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가치를 경영하라
이유재 외 지음, 21세기북스 펴냄, 1만3천원
임원회의에서 가장 많이 쓰인 단어는 무엇일까. 실적 부진에 화가 난 사장이 “당신들 말이야!”를 쉼 없이 내뱉었을지도 모르지만, 그가 차분해진 다음에 가장 많이 쓴 말은 ‘전략’과 ‘고객’일 것이다.
전략이라는 이름으로 기업이 경쟁에서 살아남을 무기를 벼른다면, ‘고객’은 전략이 지향하는 가장 중요한 대상이다. 경쟁기업을 이기는 길도, 블루오션을 여는 슬기도, 기업이 이익을 낼 방안도 ‘고객’에게서 나온다. ‘고객’은 왕의 수준이 아니라 정녕 기업의 생사를 손에 쥔 전제군주인 것이다.
그런데 이 ‘고객’은 신비롭기 짝이 없는 존재다. 충성고객이다 싶으면 어느새 변덕을 부린다. 이점도 전제군주를 닮았다.
경영학이 이 전제군주를 제어할 방안을 찾아낸 것 가운데 하나가 ‘고객 가치’다. 그런데 그동안 고객가치는 고객수익성과 비슷하게 쓰였다. 고객을 잡아두는 방식도 고객만족에 치우쳤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보니 자칫 고객은 이미 변화했는데 회사는 종전의 만족방정식을 고집하곤 한다. 마케팅은 무성한데 실적은 좀체 달라지지 않는다. 고객을 파악하려는 무수한 시도가 있지만 종내는 고객의 변화에 뒤쳐지곤 한다.
이 책은 그 한계를 넘어서서 근본적인 ‘고객가치경영’의 새 틀을 만들어 보려는 진지한 시도이다. 지은이 중 한사람인 이유재 서울대 교수는 고객연구와 마케팅 분야의 최고 전문가. 또 다른 지은이도 흥미롭다. 자연농원을 에버랜드로 바꿔 세계 5대 테마파크로 만든, 현장의 고객전문가인 삼성석유화학 허태학 대표이사 사장이다.
두 사람은 고객가치를 ‘고객을 위한 가치, 고객의 가치, 고객에 의한 가치로’ 폭을 넓히고 정교한 분석을 해냈다. 링컨대통령의 ‘인민을 위한, 인민의, 인민에 의한’이 그게 그것 같지만 알고 나면 민주주의를 완벽하게 설명하고 구현해내는 그릇이듯, 지은이들이 새롭게 정의한 개념들도 그렇다.
정진욱 전문위원·북칼럼니스트 chung888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