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 전당 리사이트홀에서는 관객이 클래식 음악을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도록 이야기손님을 초대하여 대화하는 형식으로 음악회를 진행하고 있는 ‘예술의 전당 뮤직 스토리’가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를 마무리하며 열린 ‘뮤직 스토리’는 관객과의 만남을 기획한 피아니스트 박종배 예술의 전당 사장의 오랜 음악 동료인 첼리스트 박경옥이 여섯 번째 진행자로 무대에 올랐다.
연주회는 10월 “가을 회상” 11월 “Friends” 12월 “음악선물”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다채로이 마련되었다.
10월 무대인 “가을 회상”에서는 다양한 놀이가 없던 어린 시절(사진), 피아노가 그녀의 유일한 놀이 친구였으며 초등학교 5학년이 되면서 큰 악기라는 이유만으로 첼로를 배우기 시작,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예원과 예고를 거쳐 유학생활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40여 년의 음악 여정을 배경 사진과 함께 들려주었다.
또한 평소 브라운관을 통하여 후덕한 인상과 부드러움을 주는 고승덕 변호사를 이야기 손님으로 초대하여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클래식 음악회가 되도록 배려하였다.
연주곡으로는 엘가의 ‘사랑의 인사’ 브람스의 ‘첼로 소나타 제2번’을 피아니스트 김용배, 바이올리니스트 이택주와 함께 삼중주로 연주함으로써 가을 분위기를 한층 돋우어 주었다.
11월 무대인 ‘Friends’는 최고의 앙상블을 감상할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부제에서도 알 수 있듯이 15년 동안 그녀와 함께 활동하고 있는 콰르텟 21이 특별 초청되어 연주를 맡았다.
음악의 배경으로 일본 애니메이션 영상인 다카시 감독의 ‘나뭇잎 프레디’(사진)라는 작품을 상영하였다.
사계절의 변화와 함께 모든 생명은 탄생과 죽음에 이르게 되며 우리는 죽음을 어떻게 맞이하여야 할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지는 ‘나뭇잎 프레디’는 아름다운 영상과 음악이 절묘하게 어우러지고 있다.
첼리스트 박경옥의 오랜 친구이며, 우리에게 잘 알려진 방송인 신은경을 이야기 손님으로 초대하여 차분한 분위기를 연출하였다.
연주곡으로는 오펜바흐의 ‘재클린의 눈물’ 포퍼의 ‘헝가리안 랩소디’가 연주되었다.
세 번째인 12월의 무대는 다소 부담을 느낀 모양이다.
12월의 ‘음악선물’은 첼로라는 악기의 매력을 다양하게 보여주려는 시도를 하며 그녀의 평소 연주 스타일과는 다른 색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무대를 만들었다.
정록기(바리톤), 곽정(하피스트), 김성관(재즈 피아니스트)이 출연하여 클래식과 정통 뉴욕 재즈(사진)의 진수를 들려줌으로써 관객들을 위한 즐거운 무대를 만들었다.
특히 사람의 목소리와 가장 유사하다는 음색을 지닌 첼로와 실제 바리톤의 목소리를 비교해 볼 수 있는 자리도 마련하여 관객의 귀를 즐겁게 하였다.
이와 같이 첼리스트 박경옥과 대중과의 만남은 지난해가 처음이 아니다.
그녀와 함께 연주하는 콰르텟21이 기획한 순회연주회가 있고 지난 2005년에는 예술의 전당과 함께 방학을 맞은 청소년들과 일반관객을 대상으로 그들이 이해하기 쉽도록 곡을 선정하여 연주함과 동시에 연주자로서의 나태함을 갖지 않도록 자신의 학구적인 곡도 고루 선택하여 연주하곤 했다.
그녀는 여러 음악회를 통해 만난 청중들 대부분이 클래식 음악에 목말라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우리나라에는 대중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만한 소박한 음악회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어렵고 지루하지 않은 친근한 음악회를 많이 마련하여 대중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은 음악계에 종사하는 모든 이들의 몫이라고 생각된다.
그녀는 이번 연주회가 자신의 인생에 주어진 시점에 있어 한 챕터를 넘어가는 소중한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지금까지는 타인이 기획한 무대에서 연주만 했는데 자신이 직접 이야기 손님을 초대하고, 무대를 연출하다 보니 “나 혼자 잘해서만 되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그동안 콰르텟21의 바이올린의 김현미, 비올라의 위찬주, 그리고 제2바이올린 백혜영과 함께 현악 사중주의 첼리스트로 활동하면서 “학업을 마치고 이미 전문인으로서 연주활동을 하면서 끊임없이 자신의 소리와 연주 주법이 발전하기를 원하는 분들께 나는 실내악을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 중에서 특히 현악 사중주를 준비하는 작업은 나로 하여금 ‘좋은 첼리스트’가 되도록 노력하는 차원을 훨씬 뛰어넘어 ‘좋은 음악가’가 되어야만 한다는 것을 절감하게 한다”고 후배 음악가들에게 조언하고 있다.
박경옥은 클래식 음악에 대한 관심을 가진 청중들을 위해 한번이라도 더 좋은 음악회를 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007년에도 콰르텟21과 함께 전국순회공연을 기획해 놓고 얼음이 녹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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