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13:45 (토)
[커버스토리] “서민들의 주머니,‘뉴딜’로 채우겠다”
[커버스토리] “서민들의 주머니,‘뉴딜’로 채우겠다”
  • 이윤찬 기자
  • 승인 2007.02.2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권주자 경제마인드 대해부⑥ - 김근태 열린우리당 전 의장 뉴딜 경제 정책 현실화…‘質 좋은 추가 성장’ 적극 유도 財·勞·政 ‘발상의 전환’ 통한 대타협이 뉴딜의 요체 열린우리당이 전당대회를 통해 정세균 신임 의장 등 새 지도부를 꾸린 지난 14일. 이 날은 김근태 전 의장에게 ‘의장직’을 내놓은 것 이외에 또 다른 의미가 있었다.
그의 ‘회갑’(回甲)이 바로 ‘2월14일’이었던 것. 회갑 날, 독배(毒杯)라고 불리는 집권여당 ‘의장직’을 훌훌 털어버린 그의 심정은 어땠을까. “내 삶을 되돌아보면서 미래를 계획할 수 있는 뜻 깊은 회갑이 아니었나 싶다.
회갑을 기점으로 ‘청년 기백’으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 ‘청년’ 김근태는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었다.
서슬 퍼런 군사독재정권 시절 그는 민청련을 직접 이끌며 가시밭길 인생을 자처했다.
그래서 그를 따르고 신뢰하는 사람이 많다.
가장 정직한 정치인을 뽑으라면 주저 없이 ‘김근태’를 택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오피니언 리더들에게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
지난 2005년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전문가집단 150명을 상대로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김 전 의장이 23.7%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한 것은 단적인 사례다.
이런 그에게도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중적 인기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지지율이 5%를 밑돌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다.
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일까. 혹여 그의 ‘진정성’이 세상에 올바르게 알려지지 않은 탓일까. 아니면 세상과의 ‘소통’에 익숙하지 못한 것일까. 이런 질문에 그는 너무나도 솔직하게 대답했다.
“과거 독재시대에 온갖 구박을 받고 살아서인지 정면으로 세상과 소통하는 게 익숙하지 않다.
그러나 소통을 잘 하는 사람은 연기를 잘 하는 사람 같이 느껴질 때가 있다.
마치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처럼 말이다.
사회 대타협으로 경제선순환 김 전 의장은 진정성과 비전을 포기하지 않는 리더십으로 승부를 걸고 싶어 한다.
연기 또는 치장한 모습, 그리고 허울뿐인 비전으로 세상과 소통할 뜻이 전혀 없어 보인다.
그렇다면 그가 요즘 골몰하고 있는 진정성 있는 비전은 무엇일까. 그는 “대통합”이라고 말한다.
열린우리당이 ‘분열의 조짐’으로 기우뚱하고 있는 때라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비록 참담한 분열을 겪고 있지만 대통합의 길은 언제든 열려 있다”고 주장한다.
언젠가는 큰 바다에서 다시 조우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ECONOMY21 사진
그가 말하는 ‘대통합’은 비단 정치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다.
재계와 노동계 그리고 정부 역시 ‘대타협’을 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전 의장은 “새로운 경제부흥 시대를 열기 위해 정부·기업·사회가 혼연일체가 돼야한다”면서 각 사회 주체 간 대타협(뉴딜)의 구상을 밝혔다.
바로 이것이 ‘김근태식 뉴딜’의 요체다.
김 전 의장이 이 처럼 주장하는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한국경제는 지난 4년간 꾸준히 성장해 왔다.
참여정부의 지난 4년간 경제성장률이 OECD 평균(2%) 보다 2배 이상 높은 4.5%를 기록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하지만 중산층 이하 서민들의 삶은 오히려 궁핍해졌다.
경제성장률은 괜찮은 수치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중산층과 서민들의 생활이 악화된 이유에 대해 그는 “신자유주의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신자유주의의 도래 이후 민간기능이 지나치게 강조된 탓에 수출 등으로부터 얻은 ‘과실’(성과)이 대기업 임원 및 주주 등 특정계층에게 집중된 반면 중산층 이하 서민들은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일하는 사람 따로, 돈 버는 사람 따로’라는 얘기다.
이 대목에서 그는 “정말 약이 오른다”며 손수건을 이마에 갖다댔다.
약이 오르는 정도가 아니라 열이 올랐던 터라 땀이 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같다.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경제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자신들의 주머니 속으로 돌아오는 게 없다.
그래서 내수경기는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중산층과 서민들에게 적절하고 합당한 보상이 돌아가는 환경을 만들지 않으면 민생경기는 회복되기 어렵다.
” 문제는 이런 환경을 조성할 수 있는 뾰족한 대안이 무엇이냐는 점이다.
현재로선 중산층과 서민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보장해줄 방도가 많지 않아 보인다.
김 전 의장이 ‘사회적 대타협’이 절실하다고 목청을 높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일자리 창출은 기업가 몫 “가령 재계는 고용안정 및 투자 그리고 적절한 보상을 약속하고, 노동계는 이에 대한 화답으로 과도한 임금인상 및 파업 자제 등을 약속하는 식의 대타협을 했다고 가정해 보자. 중산층의 주머니는 두터워질 것이고 내수경기는 활성화 될 것이다.
경제의 ‘선순환’이 비로소 가능해진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민생경제는 회생될 수밖에 없다.
중산층 이하 서민들의 대중소비가 확대되기 때문이다.
사회적 대타협은 민생경제 회복의 지름길이다.
” 김 전 의장은 ‘발상의 전환’으로 사회적 대타협만 꾀할 수 있다면 ‘경제의 선순환’은 물론 매년 1~2%의 추가성장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사회적 대타협, 이른바 ‘뉴딜’로 중산층이 배제되지 않는 ‘질 좋은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는 야심찬 청사진이다.
김 전 의장은 ‘정치인’의 역할과 ‘기업인’의 몫은 엄연히 다르다고 말한다.
한국의 신성장동력을 찾는 것은 ‘기업인’의 책임이고 이를 전폭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은 ‘정치인’의 의무라고 생각한다.
“금융시스템 부재 등으로 아이디어는 출중한 데 돈이 없어서 비즈니스를 못하는 벤처기업이 수두룩하다.
이는 정치인들이 환경을 조성하지 못한 탓이다.
돈이 없어도 신용만으로 대출해주는 방식을 도입할 수 있지 않은가. 기업인들이 역동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기 위해 정치인은 모두 불철주야 애써야 한다.
” 그렇다고 무턱대고 기업의 자유를 보장하자는 취지는 아니다.
그는 “수많은 자정활동을 통해 존경받는 기업으로 우뚝 서야 자신들의 자유를 맘껏 누릴 수 있다”면서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규제 등으로 기업활동을 강도 높게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적으로 왜 순환출자를 규제하는 나라가 없으며, 무슨 이유에서 유럽 각국이 금융과 산업 간의 결합을 용인하는 것인지 우리는 잘 이해해야 한다.
대기업이 국민경제의 안정된 성장에 기여할 수만 있다면 공정거래법·금산법 등은 지금보다 상당부분 완화돼도 좋다고 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대기업이 국민경제에 위협을 주는 존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각종 규제를 완화해서는 안 된다.
” 김 전 의장은 민생경제가 파탄일로에 선 현재의 상황에 대해 “집권여당 전직 의장으로서 안타깝고 송구스럽다”면서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사회적 대타협만 이룬다면 민생경제는 반드시 회생할 것”이면서 ‘희망’을 접지 않았다.
[이코노미21]은 지난 2월12일 영등포 열린우리당 당사에서 김 전 의장을 만났다.
그의 ‘경제마인드’를 꿰뚫어보기 위해 1시간여 동안 많은 질문을 던졌다.
현재 한국 경제지표는 ‘괜찮은 수준’이다.
정부가 ‘한국경제는 불황이 아니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하지만 민생경제는 최악이라고 표현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이중적 현상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가.
거시경제지표만 가지고 ‘상황이 나쁘지 않다’고 얘기하는 것은 옳지 않은 태도다.
무슨 이유에서 ‘온기(溫氣)’가 국민에게 골고루 전달되지 않는지 확인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그것이 정부의 참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거시경제지표와 민생경제지표가 일치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참여정부의 지난 4년간 경제성장률은 4.5%이다.
이는 OECD 국가의 평균 경제성장률(2%) 보다 두 배 이상 높은 수치다.
경제성장률 등 거시지표로만 보면 한국경제는 ‘합격점’이다.
그러나 국민들의 삶이 5% 성장한 만큼 개선됐는지를 따져보면 상황은 달라진다.
무엇보다 중산층 이하 서민들의 소득수준은 거의 향상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하다.
5% 성장의 ‘과실’ 상당부분이 해외 산유국과 석유 메이저들에게 돌아갔다.
나머지 ‘과실’은 대기업의 임원들과 주주들에게 집중됐다.
한국 경제는 성장했지만 중산층 이하 서민에게 돌아온 ‘과실’은 많지 않았다.
ⓒECONOMY21 사진
중산층의 삶이 어려워진 또 다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교육비용과 주거비용이다.
그 중 교육비용이 높아진 것은 간과할 수 없다.
부모들은 자녀를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사교육’에 ‘올인’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부모들의 주머니가 말라 비틀어져 버렸다.
이는 결국 내수경기 불황의 직접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중산층의 삶을 회복시킬 대안은 무엇인가. 성장을 통해 해결해야 하는가 아니면 적절한 분배를 꾀해야 할 때인가. 단순 ‘성장’만 운운해서는 안 된다.
어떻게 성장하느냐를 따져봐야 할 때다.
아무리 급성장을 해도 그 과실이 적절하게 분배되지 않으면 그것은 의미가 없다.
성장의 과실이 중산층 이하 서민에게 직접 전달될 수 있는 방안을 집중 검토해야 할 때라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경제가 ‘선순환’할 것이고 지난 몇 년 간 보다 훨씬 나은 삶을 보장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성장의 과실이 국내에서 선순환될 수 있는 환경은 무엇인가. 국민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경제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자신들의 주머니 속으로 돌아오는 것은 없다.
정말 약 오르는 일 아닌가. 중산층과 서민들에게 ‘보상’이 돌아가는 그런 사회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선순환’의 중심이다.
쉽게 말해 ‘질 좋은 추가성장’을 할 수 있도록 경제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
그렇다면 중산층과 서민들에게 ‘정당한 보상’을 할 수 있느냐가 쟁점이다.
대안은 무엇인가.
뉴딜이 좋은 대안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뉴딜의 핵심은 ‘사회적 대타협’이다.
경제 선순환을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해선 재계·노동계 모두 대타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령 재계는 고용안정성과 투자를 약속한다.
이는 노동자를 위한 적절한 보상을 뜻한다.
반면 노동계는 임금인상과 파업 자제를 약속한다.
정부는 주거와 교육 등을 해결함으로써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
이것이 뉴딜의 골자이고 개혁이자 진보다.
ⓒ임영무 기자
하지만 ‘김근태의 뉴딜’은 큰 호응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성과가 미미했던 것은 사실이다.
무엇보다 대통령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했다.
사전 설득을 통해 행정부를 움직이게 만들었어야 했는데 이 역시도 실패했다.
당내에서 광범위한 설득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여론의 공감대는 얻었다고 확신한다.
당내 설문조사에서 ‘김근태의 뉴딜’을 아는 사람은 30%로 나타났고, 그 중 70%는 “긍정적이다”고 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선경선 과정에서 ‘김근태의 뉴딜’이 중요한 쟁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이다.
뉴딜과 같은 사회적 대타협이 아니더라도 ‘부자들의 지갑’만 열면 중산층의 삶이 회생할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일부 경제 관료들은 부자들의 지갑을 열게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전국적으로 골프장을 지어야 한다는 얘기도 한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주장이다.
부자가 지갑을 여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중산층 이하 서민들이 지갑을 열었을 때 그곳에 돈이 있어야 한다.
이들이 소비해야만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소득이 늘어나고 고용이 늘어난다.
그러면 중소기업의 설비투자가 늘어나는 등 선순환 고리가 형성된다.
일부 상류층에게만 돈이 집중된 경제적 보상체계는 해외유학·해외여행·사치품 수입 등으로 돈이 몰릴 수는 있겠지만 우리 경제에 선순환으로 작용하진 않는다.
주주들에게 과거보다 2배 이상의 돈을 준다고 돈을 쓰겠는가. 아니다.
고스란히 해외로 송금할 것이다.
때문에 중산층 이하 서민의 ‘대중소비’ 확대가 가능한 경제시스템이 필요한 것이다.
재계에선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각종 규제를 철폐해 줄 것을 요구한다.
규제철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관료들의 자의성을 키워주는 불합리한 규제들은 철폐하는 게 마땅하다.
하지만 규제 철폐 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있다.
기업 스스로 존경받을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서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선 국민으로부터 진 빚이 없어야 할 것이다.
기업은 고용과 투자의 주체다.
국민들로부터 진 빚이 없다면 기업가들은 존경을 받을 것이다.
또 그들에 대한 부적당한 규제가 있다면 자연스럽게 철폐될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기업이 국민들에게서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한, 국민들의 삶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동지로 인식되지 못하는 한, 기업에 대한 규제 특히 경제력 집중에 대한 요구는 거세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조금 추상적이다.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세계적으로 왜 순환출자를 규제하는 나라가 없으며, 무슨 이유에서 유럽 각국이 금융과 산업 간의 결합을 용인하는 것인지 우리는 잘 이해해야 한다.
대기업이 국민경제의 안정된 성장에 기여할 수만 있다면 공정거래법·금산법 등은 지금보다 상당부분 완화돼도 좋다고 본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대기업이 국민경제에 위협을 주는 존재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각종 규제를 완화해서는 안 된다.
규제 철폐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무작정 규제를 풀어서는 안 된다.
탈규제는 능사가 아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규제라면 규제의 사회적 비용과 효율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기업 스스로 존경받을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서야 한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은 간단하다.
조직원들로부터 존경을 받고 조직원들 스스로 ‘한번 해보자’는 의지를 불러일으키면 기업은 성장한다.
만약 일하는 사람과 이익을 보는 사람이 따로 있다면 그 기업은 절대 성장할 수 없다.
열심히 일하면 적절한 보상이 돌아온다는 관념이 형성돼야 조직원들의 사기가 올라가고 창의성이 발휘된다.
이런 체계를 갖춘 사회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아이디어와 역동성, 기업에 대한 종업원의 충성심이 나오는 것이라고 본다.
그렇다면 기업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한국의 구체적인 성장동력을 찾는 일은 기업인들의 몫이다.
정치인은 경제의 역동성이 살아있게 하고 기업가 정신이 발휘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그리고 시장에서의 패자가 패자부활전에 나설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것, 집안이 어려운 가정에서 태어났다고 해서 부자가 될 수 없는 현실을 타파해 국민들이 계층 이동의 기회를 갖도록 하는 것이다.
중소기업으로 눈을 돌려보자. 중소기업 육성 및 보호책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해 달라. ‘뉴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많은 경제인을 만났다.
그 과정에서 대기업-중소기업이 말로만 상생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상생을 이룰 수 있는 방안이 많다는 것을 확인했다.
중소기업은 대부분 내수산업이거나 대기업에 납품하는 기업들이다.
중소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으로부터 원가절감 압력을 지금보다 덜 받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하청관계의 획기적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서는 내수경제 회복도 매우 중요하다.
또한 사회적 임금도 중요하다.
의료·교육·주거 등에서 현재 보다 나은 수준의 복지가 국민 전체에게 공급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와 같은 중소기업의 봉급 수준에서도 지금 보다 더욱 우수한 젊은이들을 구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의 진출로 중소기업이 고유영역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영역을 조정해야 할 필요는 없는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물론 대기업의 진출로 중소기업의 활로가 막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예컨대 중소기업 고유 업종이라 해서 대기업의 진출을 막아 놓았더니 결국은 외국기업이 들어와서 한국의 종묘산업을 차지해버렸다.
재벌의 금융지배를 막겠다는 명목으로 국내 산업자본의 경우, 은행의 4% 이상 초과의결권을 금지시키니까 외국자본이 들어와서 국내 은행산업을 독차지해 버린 게 현실 아닌가. 중국이 한국의 전통적 강세업종이었던 제조업 등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제조업 등 중국산업에 의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전통산업의 육성전략에 대해 말해 달라.
중국이 제조업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낮은 인건비와 저렴한 토지 등의 차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구조가 발전한 만큼 이런 현상은 다소간 불가피한 점이 있다.
그럼에도 우리에겐 큰 기회의 문이 열려 있다.
보다 낮은 지가와 질 좋고 저렴한 인건비를 갖춘 곳이 우리의 동족이기 때문이다.
바로 북한이다.
이런 점에서 중국 기업들의 제조업 경쟁력과 맞서서 이길 수 있는 비책이 있다고 생각한다.
평화체제 구축이 그것이다.
평화체제 구축과 발맞춰 남북한의 공동 번영을 이룰 수 있는 몇 가지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적절한 시기에 발표할 예정이다.
일자리 문제가 사회문제로 비화된 지 오래다.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을 말해 달라.
제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가장 바람직하다.
비교적 임금 수준이 높고 고용의 안전성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조업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방법에는 일정한 한계가 있다.
선진국의 경험과 비교해 보면 한국의 경우 제조업을 통해 배출되는 이른바 ‘좋은(Decent) 일자리’는 더욱 줄어들 것이다.
1인당 생산성이 올라가기 때문에 고용자 수는 늘지 않아도 된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국제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다.
국제 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인다면 1인당 생산성도 올라가겠지만 고용자수도 늘어난다.
서비스업으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현재 한국의 서비스업은 대부분 가족 고용으로 이뤄져 있다.
이들의 수입 수준이 매우 낮은 것도 사실이다.
서비스업에 고학력 젊은이들이 유입될 수 있도록 서비스업의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
소규모 음식, 숙박업 위주의 생계형 서비스업이 아니라 실제로 서비스를 팔고 사는 그런 서비스업으로 발돋움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서비스업의 발전이 반드시 호텔 등 관광산업의 발전과 연계돼야 한다는 점이다.
“산업적 발전을 생각하지 않으면서 서비스업을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주장하는 것은 ‘경제무식’의 발로이자 ‘경제선전’에 불과하다.
여성·노인·장애인·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는 대안이 있다면. 사회적 약자를 위해선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회적 일자리’나 ‘사회적 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게 필요하다.
‘사회적 일자리’는 민간 영역에서 창출되는 일자리에 비해 한계가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사회적 비용’을 줄인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사회적 약자가 ‘일자리’를 갖지 않으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사회 전체가 감당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적극적으로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노력은 중요하다.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비정규직 문제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사회적으로 복지가 보장되지 않는 차원에서 ‘나 몰라라’ 하고 외면한 것이 비정규직의 문제다.
사회적으로 최소한의 복지가 보장된다면, 가령 교육의 기회가 보장되고 주거 문제가 해결된다면 비정규직은 절대 문제될 게 없다.
그런 상황에서 비정규직이라는 것은 단지 파트타임, 혹은 한시적인 작업을 위한 계약직의 문제가 될 뿐이다.
하지만 현재 비정규직의 문제는 정규직과 똑같이 일을 하면서도 임금에서 차별받고, 고용의 안정성이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또한 비정규직의 월급을 받아서는 자녀 교육을 제대로 시킬 수도 없고, 내 집 마련을 할 수 없는 탓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비정규직 해결 방안은 무엇인가. 스페인의 경우 비정규직 문제를 ‘제2 정규직’을 만드는 것으로 해결했다.
‘제2 정규직’은 기존의 정규직 보다는 다소 대우가 떨어지지만 직업의 안정성을 기존의 비정규직 보다는 훨씬 높여준 것이다.
이에따라 기업의 부담이 커지게 된 것은 국가가 ‘제2 정규직’을 위해 기업이 내야 할 사회보험 납입금을 낮춰주는 방식으로 보조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좋은 대안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일부 은행에서 이뤄지고 있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과 스페인의 모형과 상당히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한국이 동아시아의 중심, 나아가 세계의 중심으로 발돋움할 수 있는 전략이 있다면.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이다.
1면은 38선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섬나라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이 세계로 뻗어나가기 위해선 남북교류협력과 부산·인천 등의 항만 경쟁력 강화가 필수적이다.
TKR(한국횡단철도)·TCR(중국횡단철도)·TSR(시베리아 횡단철도)·철의 실크로드 등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꾸준히 검토되고 있는 정책구상을 이제는 현실화할 때가 됐다.
지금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에서 격돌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남북교류협력은 대단히 중요하다.
차기 대권주자의 덕목 중 가장 중요시 되는 게 ‘경제적 마인드’다.
김근태 만의 ‘경제정책’, 김근태 만의 ‘경제브랜드’를 말해 달라.
성장의 과실에서 중산층과 서민이 배제되지 않는 그런 성장, 이를 통해 내수가 살고 중소기업과 자영업자의 경제가 ‘선순환’하는 그런 추가 성장을 김근태가 해내고 싶다.
이를테면 ‘질 좋은 추가성장’이 김근태의 경제 브랜드이다.
■ 대담= 이남석 편집국장 cvo@economy21.co.kr 정리= 이윤찬 기자 chan4877@economy21.co.kr
김근태의 부동산·남북교류협력사업·한미FTA Q&A [부동산] “부동산 공개념을 위한 개헌까지 검토할 터 Q. 부동산 가격을 잡을 수 있는 효과적인 대안은 무엇인가. A. 기본적 정책 골격은 이미 다 제시돼 있다. 이런 정책기조를 일관되게 집행해 나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보다 근본적으론 부동산에 대한 관점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특히 주거문제는 시장원리 이전에 국민의 기본권에 관한 문제인 만큼 ‘복지정책’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 1%의 국민이 사유지 57%를 소유하고 있고, 5%의 부자들이 사유지 82.7%를 소유하고 있는 ‘심각한 편중현상’을 개선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부동산 공개념을 위한 개헌까지 적극 검토할 생각이다. Q. 서민들의 가장 큰 꿈은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다. ‘내 집’ 마련을 위한 대책으로 구상 중인 게 있다면. A. 이미 당정협의를 통해 시범실시가 합의된 ‘환매조건부 분양제도’가 최적의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전면적으로 시행한다면 수도권에서 평당 500만원 수준에 안정적으로 ‘내 집’을 공급받을 수 있다. ‘환매조건부 주택’은 당장이라도 무주택 서민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방안임에 틀림없다. Q. 참여정부의 ‘주택공급 확대정책’ 등 부동산정책에 대한 견해를 들려 달라. A. 무조건 ‘공급 확대’만 강조하는 바람에 실패한 예가 적지 않다. 가령 지난번에 신도시 계획을 발표하면서 ‘폭발적인’ 집값 상승을 불러일으킨 사례는 대표적이다. 그 같은 정책 실패에 대해 반성하고 분명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남북교류협력사업] “평화가 곧 밥이라는 인식 필요” Q. 햇볕정책과 대북 포용정책의 허와 실에 대한 소견을 듣고 싶다. A. 대북정책은 일관성을 유지해야만 효과를 볼 수 있다. 일시적인 난관이 조성된다고 해서 정책기조를 바꾸라고 하는 것은 옳지 않은 태도다. 참여정부가 햇볕정책의 큰 기조를 유지한 것은 잘했다고 평가한다. 다만 햇볕정책은 북의 태도를 봐가면서 하는 수동적인 정책이 아니라 북의 태도를 변화시켜야 하는 능동적인 정책인데 그런 점에서는 아쉬움이 있다. Q. 이른바 ‘퍼주기’ 식 대북정책이었다는 비판에 대해 반론을 한다면. A. 대북지원은 노태우 정부, 김영삼 정부 때도 있었다. 똑같은 대북지원인데 대결정책의 기조에서 지원하면 괜찮고, 공존공영의 기조에서 지원하면 ‘퍼주기’가 되는 것은 정치공세일 뿐이다. 북이 자신들을 붕괴시키기 위한 지원으로 인식한다면 효과가 있겠는가. 대북지원을 통한 효과는 돈으로 따질 수 없다. 금강산과 개성공단의 존재는 남북 긴장완화에 큰 기여를 하고 있다. 긴장이 고조됐을 때, 우리의 경제상황은 어찌될 것인지를 생각한다면 ‘평화가 곧 밥’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한미 FTA 및 국제관계] “한미 ‘윈윈’ 할 수 있는 교집합 찾아야” Q. 한미 FTA에 대한 견해는 무엇인가. A. 미국은 엄청난 힘을 가진 국가다. 전면적인 자유무역협정은 일방적인 게임이 될 가능성이 크다. 사안별, 분야별로 양국이 ‘윈윈’ 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야 한다. 일부의 희생을 강요하는 방식이 돼서는 안 된다. 한중일 3국이 공동FTA를 추진해 유럽연합과 같은 경제공동체를 추진하는 것이 옳은 태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