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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탐구] 글로비시 열풍 몰고 온 사나이
[CEO탐구] 글로비시 열풍 몰고 온 사나이
  • 류근원 기자
  • 승인 2007.03.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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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덕기 더존E&H 대표 최근 1500 단어만 가지고 의사소통을 하는 ‘쉬운 영어’가 영어교육시장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른바 ‘글로비시’다.
글로비시는 의사소통에 초점을 둔 글로벌 영어(Global English)의 합성어다.
1500개의 기본 단어와 쉬운 문형만 사용하기 때문에 집중적으로 훈련받으면 단기간에 영어 의사소통 능력을 갖출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다국적기업인 IBM 유럽지사에서 근무한 프랑스인 장 폴 네리에르가 40개국에서 온 동료들과 영어로 업무를 진행하다 고안했다.
글로비시 개념이 국내에 본격 도입된 것은 지난해 초부터다.
장 폴 네리에르가 저술한 ‘글로비시로 말하자’ 등의 영어교재와 회화학습서 및 mp3파일 등이 국내 영어시장에 쏟아져 나왔다.
이를 본격적으로 도입해 한국 사정에 맞게 회화 프로그램으로 발전시킨 회사도 생겨났다.
화제의 주인공은 회계ㆍ세무 소프트웨어 시장을 90% 이상 석권하고 있는 IT 전문기업 더존그룹의 교육부문 계열사인 더존E&H의 김덕기 대표다.
김 대표는 “TV 프로그램에서 우리말을 잘하는 외국인을 보면 신기하고 놀란다.
그러나 자세히 관찰해보면 그런 외국인의 우리말 실력은 그다지 훌륭하지 않다.
다만 우리가 그 외국인이 우리말을 유창하게 잘 한다고 생각을 할 뿐이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의사를 우리말로 표현하는 데 있어 약간의 오류는 있을지언정 전혀 무리 없이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 그는 영어도 이와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영어를 배우는 궁극의 목표가 어떤 상황에서도 의사를 자유자재로 표현할 수 있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는 10년 이상의 세월과 셀 수 없는 돈을 투자하고도 의사 표현은커녕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는 아이러니에 빠져버렸다.
투자 대비 효율 극대화를 지향하는 경제 논리로 보면 벙어리 영어교육은 퇴출되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김 대표는 인글리쉬(www.inglish.co.kr)를 통해 이른바 ‘고급 본토 영어’ 대신 일상적인 생활이나 기업활동에 필요한 ‘실용형 영어’인 글로비시 개념을 한국인을 위한 회화 프로그램으로 개발했다.
인글리쉬는 직장인 등이 장소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매일 20분씩 원어민과 1대1로 대화하는 학습 프로그램으로 단기간에 최대 학습효과를 얻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은 인터넷 전화를 활용해 필리핀 현지의 강사를 한국에 있는 학생들과 직접 연결시켜 교육하는 것이다.
목소리만으로 학습이 이뤄지는 다른 전화영어 상품과는 달리 강사의 얼굴, 수업 관련 동영상 등 화상자료를 직접 보면서 사실상 ‘대면 수업’을 할 수 있다.
‘영어 채팅’도 가능해 음성과 문자를 실시간으로 교환할 수 있다.
또한 이 프로그램의 강점 중 하나는 여기서 배운 글로비시가 국제적으로 통용된다는 점이다.
현재 영어는 사용 지역마다 어휘, 발음, 문법 등이 달라 영어 원어민들 사이에서도 출신 지역이 다르면 의사소통에 문제가 발생한다.
반면 인글리쉬는 1500개의 기본 어휘를 바탕으로 한 글로비시를 활용했기 때문에 전 세계 어느지 역에서도 유용하게 적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조카를 의미하는 ‘Nephew’는 ‘형이나 누나의 아들(son of my brother or sister)’과 같이 쉬운 단어로 풀어서 표현하기 때문에 누구나 이해하기 쉽다.
인글리쉬의 학습 단계별 구성은 짧은 개발 과정에 비해 매우 체계적이다.
인글리쉬 프로그램은 수준별로 독립된 6개월 과정의 4단계로 구성돼 있다.
맨 처음 학습을 시작할 때 강사와의 상담을 통해 단계를 선택하게 되지만 수업을 진행하면서 학습자와 강사가 다른 단계로의 이동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할 경우 다음 달부터 바로 다른 단계로의 진입이 가능하다.
기초과정인 ‘인글리쉬 1’이 꾸준한 연습을 통해 학습자의 말문을 트는 것이 목표라면, ‘인글리쉬 2’는 계속적인 연습으로 영어회화에 대한 자신감을 키우는 데 중점을 뒀다.
이를테면 기초 수준의 영어를 구사하는 학습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장소에서의 일상적인 상황을 설정하고 임무를 부여하여 학습자가 강사와 영어로 대화하면서 스스로 문제를 풀어나가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인글리쉬3’은 보다 더 복잡하거나 추상적인 상황을 설정하고 고급 임무를 부여하여 학습자가 자신에 대해 표현하고 의견을 개진하거나 좀 더 능동적인 자세로 대화를 이끌어 가도록 했다.
김 대표가 인글리쉬를 보다 빠른 시간 안에 한국 교육시장에 알맞은 프로그램으로 탄생시킬 수 있게 된 것은 서울대 영어교육과 이병민 교수팀과 서울대 언어학과 이호영 교수팀 덕이다.
이들은 한국인의 발음 특성, 영어수준, 교육환경을 분석해 그 동안 영어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이었던 영어환경 노출 빈도와 기회가 적은 점을 감안하고, 전화영어의 단점을 보완한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필리핀 명문대 졸업생 위주 1:1 강사진 더존E&H는 티칭센터를 필리핀 현지에 건립했다.
필리핀은 세계에서 네 번째로 영어 사용 인구가 많은 영어 공용어 국가로, 타 영어사용 국가에서 건너온 원어민 강사와 UP, 라살대학, 아테네오대학 등 명문대 영어 관련 학과를 나온, 자격을 갖춘 유능한 강사를 원활히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글리쉬 강사는 필리핀 4년제 명문대 졸업생으로, 영어 관련 학문을 전공하고 영어 교육 방면에서 풍부한 경험을 갖춘 교육 인재로 엄선했다.
학습자는 웹에 공개된 개별 강사의 약력과 음성파일을 참고하여 자신의 강사를 선택할 수 있다.
단체 수강을 원하는 기업체에는 랩(Lab)실을 무료로 구축해 주는 등 다양한 지원책도 준비하고 있다.
김덕기 더존E&H 대표는 “글로비시는 현장에서 급히 영어가 필요한 직장인들에게 알맞은 영어이기 때문에 기업 고객을 주 대상으로 하고 있다”며 “아직 초기 단계지만 기업들의 반응이 매우 뜨거운 편”이라고 말했다.
수업진행 방식은 비교적 간단한다.
인글리쉬 사이트에 접속하고 회원 가입을 한 후 학습프로그램을 다운받아 설치하면 나머지는 알아서 해준다.
보통은 학습자 한 명에 주 강사, 보조강사, 관리강사가 배정된다.
관리강사는 수업 진행과 상담, 학습 관리에 만전을 기해준다.
또 학습 상담과 일정 관리를 통해 학습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체크하고 혹시나 발생할지 모르는 학습자의 불만사항을 신속히 해결해주는 역할을 맡는다.
주 강사는 수업 진행과 수업 평가를 담당하고 만약의 경우에는 보조강사가 주 강사를 대신한다.
정해진 수업시간에 사이트에 로그인 해서 강사를 기다리면 학습자 자신이 선택한 강사와 1:1로 전자칠판과 음성으로 대화하면서 자연스레 인글리쉬를 배우면 된다.
수업은 매달 제공되는 (Inglish 프로그램 전용으로 개발된) 교재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수업 중에 강사가 웹 칠판에 띄우는 다양한 교육 콘텐츠는 학습 과정을 더욱 쉽고, 실감나고, 즐겁고, 흥미 있게 해준다.
학습창에서 학습자는 사전 및 관련 표현을 검색할 수도 있다.
김 대표는 “인글리쉬는 미국 영어도 영국 영어도 아닌 국제영어를 추구한다.
외국인이 우리말을 잘 해도 우리 수준의 발음과 표현을 할 수 없듯이 EFL(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상황 아래에서는 원어민 수준의 고급영어보다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쉬운 영어를 지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류근원 기자 stara9@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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