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대선 승자는 누구인가
전영기 지음, 은행나무 펴냄, 1만2천원
지난 달 15일, 나는 ‘바이오코드’라는 새로운 성격분석법을 창안한 분과 점심을 했다. 얘기가 대선후보에 이르자 그에게 거론되는 후보들의 분석을 청했다. “고건 전 총리는 곧 포기할 겁니다. 한국정치는 엄청나게 다이내믹한데, 그걸 따라잡을 수 없어요.” 다음 날 고 전 총리는 정계은퇴 성명을 발표했다.
변화무쌍하기 그지없는 한국정치에서 이렇게 단정적인 예측이 맞아떨어지는 건 차라리 행운이다. 그러니 책 제목대로 승자를 점찍어 놓았을 것이라고 믿는 독자는 없을 것이다. 대신 지은이 전영기 기자는 30년 가까이 한국정치를 응시해온 내공을 ‘대권함수’로 펼쳐 보인다.
한 인간의 집권 확률은 그가 구사하는 전략과 인간적 능력 그리고 환경이라는 세 가지 핵심변수의 상호작용에 좌우된다. 그 변수들은 다시 권력 의지, 인핵, 구도, 선회, 경제사정 같은 7개씩의 하위변수를 품고 있다. 이 변수들을 얼마나 상수로 만드느냐에 따라 승패가 결정된다.
지은이는 대권이라는 최종 목적지를 향해 지금 치열한 레이스를 벌이는 배들이 어떤 바다와 항구를 거쳐야 하는지, 배마다 어떤 지도와 항해술을 갖고 있는지 꼼꼼하게 보여준다.
대권함수의 정치한 탐구나 ‘바이오코드’같은 과학적인 분석을 안 한다 뿐이지 사실 우리는 대통령 선거의 전문가들이다. 지난 네 번의 대통령 선거에서 한 번쯤 ‘대선캠프에서 일해 본’ 경험이 없는 유권자가 있을까. 더욱이 가만 있어도 10개월 뒤면 승자는 절로 드러난다. 그럼에도 지은이가 ‘전문가’들에게 굳이 이 책을 내민 까닭은 무엇일까.
지은이는 우리에게 ‘생각하기’를 권한다. 다가올 미래에 대해 생각이란 비용을 지불한다면, 미래를 낭비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대한민국은 대통령이 누구냐에 따라 국가 진로의 방향에서 사람 사이의 관계에 이르기까지 혹독한 변화를 겪기 때문이다.
정진욱 전문위원 · 북 칼럼니스트 chung888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