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르네상스’ 시대 열어… 역사는 이제 누구나 쓸 수 있다
1995년 워싱턴 어느 게이 바. 당시 20살이던 레인 허드슨은 한 남자의 구애를 받는다. 그 남자의 이름은 마크 폴리 전 플로리다 하원 의원. 그로부터 약 10년 후인 2006년 9월24일, 레인 허드슨은 자신의 ‘성 약탈자 추방’이라는 블로그(newsfortheleft. blogspot.com)에 마크 폴리 의원의 동성애 사실이 담긴 이메일을 폭로 한다.
2006 미 중간 선거 당시 공화당을 참패로 이끈 동성애 스캔들은 어느 네티즌의 블로그가 발단이 됐다. 소수의 특권층이 누리던 정보의 벽은 참여-공유-개방을 근간으로 하는 웹2.0 시대가 도래하면서 말 그대로 ‘말랑말랑’하고 ‘평평’해졌다.
HTML(웹 문서를 만들기 위하여 사용하는 기본적인 프로그래밍 언어)과 Active X(일반 응용프로그램과 웹을 연결시키기 위해 제공되는 기술)로 대표되는 웹 1.0이 기계적이고 수직적인 흐름으로 일방적인 정보 전달이 특징이었다면, XML(확장성 생성언어), RSS(맞춤형 정보배달), AJAX (에이젝스)로 대표되는 웹 2.0은 자유로운 정보 공유와 참여 및 접근이 특징이다. 쉽게 말하면 웹1.0이 ‘화가가 멋들어지게 그린 그림을 두고 감상하는 수준’이라면, 웹2.0은 ‘하얀 도화지 위에 우리가 원하는 그림을 마음껏 그리는 것’을 뜻한다.
과거 수동적인 역할에 ‘참을성이 없어진’ 대중의 욕구가 분출된 ‘인터넷의 르네상스’웹2.0현상은 15년 전에 탄생한 웹1.0이 못 다한 약속과 방식으로 일상생활 곳곳에 침투하고 있다. 작년 한해 타임지는 거의 매주 웹2.0에 관한 기사를 보도했다. “2006년은 테크놀로지가 발견된 이후 가장 흥미로운 해”라며 ‘2006년 최고의 발명품’으로 웹 2.0의 대표주자인 ‘유투브’를 선정했다. 2006년 최고의 발명품 ‘유투브’
동영상 사이트 유투브를 비롯한 UCC(사용자 제작 콘텐츠 User Created Con tents)는 이제 웹2.0시대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2004년 실리콘밸리의 어느 저녁 모임에서 세 명의 청년, 스티브 첸, 채드 헐리, 조드 카림은 비디오 공유 사이트를 만들자는 데 동의, 2005년 4월 ‘유투브’가 탄생한다.
동물원 여행 비디오 한 개로 시작한 유투브는 하루 방문자 3천여명, 하루 올라오는 클립 수만 7만여 개에 달하는 ‘미디어 거인’이 됐다. 창업자 스티브 첸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처음엔 여행 비디오를 한번 올려보자는 계획이었다”고 타임지와의 인터뷰에서 밝혔지만 그는 피자가게 위 30평 남짓한 사무실에서 16억5천만달러(우리 돈으로 1조4천억원)를 받고 구글 측에 매각한 사업가로 변신했다.
이제 그와 그의 동료들이 만든 유투브의 역사는 수많은 보통 사람들에 의해 다시 쓰여지고 있다.
2006년 미 중간 선거 당시, 상대 후보의 유세 활동을 낱낱이 찍어 유투브에 공개하는 일종의 ‘동영상 캠페인’이 유행했다. 공화, 민주 양당 후보들은 상대 후보의 동영상 증거물을 갖다 대며 상대 후보를 공격했다. 미 CNN 방송은 이를 두고 “불과 2002년 대선 때까진 예측하지 못했던 정치 구도의 대변화가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버지니아 중간 선거가 한창이던 당시, 제임스 웹 민주당 의원의 선거를 돕던 라마누자 시다스(21) 는 상대 후보인 조지 알렌 의원의 선거 활동을 캠코더로 찍고 있었다. 주민들에게 연설을 하던 알렌 의원이 갑자기 시다스를 가리키며 “저 친구의 이름이 뭔지 나도 모르지만 ‘마카카(Macaca)’가 좋을 것 같다”며 “마카카가 미국에 온 것을 환영한다”고 비아냥거렸다. ‘마카카’는 ‘원숭이’라는 의미인데 유색인종을 가리키는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이 화면은 동영상 사이트인 유투브에 올라 약 32만 번 이상 다운로드 됐다.
동영상을 이용한 정치 캠페인은 구글이 유투브를 인수하면서 보다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뉴욕 타임스>는 이 현상을 두고 ‘구글 폭탄’ 이라 불렀다.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1인 미디어를 자청하며 자신의 블로그를 활용해 선거 운동을 하는 블로거들이 구글 검색엔진을 통해 인터넷 여론을 조성한다는 것.
이는 앨빈 토플러가 말한 “과거 일방적으로 뉴스를 수용하던 것에서 탈피, 적극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뉴스를 직접 만들어 내는 뉴스의 프로슈머 현상”의 대표적 사례다. 일종의 ‘성역’으로 간주되던 정치 영역에 메스를 가하는 대중의 힘은 나아가 기존의 미디어가 지닌 공백을 대체하고 있다.
한화증권 최용호 수석 연구위원은 “독립 동영상 사이트의 경우 사용자가 직접 생산하는 동영상의 비율은 30%에 그친다”며 “나머지가 국내외 방송사 콘텐츠이므로 저작권 문제가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또 최 위원은 “공격적인 포털 기반 사이트의 마케팅 전략으로 전문 동영상 사이트들은 점차 살아남기 힘들 것”이라며 “올 한해 하위권 독립 사이트들의 포털로의 M&A가 가속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독립 영상 사이트 중 트래픽이 가장 높은 ‘판도라 TV’ 정도가 살아남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2006년 12월 기준으로 연초대비 660% 의 성장률을 보이며 동영상 카테고리 시장점유율 20%를 차지하고 있는 판도라 TV의 김광희 대리는 “미국의 UCC가 급속히 발전한 것은 20여 년 간 축적된 홈 비디오가 있었기 때문이다”라며 “한국의 디지털 세대는 포터블 기기를 가지고 일상을 기록하는 것에 이미 익숙해진 세대이므로 급속히 발전하여 미국의 UCC 시장을 따라잡고, 이를 동력으로 국내의 동영상 UCC 사이트가 해외 진출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