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교양사전
이인식 지음, 갤리온 펴냄, 2만9천원
과학자들이 갖고 있는 가장 치명적인 결함 중의 하나는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을 제3자에게 정확하고 쉽게 전달하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과학은 물론 자연과학이다.
인문과학이나 사회과학은 주로 텍스트에 의존해 연구하는 덕분에 그나마 나은 형편이다. 이 책을 보자마자 아이작 아시모프가 생각난다. 아시모프는 화학을 전공한 러시아 사람으로 우리는 그를 SF소설의 거장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는 화학을 전공했지만 뛰어난 상상력으로 우리에게 과학의 즐거움을 주기도 한 인물이다. 광범위한 과학 일반에 뛰어난 해설자이기도 한 그는 자신이 알고 있는 과학을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려 우리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 책의 지은이 이인식도 전자공학을 전공한 과학도다.
하지만 그는 과학으로 나아가지 않고 대신 책을 썼다. <하이테크 혁명>을 포함해 16권의 책을 출판한 그는 자신의 전공을 뛰어넘어 보다 폭넓은 과학을 우리에게 전달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과학자가 연구실에서 연구에만 매달리는 것도 중요할 테지만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기꺼이 자신의 업적을 버리는 일도 쉽지 않은 일이다. 거기에는 지은이의 글쓰기에 대한 노력도 포함된다.
과학에 대한 전방위적 독서가 큰 힘이 되지 않았을까?
이 책은 표제가 말하듯 사전의 형식을 띠고 있다. 인류의 미래를 과학 기술의 관점에서만 보는 오류를 막기 위해 인문사회과학 분야의 이론과 지식을 동원했다는 것이 지은이의 ‘변명’이다.
7대 부문 369개의 키워드를 담고 있는 이 책에는 우리가 모르는 단어만 있는 것은 아니다. 간통이나 나체촌, 난자은행 같은 단어도 있다. 미래를 위해 우리가 알아야 할 단어를 골라서 정리해 놓았다는 주장이지만 더러 실망스런 설명도 보인다. 그러나 지은이가 겪었을 고단하고 지난한 노력이 이를 상쇄하고도 남을 듯하다.
이재현 기자 yjh9208@ecnonomy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