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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런트] 갈수록 지능화 “난 당한 줄도 몰랐다”
[커런트] 갈수록 지능화 “난 당한 줄도 몰랐다”
  • 황철 기자
  • 승인 2007.02.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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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형 창업자 노린 신종 사기 ‘극성’] 창업컨설턴트 사칭, 무허가 중개업자 ‘활개’ … 거래가 허위 통보 수법 ‘성행’ 봉급생활자치고 한번쯤 창업을 생각해보지 않은 사람은 드물 것이다.
이태백, 사오정, 오륙도라는 말이 대변하듯 심각한 고용 불안은 생계형 창업의 급증을 불렀다.
말 그대로 최소한의 생계를 위해 창업에 나선 만큼, 전 재산을 끌어 모으거나 빚까지 얹는 일이 다반사다.
그런데 최근 점포 중개업자들의 신종 사기 행각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창업자들이 늘고 있다.
창업 자금 마련도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설상가상한 일이다.
악덕 중개업자들은 우선 자신들을 창업컨설턴트로 포장하고, 창업 희망자들에게 접근한다.
이들은 점포 매도자와 매입자 사이에서 거래액을 달리 흥정해, 차액을 챙기는 수법으로 사기 행각을 벌이고 있다.
예를 들어 정상 거래가 9천만원인 점포 매물이 있다면, 매도자에게는 1억원에 상가를 팔게 해주겠다고 하고, 창업 희망자에게는 1억 2천만원에 매수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흥정하는 형태다.
시세에 어두운 창업 초보자들이 절박한 처지에 놓일수록 창업컨설턴트라는 명함에 혹하기 쉽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차액 2천만원은 창업컨설턴트의 몫으로 챙긴다.
매도·매수자의 계약서에는 모두 1억2천만원이라고 정확히 명시돼 있어, 창업자들은 사기를 당한 사실조차 모르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남은 것은 거래가가 1억원인 줄 알고 계약한 매도자를 최종적으로 속이는 일이다.
이 대목에서 악덕 창업컨설턴트의 탁월한 능력(?)이 빛을 발한다.
어쨌든 매도자에게 시세보다 1천만원을 더 얹어 받을 수 있게 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자신의 공로를 내세운다.
대부분의 매도자들은 계약서가 잘못된 것을 알고 있지만, 실제로 밑질 것이 없기 때문에 눈감고 넘어가는 경우가 흔하다.
이 과정에서 차액이 중개비 명목이라는 등 핑계를 대며 별도의 수수료를 요구하지 않으며 입막음을 하기도 한다.
물론 최종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때까지 매도자와 매수자를 절대 만나지 않게 하는 것은 이 사기 거래의 필수 요소다.
이들은 거래액에 따라 수천만원에서, 권리금이 높은 경우 1억원이 넘는 액수를 챙기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1년 전 상가를 처분한 장모(31 · 남)씨는 “창업컨설턴트라고 하면서 무조건 높은 가격으로 점포를 팔아준다기에 맡겼다”면서 “사실 나로서는 손해 볼 것 없는 장사였지만, 당한 사람 입장을 생각하면 양심의 가책도 느껴진다”고 말했다.
또 “최근에 새로운 점포를 차리려고 준비 중이지만, 절대 창업컨설턴트라는 사람에게는 의뢰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더 큰 문제는 대부분의 업자들이 공인중개사 자격증도 소지하지 않은 무허가 중개인들이라는 점이다.
이들 중에는 우후죽순 격으로 생겨난 창업컨설팅사에서 중개보조원으로 활동하며, 사기 행각을 벌이는 사람도 상당수다.
중개보조원이기 때문에 활동 자체가 위법은 아니다.
역으로 보면, 중개법인인 일부 창업컨설팅사가 불법적 행위를 방조하고 있는 셈이다.
대한공인중개사협회 역시 이러한 피해 사실을 인지하고, 부동산 거래자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 계약 시 필히 공인자격을 보유했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매수 · 매도자간 직접 대면을 권유하고 있다.
유평호 홍보실 실장은 “최근 창업 붐이 일면서 점포 창업과 관련한 불법 중개에 대한 제보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민원이 제기되는 대로 등록 관청에 조사를 의뢰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협회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스스로 철저히 주의하지 않으면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대한공인중개사협회로 제보된 중개 관련 사건은 192건에 달한다.
이중 80~90%는무자격자의 불법 중개행위로 나타났다.
황철 기자 biggrow@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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