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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수도권 댐 건설론 당정 vs 환경단체
[스페셜] 수도권 댐 건설론 당정 vs 환경단체
  • 이윤찬 기자
  • 승인 2006.07.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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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 "동강댐, 한강댐 건설해도 수해 예방 안되" 태풍 ‘웨이니아’와 장마가 할퀴고 간 상흔이 깊다.
300~400mm의 ‘물폭탄’ 세례에 전국은 무너지고 잠기고 매몰됐다.
그야말로 ‘수마’(水魔)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50명에 달하는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이재민은 1천978세대, 4천460여명이 발생했다.
아직도 460세대, 1천여명은 학교·경로당 등에 수용돼 있다.
주택은 총 600여채가 파괴됐고 2천200여동이 침수됐다.
농경지는 1천849ha가 유실 또는 매몰됐다.
재산 피해액은 상상을 초월한다.
무려 5천억원대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되고 있다.
‘물폭탄’의 직격탄을 맞은 곳은 강원도다.
50여명의 인명 피해 중 90%가 강원도에 몰려 있다.
인명 피해는 사망 23명· 실종 22명 등 총 45명. 전국 이재민 중 87.5%도 강원 지역민이다.
강원도에 이처럼 피해가 집중된 이유는 무엇일까. 의견은 분분하다.
한편에선 마구잡이식 도로공사·하천 정비불량·난개발 등을 원인으로 꼽는다.
주로 환경론자들의 목소리다.
환경시민단체 녹색연합의 김혜애 정책실장은 “배수시설을 전혀 고려치 않은 난개발과 무분별한 산림 파괴로 인한 자연적 홍수조 절 능력 상실이 강원도 수해의 근본 원인”이라고 꼬집었다.
다른 한편에선 환경론자들의 반발로 무산된 ‘댐 건설 실패’를 이유로 들고 있다.
수해의 원인을 환경론자의 탓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개발론자’들의 주장이다.
여기엔 건설교통부 등 정부·집권여당 등 당정이 포함돼 있다.
지난 7월18일 KBS <뉴스9>에 보도된 건교부 한 관계자의 주장이다.
“…2000년에 백지화된 영월댐이 예정대로 추진됐다면 이번 호우 때 경기 여주와 영월읍이 침수위기에 놓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양측의 주장은 팽팽하다.
‘댐 건설’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이 전망된다.
현재로선 ‘댐 건설론’ 쪽으로 무게가 쏠리고 있는 분위기다.
일부 유력 언론이 ‘댐 건설론’을 띄우자, 당정이 댐 건설 관련 협의에 나섰기 때문이다.
당정은 지난 18일 추병직 건교부 장관, 열린우리당 강봉균 정책위의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협의회를 열고 “임진강·남한강·남강 수역의 경우 현재의 홍수 조절 능력으로는 집중호우에 효과적으로 대비할 수 없어 추가로 댐을 건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댐 건설론의 핵심은 서울 및 수도권이 이번 물폭탄 세례에도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데 있다.
‘서울 및 수도권 일대의 강 주변에 자리 잡은 대형 댐이 방파제 구실을 톡톡히 해줬기 때문에 피해를 입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 및 수도권 일대를 감싸고 있는 북한강 본류에는 총 6개의 중대형 댐이 있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갈라서는 기점에 위치한 팔당댐을 시작으로 청평댐·의암댐·소양강댐·춘천댐·화천댐 등이다.
이 중 저수량 29억톤을 자랑하는 소양강댐과 총 저수량 1억1천800톤의 화천댐은 북한강 수계 홍수 조절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물난리 때도 두 댐은 수해 예방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그렇다면 남한강 본류는 어떨까. 남한강 본류에 위치한 다목적댐은 충주댐(저수용량 27억5천여 톤)이 유일하다.
공교롭게도 충주댐 외 이렇다 할 댐이 없는 남한강이 관통하는 강원도 일대가 최대 수해 피해 지역으로 떠올랐다.
‘남한강 본류에 또 다른 다목적 댐이 건설돼야 한다’는 주장이 급부상한 까닭이다.
얼핏 보면 그럴 듯하다.
댐이 촘촘히 들어서 있는 북한강 일대는 물 피해가 적었던 반면 댐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남한강 일대는 그야말로 ‘폐허’가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댐이 없어서 남한강 일대에 물난리가 났다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라는 반론도 만만찮다.
대체 진실은 무엇일까. 정부는 지난 90년 한강 대홍수 발생 때 영월과 단양지역이 침수된 것을 계기로 남한강 수계인 영월읍 거운리에 영월 다목적 댐 건설(일명 동강댐)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는 10여년 만에 중단됐다.
지난 2000년 6월5일 환경의 날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멸종 위기 동식물을 보호하고 생태계를 보전하기 위한다”는 명목으로 동강댐 건설 계획을 ‘백지화’했기 때문이다.
△한강수계 홍수조절 개념도
‘동강댐 건설 계획’의 중단이유는 분명 ‘환경 보호’ 차원이었다.
당시 수많은 환경단체는 ‘동강 지키기’를 선언, 댐 건설 계획을 강력 반대한 것은 사실이다.
남한강 일대 다목적댐 건설론과 맞물려 동강댐이 또 다시 떠오르자 ‘환경론자들의 반발 탓에 댐 건설이 중단됐다’는 주장이 은근 슬쩍 고개를 든 이유다.
북한 임진강 홍수예방 위해 ‘황강댐’ 등 건설 그런데 여기엔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 있다.
동강댐 건설 계획이 중단된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무엇보다 동강댐 건설 후보지역은 석회암 지층이다.
석회암은 기본적으로 물에 약하다.
때문에 댐 건설지역으론 ‘부적합’하다.
게다가 대규모 지진 위험성도 내포하고 있다.
동강댐 건설 예정지로부터 직선거리 20km 떨어진 정선군 신동읍 함백한 부근엔 국내 최대 규모인 4.5의 지진이 수 차례 발생했다.
동강댐 건설 계획이 벽에 부딪힌 이유들이다.
당시 환경영향평가에서도 이 같은 문제점은 지적됐다.
“… 산사태의 우려가 있으며 댐 좌우면은 물의 압력을 측정할 수 없을 정도로 지반이 나쁘다며 담수된 물이 지하로 심하게 빠져 나가고, 그러한 누수 현상은 옆으로 갈라지거나 위 아래로 갈라진 지반 또는 층리면을 따라 스며들어 지층을 분리 또는 붕괴시킬 가능성이 높다 … ” 이뿐 아니다.
동강댐의 한계는 또 있었다.
‘홍수 조절 능력이 미미하다’는 게 그것. 수해예방책으로 추진됐던 동당댐으로선 치명적 결함이다.
환경운동연합측은 “남한강 유역의 수계가 워낙 넓기 때문에 동강댐이 건설된다고 해도 수위 조절 능력은 20cm에 불과하다”고 단언했다.
환경론자들이 이른바 ‘동강댐 건설론’의 부활에 “어처구니없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환경단체들은 “남한강 수계에 댐이 부족한 것과 강원도 수해와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환경운동연합측은 “강원도 영월읍 홍수를 막기 위해 자체적으로 제방을 높이고, 배수펌프 시설도 지난해 완료했다”며 “하지만 영월 특색을 고려치 않은 수해방지대책을 수립, 수해를 막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실제 이번 수해로 영월 주민들이 대피한 것은 제방 보다 2m 낮은 영월대교가 물길을 막아 제방이 터질 염려 때문 이었다”면서 “저지대인 영월읍의 특성을 파악했다면 수해 피해는 상당히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원도 영월 수해는 결국 건교부의 허술한 국토계획과 무책임한 행정의 결정판이라는 주장이다.
환경운동연합 김낙중 팀장은 “정부에서 이번 피해 대책을 댐 건설로 몰고 갈 것이 아니라 자연 재해 시 얼마나 지역에 적합한 시스템을 갖추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강변했다.
‘댐 건설’ 보다 합리적인 수해예방대책을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주장이다.
역시 주변에 댐이 없다는 이유로 댐 건설 부지 0순위로 거론되는 한탄강 일대도 상황은 비슷하다.
임진강 본류와 연결돼 있는 한탄강은 임진강 권역에 속해 있다.
임진강이 범람하면 한탄강 일대가 침수된 까닭이다.
90년대 말까지 이 같은 현상은 악순환처럼 반복됐다.
그러나 2000년 이후 꾸준한 수해예방대책을 마련한 결과, ‘상습 침수 구간’이라는 사슬을 끊는데 성공했다.
한탄강 일대 문산읍 파주시의 사례는 주목할 만하다.
파주시는 지난 96년부터 3년 간 연속적으로 발생한 홍수로 사망 128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한 곳이다.
피해 재산액도 천문학적이었다.
96년에는 404억원, 98년에는 585억원, 99년에는 798억원의 재산을 ‘물난리’로 잃었다.
이들에게 ‘수해’는 악몽과 같았다.
하지만 2000년을 기점으로 파주시는 그야말로 환골탈태했다.
태풍 ‘매미’로 전국이 물난리로 홍역을 앓았던 지난 2003년. 파주시는 고작 6억원의 피해를 봤다.
이번 물난리 때도 별다른 손실이 없었다.
이는 댐 건설의 효과가 결코 아니다.
파주시의 치밀한 수해방지책의 열매다.
파주시는 2000년부터 3년 동안 4천억원 가량의 예산을 투입해 수해예방대책을 마련했다.
하천의 바닥을 넓힘과 동시에 배수펌프장을 대폭 증설하는 수리사업을 진행했다.
특히 이 같은 수해방지책이 대부분 지역특성에 딱 맞게 만들어졌다.
‘댐 건설이 수해예방의 만병통치약이 아니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시켜주는 사례임에 틀림없다.
‘한탄강댐 건설 무용론’이 부쩍 조명 받는 이유는 또 있다.
한탄강이 임진강 권역에서 차지하는 면적은 16.6%에 불과하다.
임진강 권역의 63%는 북한에 분포하고 있다.
혹여 막대한 돈을 들여 한탄강댐을 건설해도 북한에서 통제가 되지 않는 한 수해를 피할 수는 없다.
북측은 현재 임진강의 홍수 방어를 위해 4개의 ‘4월5일댐’과 ‘황강댐’을 건설 중이다.
이들 댐의 저수량을 모두 합하면 4억3천만~5억3천만톤에 달한다.
어마어마한 규모다.
북측과 협의가 이뤄지면 임진강 인근 수해의 근본원인을 뿌리 뽑을 수 있을 것으로 점쳐진다.
다행스럽게도 지난 6월 중순 열린 ‘남북경협 12차 회의’에서 ‘임진강 수해방지’와 관련 남북이 손을 맞잡았다.
이제 남은 것은 남북경협 합의에 따라 북측의 댐 건설에 어떻게 협의해야 할 지를 심사숙고하는 것뿐이다.
환경운동연합측은 “조그마한 한탄강댐 건설을 두고 옥신각신할 게 아니라 북측이 건설하고 있는 댐을 어떻게 이용할 것인가를 논의해야 할 때”라고 조언했다.
우리나라의 홍수위험지수(FRI·Flood Risk Index·홍수에 의한 사망자 수를 분석하기 위해 재발된 지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04년 UNDP(유엔개발계획)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홍수위험지수는 6.85로 주요 선진국 중 1위다.
그것도 압도적이다.
2위인 이탈리아(4.68) 보다 약 0.7배 높다.
가장 낮은 영국(0.23) 보다는 무려 30배에 달한다.
이를 입증하듯 지난 10여년간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날려버린 ‘물난리’가 무려 7차례 발생했다.
한반도 홍수위험 가능성 ‘최고’ 정부가 막대한 국가 예산을 들여 수해예방책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지난 5년간 정부가 투입한 예산만 해도 30조원을 훌쩍 넘는다.
수십 년 간 건설한 제방은 3만7천km, 댐도 1만9천여개에 달한다.
그런데 웬일인지 홍수 피해액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연간 1조7천100억원대까지 급증한 상태다.
이번 수해 역시 마찬가지다.
많은 지역의 강수량이 정부의 ‘계획홍수량’(설계의 기준이 되는 유량)에 도달하지 못했음에도 전국은 또 다시 ‘물’ 공포에 휩싸였다.
댐 부족 때문이 아닌 국가의 수해예방대책 전반에 큰 구멍이 뚫렸음을 시사하는 사례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계획홍수량에도 미치지 못한 강우량에 무너져버린 도시지역 홍수관리 실패의 책임을 댐 부재 탓으로 돌리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당정은 ‘댐 건설론’을 시종일관 되풀이하고 있다.
‘댐만 있으면 모든 게 해결 된다’는 논거를 품고 있는 관계자도 여럿이다.
이만하면 ‘댐 타령’에 가깝다.
이들에게 댐 건설론은 수해예방을 위한 ‘만병통치약’이나 다름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당정이 ‘댐 건설론’을 호수방지대책과 연계해 구상했던 것도 아니다.
2003년 4월 태풍 ‘루사’ 이후 감사원은 건교부의 ‘댐 건설 장기계획’을 감사했다.
흥미롭게도 감사원의 결과는 ‘부적정’이었다.
감사원 지적사항의 일부 내용을 살펴보자. ‘… 댐 건설 장기계획을 수립할 때에는 기존의 댐·제방·유수지 등만으로 홍수 방어가 어려운 수해 빈발지역을 조사해 반영하고 계획에 반영된 댐은 최근의 기상이변 등을 고려, 충분한 홍수조절 능력을 가지도록 계획해야 한다.
그럼에도 건교부는 2001년12월31일 댐 건 설장기계획을 수립하면서 홍수 방지가 어려운 지역에 대해서는 조사도 하지 않고, 용수 공급이 부족한 지역에 용수를 확보할 목적으로만 밤성골댐 등 11개 신규 댐과 안게댐 등 6개의 재개발 댐에 대한 건설 계획을 수립했다.
…’ 이는 건교부의 ‘댐 건설 장기계획’이 홍수 예방과는 거리가 먼 것임을 보여준다.
환경운동연합 김 팀장은 “홍수 예방을 위한 유일한 방책이라는 댐 건설론은 깊숙한 논의 없이 마련된 ‘미봉책’일 뿐”이라면서 “대체 무슨 근거로 댐 건설을 검토하겠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녹색연합 김 실장 역시 짙은 아쉬움을 토로했다.
“무작정 댐 건설만을 외칠 것이 아니라 홍수를 예방할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댐 건설만이 홍수예방의 유일한 방책이라는 주장은 근거가 미약한 위험한 발상이다.
” ‘수해방지대책’의 일환으로 급작스럽게 부각되고 있는 ‘댐 건설론’. 믿고 받아들이기엔 ‘빈틈’이 너무도 많아 보인다.
이윤찬 기자 chan4877@economy21.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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