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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기획] 검색이 대통령을 바꾼다 ④
[집중기획] 검색이 대통령을 바꾼다 ④
  • 전병국 검색엔진마스터 대표
  • 승인 2007.03.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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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엔진 통한 민심과 여론 왜곡 막아야 … “진리와 거짓이 다투게 하라” 대중의 마음을 읽고 반영하려는 노력은 역사 속에서 다양한 정치 형태와 매체를 통해 드러났지만 인류는 20세기 말 색다른 방법 하나를 더했다.
바로 인터넷 검색엔진이다.
검색엔진의 특별한 점은 지금까지와 달리 일부 전문가들의 고상한 목소리도 아니고, 차가운 기계들의 무심한 결과도 아니라는 것이다.
인터넷에 흩어져 있는 ‘작은’ 사람들의 생각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이다.
홈페이지 문서에 담긴 의견들이 드러나는 것은 기본이다.
검색하는 일상의 활동까지도 하나의 의견으로 모인다.
예를 들면 사람들이 검색하는 횟수를 통해서 예비 대선 후보들에게 보인 관심을 알 수도 있다.
검색은 사람들 일상의 흔적 모음 물론 이것은 관심의 정도에 불과하다.
지지하는 숫자도 아니고 때로는 부정적인 관심도 포함되어 있다.
또 연관된 검색어들이 더 있기 때문에 모든 뜻이 정확하게 집계된 것도 아니다.
하지만 기존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민심을 볼 수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
표본 조사도 아니고, 언론사의 주장도 아니다.
사람들이 일상으로 활동한 흔적들의 모음이다.
검색엔진을 통해서 집단의 메시지가 드러날 수 있다는 생각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검색엔진 초창기에는 기존 언론이나 권력들의 접근 방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숙달된 전문가들이 주제별로 분류해야 한다고 믿은 야후 같은 접근도 있었고, 탁월한 개발자들이 창조한 컴퓨터 시스템이 모든 정보를 수집해서 처리하면 된다고 믿었던 라이코스나 알타비스타 같은 접근도 있었다.
한 쪽에서는 개인화 서비스를 시도했다.
하지만 맞춤 검색의 꿈은 언제나 실패였다.
증권, 뉴스 정보처럼 아주 단순한 경우가 아니면 개인화가 쉽지 않았다.
결정적인 것은 업체들의 욕심과 달리 사용자들은 개인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베스트셀러 목록이 영원히 없어지지 않는 것처럼 남들이 많이 보는 정보에 관심이 더 많았다.
더구나 검색은 별로 드러내고 싶지 않은 지극히 은밀한 작업이기도 했다.
어떤 사람들은 검색 결과를 지도 모양으로 보여주기도 하고, 검색 결과를 자동으로 분류해주는 기술도 시도했다.
그다지 성공적이지도 않았지만 성공했다고 해도 근본적인 미래의 열쇠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래도 한동안은 곧 등장할 ‘인공지능’이 검색의 미래라는 믿음이 있었다.
하지만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인공지능 검색’ 광고문구와 달리 제대로 된 인공지능은 연구가 계속될수록 현실에서 멀어져 갔다.
그럴듯해 보이는 인공지능 이론의 결정적인 약점은 사회적 영역에서 드러났다.
△ 2007년 1월 오버추어 네트워크 종합 (네이버, 야후,네이트 등 합계)

검색이 대통령을 바꾼다


1. 시험대 앞에 선 검색엔진
2. 검색은 과연 정직한가?
3. 검색의 사각지대는 없는가?
4. 차기 대선과 검색의 미래
사람 사이의 관계 속에 담긴 계량화되기 어려운 부분이 특히 문제였다.
1960년대의 주장대로라면 2000년을 전후해서 뭔가 등장해야 했다.
조지 오웰이 상상했던 <1984년>의 정보 통제도, TV가 꿈꾸던 ‘스페이스 1999년’의 달 여행도, 아서 클라크와 스탠리 큐브릭이 말하던 ‘2001년’의 할(HAL) 컴퓨터도 없었다.
2004년 구글의 기술책임자인 크레이그 실버스타인은 인공지능 검색이 제대로 구현되려면 “200~300년이 필요하다”고 솔직하게 말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인공지능 검색의 환상이 허물어졌던 사회성이라는(Social) 영역에서 1997년부터 색다른 가능성이 엿보이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활동을 모아서 의미 있는 결과를 끄집어내는 소위 ‘집단지능(Collective Intelligence)’이었다.
그 가능성은 구글의 페이지랭크(Pagerank)라는 랭킹 알고리즘을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홈페이지 만드는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연결한 링크를 일종의 투표처럼 분석해서 웹의 순위를 매기는 방식이었다.
집단지능의 이상은 한마디로 말해서 “나는 모르지만 ‘우리는’ 안다”는 것이다.
구글을 통해서 현실성 있게 드러난 집단지능에 대한 관심은 2004년 웹 2.0이라는 키워드와 함께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검색엔진이 10년의 우여곡절을 통해서 점점 확신하게 된 것은 인터넷을 전문가들의 노력이나 실험실의 기술로 통제하거나 관리하려는 노력은 효과가 없으며, 인터넷과 유기적으로 연결된 시스템으로서 대중들과 맞물려 돌아가는 것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검색엔진의 영향력은 단순히 사람들이 많이 사용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다.
그런 식이라면 인터넷 쇼핑몰도 있고, 이메일 서비스도 있고, 인스턴트 메신저도 있다.
검색엔진의 영향력은 인터넷 자체와의 연계에서 나온다.
그래서 검색엔진은 미디어다.
이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검색 포털들 역시 전략에 따라 미디어가 아니라 유통 채널일 뿐이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기존의 언론적인 시각으로 본다면 생산의 저널리즘이 없기에 온전한 언론이라고 보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그래도 검색엔진은 미디어다.
인류가 이제까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집단적인 미디어 시스템이다.
(언론사의 글까지 포함해서)수많은 사람들이 각 분야마다 자신의 글을 웹에 올리고, 검색엔진은 수집하고 순위를 매긴다.
검색엔진이 글을 쓰라고 강요한 적도 없고, 방향을 제시한 적도 없지만 최소한의 의미로 독려하면서 순위를 매긴다.
그리고 사람들은 서로 검색하며 다른 이의 글을 읽고 나름의 평가를 한다.
취재, 기사 작성, 편집, 구독의 모든 활동이 함께 움직이는 시스템이다.
무질서하며 통제가 어렵다.
그런데도 나름의 메시지들로 가득 차 있다.
왜냐하면 무질서하다는 것은 역설적으로 누구나 쉽고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최근 검색 포털의 권력화에 대한 비판과 논쟁이 한창이다.
대통령선거를 앞둔 시점이라 그 동기가 너무나 뻔한 경우가 자주 눈에 띄기는 하지만 그래도 포털의 사회적 영향력을 생각할 때 한번은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다.
그런데 검색 포털을 비판하는 기존 메이저 언론이나 정치권의 시각에는 결정적인 문제 하나가 있다.
방어논리를 펴는 일부 포털에서도 보이는 문제다.
그것은 검색 포털의 사용자들을 수동적인 수용자로만 본다는 것이다.
뉴스를 유통하는 채널로서의 가치에 우선으로 집중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떤 논조의 이야기가 얼마나 전달되며, 그 전달 과정에서 검색 포털이 얼마나 관여하고 있느냐 하는 것을 주로 문제 삼는다.
군사독재 시절의 언론 통제식 발상이다.
신문 지면과 TV 채널을 보듯이 검색을 본다.
내부 메시지를 외부로 드러낸다 물론 뉴스 유통의 측면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 과정에 문제가 있다면 분명하게 시정되어야 한다.
하지만 앞서 살펴보았듯이 검색의 참된 가치는 외부의 메시지를 내부에 전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의 메시지를 외부로 드러내는 데 있다.
수집된 정보들의 생각, 사용하는 사람들의 생각이 드러나는 것이다.
검색 사용자는 수동적인 수용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블로거와 같은 능동적인 생산자들도 많다.
또한 수용에 있어서도 비판적인 수용자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하나의 신문에 매달리지 않고 검색하며 비교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검색 포털을 통해 어떤 메시지를 주고 대중을 움직이겠다는 발상보다는 검색을 통해 드러나는 그들의 생각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검색 포털 역시 이런 시스템이 되도록 최대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다음의‘ 검색 트렌드’서비스로 대선 후보 검색 상황을 비교한 모습(위) △모 대선 후보 팬클럽에서‘ 인기 검색어’순위 올리기에 참여를 독려하는 모습(아래)
물론 검색 포털들이 불법적인 거래를 하거나 불공정한 통제 행위를 하는 게 있다면 당연히 철저히 파악해서 개선해야 한다.
정직하고 공평하지 않다면 검색은 그 역할을 수행할 수가 없다.
하지만 개선의 방향과 논리가 오프라인 기존 권력의 입맛대로라면 그것은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되는 일이다.
검색은 내용을 바꾸지 못한다.
비교하고 경쟁하게 하고 순위를 매길 뿐이다.
그것이 검색의 힘이며 존재 이유다.
자신들의 ‘성당’에서는 진실이고 지식일지 모르지만, 검색엔진의 ‘시장’에서는 하나의 정보일 뿐이다.
자신들의 조직 밖에 또 하나의 거대한 데스크(편집자)가 존재하는 것이 불합리하게 보이겠지만 정보가 넘쳐날수록 필연적인 일이다.
물론 집단지능은 도깨비 방망이 같은 기술이 아니다.
현실 적용에서 난점이 적지 않다(물론 검색의 미래가 집단지능 하나로 이루어지는 것도 아니다). 또한 결과가 왜곡될 위험성도 언제나 있다.
다양성과 독립성이 전제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일부에서 의도적인 노력을 펼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보다 다수 의견에 쏠리는 현상도 있게 마련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인기 검색어’ 같은 서비스가 불안한 것이다.
일부 집단의 왜곡 가능성이 존재할 뿐 아니라, 인기 검색어의 상당수가 포털의 메인 페이지 편집자가 선택한 뉴스에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검색엔진은 우리 모두가 만든 자산 지난 1월 황우석 박사 지지자들이 검색엔진에 자신들의 주장을 올려놓고 인기 검색어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난 후, 모 대선 후보의 팬클럽 사이트에서는 자기들도 한번 해보자는 움직임이 있기도 했다.
물론 포털들은 이런 상황에 많은 대비를 하고 있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몇 명이 작전을 편다고 해서 쉽게 혼란이 오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대통령 선거는 연예인 이름을 올리는 치기와는 사회적 무게가 다르다.
대선을 떠나서도 검색엔진의 영향력은 점점 무섭게 커질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조작을 막는다는 방어적인 차원이 아니다.
대중들의 뜻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는 일상의 시스템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어떤 형태로든’ 검색엔진을 통해서 드러나게 되는 민심과 여론이 왜곡 없이 나타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섣부른 편집이나 외부 압력에 따른 수정이나 기계적인 중립은 모두 검색엔진의 존재 의미를 무색하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드러난 의견은 혼란만을 부추길 뿐이다.
존 밀턴은 1644년 언론 자유를 주장하며 ‘아레오파기티카’라는 글에서 이렇게 말했다.
“모든 주의와 주장을 이 땅 위에 자유로이 활동하도록 내버려두면 진리도 거기에 있을 터인데, 허가를 받게 하고 금령으로 금지함으로써 우리는 진리의 힘을 의심하는 부당한 일을 하고 있다.
진리와 거짓이 서로 다투게 하라. 어느 누가 자유롭고 개방된 대결에서 진리가 패배하리라고 본단 말인가?” 인류 역사상 진리와 거짓이 서로 다투는 ‘자유롭고 개방된’ 대결이 제대로 실현된 적이 있었던가? 기존 언론이 피나는 투쟁 속에서 시민들의 창구 역할을 해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언론의 힘이 커지고, 자본 논리 중심의 경쟁이 심한 지금은 어떤가? 혹시 시민들의 목소리를 오히려 막거나 조종하는 권력이 되는 경우는 없는가? 그렇다면 이제는 검색엔진이 오히려 존 밀턴의 외침에 더 가깝지 않은가? 검색엔진은 단순한 비즈니스 그 이상이다.
투덜대는 댓글과 오프라인 무명씨들의 날카로운 비판에서부터 기존 언론사들이 전해주는 뉴스까지, 그 안에 담긴 모든 것은 사회적 자산이다.
검색은 이 자산에 기대어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검색 서비스의 외적인 형태가 아니다.
좀 더 검색엔진다운 모양을 갖춘 것 같은 구글이 우리나라에서 지지부진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검색의 본질을 실현하면서 우리 토양에 맞게 발전시키는 것이다.
지난 몇 회의 연재를 통해 밝힌 것처럼 시스템적인 접근, 정직하고 투명한 운영, 담을 허무는 구조 등을 기본으로 해서 말이다.
그렇게 민심을 전하고 확인하는 새로운 미디어로 자리 잡아가야 한다.
그 중요한 시험대가 이번 대통령 선거라고 할 수 있다.
선거는 의견들의 충돌이며 경쟁이다.
이 ‘다툼’을 효과적으로 담고 경쟁하게 할 수 있다면 검색엔진에게는 더 없는 발전의 기회다.
하지만 포털들이 인터넷 생태계를 반영하기 보다는 자신의 섬을 키우기에만 집착하고, 기존 권력들은 자기 이야기를 외칠 채널만 욕심내면서 무리수를 둔다면 혼란은 점점 커지기만 할 것이다.
그리고 그 혼란의 고통은 온 사회가 함께 겪게 될 것이다.
검색은 세상을 ‘향한’ 메시지가 아니라 세상에서 ‘나오는’ 메시지여야 한다.
검색 포털도, 사회적 견제를 실현하려는 기존 권력들도, 홈페이지에 글을 올리거나 검색어를 입력하는 평범한 우리들도 모두 고민해야 할 일이다.
검색은, 언제나 검색 그 이상이다.
전병국 검색엔진마스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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