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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시론] 서민들 슬프게 하는 수출 3천억달러
[경제시론] 서민들 슬프게 하는 수출 3천억달러
  • 이코노미21
  • 승인 2007.03.1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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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노무현 대통령은 인터넷신문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한국경제가 잘 나가고 있다고 역설했다.
과연 서민들의 삶을 알고 있는 대통령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발언이었다.
물론 노 대통령의 이러한 발언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한국경제의 거시경제적 지표 일부만 본다면, 한국경제는 잘 나가고 있다고 ‘착각’할 수 있다.
지난 5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4.5% 수준이었으며(OECD 평균 약 2.5%), 수출은 단군 이래 사상 최대라는 3천억달러에 달했다.
그리고 외환보유고 역시 3천억달러에 달했다.
그런데 우리가 이 지점에서 특히 주목해서 볼 부분은 사상 최대의 수출이다.
수출 중심 개발독재를 겪었던 한국사회에는 하나의 신화가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수출이 한국경제를 먹여 살린다’는 신화다.
노 대통령이 한미 FTA를 강경하게 추진하는 이유도 이러한 수출 지상주의와 맥을 함께 한다.
그러나 수출이 한국경제를 먹여 살린다는 주장은 근거가 희박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거짓말에 가깝다.
1988년부터 1996년 사이 국민총소득(GNI)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28.6%였다.
수출 비중은 30% 미만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으며 이 기간은 내수에 기반해 서민들의 소득 증대와 경제성장이 함께 가던 시기였다.
그런데 IMF 이후인 98년부터 2005년까지 기간을 살펴보면 GNI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1.8%로 급격하게 늘어나게 된다.
이렇게 국민총소득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급격하게 증가했지만 서민들의 ‘삶의 질’은 현저히 줄어들었다.
비정규직의 확대 · 자영업자의 몰락 · 소득불평등의 확대 등 모든 분야에서 그렇다.
심지어 우리나라 노동자 월급을 모두 합친 ‘노동소득 분배율’을 살펴보면 오히려 4.6% 줄어들었다.
수출이 급격하게 늘어났음에도 서민들의 삶이 어려워진 이유는 ‘수출’로 얻어진 부가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서 서민들의 ‘호주머니’에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수출의 내역을 살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반도체를 비롯한 5대 품목의 수출 비중이 전체 수출의 45%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10대 기업이 전체 수출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수출 비중은 32%에 불과하다.
즉, 수출산업은 ‘내수산업’과 무관하게 작동하고 있다.
바로 이러한 이유로 수출은 늘었지만 내수경제는 더욱 위축되고 있는 것이며, 내수경제의 ‘근본적 침체’로 인해서 한국경제의 성장잠재력은 갈수록 고갈되고 있는 것이다.
이제 “수출이 한국경제를 먹여 살린다”는 신화는 명백한 거짓말이 되었을 뿐 아니라 수출은 서민들의 삶과 무관한 것이 돼버렸다.
그렇다면 한국경제의 회생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그에 대한 대답은 사실 너무도 명백하다.
그 어떠한 현란한 수식어를 쓰고 개발주의적 담론으로 국민들을 현혹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한국경제의 회생을 위한 ‘경제학적 진리’는 명백하다.
‘내수경제’를 복원하는 것이다.
우리에겐 자유방임적 작은 정부가 아니라 내수경제 활성화에 적극 매진하는 ‘적극적 국가’, 따뜻한 국가, 서민친화적 국가의 역할이 절실히 필요한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내수활성화의 길목에는 경제활동 인구의 압도적 비중을 차지하는 비정규직 문제를 단지 노동문제가 아니라 ‘경제 문제’로 바라보는 사고의 전환도 함께 진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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