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파워
필립 로제가르텐 · 크리스토프 슈튀르머 지음, 미래의 창 펴냄, 1만3천원
남자가 돈을 벌면 제일 먼저 차를 바꾼다고 했다. 차는 그만큼 부와 명예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여자들이 명품이라면 사족을 쓰지 못할 정도라고 하지만 남자들도 명품을 좋아하기는 마찬가지다. 차 중에도 명품은 있다.
우리가 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벤츠나 BMW도 명차에 속한다. 과거에는 고관대작이나 재벌 총수 정도 되어야 타던 이런 명차를 지금은 돈만 있으면 게나 고둥이나 다 사서 타고 다닌다.
이 책은 명차들이 이른바 ‘프리미엄 브랜드’를 어떻게 확보했는지에 대해 쓰고 있다.
2006년 6월 현대자동차는 미국 시장에서 월별 최대 판매 기록을 세우면서 시장점유율을 3%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미국 내 상품성 만족도(승차감, 성능, 스타일) 조사에서 현대의 그랜저는 대형차 부문 1위를 차지했고 초기 결함 지수 조사에서도 독일 포르쉐, 일본 렉서스에 이어 현대차가 초기 결함이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조사에는 한 가지 빠진 것이 있다. 말하자면 가격 대비에서 그만큼 쓸 만하다는 얘기다. 그 때문에 우리는 그랜저를 명차라고 부르지 않는 것이다.
일본의 렉서스도 시장에 모습을 드러낸 지 2년도 되지 않아 BMW를 추월했고 벤츠의 시장까지 점령하는 듯했다. 하지만 렉서스는 미국식 럭셔리 요소를 도임했음에도 브랜드를 빛내줄 화려한 역사와 전통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 때문에 유럽에서 렉서스는 성공적인 브랜드, 프리미엄 브랜드가 될 수 없었던 것이다.
어떤 제품이 프리미엄 브랜드로 인정받는 이유는 제품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품질, 단일화된 마케팅을 통해 프리미엄 브랜드가 입혀진다는 게 이 책의 주장이다.
프리미엄 브랜드는 고객의 소망과 꿈을 충족시키고 그를 사회에서 인정받게 해줄 수 있지만 그랜저처럼 대량생산 브랜드는 실질적인 효용 가치밖에 줄 수 없다는 것이다.
이재현 기자 yjh9208@economy21.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