01.2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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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르네상스’ 시대 열어… 역사는 이제 누구나 쓸 수 있다 1995년 워싱턴 어느 게이 바. 당시 20살이던 레인 허드슨은 한 남자의 구애를 받는다.
그 남자의 이름은 마크 폴리 전 플로리다 하원 의원. 그로부터 약 10년 후인 2006년 9월24일, 레인 허드슨은 자신의 ‘성 약탈자 추방’이라는 블로그(newsfortheleft. blogspot.com)에 마크 폴리 의원의 동성애 사실이 담긴 이메일을 폭로 한다.
2006 미 중간 선거 당시 공화당을 참패로 이끈 동성애 스캔들은 어느 네티즌의 블로그가 발단이 됐다.
소수의 특권층이 누리던 정보의 벽은 참여-공유-개방을 근간으로 하는 웹2.0 시대가 도래하면서 말 그대로 ‘말랑말랑’하고 ‘평평’해졌다.
HTML(웹 문서를 만들기 위하여 사용하는 기본적인 프로그래밍 언어)과 Active X(일반 응용프로그램과 웹을 연결시키기 위해 제공되는 기술)로 대표되는 웹 1.0이 기계적이고 수직적인 흐름으로 일방적인 정보 전달이 특징이었다면, XML(확장성 생성언어), RSS(맞춤형 정보배달), AJAX (에이젝스)로 대표되는 웹 2.0은 자유로운 정보 공유와 참여 및 접근이 특징이다.
쉽게 말하면 웹1.0이 ‘화가가 멋들어지게 그린 그림을 두고 감상하는 수준’이라면, 웹2.0은 ‘하얀 도화지 위에 우리가 원하는 그림을 마음껏 그리는 것’을 뜻한다.
과거 수동적인 역할에 ‘참을성이 없어진’ 대중의 욕구가 분출된 ‘인터넷의 르네상스’웹2.0현상은 15년 전에 탄생한 웹1.0이 못 다한 약속과 방식으로 일상생활 곳곳에 침투하고 있다.
작년 한해 타임지는 거의 매주 웹2.0에 관한 기사를 보도했다.
“2006년은 테크놀로지가 발견된 이후 가장 흥미로운 해”라며 ‘2006년 최고의 발명품’으로 웹 2.0의 대표주자인 ‘유투브’를 선정했다.
2006년 최고의 발명품 ‘유투브’ 동영상 사이트 유투브를 비롯한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 User Created Con tents)는 이제 웹2.0시대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2004년 실리콘밸리의 어느 저녁 모임에서 세 명의 청년, 스티브 첸, 채드 헐리, 조드 카림은 비디오 공유 사이트를 만들자는 데 동의, 2005년 4월 ‘유투브’가 탄생한다.
동물원 여행 비디오 한 개로 시작한 유투브는 하루 방문자 3천여명, 하루 올라오는 클립 수만 7만여 개에 달하는 ‘미디어 거인’이 됐다.
창업자 스티브 첸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처음엔 여행 비디오를 한번 올려보자는 계획이었다”고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밝혔지만 그는 피자가게 위 30평 남짓한 사무실에서 16억5천만달러(우리 돈으로 1조4천억원)를 받고 구글 측에 매각한 사업가로 변신했다.
이제 그와 그의 동료들이 만든 유투브의 역사는 수많은 보통 사람들에 의해 다시 쓰여지고 있다.
2006년 미 중간 선거 당시, 상대 후보의 유세 활동을 낱낱이 찍어 유투브에 공개하는 일종의 ‘동영상 캠페인’이 유행했다.
공화, 민주 양당 후보들은 상대 후보의 동영상 증거물을 갖다 대며 상대 후보를 공격했다.
미 CNN 방송은 이를 두고 “불과 2002년 대선 때까진 예측하지 못했던 정치 구도의 대변화가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버지니아 중간 선거가 한창이던 당시, 제임스 웹 민주당 의원의 선거를 돕던 라마누자 시다스(21) 는 상대 후보인 조지 알렌 의원의 선거 활동을 캠코더로 찍고 있었다.
주민들에게 연설을 하던 알렌 의원이 갑자기 시다스를 가리키며 “저 친구의 이름이 뭔지 나도 모르지만 ‘마카카(Macaca)’가 좋을 것 같다”며 “마카카가 미국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비아냥거렸다.
‘마카카’는 ‘원숭이’라는 의미인데 유색인종을 가리키는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이 화면은 동영상 사이트인 유투브에 올라 약 32만 번 이상 다운로드 됐다.
동영상을 이용한 정치 캠페인은 구글이 유투브를 인수하면서 보다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뉴욕 타임스>는 이 현상을 두고 ‘구글 폭탄’ 이라 불렀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1인 미디어를 자청하며 자신의 블로그를 활용해 선거 운동을 하는 블로거들이 구글 검색엔진을 통해 인터넷 여론을 조성한다는 것. 이는 앨빈 토플러가 말한 “과거 일방적으로 뉴스를 수용하던 것에서 탈피, 적극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뉴스를 직접 만들어 내는 뉴스의 프로슈머 현상”의 대표적 사례다.
일종의 ‘성역’으로 간주되던 정치 영역에 메스를 가하는 대중의 힘은 나아가 기존의 미디어가 지닌 공백을 대체하고 있다.
△메신저를 이용한 UCC 전송기술은 메신저에 로그온 되어 있는 사용자와 동영상을 함께 보면서 채팅을 할 수 있다. ⓒ판도라 TV “최전선에서 싸우는 군인보다 더 전쟁에 대해 잘 아는 사람은 없다.” 현재 이라크에 근무하며 전쟁 저널리스트로 활동 중인 리 켈리(35) 대위는 자신의 블로그 ‘전쟁터의 글쟁이’(wordsmithatwar.blog-city. com)에서 이렇게 적었다. 처음 가족들에게 안부를 전하기 위해 시작한 블로그는 시간이 갈수록 이라크 현지 보도의 성격으로 바뀌었다. “이라크에는 피할 수 없는 죽음도 있지만 희망의 상징인 학교도 들어서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그는 말한다. 베트남 전쟁이 TV로 중계된 최초의 전쟁이었다면, 이라크 전쟁은 블로그로 중계된 최초의 전쟁인 셈이다. 시민기자제를 도입,‘뉴스 공급-수요의 민주화’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는 오마이뉴스도 대안 저널리즘의 사례다. 타임지는 “현재 미국에는 오마이뉴스의 개념은 없다”며 “블로거들이 를 쓰는 걸 상상해보라”고 오마이뉴스에 대해 상세히 보도했다. 현재 4만7천여 명의 아마추어 기자가 활동하고 있으며 하루 150만 페이지뷰를 기록하고 있다. 구글이 ‘인터넷의 도서관’이라면, 테크노크라티는 ‘인터넷의 커피숍’에 해당된다. 수백 만 명의 사람들과 이야기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이곳의 목적이라는 창업자 데이브 시프리는 테크노크라티는 “총 6천만 여개의 블로그가 있으며 이 중 55%가 보통 3개월 동안 1개 이상의 포스트가 올라온다.”고 했다. 테크노크라티의 경우, 하루에 올라오는 140만개의 블로그의 약 38%가 영어이고, 2005년부터는 중국어, 스페인어 등으로 점차 확대하고 있다. 언론탄압 중국도 블로그 피할 수 없어 블로그 열풍은 언론 탄압으로 악명 높은 중국도 예외가 아니다. 만화 주인공 심슨을 좋아하는 왕시오펑은 하루 방문자가 1만2천여명에 달하는 인기 블로그(wanxiao feng.net)의 운영자다. 주로 국내의 정치, 문화 이슈를 풍자한다. 그는 “정부에 시니컬해서 욕하는 이들도 많지만, 이념이나 사회운동에 신물이 난 이들의 해방구 역할을 하고 싶다”고 당당하게 밝힌다. 대중의 지혜와 통찰력을 신뢰하는 또 다른 사이트로는 네티즌 참여 뉴스 사이트 ‘딕(Digg)’이 있다. 2004년 케빈 로즈가 설립한 ‘딕’의 주요 뉴스는 네티즌의 투표에 의해 결정된다. 는 “참신하고 민주적인 아이디어에서 탄생한 뉴스판 유투브” 라고 평했다. 백만 인의 채널 ‘유투브’, 우주만큼 광활한 지식의 보고 ‘위키 페디아’ 온라인 메트로 폴리스 ‘마이 스페이스’ 등 소위 ‘뜬’ 사이트는 몇 가지 공통점을 지닌다. 우선 또래 집단의 입소문을 통해 전염된다는 점이다. 이들은 또 사용자의 니즈에 부합되는 툴을 손쉽게 제공함으로써 사용자를 ‘열광’시키고 나아가 자발적으로 ‘숭배’하게끔 만들었다. ‘한국판 싸이월드’라 불리는 마이 스페이스는 미국 10대들 사이에서 인기 아이콘이다. 페이지뷰만 3백억 회, 회원 수 6500만명에 달하는 하나의 ‘문화 제국’이다. ‘마이스페이스 제너레이션(하루 종일 마이스페이스를 하는 10대)’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다. 10대들의 열광적인 인기로 광고나 판촉활동을 전혀 하지 않아도 수백만 명이 쓰는 구전 마케팅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비슷한 예로, 선호하는 음악가 이름을 입력하면 비슷한 카테고리의 음악을 추천해주는 영국의 라스트닷에프엠(Last.fm)과 가상의 공간에서 자신의 분신으로 새로운 인생을 살게 하는 세컨드라이프(second life.com)는 과거의 이메일처럼 급속하게 보급되고 있다. 가장 중요한 특징은 기존의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꾼 혁신을 가져왔다는 점이다.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웹2.0시장은 소수의 20%가 80%의 시장을 창출한다는 이론이 아닌, 불특정 다수의 힘이 틈새시장을 개척, 새로운 변혁을 가져온다는 ‘롱테일 경제 법칙’이 적용되는 영역이다. 새로운 권력계층 ‘퍼블리즌’ 또 정보의 민주주의로 인한 권력의 이동은 ‘퍼블리즌(Publizen)’ 이라는 새로운 문화세대를 창출했다. 온라인 무료 백과사전인 위키 피디어의 터줏대감으로 꼽히는 시몬 퍼시퍼(25)는 위키 피디어 내의 ‘인정받는 권력자’다. 대부분의 단어가 그의 손을 거쳤다. 약 3천여 개의 단어를 등록했고, 약 9만2천 개의 단어를 편집했다. 또 이들은 기존의 기술을 토대로 새로운 기술을 부가함으로써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특징을 가진다. 사진 공유 사이트인 슬라이드(slide.com)나 모바일 기술에 구글의 전자맵과 GPS 기능을 결합한 룹트(loopt. com)의 경우 기존 기술과의 유기적인 통합이 혁신적인 서비스를 가져온 좋은 예다. 웹2.0의 속성과 자신의 숨은 끼가 만나면 ‘인터테이너(Intertainer)’를 만들어 내기도한다. 싱가포르 태생인 티라 테킬라(25)는 ‘마이 스페이스의 마돈나’라 불린다. 마이 스페이스 친구의 수는 150만명 가량. 매일 3천명에서 5천명 가량의 친구 요청이 들어온다. 현재 랩퍼이자 가수, 모델, 영화배우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유투브나 마이 스페이스 등에서 유명해지면 잡지사나 음반계의 러브콜을 받아 스타덤에 오르기도 한다”며 “이전의 스타들과 내가 다른 점은 온라인상으로 팬들이 언제든 날 만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적었다. 2005년 11월28일, 유투브에 ‘smosh’란 이름으로 올라온 한 동영상은 반 년이 넘게 가장 인기를 누린 비디오. 조그만 침대 방에서 ‘포켓몬’ 주제곡을 립싱크하며 코믹한 행동을 하는 두 더벅머리 청년은 이후 여러 편의 광고에 출연, 유명인사가 됐다. 또 전문가들은 웹2.0은 세상을 보다 ‘평평하게’ 만들기도 한다고 말한다. 기존에 소외되던 국가나 계층이 정보를 평등하게 공유함으로써 세계화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8살 때부터 부모님의 코닥 사진기를 들고 나가 사진을 찍던 파키스탄 청년 알리 커시드(22)는 플릭커에서 유명한 아마추어 사진작가다. 플릭커는 하루 최대 1억 장의 사진이 올라올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사진 공유 사이트. 그는 풍경이나 자연을 주제로 한 사진을 모아 flickr.com/phots/ alikhurshid에 올렸다. “파키스탄하면 암울한 것만 떠올리는 세계인들에게 파키스탄의 아름다운 자연을 선보일 수 있어 좋다”고 플릭커의 장점을 꼽는다. ‘자신의 시간과 지력을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무보수로 제공하는’ 위대한 이들이 모여 세상은 더욱 평평해지고 있다. “역사는 위대한 이들이 만들어낸 전기”라고 했던 철학가 토마스 칼라일은 틀렸다. 이제 역사는 ‘보통 사람들’의 침대나 지하 창고, 심지어 전쟁터에서 낱낱이 기록되고 있다. 위키 피디어의 창립자 지미 웨일스는 “모든 개인이 인류의 모든 지식에 무료로 접근하는 세상을 구현하겠다”고 했다. 어쩌면 웹2.0은 일종의 인간의 앎에 대한 욕구와 집단 지성을 검증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인지도 모른다. ■ 김은지 기자 guruej@economy21.co.kr 한국 UCC 시장, 포털 vs 독립 간 경쟁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UCC 시장은 한국이다. 한국은 이제 웹2.0시대에 진입한 상태다.” 김영한 마케팅MBA 대표의 말이다. 국내 동영상 시장은 전년대비 43.7%나 증가, 5591억원으로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국내 네티즌의 30.4%가 UCC 제작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의 UCC 시장은 동영상 전문 포털과 대형 포털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으며 통신, 방송업계도 UCC 시장에 뛰어들었다. 전문가들은 국내의 UCC가 캐시카우 단계로 접어들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고 지적한다. 선정적 콘텐츠의 범람 및 저작권 보호, 롱테일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킬러 콘텐츠의 부족, UCC의 상호운용성 부재 등은 보다 장기적인 전략으로 접근해야 하는 문제들로 꼽힌다.
한화증권 최용호 수석 연구위원은 “독립 동영상 사이트의 경우 사용자가 직접 생산하는 동영상의 비율은 30%에 그친다”며 “나머지가 국내외 방송사 콘텐츠이므로 저작권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또 최 위원은 “공격적인 포털 기반 사이트의 마케팅 전략으로 전문 동영상 사이트들은 점차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며 “올 한해 하위권 독립 사이트들의 포털로의 M&A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독립 영상 사이트 중 트래픽이 가장 높은 ‘판도라 TV’ 정도가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2006년 12월 기준으로 연초대비 660% 의 성장률을 보이며 동영상 카테고리 시장점유율 20%를 차지하고 있는 판도라 TV의 김광희 대리는 “미국의 UCC가 급속히 발전한 것은 20여 년 간 축적된 홈 비디오가 있었기 때문이다”라며 “한국의 디지털 세대는 포터블 기기를 가지고 일상을 기록하는 것에 이미 익숙해진 세대이므로 급속히 발전하여 미국의 UCC 시장을 따라잡고, 이를 동력으로 국내의 동영상 UCC 사이트가 해외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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