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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친환경도 좋지만 ‘억지춘향’는 곤란해
[비즈니스]친환경도 좋지만 ‘억지춘향’는 곤란해
  • 진희정 기자
  • 승인 2006.07.1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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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디젤, 소비자 가격 혜택 거의 없어…겨울에는 차에 문제 생길 수도 지난 1일 식물성 연료인 바이오디젤이 시판되면서, 이에 대한 각종 논란이 쉽게 줄어들지 않고 있다.
특히 소비자들은 연료의 선택권 제한은 물론 자동차 서비스를 제대로 받는 것도 어려울 것으로 보여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그럼에도 정부는 2011년까지 바이오디젤을 포함한 신재생 에너지를 5%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을 세우고, 바이오디젤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나섰다.
바이오디젤은 폐식용유나 유채꽃, 콩 등에서 추출한 식물기름이다.
일산화탄소, 질소산화물, 미세먼지,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을 10~35% 감축시킬 수 있어 기후변화협약에 대처할 수 있고 고유가 시대의 대안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2년 11월부터 바이오디젤 20%, 경유 80%를 혼합한 BD(바이오디젤)20을 시범적으로 보급해왔으며, 1일부터 판매에 들어간 것은 바이오디젤 5%, 경유 95%를 혼합한 제품이다.
현재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일반경유는 전면 혼합경유로 교체됐다.
판매는 이전처럼 ‘경유(Diesel)’로 하지만, 엄밀히 보면 바이오디젤이 섞인 혼합연료인 셈이다.
바이오디젤이 섞인 혼합경유의 공급자는 물론 정유사다.
정유사는 정부의 권고에 따라 미리 바이오디젤을 구입, 경유와 섞어 주유소에 공급키로 하는 자발적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국내 정유 4사는 바이오디젤 공급업체로 등록된 9개사에서 연간 9만t 가량 사들여 사용하게 된다.
올해의 경우 절반 수준인 4만5천t을 의무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정유사가 바이오디젤을 구입해 경유와 혼합하는 이유는 바이오디젤 업체들이 별도의 판매망을 갖추기 쉽지 않은 데다 정유사의 보이지 않는 장벽을 넘어서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산업자원부는 바이오디젤을 정유사가 의무적으로 유통시키도록 강력한 권고 조치를 내렸고, 결과적으로 7월1일부터 전국적인 판매가 이뤄지게 됐다.
경제성 별로 없어 효과 의문 정부가 바이오디젤 사용을 유도하는 이유는 2011년까지 국내 1차 에너지의 5%를 화석연료가 아닌, 다른 신재생 에너지로 대체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중동산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를 최대한 낮추자는 것이다.
여러 가지 연료 중 바이오디젤은 식물성이므로 공해물질이 적고 중동 이외 지역에서 원료 수입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적극 보급을 추진하게 됐다.
그러나 실제 판매되는 혼합경유는 경제성 면에서 효과가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바이오디젤의 원료가 되는 콩이나 기타 곡물의 가격이 국제원유가격과 연동돼 움직이기 때문이다.
유가가 오르면 곡물가격도 오르기 마련이다.
또한 정부가 정한 바이오디젤 의무 구입량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업체들이 오히려 해외에서 바이오디젤 완제품을 수입해야 하는 실정이다.
물론 수입가격은 원유에 비해 훨씬 비싸다.
바이오디젤은 생산단가도 비싸다.
정유 업계는 바이오디젤의 경우 생산단가가 경유 대비 300원 정도 비싼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정유사가 바이오디젤을 구입하는 가격은 ℓ당 900원을 조금 넘는다.
현재 세금을 제외한 일반경유의 공장도 가격이 650원 정도임을 감안하면 경제성 면에선 별로 실효가 없다.
정부는 이런 이유 때문에 정유사가 구입하는 바이오디젤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도록 했다.
혼합경유를 100ℓ 구입하면, 소비자들은 99.5ℓ는 1천230원(2006년 6월27일 공장도가격 기준)에, 나머지 0.5ℓ는 450원에 구입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혼합경유 1ℓ를 구입하면 현재보다 2~3원 정도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7월1일부터 에너지 세제개편에 따라 경유가격이 휘발유 대비 84% 수준인 ℓ당 52원이 올랐다.
결국 소비자들이 혼합경유를 사용해 얻는 가격 혜택은 전혀 없는 셈이다.
바이오디젤이 경제성이 없다는 점은 산자부도 인정하고 있다.
산자부 석유산업팀 관계자는 “바이오디젤은 경제성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며 “그러나 국제기후협약에 따라 바이오디젤 사용 국가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규제를 덜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질적인 경제성은 없지만 친환경성이 이를 보완한다는 얘기다.
자동차업계와 정유업계에는 혼합경유 사용으로 소비자들이 얻는 혜택은 별로 없다고 말한다.
오히려 경유에 바이오디젤을 섞으면 빙점(氷點)만 높아져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하는 추세다.
바이오디젤은 경유보다 어는 점이 높기 때문에 겨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현재 판매 중인 혼합경유는 바이오디젤의 양이 적기 때문에 괜찮다고 해도, 혼합비율을 높이기 위해선 이 문제를 해결하고 가야 한다는 얘기다.
제기되는 다른 문제는 커먼레일 디젤엔진이 수분 과다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커먼레일 디젤엔진에 수분이 섞인 연료가 공급돼 엔진 고장을 유발하는 경우다.
한때 정유사와 자동차업계는 이 문제를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정유사는 자동차 연료필터 이상이 원인이라고 했지만, 자동차회사는 연료에 물이 섞였다는 점을 내세웠다.
결국 양측은 개별 주유소의 저장탱크 관리 부실로 이유를 돌려 주유소가 책임을 지도록 했다.
하지만 주유소도 이미 다른 주유소에서 넣은 연료로 이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고 주장, 소비자는 자비로 수리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와 관련해 소보원과 건교부 등도 원인을 찾아 나섰지만 결국 주유소로 화살을 돌리며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았다.
자동차에 문제 생기면 누가 책임지나 현재 판매중인 혼합경유의 상품명은 ‘BD 5’이지만 실상은 ‘BD 0.5’다.
일반경유 99.5%에, 바이오디젤 0.5%를 섞은 것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혼합경유에서 발생할 문제점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 바이오디젤의 혼합량을 적게 했다”며 “앞으로 혼합량은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늘려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도 “일반경유 995㏄에 바이오디젤 5㏄를 섞으면 자동차에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자동차업계 역시 현재 판매 중인 혼합경유가 자동차에 큰 문제를 주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차에 0.1%라도 문제가 생기면 이를 연료 문제로 판단, 무상서비스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자동차회사 관계자는 “차가 연료 때문에 고장이 났다면, 당연히 정유사가 책임을 져야 한다”며 혼합경유 사용에 따른 책임소재를 정유사로 돌릴 태세다.
업계가 이렇게 주장하는 이유는 혼합유 사용으로 인한 문제점이 전혀 없다고 확신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한 관계자는 “자동차회사 입장에서 바이오디젤은 아직 검증되지 않은 연료임에 분명하다”며 “당장의 시행보다 관련 업계가 공동으로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유사는 바이오디젤 혼합량이 적어 문제가 발생할 소지는 전혀 없는 데도 자동차업계가 정유사로 책임을 지우는 것은 옳지 못하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가 생기면, 자동차업계와 정유업계는 서로 상대방에게 책임을 미룰 수밖에 없고, 정작 바이오디젤 보급에 나섰던 산자부도 책임을 지지 않게 된다.
결국 차에 이상이 생기면, 소비자들은 고스란히 개인 지갑을 열어 ‘울며 겨자 먹기’로 수리해야 할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혼합경유 판매가 결국 소비자들의 연료 선택권만 없앴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혼합경유를 사용하지 않으려면 ℓ당 50원 정도 비싼 프리미엄 경유를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경유와 혼합경유를 따로 팔라는 주장도 나오는 추세다.
하지만 정유업계는 두 연료를 별도 판매하면 주유소의 저장탱크 시설이 보완돼야 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바이오디젤을 강력 판매토록 하는 만큼 어쩔 수 없이 따르지만 판매량은 최소로 간다는 생각도 들어있기 때문에 별도의 투자를 하기 곤란하다는 것이다.
분리 판매는 정부도 바라지 않고 있다.
산자부는 여러 업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2011년까지 신재생 에너지 사용량을 5%로 늘릴 계획이기 때문이다.
분리 판매하면 혼합경유의 사용량이 일반경유보다 적을 수 있어서 시행 자체가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 있다.
결국 정유사와 산자부의 입장이 맞아 떨어지면서 소비자의 연료 선택권만 사라지게 된 셈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바이오디젤의 시범 보급기간 중 많은 문제점이 노출됐다”며 “이를 보완한 후 혼합경유 판매를 해도 되는데 정부가 너무 서두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어쨌든 혼합경유의 판매가 이미 시행된 만큼, 정부는 물론 자동차업계, 정유업계 모두 소비자들에게 최대한 불편을 주지 않도록 공동의 방안이 모색돼야한다.
만일 연료 문제로 차에 이상이 생겨 소비자가 다치거나 더 심한 경우에 처하게 된다면, 결국 누구를 위한 바이오디젤인가에 대한 논란은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진희정 기자 jhj155@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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